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99
청풍표국 최강식객 099화
99화. 별은 빛을 잃고, 교룡은 비구름을 만나네(4)
임요성이 생사현관을 뚫는 순간, 거대한 기파가 요동치는 듯한 느낌에 풍림개와 함께 분타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노준경의 눈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화경의 고수에다가 자신이 그 과정을 겪었기에 단박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허어. 이거 내 생전에 이런 느낌을 다시 받는 날이 올 줄이야.”
노준경은 절대 고수가 된 이가 누군지 단박에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초절정의 삼 단계 중 이제 일 단계 정도만 넘어섰다고 봤는데 내가 잘못 본 것인가.”
아니면 단박에 두 단계를 뛰어넘었다는 말인데… 노준경이 혀를 내둘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풍림개가 자기 일처럼 흥분하며 물었다.
“그, 그럼 임 공자가 절대 고수의 반열에 들었단 말입니까?”
풍림개의 물음에는 대답 없이 살짝 고개를 갸웃하던 노준경의 얼굴이 굳어졌다.
‘흠. 그런데 기이하군. 왜 지금?’
굳이 경지의 문을 돌파한다면 비무제 때가 더 맞을 텐데 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런 일이 뜬금없이 발생한단 말인가?
무슨 선어록에나 있을 내용처럼 길 가다가 깨달음이라도 얻었단 말인가?
“총순찰.”
그의 부름에 취팔선의 수장이자 총순찰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 방주.”
“자네도 느꼈지?”
“예. 실로 전율이 일더군요. 방주께서 절대 고수로 올라서던 순간 옆에 있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총순찰 광풍개 사실 얼마 전 깨달음을 얻어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이는 노준경밖에 없었지만.
그랬기에 그 역시 이 기의 파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느꼈다.
“후후. 그랬지. 나도 그땐 꽤 팔팔했는데 말이야.”
“하하. 지금도 정정하십니다만.”
“그건 그렇고. 기이하군. 왜 지금?”
“예. 저도 그 점이 이상하긴 했습니다.”
“아무래도 살펴봐야겠어.”
“알겠습니다.”
총순찰의 신호에 다른 취팔선들이 그의 뒤에 시립했다.
절대 고수의 탄생을 느낀 감동은 금세 털어내고, 다시 중원 최고 정보단체의 수장으로서의 감이 뒤통수를 간지럽혔다.
노준경이 바로 경공을 펼쳤고, 그는 경공을 펼치는 와중에도 생각을 이어갔다.
분명 이 일에는 누군가가 뒤에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노준경은 그게 누군지 짐작 가는 사람이 머리에 떠올랐다.
‘가주. 이번에는 당신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구려.’
* * *
드러난 광경은 처참했다.
이미 기세가 꺾인 단목세가의 무인들은 노도와 같은 팔선녀와 여산홍이 이끄는 호위대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다행히 아군 측의 사망자는 전무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연마한 묵천검진의 활용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큰 상처를 입은 이들도 많았지만 목숨을 잃지는 않았고 숨만 붙어있다면 표국에 있는 신의가 모두 고쳐줄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이면에는 당연히 팔선녀들의 활약이 있었다.
그녀들이 곳곳에서 치고 빠지며 아군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이쪽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임요성이 감사의 인사를 하자 팔선녀들이 오히려 황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별말씀을. 이미 공자께선 저희들에게도 소중한 분이십니다.”
자신들이 모시는 주군이 자식처럼 생각하는, 아니 자식이나 진배없는 그는 그들에게도 소주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제까지는 큰 감흥이 없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립에도 이르지 않은 젊은이가 화경의 고수를 꺾은 것도 모자라, 전투 중에 대오각성을 이루어 천하에 열 명뿐인 화경의 절대 고수가 된 것이다.
그러니 눈빛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환희궁이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반대였다. 오히려 그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으로 역전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건 앞으로 진정한 환희궁주의 자리를 놓고 싸우는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음….”
