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As The Daughter of a Lowly Concubine RAW novel - Chapter (222)
말단 후궁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222화(222/326)
“시영원 분원들이 이렇게 나라에 도움이 되고 있는데 빨리 다른 지역까지 진출해야지. 아직 위아래로 먼 지역들은 건물도 다 못 지었다니까?”
“사람도 없다고 하더니 괜찮겠느냐.”
“그래서 돈이 필요한 거죠.”
내가 손을 내밀자 세자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뭐. 왜. 뭐.
“그래. 뭐 사실 이쯤 되면 관직 내려서 녹봉이라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구나.”
“말해 두지만 어느 지역, 어느 분원이든 시영원 핵심 인력은 대부분 여자들이거든요.”
“괜히 위험한 일에 얽혀 위협받지 않을까 걱정이구나.”
“경호 인원이 적지 않기도 하고, 바지사장…… 아니, 종친 아가씨들이 두 명씩 배치되어 있잖아요.”
아무리 뒤에서 찧고 까불어도 종친 앞에서 혀를 함부로 놀릴 수 있는 놈은 없었다.
왕가가 오랜 세월 신비주의 전략, 아니 권위를 유지해 온 덕분이었다.
‘내가 너무 깨고 있어서 문제 같은데…….’
사실 어떤 의미로는 나만큼 신비로운 존재가 없긴 하다만…….
“어사 파견은 파견이고, 그 외에도 새로운 소식들도 있는데 좀 볼래?”
“이건 신문으로 내는 건 아닌 거지?”
“응. 그냥 나한테 온 것 중에 오라버니가 흥미로워할 만한 것들 적당히 추린 거야,”
물론 내가 쓰진 않았고.
내가 받은 서한에서 표시를 해 두면 그걸 내 궁녀들이 정리해서 깨끗한 글씨로 베껴서 세자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탐관오리와는 별개로 아무튼 신문 사업은 탄력을 받고 있었고, 덕분에 이래저래 활용하기가 좋았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우두(牛痘)에 관해 신문에 기사를 냈더구나.”
“응. 두창이 다시 번지기 시작했다는데 종두법으로 우두를 접종받은 사람들은 다들 멀쩡해서 간증 글을 싣기로 했지.”
입소문 같은 불확실한 것에 기댈 필요가 있을까요?
이렇게 확실한 선전 방법이 있는데!
역시 신문 사업의 확장은 이점이 많았다.
‘분점 늘리는 거랑, 정보 분류랑, 해야 할 일이 많군…….’
***
그렇게 확장된 사업들 때문에 옹주가 바쁜 사이, 시영원에서는 다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기씨께 말씀드려야 할까요?”
“바쁘신 아기씨를 너무 번거롭게 하는 게 아닐까.”
모여 있는 이들은 대부분 시영원 개원 초창기부터 시영원에 있던 인물들로, 수영 옹주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민 상궁과 체탐인들, 그리고 이제는 선생님 소리를 듣게 된 아이들까지.
시영원 운영에 관한 상의를 할 때 주로 모이는 인원들이었다.
“하지만 이거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시영원 식구들을 일부러 끌어들인 게 너무 뻔히 보이잖아요.”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찜찜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대부분 별문제 없이 조용히 넘어간 모양이니까요.”
시영원 인구가 많은 만큼 전수 조사에 시간이 걸렸지만, 도박장에, 정확히 말하면 그 새로 생겼다는 식당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연관된 얘기를 듣고 실제 방문까지 했다고 답했다.
어찌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시영원 아이들은 시영 공원이나 시월각에 출입하며 그런 공연 문화에 익숙해져 있으니, 새로운 곳에 호기심이 생겨 가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대부분은 그냥 공연만 보고 ‘앗, 기대한 것보다 좀 별로네.’라고 느껴 재방문하지 않았을 뿐이고.
시영원 내에서 의외로 소문이 돌지 않았던 것도 단순한 이유였다.
“경쟁 업체에 간 것이 민망해서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니…….”
“다들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지요.”
“그 정도 일로 누가 뭐라고 하진 않을 텐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들 어렵지 않게 납득했다.
가족이 일하는 가게가 아닌 다른 곳에 갔다는 것도 있지만, 어쩐지 자신들을 키워 준 아기씨를 배신하는 기분이 들어 죄책감이 들었단다.
