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As The Daughter of a Lowly Concubine RAW novel - Chapter (114)
말단 후궁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114화(114/326)
“무슨 짓을 하려는지까지는 제대로 듣지는 못했답니다. 아무래도 엿듣는 걸로는 확실하지가 않지요. 하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는 낌새가 있던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찜찜한 소리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지요.”
“뭘?”
“‘그분이 계시니 우리가 실패할 리 없다.’라고 말이옵니다.”
“그분? 그게 누군데?”
“그저 그렇게만 칭하니 어찌 알겠사옵니까.”
“흐음.”
여기까지 들으면 대단한 정보는 없었다. 하지만 매향은 총명한 사람이었으니 굳이 옹주 자가를 불러낸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리고 사람도 돈도 많이 필요하다고 하며 큰돈이 들어오는 거래를 할 거라고 했습니다.”
“큰돈이 들어오는 거래?”
“예.”
매향은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기녀들을 못살게 굴며 ‘내가 이번에 성공하면 너 대신할 어린애들을 데려와서 너희를 낙적(落籍:기생 명부에서 이름을 지우는 것을 뜻한다.)시켜 주마’라고 기녀들에게 으스댔답니다.”
“그건…….”
해석하기 나름이긴 한데, 내가 요즘 인신매매 얘기 때문에 날카로워져서 바로 그쪽으로 사고가 튀는걸?
그리고 그건 매향이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명확한 증좌가 없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소인도 탐탁지 않습니다만. 그자들이 혹 사람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응…….”
기녀들 중에는 부모 손에 팔려 오는 아이들도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어제 말하길, 그들이 오늘 밤에 큰 거래를 한다고 했습니다.”
“큰 거래?”
“예.”
“오늘 밤?”
“예, 오늘이요. 그러니 오늘 꼭 와 주십사 한 것입니다.”
아, 그런가.
“그런데 왜 나에게 직접 와 달라고 하는 거야”
“이런 위험한 얘기를 아기씨가 아닌 누구에게 안심하고 전할 수 있겠사옵니까.”
“마음은 고맙지만 너무 위험한 일은 하지 말라고. 걸렸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 아냐”
“예. 아기씨. 조심하겠사옵니다.”
그리 말하며 매향은 그들의 대화에서 유추한 오늘 밤 거래 장소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이건 아무래도 궁으로 소식을 전해야 할 거 같은데…….’
포도청은 믿을 수가 없으니 세자를 직접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헛다리면 어쩌지. 아니, 하지만 인신매매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이미 세자의 귀에 들어갔을 테니. 이게 만약 교란책이 아니라면 유일한 단서일 수도 있어.’
그렇게 마음을 굳힌 나는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다.
“고마워, 매향이 덕분에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만 된다면 소인이 무얼 더 바라겠습니까.”
나는 기방에서 뛰쳐나와 밖에서 대기 중이던 소이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그게, 사실이옵니까?”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이미 내 옆에 있다가 불법 인신매매에 대해 접한 바가 있는 소이는 칠색 팔색을 했다.
“그럼 어찌하면 좋을까요.”
“소이, 먼저 궁으로 가서 오라버니에게 이 소식을 전해 줘. 말을 타고 가면 금방일 거야.”
“네? 먼저라니, 그럼 아기씨는요?”
“나는 혜민서에 내려 주고 가면 되잖아?”
위치상 다방골에서 궁으로 가는 도중에 혜민서가 있는 큰 길이 있었고 위치도 멀지 않았다.
지금 나를 태우고 궁에 가면 들어가는 절차가 좀 성가셔질 것이 뻔했다. 지금 나는 양인 복장을 하고 있었고 갈아입을 옷은 지금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말을 타고 출발한 소이는 혜민서로 가는 길목에서 나를 내려 주었다.
“아기씨, 제가 다시 올 때까지 꼭 혜민서에 계셔야 해요.”
“걱정 마. 여기 큰길인데 무슨 일이 있겠어? 얼른 가.”
어린아이 걸음으로도 먼 거리는 아니었으므로 나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
“또 왔어요?”
