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88
청풍표국 최강식객 088화
88화. 진천비무제(1)
“아빠!”
뾰족한 목소리와 함께 다들 얼굴이 돌아간 곳에는 단목란이 서 있었다.
그리곤 갑자기 안겨든 딸을 단목인이 푸근하게 바라보며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흐흑! 아빠….”
“그래, 그래. 이야기는 들었다.”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곧 열릴 신성대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분가에 틀어박혀 있던 단목란이 눈물을 쏟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임요성이 내심 의아하게 생각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란 여인치고는 그날의 기억이 생생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홍국헌도 미간 찌푸리며 속삭였다.
“다른 사람들한테 그리 표독하더니…. 마치 악어의 눈물같네요.”
두 막사의 거리는 꽤 되었기에 작은 속삭임이 들리진 않을 것이다.
임요성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두혜련과 눈이 마주쳤다.
“왜요? 미녀들이 많은 곳에 오니 눈이 막 돌아가나 보죠?”
배시시 웃으며 말하는 두혜련의 모습에 임요성이 섬뜩함을 느끼고는 이내 식전 행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럴 땐 무슨 말을 해도 말려들 것이라는 건 고수의 직감이었다.
그때 임요성에게 전음이 날아왔다.
오영찬이었다.
[주군. 단목인이 하오문의 강소성 지부장인 호중량 및 흑사회의 무리들과 동행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호중량? 호상희의 아비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오기 직전 두 갈래 나뉘었는데, 흑사회의 주력과 호중량이 저희 청풍표국으로 이동해 근처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합니다.]오영찬의 보고에 임요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단목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단목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야릇했다.
뭔가 비웃는 것 같기도 했고, 측은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슬쩍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 영락없는 승리자의 표정이었다.
[알아차렸군.] [예?] [내가 백웅을 죽였다는 사실 말일세. 직접 내려온 건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걸세. 아마 내가 여기 있는 사이 표국을 습격하겠지.] [그, 그럼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당장….]오영찬은 당황해서 육성으로 소리칠 뻔하다가 가까스로 주워섬겼다.
[괜찮네. 노인네 몸이나 좀 풀게 하지 뭐.]사실 상천십좌인 단목인이 직접 나서지 않는 다음에야 묵풍조 장로들만으로도 어지간한 문파의 습격은 위협조차 되지 못한다.
게다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 바로 청풍표국에는 신의가 있다는 것 말이다.
비록 의원으로서 살초를 익히진 않았으나 당대 제일의 무인들과 교류해온 그다.
어깨너머로 배운 자잘한 수법들만 모아도 강호 최고의 절기 모음집이 될 터였다.
그리고 그의 내공은 실로 대단해서 정확히 그의 내공 양을 아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일설에는 전설의 십 갑자에 근접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지붕 위에 앉아서 지풍만 쏴대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에 임요성이 슬쩍 웃음을 짓자 단목인의 눈이 좁아졌다.
‘저 새끼가 왜 처웃는 거지?’
단목룡의 막말은 아비를 닮은 것이 틀림없었다.
사실 단목인은 임요성의 생각처럼 이번 일을 자신의 손으로 결착을 볼 생각이었다.
청풍표국뿐 아니라 소주 무림 전체를 손아귀에 집어삼키기 위해 직접 내려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호중량의 복수도 같이 이뤄질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호중량이 데려온 하오문도들과 흑사회의 살수들이 정보를 수집 중이었고, 어느 정도 확인만 되면 바로 공격을 단행할 예정이었다.
지금도 자신의 옆에서 딸이 쉴 새 없이 저놈의 욕을 작게 소곤거리고 있었다.
단목란은 임요성을 다시 보자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으나, 아버지의 얼굴을 보자 기운에 금세 활력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날의 일부터 자신이 모욕을 당한 것까지 시시콜콜 쏟아내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절정 이상의 고수들.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는데도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상천십좌인 아버지가 바로 옆에 있는데 무슨 상관인가.
단지 노준경과 제갈백규는 씁쓸한 얼굴로 임요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처음 만난 후배를 위해 무림의 한 축인 단목세가 전체와 척지기는 아무리 개방의 방주나 무림맹의 총군사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단목세가와 척진 이유를 두 명숙은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모른 척했다.
이 일은 임요성이 홀로 이겨내야 할 시련이었고, 둘은 그 시련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또한 볼거리였기 때문이다.