사실 확인 겸 대조를 위해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절도 미수범들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끔 혼자 있을 때 벽에 머리를 박으며 ‘나 같은 놈은 죽어야 해.’ 하며 중얼거리는 모습이 목격되곤 했다고.
은행 절도 미수 사건은 아는 사람만 아는 일이라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이 걱정해 줄수록 양심이 찔려 다들 말없이 자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방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만, 시영원 관련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그런 식으로 극찬하는 소문을 들은 사람은 의외로 별로 없었다고요.”
옹주 자가의 관련 사업이 이리저리 뻗어 있다 보니 사업차 교류하는 외부 인력도 적지 않았다.
장씨의 세책방과 인쇄소도 말하자면 그런 케이스였다.
무슨 그 식당 단골들이 시영 공원이나 시월각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번화가에 있는 세책방이나 시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오히려 그 식당에 관련해서 그다지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니. 이상한 일이 아닌가.
게다가 그곳에 방문했을 때 시영원 사람이라는 티를 냈던 이들 중에는 은근히 도박장에 권유된 사람의 수가 적지 않았다.
다행히 누구처럼 절도에 손을 댈 정도로 깊이 빠진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모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만만해? 시영원이 만만해 보여서 이런 짓을 해?”
“이보게, 진정, 진정하게.”
“게다가 여기에 빠져서 빚까지 진 것도 한심해! 이렇게 함정에 빠뜨리려고 작당을 했는데!”
도박장에 관해서는 당사자이다 보니 이 자리에 함께 있는 절도 미수범들은 얼굴도 들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였다.
민 상궁은 그런 아이들에게 별다른 말을 하는 대신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확실히…… 시영원을 노린 것은 분명해 보이는구나.”
“이걸 이대로 가만히 놔둬도 괜찮을까요?”
“그렇다고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아직 어린 편인 선생들이 의아해했다.
“불법 도박장이라고 신고라도 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
“좀 더 알아볼까 싶어 가 본 적이 있는 아이들을 시켜 아직 도박에 관심이 있는 척 도박장의 위치를 탐색해 보기도 했는데, 도박장의 위치가 식당이 아니더구나.”
“네?”
마우리를 비롯한 체탐인들 몇몇이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과 가까이에 처마가 붙어 있는 길이 이어져 있어서 같은 곳이라고 오해하기 쉽다만…… 도박장은 식당 내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요?”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엄연히 말해서 다른 양반가의 사가에 들어 있는 건물이었지.”
“!”
개인의 집에서 이루어지는 도박에 대해서까지 단속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도 양반가의 일이라면.
문 닫고 발뺌을 하면 그만이고, 지인들끼리 가볍게 놀이로 즐겼다고 하면 그만인 것을.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민 상궁이 물었다.
“누구의 건물이었습니까?”
“잘 모르는 지방 양반의 이름을 대고 있어서 동네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벼락부자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들이 일부러 시영원을 노리다니…….”
그리 말하며 전직 체탐인들의 얼굴이 흐려졌다.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 일했던 이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순진한 어린 것들 등이나 처먹는 놈들이 있다니 유쾌할 턱이 없었다.
게다가 시영원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도 없고 연고도 없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종종 옹주 자가를 들먹이며 다니지만 정말 옹주 자가께서 나설 만한 일은 지난 9년간 한 번도 없었다.
당연히, 이 정도 일은 뒤탈이 없으리라 생각했을까.
“민 상궁 마마님은 어찌 생각하시옵니까?”
“이대로 아이들을 단속하고 조용히 넘어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지만. 저들이 어째서 우리를…… 아니, 어쩌면 옹주 자가를 노리는지도 확인해 볼 만한 일이 아닌가 싶구나.”
“…….”
다른 사람도 아닌 민 상궁의 말이니만큼 무게가 있었다.
옹주 자가가 엮인 일이라면, 어쩌면 정치적인 문제일 수도 있었다.
만약 시영원의 실수로 옹주 자가나 세자 저하께 누를 끼치는 것만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저, 저희가 도박장 쪽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요? 그때 우리에게 은행을 털라고 지시했던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면 뭔가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은행 절도 미수자들로, 그날 이후 단독 행동을 허락받지 못하고 감시당하고 있는 처지였으나 이번 일에는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당사자이기도 했기에 이런 회의에도 본의 아니게 참석 중이었다.
