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As The Daughter of a Lowly Concubine RAW novel - Chapter (233)
말단 후궁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233화(233/326)
“허, 그사이 또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오라버니 죽어 가네.”
모처럼의 다과 시간이었는데 내 말을 경청하는 세자의 얼굴이 영 아니었다.
세자는 근래에 바빴는지 안색이 썩 좋지 않았다.
“일이 많다 보니 잠을 못 자서 그래.”
“그러다 단명한다.”
“보약도 먹고 있는데.”
“……약발로 버티다가 한 번에 훅 가는 거야.”
그나마 약과 운동으로 몸도 만들어 놔서 버티는 거지. 이거 애 하나 보내겠다.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은데 역모 얘기 같은 걸로 또 부담을 주기가 미안하군.’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역모 이야기이니 말을 안 할 수도 없고.
물론 아직까진 추측의 영역이지만.
그래도 더울 때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더니 어느새 날이 추워지고 있었다.
“후우. 오랜만에 동생 얼굴 보고 좀 쉬고 싶었는데 그럴 때도 아니구나.”
“저런…….”
내가 혀를 차자 세자가 피식 웃었다.
“그런데 한동안 못 봤더니 또 자랐구나.”
“그렇지?”
“응. 옷을 새로 해야겠어.”
“오라버니, 옷에 너무 집착해.”
“좀 잘 입고 다니라고.”
“잘 입고 다니는데.”
어차피 계절이 바뀌니 옷을 새로 해야 할 때였다.
요새는 대충 성장 속도를 감안해서 옷을 짓고 있다는데 겨울이 다가오면 또 어찌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궁녀들이 쑥덕거리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빨리 커 버려야지.
우리는 서로의 건강과 성장에 관한 스몰 톡을 적당히 끝낸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그 식당이 수상쩍거든.”
“확실히……. 얼핏 보면 네가 경쟁 업체를 죽이려는 것처럼 보일 것 같구나.”
“아니라고. 그놈들이 시영원 애들을 건드려서 나도 죽이려는 거라고.”
“음. 죽이려는 건 변함이 없구나.”
“당연하지. 어린것들 피 빨아먹는 사기꾼 놈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지 않겠어?”
세자는 내가 조금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갔다.
세자 입장에서도 장학금 얘기나, 나와의 사이를 이간질하려 노력하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그럼 그곳에 대해서는 나도 조사를 명하는 것이 좋겠는데…….”
“내부에는 이미 잠입해 있는 애들이 있으니까. 그쪽으로 괜히 들쑤시지 말고 외적으로 조사해 줘. 서류라든가. 특히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중요한 사항은 작게 메모하던 세자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생각하는데 시영원은 대체 뭘 양성하고 있는 거냐.”
“사람이 많으면 여러 가지 사람이 있는 거야…….”
“너는 위험한 일 하고 있는 거 아니지?”
“돈 드는 일은 하고 있는데.”
“시아야…….”
“그놈들이 수상쩍은 것과는 별개로 나는 이자까지 쳐서 갚아줘야 할 빚이 있거든?”
그놈들이 갈취해 간 시영원(애들) 돈이 얼마인데.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애가 삥을 뜯겼을 때 분노하는 것은 아이만이 아닌 부모(보호자)의 몫이기도 했다.
원래 선빵을 맞고도 가만히 있는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번에 너는 또 뭘 하는 것이냐?”
“그냥 식당이지, 뭐.”
“네가 또 뭔가 크게 일을 벌이고 있다고 여기저기서 말이 많다.”
안타깝지만 규장각에 간식 배달하러 가기에는 내가 너무 바빴다.
“말이 많을 거까지야.”
“한동안 바쁘다며 얼굴도 비치질 않았지 않느냐.”
“바쁜 건 사실이지.”
신장개업하는 가게 문제도 있었지만, 신문 사업 이후로 전국의 온갖 정보가 나한테로 흘러들어오니까.
뭐 왕이나 세자에게 비할 바는 아닐지 몰라도.
그래도 수상한 움직임 같은 건 오히려 나한테 먼저 흘러들어 올지도 모르겠네.
“뭐 도와줄 건 없느냐?”
“음. 딱히? 아,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긴 해.”
“그건 됐고.”
세자는 창백한 안색으로 차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차가 아니라 약을 먹어야 할 거 같은데……. 세화는 요새 세자 건강 관리를 안 하나?
“그냥 나중에 필요해지면 글이나 몇 자 써 주든가.”
“……뭐에다 쓰려고.”
“상품으로 걸까 하고.”
“상품?”
세자는 뭔 말인지 당최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세자가 몰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음…… 하지만 확실히, 저걸 상품으로 하면 불경죄가 될지도 모르겠네.’
***
가을이 되고 신문에는 내가 새로 개업하는 식당에 대한 홍보 기사가 올라왔다.
당연히 내용은 호의적이었고.
개업은 그럭저럭 성공적이었다. 워낙에 이런저런 일로 말들이 많았던지라 건물 다 올리기도 전부터 소문만 무성한 게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사실 이번 가게는 꽤 실험적이라 어떨지 모르겠네…….”
“그런가요?”
“응.”
궁궐의 내 처소에서 뒹굴며 천호가 알려 주는 개업 소식을 듣던 나는 힘없이 뒹굴거리며 설명을 덧붙였다.
“일부러 부자 취향과 서민……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런가. 비싼 고급 지향 취향과 무난한 취향으로 한번 갈라봤거든.”
메뉴도 전체적으로 도박장…… 아니, 앞집의 것을 참고해서 더 고급스럽게, 혹은 더 저렴하고 맛있게 개량한 것들이 주력 메뉴였다.
단순히 맛의 문제라기보다는 재료의 문제인 것들도 있었지만.
