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As The Daughter of a Lowly Concubine RAW novel - Chapter (134)
말단 후궁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134화(134/326)
까악-!
“오…….”
나이스 샷.
갑자기 날아온 돌에 맞은 까마귀는 놀란 듯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와. 잘 맞히네.”
“착호군도 기본적으로는 사냥꾼이니까요.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배웠거든요.”
“잘했어. 잘했어.”
천호를 칭찬해 준 나는 아기 고양이 쪽으로 팔을 휘저으며 소리를 질렀다.
“꼬마야, 이리 내려와.”
냐앙-
“이름이 꼬마입니까?”
“아~ 고양이가 한둘이 아니라서 이름도 가물가물하는데 쟤는 오라버니가 아끼는 녀석이 낳은 아이라 그냥 꼬마라고 부르고 있거든.”
게다가 요즘 밖에도 못 나가고 방바닥만 뒹구니까 가끔 가서 고양이들과 놀아 주고 오곤 했는데, 저 쪼그만 녀석은 나를 좀 잘 따라서 꼬마라고 부르며 귀여워해 주고 있었다.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라 평소엔 부르면 왔는데. 까마귀 때문에 겁을 먹은 건지 움직이지는 않는 게 영 불안해 보였다.
혹시 어디 다쳐서 못 움직이는 건 아니겠지?
“천호도 저기까지는 손이 안 닿지?”
“무리가 있지요. 게다가 제가 잘못 자극하면 더 높이 올라가려고 할지도 모르고요.”
“으음. 할 수 없나.”
아기 고양이가 있는 나뭇가지의 높이를 가늠해 보던 나는 천호에게 요청했다.
“나를 들어서 고양이 있는 데로 올려 줘.”
“예?”
“어서.”
“아니, 하지만 왕족의 귀체에 감히 손을…….”
“성 겸사복도 8년 전에는 그런 소리를 했었지.”
너는 몇 년 필요하냐는 내 말에 옆에 있던 소이와 다른 궁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듯 고개를 돌렸던 천호는 곧 말없이 고개만 절레절레 젓는 내 궁녀들을 마주하고는 한숨과 함께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얘야. 포기하면 편하단다.
“알겠습니다.”
“빨리빨리.”
그래도 불안한지 주변을 살피던 천호가 내 허리를 조심스럽게 붙잡아 위로 올렸다.
눈높이가 가까워지자, 부들부들 떨고 있는 꼬마의 모습이 보였다.
겁먹었구나. 그럴 만도 하지.
“자, 이리 온.”
냐옹-
망설이던 꼬마는 조심스레 내 손 위로 뛰어들었다.
“옳지.”
“잡았습니까?”
요 자그마한 게 뛰어들었다고 무게가 느껴지기라도 하는지, 천호는 내가 고양이를 안아 든 걸 금방 알아챘다.
나는 아직 떨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달래기 위해 조심조심 토닥이며 안정시켰다.
“응. 어, 근데.”
“예?”
“이거 재밌다.”
“네에?”
이거 시야가 높아서 좋네.
전에 세자가 들어 올렸을 때보다 더 높은 거 같기도 하고.
“저어기, 옹주 자가? 이제 내려드려도 될까요오.”
“어어. 쫌만 왼쪽으로 돌아 봐.”
내 말에 천호는 투덜거리면서도 조심조심 왼쪽으로 돌았다.
이 각도에서 보는 풍경도 나쁘지 않네.
“어휴.”
“아, 미안. 무거워?”
“옹주 자가를 무겁다고 할 정도면 저는 벌써 숙부님한테 맞아 죽었습니다.”
“아하하하.”
죄 없는 사람 벌세우는 거 같아 미안하니 슬슬 내려 달라고 말하는데, 고양이를 안고 있는 내 머리 위로 뜻밖의 검은 그림자가 날아들었다.
까악-
“엑?”
까마귀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시야가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것을 느꼈다.
“아……?”
“읏차. 송구합니다. 괜찮으십니까?”
“어…… 어?”
푸득. 푸드득.
천호의 반대쪽 손에는 까마귀 한 마리가 붙잡혀 있었다.
천호가 나를 한 손으로 붙잡은 채 뛰어올라, 까마귀를 남은 한 손으로 낚아챈 거다.
‘헐, 뭐야. 신기해.’
조금 재밌었다.
몸으로 놀아 주는 체대 삼촌 같은?
문득 수천이가 까마귀를 잡아 준 일이 생각났다.
예전에 수천이는 어려서 그런가, 두 손으로 잡았는데, 천호는 한 손으로도 제압을 하네?
‘뭐, 몸만 보면 성인보다 크니까.’
……그러고 보니 좀, 닮은 거 같기도 하네.
생각해 보니 나이도 비슷한 거 같고.
수천이도 전망이 밝은 얼굴이었는데 천호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궁녀들도 은근히 천호가 오는 것을 반기는 눈치였다.
“송구합니다. 놀라지 않으셨습니까?”
“음. 좀 재밌었어.”
“아니…… 재밌어하지 마시구요…….”
천호가 까마귀를 붙잡은 채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 주자 나는 내 품에서 작게 냐앙- 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주장하는 새끼 고양이의 상태를 살폈다.
“어디 보자, 다치지는 않았나?”
냐아-
꼬마가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썼기에 그냥 놔두기로 했다. 일단 만져 보니 피가 난 곳은 없는 것 같고. 진정부터 시켜야지.
‘이 작은 게 저 커다란 놈에게 습격당했으니 무서웠겠지.’