털썩.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는 생각에 임요성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전투 중에 수장이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기에 이를 악물고 참았던 임요성은 전장이 마무리되자 바로 다리가 풀려버렸다.
팔선녀와 홍국헌과 여산홍, 매영옥이 황급히 임요성을 둘러쌌다.
물론 이 자리에서 임요성을 해할 사람은 없다.
단지 임요성을 존중하는 그들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임요성은 그들에게 마음속 깊이 주군으로 각인되고 있었다.
“오라버니!”
두혜련이 놀라 급히 다가가자 임요성이 손을 내저었다.
“걱정할 것 없다. 급작스러운 깨달음과 내공의 소모로 잠시 탈진이 왔을 뿐이니.”
거의 저승 문턱에 발을 들였던 데다가 곧바로 단목인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였기에 내공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용한 이기어도는 생각보단 훨씬 내공의 소모가 많았다.
왜 고수들이 전황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이기어검과 같은 필살기를 마지막 순간까지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여산홍이 다가왔다.
“일어나실 수 있겠습니까?”
여산홍의 물음에 임요성이 피식 웃었다.
“왜? 업어주기라도 하려고 그러는가?”
뭔가 편안한 표정.
그간의 어둡고 딱딱하던 얼굴이 아니라 뭔가 부드러워진 표정이었다.
강박이 보이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졌고, 서릿발 같던 기도가 도도한 장강의 흐름처럼 거대하고 웅장해진 느낌이었다.
‘아, 화경의 위에 오르시면서 심기체가 완전한 조화에 이르셨구나.’
여산홍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신이 죽이려던 사람의 호위가 된 이 모순된 상황에서 뭔가 답답함과 초조함을 느껴왔다.
그래서 더 열심히 몸을 사리지 않고 임무에 매진했고, 그런 자신을 믿어주는 임요성에게 늘 감사함을 느껴왔다.
그런데 이젠 그 젊은 주군이 천하에 열 명밖에 없다는 상천십좌의 경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아니 그중 한 명을 죽였으니 이제 그가 곧 상천십좌다.
고금 이래 이립을 넘기지도 않은 시점에 상천십좌에 오른 것은 눈앞의 젊은 주군이 유일할 것이다.
강소성을 호령하던 검성(劍星)은 이제 그 빛을 잃었고, 오히려 그 빛을 집어삼킨 교룡은 비구름을 맞아 상천(上天)의 위(位)에 올랐다.
그를 만난 이후 보여준 행보는 실로 고금을 관통하는 강호사에 기록될 정도로 파죽지세였다.
처음엔 악연으로 만났지만 이제는 필연이 되었다.
이 젊은 주군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그의 곁엔 언제나 자신이 있을 것임을 다짐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옆에 서 있는 매영옥도 마찬가지였다.
조직의 명령이라면 옷을 벗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살아온 지난 세월.
그 험한 나날이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존재했었냐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모시는 주군이 상천십좌라니!
왠지 자신의 어깨가 으쓱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가 소중히 여기는 여인. 두혜련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그녀를 목숨을 다해 지켜내겠다는 다짐을 했다.
밝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임요성을 바라보는 한 여인.
두혜련 역시 강호의 여인이었다.
자신이 연모하는 남자가 해낸 성과가 어떤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사소한 인연으로 맺어진 그와의 인연.
하지만 이제 그의 존재는 그녀에게 전혀 사소하지 않았다.
임요성이 이룬 성과와 명성에도 그녀가 이 순간 가장 하늘에 감사하는 것은 그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런 두혜련과 눈이 마주치자 임요성이 멋쩍게 웃었다.
“그나저나 괜히 미안하군. 애써 지어준 옷인데….”
임요성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흑!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어요!”
왠지 모를 벅참과 안도감에 두혜련이 임요성의 품을 파고들었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던 임요성이 그녀의 작고 가녀린 어깨를 끌어안았다.
피로 물든 벌판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두 남과 여.
그것이 또한 이 강호를 살아가는 강호의 연인이리라.