그리고 내 말을 듣고 있던 천호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옹주 자가께서 구매한 집은…… 3채였잖아요.”
“응. 그래서 가운데, 중간 부분은 식당 아니고 놀이방…… 아니, 오락실 같은 거야.”
“놀이나 오락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요? 왜 말을 바꿔요?”
놀이방이라고 하면 미취학 아동들이 있어야 할 거 같은 기분이라…….
바둑이나 장기, 혹은 도박용 유희로 쓰이는 놀이 중에 건전하다고 할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을 적당히 놔두고 정원 쪽에는 활쏘기도 할 수도 있도록 해 놨다.
돈?
우리 식당에서 식사만 하고 오면 누구든 이용 가능.
뭐, 적당히 몰래 들어오는 정도는 눈감아 줄 생각이었다.
이렇게 풀어 주면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겠지만……. 감히 그게 가능할까?
그리고 오픈 때부터 정기적으로 방문 고객들을 상대로 복권을 배부하기 시작했다.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양반도 있을 테니 너무 금전으로만 해 놓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을까 했지만 역시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고 이 모든 사항은 당연히 신문으로 고지되었다.
풍광도 신경 써서 아름답게 조성해 놓았고, 음식의 맛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다.
공연도 엄선해서 분위기를 갈라 놓았다.
고급스러운 쪽은 아무래도 고전 취향이고, 무난한 쪽은 신식 취향으로 자생 아이돌들은 종종 이쪽에서 공연을 하도록 했다.
식당과 식당 사이에 오락실들이 있으니 서로의 식당에 소음이 들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그리고 오픈하고 오래지 않아 복권에 대한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져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락실을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사실 시영원 출신 아이들이 바람잡이로 동원되어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바둑이니 장기니 하는 것도 교양으로 어느 정도 가르쳐 놨었으니까.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애들이 가르쳐 주기도 한다.
오픈 전에 손님 체험을 하다 붙잡혀서 이것저것 시험 삼아 배워야 했던 천호도 처음에는 의아한 얼굴을 했었다.
“바둑이나 장기는 그렇다 치고, 뭔지 모를 처음 보는 것도 있던데요.”
“뭐…… 규칙은 어렵지 않으니까.”
현대 스포츠나 게임 중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종류로 몇 가지 생각해 둔 게 있긴 한데 일단 지금 있는 것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해서.
게다가 매달 실력에 자신 있는 사람들끼리 겨루어서 최종 우승하는 사람에게 또 일정 금액의 상금을 주는 식으로 동기 부여를 했다.
돈이 많이 나가기는 하지만 안에 구경하러 들어오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식사는 해야 했고.
오락장에 들어와서도 음료나 가벼운 군것질거리는 팔고 있었으니까.
안에서 도박은 금지되어 있었지만 식사 대접을 걸고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정도는 뭐.
이런 유의 게임 실력에는 의외로 학력이나 지식 수준이 중요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한 가지 중요한 건 이용자들 중에 여인의 비율도 적지 않다는 거다.
애초에 시영원 인재들은 여성이 더 많은데 여기 배치되는 인원도 여성이 더 많으니 여인들도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었다.
다만 그 소문이 퍼지자 또 불순한 생각을 품은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와 쳐다보려 하니 여성 고객들이 잠시 위축되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할 수 없이 안전을 위해 사내들을 모두 더 좁은 곳에 격리하도록 했는데, 몇 번 겪고 나더니 주변에서 먼저 자진해서 헛짓거리하던 놈들을 구박하기 시작했기에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다만 젊은 남녀가 장시간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불건전하다 해서 피치 못할 경우는 양쪽 다 면사를 쓰도록 했다.
서로가 얼굴을 알고 있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그리고 물론 겁도 없이 대놓고 껄떡대는 놈들은 신분 고하에 상관없이 바로 퇴출된다.
‘뭐 어떻게 막아도 눈 맞는 커플은 있는 모양이지만…….’
그거야 당사자들이 어떻게 알아서들 할 일이었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개업하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상황에서 나는 상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이름 짓기가 귀찮아서 대충 오락장 혹은 오락실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곳에서는 여러 가지 오락거리를 즐길 수 있었지만, 역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것은 전통의 강자라고 할 수 있는 바둑과 장기였다.
머리를 써야 하는 것이니만큼 양반들 사이에서도 많은 이가 즐기는 도락(道樂)이었으니까.
‘하지만 반드시 많이 배운 양반들만 잘하리란 법이 없거든.’
일단 규칙을 익히고 나면, 배운 것이 많지 않은 이들 중에도 잘하는 이가 튀어나오곤 하니까.
천재(天才)는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
본래 천재들이란 유전자에 지배당하는 세상에서 출처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가능한 존재들 아니겠는가.
뭐, 사실 천재인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영원 아이들 중에도 이상하게 바둑이나 장기 같은 것에 능한 아이들이 종종 나타나곤 했다.
내가 만든 오락장은 그 아이들의 좋은 취업처였다.
‘이걸 취업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여기는 처음부터 그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자리라고 해도 거짓은 아니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가르쳐 주기도 하고, 찾아온 사람들과 적당히 대국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실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몰려들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의 대국을 보겠다고 또 사람들이 모여드는 법.
한양은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보니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적당히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래?”
“예. 아기씨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람이 많아지고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별문제는 없고?”
“가끔 다툼이 일어나기는 합니다만 감히 어떤 겁 없는 자들이 옹주 자가께서 운영 중인 곳에서 난동을 부리겠습니까? 가끔 시영원의 어린 청년한테 지고 분을 참지 못하는 양반님들도 있습니다만 더 높으신 분들도 종종 계시다 보니 곧 진화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