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89
청풍표국 최강식객 089화
89화. 진천비무제(2)
공기에서 북 터지는 소리가 났다.
그 말은 임요성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말과 같다.
여전히 두 팔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임요성은 최소한의 동작으로 황보혁의 파괴적인 권격을 피하고 있었다.
“크윽!”
너무 손쉽게 자신의 공격을 피하자 황보혁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번 비무제를 위해 아버지한테 사정사정해서 받아온 권갑이었다.
한 방만 맞으면 저 얄미운 놈의 면상이 박살이 날 텐데 도무지 맞질 않았다.
그런 둘의 비무를 보고 있던 황보익이 굳어진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형님이 오늘 일생일대의 치욕을 당하겠군.’
그는 임요성이 무기를 뽑지 않고 맨손으로 상대하려는 걸 눈치챘다.
무기를 든 이에게 맨손으로 당한다는 건 실로 치욕이었다.
그리고 그 기분을 바로 자신이 당했기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미꾸라지 같은 놈! 언제까지 도망 다닐 거…!”
뻐버버버버벅!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찰나 간에 수십 번의 권격이 터졌다. 그것도 정확히 황보혁의 가슴에.
“…쿨럭.”
피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려 했지만, 초인적인 노력으로 겨우 삼킬 수 있었다.
덜덜덜덜.
잔떨림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황보익이 눈치챈 대로 임요성은 맨손 백타로 상대할 생각이었다.
임요성은 신공절학이라 할 수 있는 천강수를 익혔기에 맨손으로도 황보혁을 상대할 수 있었지만, 그를 존중해 무기를 들고 상대하려 했다.
무기를 놔두고 맨손으로 상대하는 치욕을 굳이 이런 자리에서 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적당히 맞춰주려 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뱉은 황보혁의 발언은 임요성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리고 그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노출시켰다.
그의 가슴에 격중시킨 권격은 천강수 권법 1식, 분골수차(粉骨水車)라는 것으로, 뼈를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물레방아라는 권법 초식이었다.
만약 임요성이 주먹에 조금만 더 힘을 담았다면 황보혁의 가슴은 뼈째로 짓뭉개졌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마음과는 달리 간단히 끝내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서 가슴에 날린 권격에 힘을 뺐고, 오히려 상대방 입장에서는 놀림을 받는 느낌이 되어버렸다.
자신을 조롱했다는 생각에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황보혁이 기세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갈 작정이었다.
주먹에 권기가 맺히기 시작했고, 구경꾼들은 탄성을 터트렸다.
이미 절정에 오른 지는 한참 된 황보혁의 권기 운용은 탁월했고, 귀문권갑의 효용으로 더 무시무시하게 보였다.
“흐아압!”
황보혁이 황보세가의 절기인 벽력신권(霹靂神拳)의 보법을 밟으며 임요성에게 돌진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꽈르릉!
벽력신권의 특징인 우렛소리와 함께 벼락이 치듯 임요성의 목을 향해 주먹이 날아왔다.
아비인 황보관처럼 주먹 한 방에 산을 무너뜨릴 정도는 되지 않았으나,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암벽 정도는 가루로 만들어버릴 위력이었다.
관중들의 눈에는 뭔가 번쩍하며 황보혁이 신형이 쏘아진 듯했으나, 개중에 무공을 익힌 자들은 그 강맹한 위력에 헉! 하는 소리를 냈다.
임요성이 제대로 맞는다면 어디 한군데 부러지거나 영영 불구로 살 수도 있을 정도의 매서운 손속이었다.
임요성 역시 현풍보를 밟으며 여유 있게 피할 수도 있었지만, 미친개는 좀 맞아야 된다는 게 임요성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강맹한 위력이 실린 황보혁의 주먹을 그대로 손바닥으로 막아 흘리며 황보혁의 옆얼굴을 후려쳤다.
천강수 조법1식, 감천낙성(砍天落星), 이른바 하늘을 후려치니 별이 떨어진다는 초식이다.