헛기침을 하며 주위에 선 이들이 먼 산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들의 애틋함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모두 동작을 멈추시게!”
작은 체구 노인이 표홀한 신법을 펼치며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로 여덟 명의 초로인까지.
바로 용두방주 노준경과 그의 호법들인 취팔선들이었다.
경공을 펼쳐 기파가 요동치는 곳으로 곧장 달려온 노준경은 장내를 한 번 쓰윽 훑어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허허. 이거 참. 어떻게 이런 일이….”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다가 팔선녀들이 서 있는 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하! 정말 황당하군. 아무리 강호에 기인이사가 모래알처럼 넘쳐난다지만, 도대체 자네들은 누군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강호를 제집 안방처럼 돌아다니는 그의 기억에 있을 법했지만, 이 중 그 누구도 낯익은 사람이 없었다.
초절정에 이른 여덟 명의 여인들이라니.
전설에나 나오는 선녀곡의 일원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놀란 건 취팔선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과 비슷한 경지의 여인들이라니.
강호에 이런 이들이 있었나 싶은 취팔선의 얼굴도 살짝 상기되었다.
그의 등장에 팔선녀들도 살짝 긴장했다.
거지 차림에 촌부 같은 외양이었지만 태산을 누르는듯한 압도적인 기파가 흘러나왔다.
거지 차림에 이런 기파를 내뿜는 이는 강호에 한 명뿐.
일선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용두방주….”
“그래. 내가 바로 노준경일세.”
“…자세한 건 임 공자에게 들으시지요.”
그렇게 말한 팔선녀들이 굳게 입을 다물었다.
물론 억지로 묻자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이 일은 들어야 할 사람이 따로 있었다.
노준경이 이미 일어나 있던 임요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허허. 건방진 놈 같으니라구. 이젠 나랑 맞먹는 게냐. 오늘 여러 번 놀라게 하는구나.”
“송구합니다.”
“송구고 뭣이고 아무튼 이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줘야 할 듯한데?”
첫인상만 해도 다른 후기지수들과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단박에 비무제를 우승하지 않나, 만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자신을 따라잡는 미친 상승 속도라니!
게다가 지금 이 모습은 뭐란 말인가.
단목세가의 가주이자 상천십좌인 단목인이 죽었고, 가문의 호위대로 보이는 이들이 처참하게 도륙당한 모습이라니.
노준경의 질문 공세가 쏟아지려는 순간,
“잠깐만요! 저도 같이 설명을 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경공을 펼치며 다가오는 사내는 제갈백규였다.
타닥.
“휘유. 이거 참. 오늘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이렇게 많은지.”
너스레를 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제갈백규가 임요성과 눈이 마주쳤다.
“자넨 참. 안 그런 거 같으면서도 은근히 손속이 매섭군.”
“설명은 제가 따로 드리겠습니다.”
임요성이 담담히 답했다.
지금 벌어진 일은 너무나도 큰 일이었기에 오히려 임요성이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우선 여기부터 정리를 해야 할 듯하니 내일 제가 따로 찾아뵙겠습니다. 어차피 회의도 해야 하고….”
“허허. 이 사람아. 지금 회의가 문제인가. 이런 상황에 회의인들 제대로 진행이 되겠는가.”
노준경의 말에 제갈백규가 거들었다.
“방주님의 말씀이 맞네. 상천십좌와 그 아들, 그리고 호위대 모두가 당일 비무제에서 우승한 후기지수에게 모두 죽음을 당했네. 이게 지금 보통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몰아가기에 따라서는 자넨 대마두가 될 수도 있네.”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노준경과 제갈백규가 번갈아 말했지만 임요성은 딱히 긴장하진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같이 표국으로 가시죠”
임요성은 포로들을 혹시 몰라 소주에 마련된 묵천의 안가에 수감해두기로 했다.
남은 일행에게 그렇게 지시를 내린 임요성을 따라 표국으로 향한 노준경과 제갈백규는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좀전의 그 들판에서의 참혹상에 비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모습이 펼쳐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