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87
청풍표국 최강식객 087화
87화. 하늘 위의 존재들(2)
그의 옆에는 무림맹 강소지단의 지단주, 공천식이 수행하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임 공자.”
“어서오십시오, 지단주님.”
“허허. 지단주께서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하던 젊은이가 바로 이분이셨구려.”
공천식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하하. 총군사님 제가 또 언제….”
“서신으로 어찌나 칭찬을 하던지, 결국 따라서 내려오지 않았습니까?”
“초, 총군사님!”
공천식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자 제갈백규가 파안대소를 터트렸고, 노준경도 거들었다.
“이거 저나 총군사나 수하들이 한 사내에게 꽂혀서 정신을 못 차리는군요.”
“허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둘의 농담에 두 수하들이 얼굴이 벌게졌다.
“아, 그리고 이 아이는….”
제갈백규가 옆을 돌아봤다.
그의 옆에는 아리따운 한 여인이 다소곳이 서 있었는데, 그녀가 제갈세가의 일공녀인 제갈연(諸葛蓮)이었다.
난초처럼 수수하고 청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는 있는 그녀는 강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다섯 명의 여인, 강북오미 중 일미(一美)였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려 보여도 극악의 업무환경을 자랑한다는 군사각의 제3군사부 부장이었다.
진천구성들은 무림맹 출입을 더러 했기에 가끔 보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미모는 쉽게 적응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의외로 임요성 옆에 서 있던 두혜련 역시 그녀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제갈연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여성적인 분위기의 아기자기한 얼굴에 살짝 그은 피부는 생명력 충만한 복사꽃을 보는 듯했다.
자신의 딸을 소개한 제갈백규가 다시 임요성에게 관심을 보였다.
“자네가 이번 맹보를 장식한 그 무림일성이 맞는 게지?”
맹보?
임요성은 아직 무림맹의 맹보를 보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흥. 무림일성이라니. 운이 좋은 건지, 아귀가 잘 맞은건지.”
“하하. 하지만 그 정도 실력은 있어 보이는군요.”
제갈백규는 임요성을 차분하게 바라봤다.
과거엔 산동성의 패자로 불리며 오대세가라 불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확률에 의존해야 하는 데다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진법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진법에만 집중하다 보니 점점 무공이 퇴화되어 이제는 팔대세가에서 밀려나서 명문가라는 이름값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하나 그렇다고 해도 대대로 무림맹의 총군사의 역할은 늘 그들의 차지였다.
그마저도 아니었다면 이미 그렇고 그런 문파로 전락했을 것이다.
지금도 무공을 발전시켜 다시 팔대세가로의 복귀를 꿈꾸고 있으나, 한번 끊겨버린 무맥(武脈)은 쉽게 그 정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 그의 옆에 서 있는 제갈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여성임에도 무재가 뛰어나 올해 스물여섯의 나이에 절정의 벽을 넘었다.
무림맹의 군사각에서 일을 하면서도 절정을 넘었다는 건 굉장한 일이었다.
그래서 제갈백규는 지금부터라도 무공에만 열중하기를 바랐고, 군사각을 그만두길 권유했으나 제갈연은 단호히 거절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대에 팔대세가로 다시 들어갈 거라는 딸의 포부에 제갈백규는 마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임요성이 들어왔다.
관에서 관보를 내듯이 무림맹에서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맹보(盟報)를 발행했다.
그리고 그 맹보를 관할하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아직 이립이 되지 않은 나이에 이미 초절정에 들어갔을 것이 확실시되는 신성 중에서도 신성, 초신성!
하북의 악명높은 혈루쌍괴를 척살하고, 진천구성의 팽원호를 꺾은 기린아!
강호 무림에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어디서 왔으며, 그의 의지가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강남 소주! 그곳에 무엇이 있기에 무림일성! 그의 발걸음이 그리로 향했는가!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물론 이런 오글거리는 글을 그녀가 적었을 리 없다.
그녀는 그냥 감수만 하는 자리일 뿐이다. 하지만 새롭게 나타난 젊은 강자에 호기심이 없을 수 없다.
그녀 역시 동시대를 살아가는 강호의 여인.
이번 신성대연에 간다는 아비를 붙잡고, 평소 안 하던 부탁까지 한 그녀였다.
임요성을 대면한 그녀는 확실히 다른 진천성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다른 이들이 뭔가 다듬어지고 정돈된 듯한 느낌이 든다면, 노준경과 제갈백규의 사이에서도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그는 서늘한 예기(銳氣)가 느껴졌다.
지금 평온한 저 표정에서 금방이라도 살초가 펼쳐질 것만 같은 서늘함. 그리고 피 냄새….
피 냄새? 제갈연은 스스로 도달한 결론에 내심 소스라치게 놀랐다.
살수에게서나 느껴질 그런 느낌을 받다니.
그런데도 단단하면서 안정된 느낌을 주는 것이, 창과 방패를 동시에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너무 빤히 쳐다봤을까. 임요성과 눈이 마주친 제갈연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고, 그 모습에 제갈백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허허! 빙옥선녀라는 별호가 여기서 깨어지는 게냐!”
호들갑을 떠는 아비를 보며 제갈연이 곱게 눈을 흘겼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다른 한 여인, 두혜련의 가슴이 아렸다.
예상했던 일이다. 강호의 사교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임요성에 대한 여인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는.
그런데 막상 그런 일이 벌어지니 두혜련의 가슴이 시렸다.
하지만 그건 그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런 두혜련의 모습을 어금니를 악물며 바라보는 단목룡이 있었으니.
그렇게 네 사람의 시선이 얽혔고, 그들을 둘러싼 이들 역시 서로 다른 생각 속에서 시선이 오갔다.
