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As The Daughter of a Lowly Concubine RAW novel - Chapter (231)
말단 후궁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231화(231/326)
게다가 이제는 장학사업이라며 시영원을 통해 직접 제 입맛에 맞춘 신하까지 만들려 하고 있지 않던가.
“이제부터라도 시영원에 사람을 심자니 시영원의 뿌리가 제법 깊어서 어설픈 간자를 심기도 어렵고…….”
“시영원에 심어 놓으려고 했던 놈들도 묘하게 어설퍼서 도움이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도박 빚으로 목줄을 죄려고 했더니 빚만 지고 시영원에 숨어서 도박장에는 나오질 않고 있다.”
어쩌면 그게 문제였을지도 몰랐다.
“장학금에 손을 대려고 한 이후로 소식이 두절되었고, 오늘 수영 옹주가 행동에 나선 것을 보면…….”
“장학금에 손을 대려다 걸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입도 가벼워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겠지.
역시 노름이나 하는 자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수영 옹주의 태도를 보아선…… 그게 맞을 것 같네.”
“굳이 맞은편에 가게를 새로 만든다니 싸우자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아무래도 수영 옹주가 단단히 화가 난 듯해. 시영원 내에 심어 둔 사람들한테서는 다른 얘기는 없었나?”
사내는 민망한 듯 고개를 조아렸다.
“송구합니다. 생각보다 내부 단속이 엄격하다고 합니다. 특히 중요한 정보들이 있는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꽤 한정되어있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누구든 받아 준다고 하면서 정작 내부는 차별을 하는 거지. 오래된 사람이 아니면 안에 들여 주지도 않는다지.”
그러니 시영원의 내부 사정을 알 만한 놈들은 입이 무거웠다.
그 장학생이었나 하는 녀석도 아는 바는 별로 없었다.
“지금 내부로 들어간 자들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만 아무래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 이렇게 중요한 일도 전혀 몰랐다니 말이 되는가?”
“송구합니다. 하오면 어찌할까요.”
“일단은 우리가 살고 봐야지. 옹주를 회유하는 것은…… 우리 힘으로는 어려울지 몰라도 다른 방도가 있을 걸세.”
어르신이라 불린 이는 어두워진 하늘을 보다 말고 자신의 손에 들린 서찰 하나를 내려다보았다.
“곧 그분께서 오실 테니 말일세.”
***
내가 새 가게를 오픈하겠다고 한 그날 이후, 놈들이 어찌 나올까의 답을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옹주 자가. 들으셨습니까?”
“뭘?”
그 답은 소이와 함께 신문 관련 일을 돕던 소운의 입을 통해 내게 전해졌다.
“옹주 자가께서 일부러 일개 백성을 핍박하며 장사를 방해한다는 소문이 장안에 파다하옵니다.”
“호오. 그래?”
나는 지방에서 올라온 소식들을 정리하다 말고 듣게 된 소문에 잠시 손을 멈췄으나 곧 다시 하던 일에 열중했다.
저런 말에 놀라 주기에는 너무 바빴다.
“이젠 나한테 대놓고 시비를 거는데? 생각보다 제법 배짱이 있네.”
“예?”
중간 과정을 모르는 것이 많은 소운이 의아해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소이는 그저 옆에서 묵묵히 일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문의 진원지는 뻔했다.
오히려 너무 뻔해서 배짱이 있다고 하는 거다.
‘내가 자기들에게 칼을 겨누었다는 걸 깨닫고 바로 행동에 나선 거겠지.’
나를 저들 편으로 끌어들이기는 글렀으니 깎아내리는 방향으로 가기로 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소문이니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것도 쉬운 일이고.
아마 이제는 내 행실이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면서 세자 쪽에서 선을 긋게 만들 모양인가 보다. 어쨌든 나를 세자와 떼어 놓고 싶은 모양이니까.
‘하지만 내가 이런 중상모략을 가만히 받아 줄 이유가 없지.’
저쪽도 꽤나 당황했나 보네. 나를 상대로 이런 소문이나 내다니.
이렇게 먼저 언론 플레이를 시작한다면 이쪽도 제대로 돌려주는 수밖에 없잖아?
나는 하던 일을 적당히 마무리한 뒤,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을 꺼냈다.
