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As The Daughter of a Lowly Concubine RAW novel - Chapter (140)
말단 후궁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140화(140/326)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내 가게에서?”
“…….”
고급화한 만큼 내 이름값을 쓸 예정이었다. 말하자면 대외적으로는 옹주 자가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연극이나 연주를 중심으로 공연을 하는 곳으로, 옹주 자가가 원할 때면 언제든 마음대로 공연을 보기 위해 만든 공간이었다.
다만 여러 사람을 위해 공개해 주었을 뿐이고, 일하는 사람들이 차와 다과를 판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
심지어 지난번 납치 사건으로 수영 옹주가 저자를 돌아다닌다는 사실이 공식화된 상황.
옹주 자가가 와 있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행패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간이 큰 인물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요금이 저렴할 예정도 아니었고.
돈을 내는 만큼 어느 정도는 체면을 차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신분에 상관없이 받을 거지만 1층은 조금 저렴하게 하고, 2층은 개별실 개념으로 만들어서 좀 더 고급스럽게 할 거야.”
“하지만 무대가 가까워야 더 잘 들릴 텐데, 그럼 위쪽보다는 아래쪽이 더 좋은 자리가 아닙니까?”
“그건 평범하게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의 관점이고, 양반님네들은 남들과는 다르게 우월하게 내려다보고 싶어 한단 말이야.”
“……아니, 옹주 자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나는 이미 높으신 분이라 새삼 내려다보지 않아도 괜찮아.”
나보다 높으신 분이 조선 땅에 그리 흔치 않았다. 물론 나도 기본적인 예의까지는 좀 지켜 줘야 할 사람은 많지만.
“그으……렇군요.”
“내가 걸어 다니든, 가마를 타고 다니든 내 신분이 변하는 게 아니라고. 내가 천민들 옷을 입은 채로 납치당했다고 납치범이 왕족 납치범이 아니게 되는 것이 아니거든.”
“옳으신 말씀입니다.”
천호는 애매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종업원들은 모두 시영원 학당에서 교육받은 아이들로, 예의범절을 제대로 배운 애들 중에서 추려서 일을 시킬 거야.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무예를 좀 제대로 익힌 애들도 배치해 둬야지…… 그러고 보니 천호가 보기에 시영원 애들은 어때?”
“어떻냐고 하셔도…… 어떤 의미로 말씀이십니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실전 가능해 보여? 외부인의 관점으로 듣고 싶거든.”
“으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다들 간단한 호신술 수준은 하는 것 같았습니다만 그 선생님이라는 분들 외에도 제대로 무예를 익힌 사람들도 일부 있더군요. 그 사람들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흠. 그 정도면 됐어.”
“하지만 실력은 어쨌든 상대가 양반이면 함부로 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으음. 요즘에는 의외로 학당에 몰락한 양반 가문 애들도 온다더라고. 특히 무반 집안 아이들도 의외로 있거든. 그 애들을 고용하려고.”
“네? 양반가 자제들이 일을 할 리가? 아. 양반가 아가씨들요? 아니 하지만 그건 좀…….”
이놈의 나라는 뭐가 잘못된 건지 다 큰 사내놈들이 돈 버는 일을 안 하는 게 상식이람.
“아무리 그래도 양반가 아가씨들한테 남자 손님들 접객을 시킨다고 하면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들걸.”
“네?”
과격한 표현에 내 말을 듣고 있던 소이와 천호가 당황한 얼굴을 했기에 설명을 덧붙였다.
“과장된 표현이란다.”
“네.”
“예.”
“뭐, 일을 한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녀석들도 있지만 귀하신 분을 돕는다고 하면 다들 거부감이 없으니까. 수업료 대신에.”
“네?”
“말하자면 근로 장학생! 그 애들은 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 옹주 자가의 손님을 대접하는 거거든!”
“아니…… 네?”
공부한다고 모인 서원에서 유생들이 기생 불러다 노는 거에 비하면 얼마나 건전해.
게다가 대기하는 동안은 그 애들도 맘껏 노래와 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잘만 하면 방문하는 높으신 분들의 눈에 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자 눈빛이 변하는 아이들도 있었다지.’
건물은 의외로 크게 지어서 남녀손님은 각자 성별에 맞춘 직원이 안내하고 시중을 들도록 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건전 그 자체!
업주가 옹주 자가인데 불법 퇴폐 영업 따위는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의 이 노력은 새로운 일을 끌고 왔다.
***
모처럼 단란하게 가족이 모여 차를 마시고 있을 때, 세자가 말을 꺼냈다.
“이번에 두창이 퍼진 시발점이 기방이었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래. 나 역시 그리 들었다.”
역학조사 결과 두창은 기녀를 집으로 불러 잔치를 했던 어느 집안 중 하나에서 시작됐다.