단목세가의 파상공세를 훌륭히 막아낸다면, 그 이후의 바람막이 정도는 해줄 의향이 있었다.
그런데 임요성은 전혀 긴장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볍게 웃는 모습은 의아함까지 자아냈다.
[그럼 그대로 둬도 되겠습니까?] [괜찮네. 단지 발 빠른 이를 시켜 혹시 오늘 밤 안으로 암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일검 장로께 알려만 드리게. 내가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마도 날 가만히 놔둘 것 같지는 않군. 아, 혹시 모르니 소주제일루 쪽에도 기별을 넣고.] [존명.]오영찬의 인기척이 사라지자 임요성이 분위기를 살폈다.
그때 두혜련이 말을 걸어왔다.
요 며칠 칠검 장로에게 무공을 배운다고 온몸이 안 쑤시는 곳이 없었다.
곧 쓸만한 수욕을 즐길 수 있을 거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가던 백 의원의 모습이 종종 꿈에 나와 잠을 설칠 정도였다.
아무튼 그녀 역시 강호의 여인. 임요성의 분위기에 뭔가 전음을 나누는 게 아닐까 싶어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
“혹시 무슨 일이….”
임요성이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에 두혜련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임요성은 말을 멈추라는 뜻에서 한 행동이었으나 두혜련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혹여 단목인이 말을 훔쳐 듣고 다른 행동을 취할 수도 있기에 한 행동이었으나 두혜련의 반응에 임요성이 헛기침을 했다.
[다 괜찮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임요성의 전음에 두혜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녀는 전음을 쓸 줄 몰랐다.
전음은 내기에 말을 실어 보내는 상승무공이었기에, 내기를 밖으로 발출할 수 있는 절정 이상의 무인이거나 최소 반 갑자 이상의 내공을 가진 자만이 사용 가능했다.
두혜련은 둘 다 해당 사항이 없기에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가 전음을 쓴다는 건 다 이유가 있을 터이므로.
하지만 겁이 나진 않았다. 그가 괜찮다면 다 괜찮을 테니까
두혜련도 다시 평온한 얼굴로 돌아왔고, 장내가 진정되자 다시 단목환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자, 그럼 강호 동도 분들께서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신성대연의 비무대회! 진천비무제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비무는….”
단목환의 말을 끊으며 황보혁이 일어섰다.
“흥! 검증도 되지 않은 이에게 무림일성이니 뭐니 말도 안 되는 별호를 지어주다니! 내가 먼저 그 자격 검증을 해보겠소!”
황보혁이었다.
대뜸 나서는 형을 바라보는 황보익의 눈에 측은함이 맺혔다.
“역시 산동의 젊은 곰인 황보일성 공자께서 먼저 나셨군요. 어떻습니까, 무림일성 공자. 이 비무에 응하겠습니까?”
“좋습니다.”
임요성이 담담한 얼굴로 비무대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흥!”
황보혁이 쿵! 발 구름 소리와 함께 한 번에 십여 장의 거리를 지우며 비무대 위로 올라서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와아아아! 역시 황보일성 황보혁! 산동의 젊은 곰!”
“저 기생오라비 같은 임 뭐시기를 당장 한 방에 보내버려!”
“우우우우!”
아무리 임요성이 이름을 얻었다 해도 오랜 세월 최고의 후기지수 중 한 명으로 군림해온 인기를 넘을 수는 없었다.
“와아아! 임요성 공자님 만세! 무림일성 만만세!”
“…….”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외친 홍국헌은 삽시간에 주위가 고요해지자 목을 움츠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뭐야, 저 새끼는!”
“만세는 무슨! 무슨 황제라도 되냐!”
“꺼져라! 원래 니가 있던 곳으로 가!”
원래 있던 지지자들과 그가 데리고 온 식솔들이 뭉쳐져서 야유를 보냈고, 홍국헌은 괜히 자신 때문에 더 분위기가 안 좋아졌나 싶어 미안한 얼굴로 임요성을 봤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담담히 팔짱을 낀 채로 황보혁을 응시할 뿐이었다.
스윽.
황보혁이 소매에서 권갑을 꺼내어 꼈다.
거북 등껍질 모양의 기묘한 문양이 곳곳에 달아둔 휘황찬란한 등롱 불빛을 받아 일렁였다.
“저, 저건!”
누군가 권갑을 알아보고 경악성을 내질렀다.