그리고 내용이 맞나 적당히 훑어본 후 소운에게 넘겼다.
“이거 이번 호 신문에 넣을 거야. 글자 틀린 거 없나 한 번 확인해 줘.”
“예…… 그런데 이거 진짜인가요?”
소운이 받아 든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왕명으로 금지한 불법 도박 성행 중]타이틀을 좀 크게 박아 봤다.
내용은 뭐, 당연히 건전한 식당인 척하고 있지만 몰래 도박장을 운영하며 불법을 자행하고 있고, 어쩌고 하는 사실 적시만 적힌 기사였다.
어디에 있는 어떤 식당이란 얘기는 안 썼다. 물론 이 시대에 딱히 고소가 두려워서는 아니고.
‘내용을 잘 읽어보면 머리가 조금 돌아가는 사람은 어디를 말하는 건지 바로 눈치챌 테니까.’
대놓고 지목하는 것보다 직접 알아내는 편이 더 인상에 남거든.
사람들이 못 알아채는 것 같으면 시영원 사람들을 시켜 적당히 소문 내주는 것도 어렵지 않고.
소운의 질문에 나는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우리는 가짜 기사는 안 실어.”
“하지만 여기에 익명의 제보를 바탕으로 한 기사라고 쓰여 있는데요.”
“제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싣는다는 말도 쓰여 있잖아.”
소운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제보자가 누구인데요?”
“비밀이라니까?”
“옹주 자가께서 쓰신 거 아니죠?”
“개요(槪要)만.”
“역시 소문 때문에 화나셨어요?”
“글쎄.”
소문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솔직히 내 쪽이 피해자라고. 그런데 내가 이런 말까지 들어야겠어?
‘무엇보다 언론이 내 건데 내가 참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없는 얘기를 지어낸 것도 아니고, 선빵은 그쪽이 먼저 때렸고.
가만히 맞아주는 건 내 취향이 아니고.
“기왕 이렇게 된 거 타격감 있게 제대로 때려야지.”
“옹주 자가. 혹시 이 도박장 때문에 돈이라도 잃으신 건가요?”
“비슷해…….”
소운의 소박한 의문에 소이가 소심하게 긍정했다.
기사는 단순히 1차로 끝나지 않았다.
나는 아예 근래에 순진한 사람들이 함정에 빠져 도박을 시작하게 된다는 논지로 시작해, 교묘한 수법으로 사기를 쳐서 사람을 도박에 빠지게 만들고 속임수로 빚을 만든다는 사실에 대해 신문에 터트리고 저격하는 티를 냈다.
‘먼저 시영원 아이들을 의도적으로 도박에 빠뜨린 놈들이니 억울하지는 않을 거다.’
실제로 금전적 피해를 본 아이들이 겪은 루트를 그대로 적었을 뿐이었다. 슬픈 일이지만 패턴은 대체로 비슷비슷했다.
그리고 당연히 신문에 실은 기사들은 소문보다도 빠르게 퍼졌다.
“이거 사실일까?”
“나도 소문은 들어 본 적이 있는데.”
“하긴 고관대작들 집에서 하는 도박은 잡을 수도 없다는 거 다 알잖아. 규모가 큰 식당인 척하고 먹잇감을 물색하다니 무섭네.”
“게다가 노름판에서 저들끼리 짜고 치기 때문에 이길 수도 없다고?”
“첫판에는 이기게 해 준다는데 그때 빠져나오면 되는 거 아냐?”
“보통 자네 같은 소리 하다가 집안을 말아먹더라만…….”
“이 사람이, 뭐가 어째? 그런데 이거 정말 믿어도 되는 얘긴가?”
“자네 혹시 신문 처음 보나? 처음 보는 게 아니라면 그런 소릴 할 수가 없는데?”
그간 신문에는 검증된 소식만 실어 왔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았다.
‘게다가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전적들이 있었으니까.’
사람들의 반응은 내가 의도한 대로 따라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수영 옹주 자가께서 괜히 저러신 게 아닐 텐데?”
“그런데 도박장이라는 말을 나올 정도로 규모가 있는 식당이라는 게…… 별로 없지 않나?”
“그러게. 옹주 자가와 관련이 있는 식당에서 생긴 일이라면 이런 기사가 날 리가 없고.”