하지만 황보혁 또한 강호에서 수위를 다투는 후기지수.
급히 손을 들어 임요성의 조법을 막았으나,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옆으로 쭈욱 밀려 나갔다.
콰앙!
“크읏!”
귀문권갑을 낀 손바닥으로 막았지만 임요성의 장격에 그 뒤에 있던 머리통까지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쉬고 있을 틈이 없었다. 무슨 쇠갈고리가 잡아당기는 팔을 잡고 당기자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조법3식인 천강용조로 인해 팔이 인두로 지져지는 고통에 황보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도 당했던 초식을 지켜보던 황보익 역시 그때의 고통이 느껴져 팔을 문질렀다.
하지만 황보혁은 그런 고통의 감정조차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이미 눈앞에까지 임요성의 무릎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꽈앙!
“크윽!”
가까스로 두 팔을 교차시켜 임요성의 슬격을 막았지만 팔뚝으로 엄청난 충격이 전해져 왔다.
‘젠장!’
아무래도 팔뚝뼈에 금이 간 것 같다.
마음이 급해진 황보혁이 그대로 권기를 발출했다.
콰아아앙!
거대한 바위가 날아오는 것처럼 권기가 밀려들었고, 임요성이 두 손을 빠르게 휘둘러 권기를 그대로 소멸시켰다.
휘류류류류!
자신의 권기가 어이없도록 허무하게 소멸되자 황보혁이 멍한 얼굴로 임요성을 쳐다봤다.
천강수 장법2초식, 산운귀수(散雲鬼手), 이른바 구름을 흩어버리는 귀신의 손이라는 뜻이었다.
“이… 이… 죽엇!”
궁지에 몰린 황보혁이 살기를 방출했다.
동시에 제갈백규의 눈이 가늘어졌고, 노준경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까지나 친선비무가 되어야 할 비무제에서 살기를 드러내다니.
두 강호명숙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노출했지만, 이미 눈이 돌아가 버린 황보혁에게 그런 광경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형님!”
황보혁이 벌떡 일어섰다. 결코 임요성을 걱정해서가 아니었다.
“크아아압!”
살기가 담긴 권배가 임요성의 정수리를 쪼갤 듯 내려쳐졌다.
동시에 마치 무당의 태극권을 보는 듯 유려한 움직임과 함께 황보혁의 권격을 흘리며 중심을 낮춘 임요성이 그의 허리춤을 잡고 달려드는 힘을 이용해 그대로 비무대 위로 메다꽂았다.
꾸우우웅!
천강수 질법3식, 천양전도(天壤顛倒), 이른바 하늘과 땅이 뒤바뀐다는 초식이다.
드러난 광경에 중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육중한 몸이 바닥에 널브러져 혼절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임요성이 마지막 순간에 옆구리의 손에 힘을 빼지 않았다면 묵철 비무대에 머리부터 떨어졌을 것이고, 그야말로 처참한 광경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런 엎어치기 류의 공격을 당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 하는 순간 자신이 바닥에 누워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등에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말이다.
관중들이 말을 잇지 못하자 단목환이 비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이미 승패는 갈린 상황. 더 이상 비무를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 비무의 승자는 무림일성 임요성입니다!”
“우…….”
“와아아아아!”
관중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비무대를 내려오며 눈이 마주친 풍림개는 이미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막사로 돌아오자 두혜련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아요?”
“당연하지. 너도 다 보지 않았느냐.”
“그래두요. 혹시나 해서….”
두혜련은 맨손으로도 강호 최정상급의 후기지수를 개 패듯 두드려 팼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흔히들 말하는 내공을 과하게 썼다거나, 내기가 엉켰다거나 하는 게 걱정된 것이다.
“흐흐흐, 아가씨.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이번 비무는 그냥 일방적인 구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홍국헌이 실실 웃으며 말하자 두혜련도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그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노준경은 내심 상당한 감명을 받았다.
도객이 칼을 쓰지 않고, 맨손백타로 권법에 관한 한 소림의 홍천 다음으로 강한 황보일성을 꺾다니.
