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94
청풍표국 최강식객 094화
94화. 웃음 속에 칼을 품다(1)
“주군을 뵙습니다!”
자신의 앞에 부복한 총 여덟 명의 무인들을 보며 조상연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랑스럽다. 투자를 한 보람이 있구나. 혈천, 무룡, 육대귀왕. 모두 대성을 이루었구나.”
“모두 주군의 덕입니다.”
혈천이 답했다. 그들은 팔부신장이라 부르며 조상연이 황궁에 있을 때부터 몰래 키워온 심복 중의 심복이었다.
이들의 성취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하나 아쉬운 점은 너희들이 폐관에 들어있는 동안 이미 삼황자가 정권을 잡아 황제에 올랐다는 것이다.”
혈천의 눈이 꿈틀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좀 더 빨리 대성을 했더라면….”
“아니.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느니. 모든 건 때가 되어야 되는 법. 하늘의 뜻이 그에게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지. 하지만 이제 너희들이 나온 이상 그 하늘의 뜻을 조금 변경해보고자 한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자네들은 강호에 그 위치가 알려져있는 강호십대병기를 회수하게. 흑위를 따라가면 상세히 설명해줄 것이네.”
“존명!”
대성을 이룬 그들의 무위는 강호에서 말하는 화경의 경지에 다다랐다.
몇몇 짝을 짓는다면 우내십존이라 일컫는 그들에게서 병기를 회수해 오는 일은 어린아이에게서 당과를 뺏는 것만큼 쉬울 것이다.
심혈을 기울이던 안배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였다.
팔부신장이 나가고, 조상연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임요성의 과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북경으로 보낸 백위가 아직 오지 않아서 그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 상태.
백위의 보고를 들어보고, 그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것이다.
조상연의 눈에는 이미 오황자가 황위에 앉는 모습이 선명히 떠오르고 있었다.
* * *
“크핫핫핫!”
살이 출렁거리는 중년인의 얼굴에는 화색이 가득했다.
“축하드립니다. 대인! 배당이 거의 몰빵 수준이던데 도대체 얼마나 버신 겁니까?”
“후후후. 묻지 말게. 괜히 욕먹기 싫으니 말이야.”
“휘유. 저도 임 공자에게 걸었어야 했는데….”
“그러게 내가 늘 말하지 않던가. 남들이 못 보는 이면을 보라고.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정보가 중요하다고 말야.”
연신 대소를 터트리는 그들이 있는 특실의 문을 열고 초련이 들어섰다.
“호호. 무슨 말씀들을 나누시길래 이렇게 즐거우신가요?”
초련은 기명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고, 현재 소주제일루의 루주가 되었다.
그리고 기영란은 제일루에 마련된 밀실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당분간 자신을 따르는 소수의 환휘궁도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환희궁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까지는 노출을 자제할 필요가 있었고, 묵천이라는 신흥조직에 의해 장악된 이곳만큼 은신하기에 좋은 곳은 없었다.
“하하. 루주, 어서 오시오. 내가 돈을 건 임 공자가 이번 신성대연의 비무제에서 우승을 했소. 하하핫.”
“어멋! 그게 정말인가요?”
초련은 기루를 돌며 주요 고객들에게 인사를 돈다고 아직 임요성의 우승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그렇소. 게다가 단목가주가 우승 상품으로 내건 좋은 검까지 얻게 되었으니 참으로 경사라 할 수 있겠지.”
“호호호. 그렇군요. 비무제 우승으로 그분은 엄청 유명해지겠군요?”
초련이 눈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자 왕만금이 실눈을 떴다.
사실 왕만금이 소주제일루에서 연회를 가진 이유가 바로 임요성과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소주제일의 상단을 운영하는 왕만금의 정보력은 개방이나 하오문에 뒤지지 않았다.
특히 지금은 휘주상인의 최선봉에 서서 산서상인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시점이라 모든 휘주상인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고 있었다.
각 중원을 돌아다니는 행상, 표사, 지역의 분점이나 작은 점포까지 모든 이들이 그에게 정보를 물어다 주었다.
특히 소주에서만큼은 오히려 그들보다 위였다.
정보를 취합해 종합해 본 결과 이 소주제일루의 바뀐 주인인 묵천과 임요성이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그건 아주 극비로서 왕만금과 일부 최측근만이 아는 내용이었다.
