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bird Lady and The White Lion Family RAW novel - Chapter (21)
백사자가문의 파랑새 마님 21화(21/21)
Epilogue
쏴아아~
아—
햇살 아래 부서지는 파도 소리.
“와아.”
슈페나는 양팔을 벌린 채 바닷바람을 맞으며 헤실헤실, 웃음을 흘렸다.
리카도르가 그런 그녀에게로 다가와 물었다.
“그렇게 좋아?”
“응!”
슈페나가 탁 트인 하늘을 올려다 보며 발랄하게 긍정했다.
“나 바다는 처음 본단 말이야. 이렇게 너랑 여행 오는 것도 처음이고.”
그 둘은 여행지에 도착한 참이었다.
어머님이 뭘 원하는지 몰라 다 준비한 섬으로, 슈페나는 리카도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리카도르, 손!”
“여기 망고가 유명하다고 했나?
먹고 싶다고 그랬지, 부인?”
리카도르도 자연스레 일상적인 대화거리를 꺼내더니 손깍지를 끼었다.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같이 섬 구석구석을 쏘다니는 것은 즐거웠다.
푸르렀던 하늘이 물감이라도 부은 듯 어느새 어둡게 물들고, 닭꼬치를 먹으며 길가를 거닐던 슈페나가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벌써 밤이네.”
리카도르는 그런 슈페나의 머리칼을 애정 어린 손길로 헝클이며 이야기했다.
“이만 숙소로 돌아가자.”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들어간 체드윅 가 소유의 별장 안.
슈페나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빠진 상황이었다.
“미쳤어, 슈페나 체드윅!”
먼저 씻은 슈페나는 침대 위에 걸 터앉아 제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귓가에는 쏴아, 리카도르가 씻고 있는 소리만이 맴돌았다.
결혼, 여행, 부부.
그리고 밤.
이 네 가지 단어에 마구니가 단단히 끼어버렸다.
그러던 슈페나가 후우후우,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여장부가 여행을 왔으면 칼로 무라도 베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난 아주 정상적이라고.’
슈페나는 머릿속에 가득 찬 마구 니를 이번에는 기꺼이 받아들이며 부끄러움에 베개를 팡팡 두들겼다.
그러던 순간.
끼익, 문소리와 함께 리카도르가방으로 들어왔다.
대충 커다란 타월 하나만 걸친 다 부진 리카도르의 모습.
새하얀 머리칼을 터는 그에게선 특유의 달처럼 선선한 체향과 섞인 은은한 샴푸 냄새가 났다.
보기 좋게 자리 잡힌 잔근육을 타고 투명한 물이 뚝뚝, 떨어져 흘렀다.
‘너무 야해!’
그에 따라 슈페나의 안면근육도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이, 이제 잘까?”
그녀는 당혹스러움에 이불을 뒤집어쓰곤 마음에도 없는 건전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리카도르가 이불을 들추곤 슈페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슈페나의 턱을 쥔 손가락이 살짝 경직되어있는 입술을 조심스레 쓸었다.
“졸려?”
그녀의 입술이 멍청하게 벌어졌다.
“……아.”
그 대답이 신호가 되어 리카도르가 슈페나의 숨을 머금으며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 서로를 탐하는 데에 열중하던 찰나.
그는 어딘가 억눌린 듯한 어조로 슈페나를 불렀다.
“…부인.”
“응?”
리카도르가 제 허리에 부적절하게 놓인 슈페나의 손을 잡아떼며 곤란하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나, 그, 허리.”
“허리? 앗, 허리는 안 되지! 그렇지!”
슈페나는 화들짝 리카도르에게서 멀어졌다.
큼, 남자에게는 여자에게는 허리는 중요하니까.
특히 이런 야심한 밤에는 더더욱.
그녀는 음흉해진 얼굴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대신 리카도르를 염려 했다.
“그… 아파?”
“아니. 그게 아니라 부인이 건드리는 바람에…….”
리카도르는 힐끗 제 아래를 바라보았다.
덩달아 그 시선을 따르던 슈페나의 얼굴도 화르륵, 불타올랐다.
그 둘의 입술이 다시금 포개어졌다.
방 안에는 후덥지근한 공기만이 가득했다.
슈페나가 가쁜 숨을 고르며 리카도르의 가슴팍을 슬쩍 밀어내었다.
“리카도르, 우리 불 좀 끌까….”
“그럴 여유 없어, 슈페나 체드윅.”
그는 슈페나의 목에 얼굴을 묻곤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밤은 깊어만 갔다.
여행 내내.
그리 여러모로 알찼던 여행을 마치고.
거의 한 달이 지난 시점.
슈페나와 리카도르 사이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리카도르,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잘 먹던 고기를 가리질 않나, 속이 울렁거린다고 하질 않나, 갑자기 안좋아하던 샐러드를 찾질 않나.
리카도르의 상태가 좀 안 좋았으니까.
다행히 슈페나는 멀쩡했다.
‘여행을 다녀온 지도 좀 지나서 뭔가 배탈이 난 건 아닐 텐데.’
슈페나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진짜 이상하단 말이지. 어머님도 사자랑 새가 한꺼번에 날아드는 태몽 같은 꿈을 꾸셨다고 그러고.”
그 순간, 타이밍 좋게 리카도르가 헛구역질을 했다.
“윽, 우웩….”
급히 의사 선생님을 불러 진찰을 받아본 결과.
입덧이었다.
슈페나는 겨우 뒷말을 삼켜냈다.
“아니, 나도 멀쩡한데 어떻게…….”
당황도 잠시, 그 둘은 육아 준비에 돌입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긴 했으나, 싫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엄마가 된다니……!’
어떻게 이리 찾아와준 건지 감격이 들 정도로 깜짝 선물 같았다.
부족함 없이 사랑을 주고, 때론 엄하게 옳은 길로 바로잡아주는 그런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부모의 손길을 받으며 큰 적이 없었기에 더 긴장되고 기뻤다.
슈페나와 리카도르는 여러 육아서적을 탐독하며 좋은 부모가 될 채비를 차근차근해나갔다.
‘종족이 달라서 뭔가 불안하단 말이야.’
와
새와 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니.
흔한 경우가 아니었기에 더 신경써야 할 점이 많았다.
뭐, 다른 종족 간의 결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어서 참고할 자료는 있겠지만.
“찾았다.”
슈페나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책장을 넘겼다.
역사서를 뒤져보니 예전에 황조롱이 수인과 리트리버 수인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기록이 있더라고.
그래서 나온 아이가…….
개새.
아니, 개와 새의 형질을 반반 닮은 생김새를 지녔다지.
새의 날개처럼 커다란 귀를 가진 리트리버라서, 귀로 날아다녔다나 뭐라나.
‘그럼 우린 사자새인가.’
슈페나가 아직 편편한 배를 매만지며 리카도르를 올려다보았다.
“우리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는 슈페나의 배에 머리를 대곤 아직 들리지도 않을 태동을 듣는 척하며 어여쁘게 속삭였다.
“널 닮아 예쁘겠지, 슈페나.”
“난 내 남편을 닮아서 잘생긴 것도 좋을 듯한데.”
슈페나는 그런 리카도르를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행복하게 미소 지었다.
슈페나와 리카도르가 그려나갈 꿈은 이제 시작이었다.
백사자뉴토가문의 파랑새 마님-完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