“새로 생긴 식당이 있는데 거기가 아닌가 싶네.”
“와. 소문이 안 좋다 했더니.”
“그런데 옹주 자가께서 그 건너편에 뭔가를 만드신다며.”
“아. 그게 그 무고한 백성을 핍박한다 어쩐다 했던 그거 아냐?”
“옹주 자가께서 일부러 바로 앞에 새로 식당을 만든다고 하더니 다 이유가 있었던 거군?”
“와, 설마 일부러 이런 건가? 도박꾼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하긴 지금까지 어디 허투루 행동하시던 분이던가.”
“그러게. 거리에 있던 걸인 아이들까지 다 데려다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시던 분인데.”
물론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번 가 볼까? 진짜 거기 도박장이 있는지?”
“바로 앞에서 옹주 자가께서 새로 여는 가게가 개업 준비 중이라는데 거길? 가려고? 정말?”
“아……. 그건 좀 그렇네.”
대충 대중의 반응은 이런 식이었다.
‘신문을 사는 사람들이 가판 앞에서 나눈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뿐이라 이게 정말 대세 의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나에 대한 소문과 신문의 기사가 서로를 사이좋게 저격하며 욕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확실하게 전해진 모양이었다.
도박장이니 뭐니 잘 모르던 사람들이 오히려 호기심으로 방문하는 일도 있는 모양이었지만, 그런 이유로 직접 가 볼 정도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내가 운영하는 다른 식당이나 시월각에도 출입하는 사람들이라 질적인 차이를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정작 가장 큰 차이를 느낀 건 다른 부분이었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기녀가 술 시중을 든다!’
그 사실이 퍼지면서 확 분위기가 달아올라서 찾아가는 사내들이 늘었다고.
한심한 일이지만 사실이었다.
하지만 소문 때문에 도박장 쪽은 좀 위축되었다고, 잠입 중인 시영원 사람들을 통해 정보가 전해졌다.
아무래도 세간의 눈을 의식한 모양이었다.
‘뭘 새삼스럽게 의식하나 싶지만 함정 수사라도 들어올까 봐 그런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식당으로 시작한 그곳은 결국 기방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전에는 그래도 가끔 있던 여성 고객은 아예 자취를 감추고 기녀들만으로 영업을 하는 가게가 된 셈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기녀 대부분의 예술적 기량이 떨어지듯이 그 가게에서 원하는 것도 대체로 그런 식이라 그 가게에 출입한다는 것 자체를 예전 기방에 출입하는 것보다 경박하게 보는 풍조가 강해졌다.
다시 말해서 앞날을 생각하는 멀쩡한 놈이라면 감히 그곳에 드나들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아는 여전히 남장하고 그쪽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다.
그 어르신이란 사람은 노름판에도 식당에도 안 나오는 모양이지만 그 점 있는 아저씨는 드물게 볼 수 있는 모양이었다.
지아는 그때의 잠입으로 기녀와 연이 생겨 노름을 구실로 들락거리며 접선해 정보를 얻고 있었다.
기녀들은 의심이 많으니 서로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면서 기녀들이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기 시작했다.
혹사당하는 건 기녀들인데 어째서인지 취급은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덕분에 기녀들이 지아를 통해 폭로하는 일들이 내게로 전해지고 있었다.
‘이걸 좋은 일이라고는 못 하겠네.’
이야기를 들을수록 암울해져서 나에게 별로 전하려고 하지 않았던 이유도 알 만했다.
새로운 식당은 예정대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고, 갑작스레 강제 취업이 된 이들은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지만 싫다고 하는 이는 없었다.
‘이번 일로 승진한 사람이 많으니까.’
수년간 승진이 없다가 갑자기 승진을 하고 급여가 올라가게 되니 다들 기뻐했다.
이번 일로 고용 창출이 어마어마했고, 덕분에 나가는 돈도 어마어마했다.
이번에야말로 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큰 걱정이 있었으므로 잠시 제쳐 두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야, 나는 그 왕점 아저씨에 대해 가이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가이가 워낙에 바쁜 탓이었다.
한동안 떨어져 있다 돌아오면 우선 못 본 사이 내가 얼마나 더 컸는지부터 확인하는 가이는 오늘은 고정루틴을 끝낸 후 내 앞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