소주 전체의 정보를 훤히 들여다보는 그였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 내용을 토대로 왕만금은 거액을 주고 이 특실을 빌린 것이다.
특실 손님 정도 되어야 루주의 인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러 임요성에 대한 내용을 말하며 루주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유명해지다뿐이겠소. 여기저기서 그에게 선을 대지 못해 안달이 나겠지. 그런 의미에서 난 선견지명이 있다고 자화자찬을 할 수 있겠지요.”
“자화자찬이라니요?”
“난 이미 그 공자께서 우승을 하리란 걸 예감하고 그분과 큰 계약을 맺었소. 당시에는 모두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불과 몇 시진도 지나지 않아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얻어냈지 않소.”
“그럼 대인께서 저희 임, 아니 그… 분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되셨다는 말이군요?”
초련이 말실수를 하려다 황급히 말을 돌렸다.
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이들은 기녀들의 애교에 한 눈이 팔려 눈치채지 못했지만, 왕만금은 그녀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모른 척하며 실없이 웃었다.
“흐흐. 그렇소. 흑시를 통한 내기로 많은 돈도 벌었소.”
“그렇군요. 호호. 그럼 제가 또 축하주를 내야지요. 여봐요 총관.”
초련이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총관을 불렀다.
“예. 루주님.”
그는 의망루에 있던 총관으로 과거 기영란을 모시던 호위대주였다.
그의 무공 실력이면 기영란의 호법이 되어도 됐지만, 이제 팔선녀가 있었기에 자신은 그대로 총관에 머물겠다고 한 것이다.
원래 성격이 유들유들하고 사람 대하는 걸 좋아했던 그는 이제 자신에겐 기루의 총관이 천직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게다가 무공도 출중했기에 어지간한 시비는 그의 선에서 다 정리가 되었다.
이제는 환희궁과 소주제일루의 총관이 된 하용출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자신도 좋아하는 조카의 비무제 우승 소식에 초련도 흥이 났다.
“여기 가장 좋은 술을 내오라고 해주세요.”
“아니 뭐 그렇게까지야.”
“호호호. 아니에요. 이렇게 큰 손님께 좋은 일이 생기셨다니 제가 축하를 해드려야죠.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초련과 하용출이 서둘러 나가고 왕만금이 조용히 술잔을 들었다.
‘역시, 뭔가 있어.’
아직 묵천과 임요성의 정확한 관계까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 이 소주제일루와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
* * *
사락. 사라락.
제일루의 밀실에서 서책을 읽고 있던 홍연, 아니 기영란은 살짝 한숨을 쉬며 책을 덮었다.
그녀가 읽고 있던 것은 어머니인 기화령이 전해주고 간 귀마의 독문무공, 비천귀령마공(飛天鬼靈魔功)이었다.
확실히 자신은 무재(武才)가 아니었다.
비천귀령마공은 손가락 크기의 아주 작은 비도 36자루를 사용하는 것으로, 대성하면 실로 귀신이 움직이는 듯 빠르면서도 신출귀몰한 비도술을 쓸 수 있다는 신공이었다.
변황대전을 겪은 이들이 너무 압도적인 그의 비도술에 마공을 붙여서 그렇지 사실 신공절학에 속했다.
암기술 자체로만 본다면 사천당가의 그것에 비견될 정도였으며, 그가 사실은 당가의 숨겨진 핏줄이라는 소문까지 돌았었다.
당연히 기화령은 자신의 두 딸인 기영선과 기영란에게 귀마의 무공을 가르쳤지만 애석하게도 기영란은 언니에 비해 무재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의 무공 중 경공과 주안술, 방중술 등만 따로 배웠는데, 이번에 기화령이 죽으면서 귀령마공을 건네준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묘리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사실 옆에서 일대일로 교습을 받아도 어려운 마당에 책으로만 배우려니 그 함의를 파악하는 데만도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환희궁주가 되려는 마당에 자신이 환희궁 초대 궁주인 귀마의 무공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의 방에 초련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언니!”
“왜 그리 호들갑이니.”
기영란이 곱게 눈을 흘겼다.
“언니, 임 공자 아니, 조카가 이번 비무제에서 우승을 했데요!”
“뭐!”