그러게 세자 처소에서 잘 놀고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여기까지 왔담.
까마귀가 천호의 커다란 손에 잡혀 푸드득거리는 걸 보고 있자니, 또 뭔가……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를락 말락 했다.
‘내 인생…… 참 험난해.’
아니, 그래도 만약 세화가 여주가 맞다면 나도 이제 좀 편해지겠지.
어린아이 몸에서 벗어나고 나면 적어도 까마귀한테 위협받는 일은 없을 테고.
‘무엇보다 고난과 극복은 주인공의 몫이니까.’
나는 이제 메인스트림을 벗어나 돈이나 벌면서 평화로운 엑스트라의 삶을 영위하면 되는 거다.
평균적으로 평온한 옹주의 삶을 살자고!!
“옹주 자가?”
“아.”
잠시 딴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천호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송구합니다. 한참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아니, 잠깐 뭐 생각할 게 있어서. 왜?”
“이 녀석은 어찌할까요?”
천호의 손에 붙잡혀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는 까마귀는 어쩐지 아직도 고양이를 노리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품 안에 있는 고양이를 숨겼다.
그나저나 저걸 어쩐다. 이대로 풀어 주면 또 귀찮게 굴 거 같고.
“으음. 멀리 다른 데다 풀어 줘도 결국 여기도 돌아오겠지?”
“새들은 이동 반경이 넓으니까요.”
“어디 새장에다 가둬 두었다 풀어 줄까.”
아직 어린 아기 고양이가 있으니 영 불안한데.
“못해도 아기 고양이가 좀 자랄 때까지만이라도 가둬 두면 좋을 텐데.”
물론 다른 까마귀도 있겠지만 이렇게 사람한테까지 달려드는 겁 없는 까마귀가 흔하진 않을 거 같았다. 나는 전생에 몇 번 본 적 있는 까마귀를 떠올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까마귀가 들어갈 만한 새장이 궁 안에 있을까?”
“선대왕 전하께서 매를 키우셨다고 들었으니 어딘가에 있을 듯하옵니다.”
“찾아보겠사옵니다.”
“음. 없으면 굳이 만들라고 할 필요까지는 없어. 적당히 가둬 두었다 풀어 주자고.”
하지만 선대왕 중에 매를 키우는 취미가 있던 사람이 있었다면 확실히 어디 있을 것도 같았다.
그나저나 당장은 어쩐다. 까마귀도 보기보다 힘이 세서 들고 가게 하기는 힘들 거 같고.
“일단 어디 자루 같은 데다 넣어 놓자.”
“하하. 제가 계속 붙잡고 있기는 좀 그렇죠. 놓치면 어쩐지 옹주 자가께 달려들 거 같고.”
“그러게.”
웃으며 대답한 나는 까마귀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한 대 때려 주고 싶어서.”
까악-
“……참으세요.”
말을 알아들은 듯 까마귀가 빽빽거렸다.
후후, 하지만 너는 지금 저항할 수 없지. 이것이 바로 권력의 힘이란다.
“그러고 보니 한번 만져 보고 싶기는 했는데…….”
살면서 딱히 새를 만져 본 일이 없는 내가 모처럼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는데 방해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란이냐.”
“세자 저하.”
천호는 까마귀를 제압한 상태로 세자에게 예를 표했다.
궁을 드나들게 되면서 느낀 건데, 이 녀석 은근히 예의범절에 익숙해 보인단 말이지.
‘말하는 거 보면 어릴 적부터 숙부랑 산에서 지낸 거 같은데 누구한테서 그런 걸 배웠지?’
그 착호군 출신이라는 숙부도 혹시 몰락한 양반 출신이라도 되나.
문득 예전 성현 세자의 곁에 꼭 붙어 있던 연선오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혹시 아는 사이일…… 리는 없겠지?’
조선팔도에 널리고 깔린 게 호랑이이니. 착호군이라고 다 아는 사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세자의 예장이 끝나고 떠나기 전에 한번 인사는 하고 보내고 싶었는데…….
내가 독을 먹고 사경을 헤매는 사이 좌세마는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내가 깨어날 때까지 도성에 머물렀을지도 모르지만 막 깨어났을 당시에는 나도 경황이 없었고.
결국 다시 본 적은 없지만 다시 익위사에 들어오기 전처럼 착호군으로 들어갔을 거 같지는 않았다.
기껏 승진했는데 예전 직장으로 돌아가는 걸 반기는 사람은 없겠지.
그래도 익위사에서 오래 일했으니 모아 놓은 재산도 있을 테고,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지 않을까. 성원 세자의 성품을 생각했을 때 자기 최측근에게 재물을 아꼈을 거 같지는 않았다.
돈이 있다고 본인이 마음 편히 잘 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
“까마귀가 고양이를 공격해서 천호가 잡아 준 참입니다.”
“까마귀가? 아…… 옹주는 예전에도 까마귀에게 습격받은 적이 있었지.”
“미수였다고요.”
세자도 까마귀 때문에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묘하게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음. 아무래도 그 아가씨는 벌써 만났을지도 모르는데.
‘8년이나 지났으니 겨우 2번 만난 사람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지.’
아마 지화도 길에서 세자를 만나면 못 알아볼걸.
“이런 아기 고양이는 까마귀한테도 위협받으니까 방에 잘 모셔 놓으시라고요.”
“고양이는 밖을 뛰놀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꼬마는 널 찾아 나왔을 텐데 매정하구나.”
“몇 번이나 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