“하하…….”
“아기씨는 매일 오시지 않으니 다음에 다시 오시지요.”
“뭐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허드렛일이라도…….”
“괜찮습니다.”
얼굴은 예쁘지만 태도는 단호하기 그지없는 혜민서 의녀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천호는 쓸쓸하게 돌아섰다.
숙부는, 그놈들이 아무래도 수상하니 접근해서 좀 더 정보를 알아내 보겠다며 또 그 수상한 놈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었다.
영 질이 안 좋은 놈들이니 따라올 거 없다며 천호를 따돌렸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고.
덕분에 남는 시간에 아기씨를 만나기 위해 혜민서를 찾았으나 아기씨는 의외로 만나기 힘들었다.
우연히 두 번이나 마주쳤으니, 또 금방 쉽게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그렇게 혜민서 앞을 서성거리던 천호는 저 앞에서 다가오는 어린아이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내가 잘못 봤나…….’
지금 저 아이가 자신이 찾는 그 얼굴이 맞는 것 같은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옷이 허름하다.
옷이 좀 바뀌었다고 귀여운 얼굴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지만…… 게다가 위험하게 또 혼자이기까지.
잔소리를 좀 해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큰 손이 아이를 잡아끌었다.
“꺄악-”
“어휴, 이 꼬맹이가 아비 속을 얼마나 썩이는지!”
여자아이의 비명에 잠시 시선을 주었던 사람들은 사내의 말에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사내는 아이의 입을 막은 뒤 허리에 끼고 순식간에 달려갔다.
“?”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게 무슨 일이야.’
나 지금, 길 한복판에서 납치당한 거야???
반항해 봤지만 내가 아무리 힘이 좋아도 체격에서 이길 방도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와 달라고 버둥거려 봤자 납치범이 적당히 지어낸 이름을 부르며 내 부모인 척을 하니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여간 부모라면 자식을 막 다뤄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문제였다.
‘아버지가 그러면 안 된다고 했지!’를 하고 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나를 데리고 후다닥 뛰어가 어느 민가에 들어간 사내는 내가 소리 지르지 못하도록 입부터 막고 손발을 꽁꽁 묶어 어딘가에 밀어 넣었다.
눈을 가리지 않았으므로, 지금 나를 납치한 게 그때 나를 납치했던 그 남자라는 사실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망할 꼬맹이를 그런 데서 볼 줄은 몰랐지.”
“으으으읍!”
“우리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네가 날 납치한 게 문제일 텐데? 고생은 누가 했는데.
그때 납치범의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지난번에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 같았다.
“뭐야, 그 아이는 또?”
“지난번의 그 아이입니다. 어찌 된 건지 다방골 기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따라가 잡아 왔습니다.”
설마 이놈들이 아직 기방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을 줄이야. 소이가 나를 태우고 가는 동안은 길에 사람도 많아 그리 속도를 내지 않았는데 그 덕분에 따라잡힌 모양이었다.
“이 아이가 그때 그 아이라고?”
“예, 그때 제 얼굴을 봤으니 그대로 놔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한동안 사람을 함부로 해치지 말라는 명이 있었지 않나.”
어? 그날은 없애 버린다고 하더니 뭔가 바뀌었나?
나는 숨을 고르며 귀를 기울였다.
“그때는 반가의 여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방에서 나온 걸 보면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흐음. 동기(童妓)가 몰래 돌아다니기라도 했던 건가…….”
“아마 어느 집 얼녀(孼女)나, 기녀의 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방 앞에서 어떤 여인이 말을 태워 주고 길에 내려 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 납치범은 지난번에 소이 얼굴을 봤을 텐데, 말하는 걸 보니 이번에는 소이의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날 없애라고 했던 사람 목소리는 안 들리는데 다른 곳에 있나?’
사내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차라리 잘됐군. 고작해야 아직 어린아이 아닌가. 가능한 멀리로 팔아 버리면 어찌 알겠나. 안 그래도 마땅한 여자아이를 찾기 힘들었는데 잘됐군. 기방에서 좋아할 거 같은데.”