기영란이 놀란 눈을 치켜떴고, 초련이 임요성의 우승 소식과 왕만금이 한 말을 해주었다.
밝게 웃던 기영란의 얼굴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언니….”
그녀의 표정에 초련 역시 감정이 북받쳤다.
하늘에 있는 아들이 보내준 또 다른 아들.
먼저 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임요성에게 옮겨가서인지 기영란의 임요성에 대한 마음은 정말 아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애틋했다.
“잘됐구나… 잘됐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초련도 같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한참을 울던 기영란이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
“단목인에 대한 모든 자료를 가져와 봐.”
밀실에서 그녀의 시중을 드는 궁도에게 말하자 뒤쪽에 마련된 자료 보관실로 가서 그에 대한 자료를 가져왔다.
서류를 뒤적이던 기영란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아.”
“느낌이라뇨?”
일변한 그녀의 분위기에 백아도 덩달아 긴장하며 물었다.
“자신의 아들이 소가주가 되리라고 생각한 그는 보검을 상품으로까지 내걸었어. 그런데 모두 수포로 돌아간 거지. 안 그래도 성아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그가 이대로 넘어갈 리가 없어. 일선!”
“예, 궁주님.”
팔선녀의 수장인 일선이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났다.
이미 그들은 기영란을 환희궁의 궁주로 부르고 있었다.
전대 환희궁의 진신 내공을 이어받았고, 궁주의 영패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녀의 언니인 기영선이 다져온 발판은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궁주의 영패만 있을 뿐 대다수의 환희궁도들은 오래전에 궁을 나간 그녀보다는 언니인 기영선을 더 따르고 있었다.
기영란을 따르는 이들은 전대 환희궁주를 따르던 몇몇 장로급 인사들과 팔선녀, 그리고 소주에 데리고 온 궁도들이 전부였다.
이들로 환희궁을 장악한다는 게 막막했지만, 팔선녀가 있는 한 해 볼 만하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일선. 아무래도 안 되겠어. 너네들이 성이를 좀 도와줘야겠어.”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기영란의 명을 받은 팔선녀들이 아무도 몰래 기루를 나섰다.
그제야 기영란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쳤다.
팔선녀라면 상천십좌가 와도 괜찮을 테니까.
* * *
“하하하, 축하하네.”
제갈백규가 임요성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지금 그들은 단목세가의 분가에 모여 있었다.
비무제가 끝나면 주최한 세력의 거주지로 이동해 뒤풀이를 하는 것이 상례였다.
물론 심하게 다친 이가 있다면 치료를 해야 했지만, 진천성 정도 되면 그렇게 심하게 다치는 이는 드물었다.
임요성이 앉은 주위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제갈백규와 그의 딸인 제갈연, 그리고 노준경도 와 있었다.
팽원호와 황보익을 비롯한 조영영, 그리고 공천식과 풍림개도.
다른 이들은 각자 일행이 있었기에 굳이 이곳에 얼굴을 비추는 사람은 없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였다고는 하나 얼굴을 마주하기도 껄끄러웠다.
“감사합니다.”
임요성이 제갈백규의 잔을 마시자, 노준경도 술병을 들었다.
벌써 이런 일이 몇 번째 반복되고 있었다.
“흥. 애당초 이건 말이 안 되는 비무제였어. 불공평하다고.”
“하하. 또 뭐가 그리 불만이십니까. 어차피 임 공자도 이립이 되지 않았으니 조건은 같은 것 아닙니까.”
“뭐 그렇긴 한데…. 재미가 없잖아, 재미가. 뭔가 투닥거리는 맛이 있어야지.”
노준경이 투덜댔고, 다른 이들도 그 말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압도적이었다.
물론 초절정의 묵풍조 장로들을 모두 상대한 임요성이고 보면 겨우 단목룡 정도를 상대하지 못할 리 만무했다.
오히려 지닌 바 실력을 제대로 펼치지도 않았다.
기연으로 인해 늘어난 내공과 경지의 상승은 기존의 보법과 은신술의 경지 역시 동반 상승시켰고, 이는 경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대단한 것이다.
애당초 임요성은 검기니 강기니 하는 것보다는 실전과 의지,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공의 조화로운 발현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비슷한 경지의 묵풍조 장로들을 모두 꺾은 이유기도 했다.
“모두 여기 계셨군요.”
단목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