집주인은 지방에서 온 손님들에게도 도성의 기녀들을 선보여 주고 싶다고 기녀들을 불렀는데, 그 손님들 중에 두창 환자와 접촉했던 사람이 있어 부주의하게 병을 퍼트린 셈이었다.
덕분에 그 잔치에 참석했던 사람과 하인들 중에도 두창에 걸린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알다시피 그렇게 전해진 두창은 기방에 퍼졌고, 조금만 대처가 늦었으면 기방에 방문한 사람들을 통해 더 널리 퍼질 뻔했다.
“두창만이 아니라 기방을 통해 전염병이 전파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겠습니까.”
세자는 그렇게 말하며 묘하게 내 눈치를 보았다.
보아하니 내 앞에서 할 얘기가 아닌 거 같은데?
‘성병 얘기인가…….’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 앞에서 할 얘기가 아니긴 한데…… 너도 안 갔잖아.
건전하고 순결한 로맨스 소설 남주야.
어쨌든 세자는 세자 된 도리로 할 말을 다 했다.
“기방을 불건전하게 운영하는 것을 바꾸고 싶습니다.”
“어찌 말이냐.”
“마침 기방에서 두창이 퍼진 일로 기방을 찾는 이들이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두창도 두창인데 우두를 접종한 기녀들이 찜찜하다고 피하는 사람도 꽤 많았다.
어찌 되었든 기방의 주수입이 끊긴 셈이었다.
그래도 시영원 놀이터에서 공연을 하고 있어서 그럭저럭 수입을 얻는 모양이었지만.
“그리고 시아가 새로 공연할 수 있는 다방(茶房)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음. 시아가 너무 바쁜 것 같아 아비로서는 조금 걱정이로구나.”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놀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사옵니까.”
아니, 시영원에…… 사람이 자꾸 늘어…… 인간들이 왜 자꾸 들어오는 거야.
분명 처음에는 공부하기 싫다고 안 들어오는 인간들이 많았는데 시영원이 좀 정착되고 나니까 너도나도 들어오려고 난리였다.
듣기로는 질 안 좋은 놈들이 들어오려고 해서 몇 번 소란이 있었다는데, 이제는 전직 체탐인들이 나설 것도 없이 그냥…… 어릴 적부터 무예를 잘 배운 아이들 선에서 적당히 정리되었다고 한다.
정리된 놈들은 며칠간 집중적으로 정신교육을 했다는데 정확한 사정까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농사는 지을 수 있을 정도로 갱생시켰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가르쳐 줘.
어쨌든 그동안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가르친 보람이 있었다, 정말…….
‘사실 대부분은 초등학생들 태권도 검은 띠 같은 느낌이지만.’
참고로 실제로 잘하는 애들은 검은 띠를 주고 있긴 하다.
그런 진급 제도가 애들 성취감에 좋다는 얘길 어디서 들은 거 같아서, 애들 무예 가르치는 초창기 때에 교육과정에 넣자고 내가 건의했었다.
그리고 충분한 월급을 받고 있는 고용인들은 고용주의 까다롭지 않은 의견을 스무스하게 받아들였고.
이제는 다들 알아서 학업 능률을 올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다들 조금씩 고민하며 훈훈하게 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강을 해쳐서는 아니 된다.”
“심려 끼쳐 드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겠사옵니다.”
“시아가 생각보다 건강하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아바마마.”
세자의 말에 나는 약간의 불안함을 느꼈다.
뭐지? 평소라면 저놈도 뭔가 구실을 잡아 나를 구박했을 텐데 오늘 뭐가 이상했다.
“실은 소자가 이번에 기녀들에 관한 일로 시아의 도움을 좀 받을까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시아에게 말이냐.”
“예. 시아가 요즘 기녀들에게 공연할 수 있는 장소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흠. 그래. 나도 시영원 인근에서도 연극과 공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누가 그런 얘길 주상 전하께 전하는 거죠.
“기녀를 술자리에 부르는 것보다는 그렇게 대중에게 공연을 하도록 하는 편이 더 건전하게 운영할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흐음. 세자의 말이 옳구나.”
“마침 두창으로 인해 기방을 찾는 이들이 많지 않다 들었사옵니다. 이번 기회에 구조를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겨지옵니다. 한양에서 먼저 시작하여 다른 지방에서도 따르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 꽤 건설적인 생각이네.
뒤로 무슨 짓을 하는 지까지는 완전히 단속할 수 없을지 몰라도 대놓고 기방을 운영하는 폐해를 없애는 시도를 해 보겠다는 뜻이었다.
“세자 저하의 뜻은 알겠사오나 소녀가 무엇을 도울 수 있겠사옵니까?”