“하긴 요새 도성 근방에서는 그놈의 시영원인지 뭔지 때문에 여자애들이 씨가 말랐다고 기방에서 한탄하던데 잘됐군요. 뭐 다른 지역 아이와 바꾸면 문제도 없을 테고.”
저런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네. 이런 데서 시영원 만든 보람을 느끼다니.
어쨌든 말하는 걸 보면 당장 죽이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좋은 일은 아니었다.
대화가 끝난 유괴범 일행이 나를 밀어 넣은 곳은 아무래도 이중 구조로 되어 있는 수레 같았다.
조용히 하라고 내게 겁을 준 후 내 주변을 닭장 같은 것으로 채운 후 문까지 닫으니, 내가 움직여서 내는 소리 정도로는 밖에서 다른 사람이 알아챌 것 같지 않았다.
아마 나같이 납치된 아이나, 불법적인 물건을 운송할 때 쓰는 모양인지 어린아이가 앉아 있을 공간은 충분했다.
‘……그러니까 이거, 나도 노예장에 팔겠다는 거지?’
어린아이니까 자기 신분 증명하기도 어렵고, 설령 가족이 있다고 해도 몇 년 지나면 제대로 기억 못 할 가능성이 높고.
하는 짓을 보니 이번이 첫 범행일 거 같지는 않았다.
어휴, 나라 꼴 잘 돌아간다.
한참을 묵묵히 수레를 끌며 가끔 누군가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사내들은 얼마 후 긴장이 풀린 듯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닭 소리 때문에 시끄러웠지만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대화 소리는 그럭저럭 들렸다.
“도성을 벗어났으니 이제 좀 편하게 가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긴장을 풀고 다니니 늘 문제만 일어나지.”
그 말에 납치 실행범이 찔리는지 새삼 날 들먹였다.
“그런데 이 아이, 뒤를 좀 캐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캐 본다고 저런 조그만 어린애가 뭘 알기야 하겠어?”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오히려 양반가 여식이면 골치 아파지지 않겠습니까.”
“양반가 여식이 이러고 돌아다니겠나? 기껏해야 어미가 기생인 얼자거나…… 아니면 저것도 빚에 팔렸을 수도 있겠지.”
“나중에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지 않겠습니까.”
두 사람은 내 신분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었지만 이건 이것대로 대답하기 곤란했다.
이미 납치까지 저지른 판인데 반가의 여식이라고 생각하면 또 어떤 방법으로 입을 막으려 들지 몰랐다.
만약 뭔가 묻는다면 내가 뭐라고 확답을 주는 것보다는 어느 쪽인지 적당히 넘어가는 게 나았다. 그래야 갈팡질팡하지.
‘살아남는 게 먼저다. 수상쩍게 보여선 안 돼. 이 나이 또래 아이가 납치당했을 때 일반적인 반응은…….’
그런 이유로, 얼마 후 수레가 멈추고 남자들이 문을 열었을 때 나는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고 있었다.
“후으으…….”
“…….”
“네가 발도 묶어 놨으니 애들 알아서 내려줘라.”
“예.”
밖으로 나오니 눈이 부셔서 처음에는 여기가 어딘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지만 상당히 외진 곳에 있는 건물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용도도 일목요연했다.
나무로 된 감옥 안에 사람들이 여럿 들어 있었으니까.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감옥에 들어가지 않을까 했는데 이 사람들은 뜻밖에 나를 외진 광으로 데려갔다.
아니 툭하면 사람을 광에다 가두고!
물론 목적은 뻔했다.
사내들은 내 입을 막아 놓은 것을 풀어 주고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으나 입이 자유로워진 내가 꺽꺽거리며 울기만 하자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방 포기했다.
“사려, 살려 주세여어…… 히끅, 콜록콜록! 어, 엄마아아아!”
“아니, 지난번엔 안 이랬……던 거 같은데……?”
납치범은 자신의 기억을 불신하며 의아해했다. 그리고 납치범의 일당은 그런 사내의 기억력을 불신했다.
“너 혹시 사람을 잘못 보고 데려온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