‘후기지수의 수준이 아니군.’
사실 상천십좌나 우내십존 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자신의 주 무기가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다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창 자신의 주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할 후기지수 수준에서 저 정도의 무력을 보인다는 건 꽤나 인상적인 일이었다.
그건 단목인이나 제갈백규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특히 단목인은 자신의 예상을 상회하는 임요성의 무위에 살짝 초조함이 느껴졌다.
‘역시 직접 내려오길 잘했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싹을 뽑아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자신의 아들에 걸림돌이 될 놈이었다.
사실 단목인은 마음속으로는 이미 단목룡을 소가주로 내정해두고 있었다.
단지 흐트러지지 말라는 뜻에서 경쟁을 시키는 척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아비로서 이런 암초는 치워줘야 마땅했다.
일단 청풍표국부터 시작한다.
‘비무제가 끝난 후 넌 피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 또한 조용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자기 사람들에 둘러싸여 환담을 나누고 있는 임요성을 보며 단목인의 입가가 차갑게 말려 올라갔다.
* * *
그리고 임요성과 황보혁이 첫 비무를 시작할 즈음, 일검은 한 천도로부터 보고를 듣고 있었다.
“흐음. 그래서 하오문 강소 지부장인 호중량이 이끄는 하오문 별동대와 흑사회가 우리 표국을 칠 것 같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흥! 겨우 흑사회 따위가!”
과거 천하 3대 정보조직을 넘어 최고를 바라볼 때만 해도 흑사회는 하오문에 막 흡수되어 겨우 이름을 알리던 신생 살수 조직이었다.
당시라면 적어도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혈곡이나 살막 정도가 나서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흑사회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니,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군. 아, 두 부인은?”
“오는 길에 알려드렸습니다. 어차피 팔선녀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하긴.‘
일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의 무위는 자신들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봤다가 코가 깨진 이들이 몇 있었다.
과연 중원을 도모할 만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무학은 묘하면서도 파괴적이었다.
그들이 있다면 소주제일루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과는 다르다.
“잘했네. 워낙에 지저분한 놈들이니 어떤 더러운 암수를 쓸지 모르니까.”
일검은 과거 우연히 만났던 하오문 지점장 시절의 호중량의 인상이 떠올랐다.
한쪽 귀가 없고, 볼에 깊은 검상이 있던 아주 차갑게 생긴 얼굴이었다.
너무 인상적인 얼굴이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정보단체의 조직원인 일검은 사람을 볼 때 절대 허투루 보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사람 얼굴을 잊어버리지 않았지만 호중량은 워낙 인상이 강했다.
“그래서 인원은?”
“단목가주를 따라 내려온 인원이 총 오백에서 이쪽으로 향한 인원이 대략 삼백 정도 된다고 합니다.”
“크음.”
꽤 많았다.
호중량이 떴다면 흑사회의 최고 살수조나 흑사회주까지 움직였을 수도 있다.
이백은 단목가주의 개인 호위들일 것이고, 이쪽으로 움직인 삼백의 인원에 흑사회와 강소 하오문도들이 섞여 있을 것이다.
“일단 지키면서 싸우는 건 힘들겠군.”
아무리 묵풍조라도 상대방은 은밀한 움직임이 장기인 살수들이었다.
몰래 잠입해 들어와 일반인을 죽이거나 인질이라도 잡는다면 곤란해진다.
차라리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는 것이 옳다.
“교룡각과 경비대는 일단 남는다.”
아직 두 곳은 흑사회를 상대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했다.
묵풍조를 필두로 천도들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산홍과 매영옥, 그리고 나윤천 등이 활약을 해줘야 했다.
“흠. 그래도 좀 부족한데….”
은신술이 뛰어난 살수들을 상대하려면 좀 부족했다.
그만큼 살수들은 껄끄러운 존재였다.
특히나 지금처럼 달도 뜨지 않은 그믐밤이라면 말이다.
고심하던 일검의 눈이 반짝였다. 언젠가 주군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