꾸르릉!
그때였다. 중앙에서 오던 한 사내가 일으킨 기파에 구경을 하던 이들이 그대로 밀려나더니 뻥 뚫린 일직선의 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중앙으로 단목세가의 가주이자 또 한 명의 상천십좌인 단목인이 천천히 걸어왔다.
상천십좌에는 검에 관한 별호를 가진 이가 총 여섯 명이었다.
무당파의 검신(劍神), 공동파의 검제(劍帝), 남궁세가의 검왕(劍王), 단목세가의 검성(劍星), 모용세가의 만검자(萬劍子), 화산파의 검선(劍仙)이다.
하지만 천무삼신에 속하는 무당의 검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별호는 그냥 별호일 뿐 그들 간의 실력의 차이는 엇비슷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붙는다면 한 사람이 이기더라도 다른 이도 온전하기 힘들기에 상천십좌 간의 싸움은 어지간해서는 피하는 편이다.
그래서 무당 검신만이 현 천하제일검으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인정받을 뿐이었고, 그건 다른 이들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중 단목인은 검성(劍星)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었는데, 성자라는 뜻이 아니라 하늘의 별이라는 뜻이었다.
이는 단목세가의 무공에 별을 따서 만든 것들이 많아 생긴 별호였다.
“검성의 버릇이 또 도졌군. 굳이 저렇게 티를 팍팍 내면서 와야 하나.”
노준경이 혀를 찼고, 다른 후기지수들도 겉으로 동조는 안 했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이봐 무림일성. 자네는 그리 생각하지 않나?”
노준경이 임요성을 바라보자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글쎄요. 기세를 흘리며 오신 건 방주께서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런 발칙한!”
그의 말에 뒤에 서 있던 취팔선의 수장이자 개방의 총순찰인 광풍개가 으르렁거렸다.
“하하. 그러니 오십보백보다?”
노준경이 광풍개에게 손을 저으며 웃었다.
“그런 셈이지요.”
그런 그를 노준경이 실눈을 뜨며 쳐다봤다.
“자네 우리 개방과 척을 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나한테 그런 소릴 겁 없이 하는 거겠지?”
“협행의 화신이시라는 분이 옳은 말을 듣고 속 좁게 복수나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뭐? 푸, 푸하하하하하! 이것 참. 발칙한 게 아주 마음에 들어. 온실 속의 화초보다는 낫지. 암!”
천각개의 말에 다른 후기지수들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노준경은 자신들을 보며 항상 저런 말을 내뱉었기에, 그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 일 순위였다.
태어나길 좋은 집에 태어난 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그들의 생각도 맞지만 노준경은 그들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자란 이들이 한 번쯤 힘들어하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라는 뜻에서 일침을 가하는 것뿐이다.
“내가 가장 환대를 받을 줄 알았더니, 개방주와 총군사께서 와계셨구려. 이거 나한테 쏠리는 관심이 줄어들어 입맛이 씁니다 그려!”
위압적인 기세를 뿌리며 다가온 것과는 달리 썰렁한 농담을 던진 단목인의 눈에 임요성이 들어왔다.
‘저놈인가 보군.’
그가 이번 신성대연에 참가한 이유 중 하나인 그를 보며 눈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백웅의 실종에 연관이 있으리라 생각되는 임요성, 그리고 묵천의 새로운 젊은 수장인 묵룡.
이 두 사람의 존재가 그의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이것 참. 소주에 뭐가 있긴 있나 보군요. 이곳에서 상천(上天)의 위(位)에 계신 두 분을 뵙게 되다니요.”
먼저 제갈백규가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소주에서 무슨 혈마라도 나온답니까?”
살짝 미소를 지으며 포권으로 화답하는 단목인의 말에 총군사 제갈백규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찰나 간의 변화였으나 상천십좌인 두 사람의 이목을 속일 순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자리에서 깊게 할 얘기도 아니었던지라 제갈백규가 화제를 돌렸다.
“자자, 우리 때문에 아이들의 즐거움을 망칠 순 없으니, 우린 저기 내빈석으로 옮기시지요.”
그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이동했다.
“네놈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 좀 하자꾸나.”
노준경이 임요성을 돌아보며 말했고, 그 옆을 지나는 제갈백규의 눈 역시 임요성을 바라보는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 역시 이곳에 온 이유 중 하나가 임요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깐의 소란이 잦아들고 내빈 모두가 자리로 안내되자 비무제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둥―! 둥―! 둥―!
‘그래, 저 청년이 무림일성이란 말이지.’
내빈용 막사에 앉은 제갈백규가 임요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실로 대단한 성취였다. 물론 자신은 상천십좌나 우내십존에는 들지 못하는 실력이나 그 역시 천하백대고수안에는 드는 실력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기도에 잡히자 않는다는 건 서로 비슷하거나 저 청년이 더 높다는 뜻.
물론 극명한 차이가 아니면 감지하기 어려웠기에 근소한 차이일 것이다.
옆에서 관심 없는 척하고는 있으나 딸을 잘 아는 그는 제갈연이 꽤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중원 무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또 한 명의 후기지수의 등장에 제갈백규 역시 관심이 동했고, 지금까지는 마음에 들었다.
[총군사님. 아직 특별히 파악되는 행적은 없습니다.]그때 뒤쪽에서 미리 소주로 내려 보내두었던 무림맹의 주작단원의 전음이 들렸다.
그는 소주 무림의 동향과 혈강마검에 대한 소문의 출처, 그리고 묵천이라는 조직에 대한 것을 알아보고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의 행방이었으나 아직 파악이 더딘 모양이었다.
[알겠네. 좀 더 고생해주게.] [존명.]제갈백규는 눈은 임요성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