“권웅 황보관의 귀문권갑이 아닌가!”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 탄성을 내뱉었다.
강호십대병기에 속하는 귀문권갑(龜紋拳鉀)!
내기를 불어넣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강기를 쳐낼 수 있는 신병이기!
변황대전 당시 얻은 전리품으로 황보관이 현 상천십좌에 앉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운 권갑이었다.
이 권갑이 있었기에 보다 자신 있게 비무를 청할 수 있었고, 빠르게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제는 화경의 경지에 올라 큰 필요는 없었으나 아직까지도 황보관이 상당히 아끼는 물건이었다.
강호십대병기는 백여 년 전 강호를 질타하던 최고의 무인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였는데, 현재는 몇 개를 제외하곤 자취를 감췄다.
그중 1개가 상천십좌 중 황보웅이 가진 귀문권갑이었고, 3개는 우내십존들 중 세 명인 대야막주 우익량의 무령궁, 수로채주 궐산겸의 위지도, 녹림채주 막여의 현무신갑이었다.
그런데 나머지 6개의 행방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그중 하나라도 강호에 풀린다면 온 강호인의 시선이 집중될 일이었다.
신병 중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자신보다 높은 경지의 무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신물 중 하나가 황보혁의 손에 있다니!
“크흐흐흐! 기대해도 좋다! 이번 진천비무제의 우승은 내가 차지할 테니까!”
관중들은 무기의 도움을 받는다고 아무도 야유를 보내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신물을 보게 되어 더 흥분했다.
사실 좋은 무기가 없어서 못 쓸 뿐이지 있다면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진천성들과 그 자리에 초대되어 모인 신성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설마 내가 이걸 쓴다고 비겁하니 마니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따지면 어차피 무기를 든 자와 맨손으로 싸우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니 말야.”
그걸 바라보는 임요성은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리가. 오히려 난 마음의 짐이 덜어져서 좋군.”
사실 세상에 내놓으면 부르는 게 값일 흑린갑과 흑풍아조를 가진 그는 흑린갑을 벗고, 평범한 철검을 쓸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상대가 신물을 들고나오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자! 그럼 두 분 준비되셨으면, 언제든 시작하시죠!”
단목환이 단상에서 내려갔고, 두 사람이 마주했다.
“흥! 계집 뒤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는 놈 실력이나 좀 볼까?”
황보혁의 말에 임요성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크크. 왜? 계집을 계집이라 하는 게 기분 나쁜가? 아니면 계집 옆에 붙어서 어떻게든 표국을 날름 집어삼켜 자기 걸로 만들어보려는 게 들켜서 쪽팔리나? 여기 오니 다들 그렇게 알고 있던데?”
군중들 중에서 피식피식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당연히 들으라고 한 얘기였기에 두헤련도 들었다.
얼굴이 벌게진 그녀가 일어나려 할 때 홍국헌이 팔을 붙들었다.
“표두님. 이건 아니잖아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두혜련 역시 많이 화가 난 상태였다.
자신이 욕먹는 건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과 아비, 그리고 표국을 구해준 임요성이 저런 말을 듣는다는 게 싫었다.
“아가씨. 두고 보시죠. 임 공자님을 믿고.”
고개를 돌린 두혜련의 눈에 화를 참고 있는 홍국헌의 표정이 보였다.
“후우.”
그래. 어차피 여기서부터는 오라버니의 싸움이다.
사실 임요성의 활약과 퍼져가는 명성에도 그를 표국에 붙어 두혜련을 엮어서 표국을 어찌해 보려는 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늘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그런 이들이 대체로 입이 가볍고 소문을 잘 냈다.
하지만 두혜련과는 달리 임요성은 자신이 오해받는 것보다 두혜련이 조롱을 당했다는 것이 거슬렸다.
“거슬리는군.”
“뭐?”
“상당히 거슬려.”
임요성이 팔짱을 풀고는 자연체로 섰다. 그 모습에 황보혁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뭐 하는 거지? 무기는 안 드나?”
“싸움을 말로 하나?”
“크윽! 이 건방진 놈이!”
팡!
이미 비무의 시작은 선언되었기에 황보혁이 바로 달려들었다.
묵철과 청석이 골고루 배합되어 깔린 비무대가 들썩일 정도로 빠른 보법을 펼치며 황보혁이 쇄도했다.
팡! 파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