“기녀들을 관리하는 일은 수영 옹주에게 맡기는 것이 어떨까 싶사옵니다.”
왓더? 나에게, 일을 더 떠넘기겠다고? 그걸 왜 나에게??
“듣자 하니 기녀들이 이번 두창에 관한 대처와 지금 공연장을 빌려주는 일로 옹주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합니다. 이미 기녀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옹주가 기녀들을 관리한다는데 감히 기녀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수영 옹주가 있는 이상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겠사옵니까.”
이 자식 은근슬쩍 호칭이 시아에서 수영 옹주로 바뀌었는데.
요는 관리 감독을 나한테 맡기면 돈 있는 양반이라도 뒷돈 주고 기녀를 빼돌리기 어려울 거란 뜻이었다.
기녀를 함부로 다루는 것을 원천 봉쇄해 보겠다는 말이기도 하고.
‘하지만 도성 내에서나 가능하지, 지방에서는 어려울 텐데.’
도성 내의 기녀들은 내가 손을 떼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내 보호 하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다른 지방은 얘기가 달랐다.
일단 도성 내에서만 시범적으로라도 해 보겠다는 뜻인가. 하긴 눈 가리고 아웅이더라도 좀 바꾸는 게 낫긴 하지.
도성에서 제도적으로 실험해 본 후 지방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더 확실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시키죠. 적당한 신하들한테 시켜야 할 거 아냐!
“세자 저하의 뜻은 알겠사오나 아직 어린 소녀에게는 너무 과한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옹주가 총명하고 덕이 높으니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옹주도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
나는 갑자기 나에게 일을 떠넘기는 괘씸한 혈육을 은근히 노려보았으나 세자는 당당했다.
저놈이 뭘 믿고 저러지…….
내가 의아해하는 것과 동시에 세자는 부왕에게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웃는 낯으로 나를 보며 입을 뻥긋거렸다.
‘네가 기방도 간 거 아바마마도 아시니?’
아니, 저놈이??
내가 납치당했었다는 사실은 모두 아는 사실이었지만, 기방에 몰래 갔다가 나오는 길에 일어난 일이었다는 사실은 세자만이 알고 있는 사실로 부왕은 아직 몰랐다.
만일 부왕이 알게 되면 내가 돌아다니기가 더 성가셔질 거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
그러니 들키고 싶지 않으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뜻이었다.
내게 선택지는 없었다.
네 이놈…… 두고 보자……!
나는 이를 꽉 깨물고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세자 저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어찌 소녀가 아니 된다고 할 수 있겠사옵니까. 미력한 힘이나마 대리청정 중인 세자 저하의 보탬이 될까 하옵니다.”
‘이 자식 많이 영악해졌네.’
옛날에는 너무 고지식해서 걱정이었는데…… 이제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모양이었다.
부왕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온화한 얼굴로 충격 발언을 했다.
“세자와 옹주가 이리 총명하고, 우애가 좋으니 이 아비가 내일 당장 보위를 물려주어도 걱정할 것이 없겠구나.”
우애가 뭔 상관인데!
“아바마마, 어찌 그런 무서우신 말씀을 하시옵니다. 부디 거두어 주시옵소서.”
“그렇사옵니다, 아바마마. 아바마마께서 아니 보시는 곳에서 세자 저하가 소녀를 얼마나 놀리는지 아시옵니까.”
“하하. 그래? 세자가 동생 앞에서만은 짓궂은 장난도 치는 모양이로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심심하면 연애나 할 것이지. 할 일이 없어서 어린 동생이나 핍박하고.
부왕의 폭탄 발언은 다행히 조금 과한 농담으로 흘려보낼 수 있었다.
왕의 성격에 따라서는 여기서 처신 잘못하면 빠른 인생 로그아웃을 겪을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부왕은 그렇게까지 비뚤어진 인성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뭐, 아들이 하나뿐이기도 했고.
‘그러고 보니 세자도 어떻게 여주랑 좀 만나야 할 텐데…….’
아직 두창에 걸린 사람이 남아 있고, 종두법에 대해 전파하고 있어 세화는 바빴다.
당연하고 슬프게도 세자는 1년 365일 바쁜 사람이고.
물론 음력으로는 365일이 아니라 354일하고…… 8시간…… 하고 음…… 어쨌든 그렇지만.
역법(曆法)은 수재 천재들이나 하는 거지, 나 같은 일반인이 건들 분야가 아니다!
‘아무튼 둘이 만나야 썸을 타든 연애를 하든 할 텐데…….’
그나마 연극 덕분에 우리 쭉정이 세자가 고X라는 소문 대신 다른 소문이 퍼지고 있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근자에 세자에 대한 재밌는 소문을 들었는데 세자도 알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