어마어마한 눈총을 받으면서.
“그대로 끌려가서 어디로 팔려 갈지도 모르겠는데.”
“!”
“지아야. 그런 무서운 얘기는 좀.”
쩌억 굳어 버린 절도 미수범들을 보며 어른들이 주변에서 나름 주의를 주었지만 옆에서 지아의 말에 추임새를 넣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 노비를 선호하는 곳은 별로 없는데. 힘쓰는 데나 좀 쓰니까 광산, 염전…….”
“그러고 보니 그 도박장, 아니, 식당에는 여인들도 있었다고 했었죠.”
방문했던 이들의 말로는 기녀들만이 아니라 손님으로 방문하는 여인들이 의외로 여럿 있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는 묘하게 시월각과 마찬가지였다.
“음. 하지만 의외로 시영원 여자아이들에게는 그다지 접근하지 않은 듯했지……. 사실 빚으로 팔아넘기려면 여자아이를 노릴 거 같은데 말이지.”
“남자들이 더 도박에 빠지기 쉽다고 생각한 걸까요.”
“글쎄. 시영원이 옹주 자가의 소유다 보니 여자아이들을 더 보호한다는 인상이 있기도 하니까.”
“하긴, 여자애들은 어지간해서는 시영원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편이니까요.”
논의는 쉬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절도 미수범을 다시 도박장으로 보내는 것만은 기각되었다.
“왜, 왜요?”
“만에 하나라도 정말 끌려가면 어떡하니.”
게다가 이미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판명된 셈이라 괜히 다시 도박판에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일단 도박장에 들어가도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들어가야겠네요.”
“안 해 본 사람이 어떨지 어떻게 알아.”
“게다가 모한이의 예를 보면…… 오히려 어느 정도 도박을 잘해야 할 거 같은데요.”
“장학생이라고 적당히 소문내면 알아서 작업을 걸어 오지 않을까?”
시영원 사람들은 다시 한번 절도 미수범들을 거의 취조하다시피 하며 당시 있었던 일들을 분석했다.
옹주 자가라면 허락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저들이 노리는 것이 단순히 시영원 아이들의 돈이 아니라 옹주 자가일지도 모르는 이상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덕분에 엄중한 심사를 거친 이들 몇몇이 도박장에 투입되었다.
그중에서는 모한이의 친구라고 자청하고 접근하기로 한 아이도 있었다.
‘모한이의 친구인데, 모한이가 대신 가져다 달라고 해서.’
‘아니, 그 친구가 갚아야 할 돈이 얼만데 이걸로?’
‘잘은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던데요? 그런데 걔 여기서 대체 뭘 한 겁니까?’
‘아, 그러고 보니 친구라면 혹시 똑같은 장학생?’
‘나도 후보이기는 한데 그건 왜 물으시오?’
대충 이런 식으로 흘리니 은근슬쩍 미끼를 물었다.
참고로 모한이는 요즘 돈을 벌어 조금씩 빚을 갚으려 하고 있었지만 당연히 턱도 없었다.
“경계가 삼엄해서 기회만 엿보고 있다고 했더니 기녀들을 부추겨 패기 없다고 야유하더군요.”
“도박은? 할 만하더냐?”
“음. 아무래도 짜고 치는 거 같아요.”
당황하지 않으려면 도박판에 익숙해져야 했으므로, 시영원 내에서 비슷하게 게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도박 중독자, 아니, 절도 미수범들은 이번에야말로 자기 차례라는 듯 앞으로 나서려 했으나 놀이패의 종류를 들은 전직 체탐인 아저씨들이 앞으로 나서자 꼬리를 내렸다.
적진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려면 그 정도 잔재주는 있어야 한다고.
“아저씨들이 가셨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너희같이 어리바리한 것들이 있는데 굳이 저 아저씨들을 속이겠냐.”
“…….”
하지만 뜻밖에도, 그 도박판에서 진짜 판을 벌이는 것 같은 윗사람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한이를 비롯한 아이들이 목격했던 인상착의의 인물들은 하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