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As The Daughter of a Lowly Concubine RAW novel - Chapter (235)
말단 후궁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235화(235/326)
물론 도박 중독 전적이 있는 아이들에게 돈을 맡기지는 않고, 다른 사람이 관리하고 있었다.
도박으로 빚을 졌다는 건 재물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니까, 외부에서라면 어떨지 몰라도 내부에서는 금전 관리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다.
‘도박에 빠진 놈들이 못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신뢰할 수 없지…….’
덕분에 그 아이들은 그냥 내부에서 성실히 일하면서 몸과 마음을 혹사당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다행히 시영원 관리직들이 다들 아이들에게 애착은 있어도 본래 직업(궁녀, 체탐인)상 칼같이 냉정한 부분이 있는 사람들이니 마음 약해져서 대충 풀어 줄 거라는 걱정은 들지 않았다.
“얼마 전에 듣기로도 도박장 놈들을 원망하며 육아에 치여 살고 있다고 들었지.”
“그렇군요.”
“음. 하려고만 하면 내부에서 평생 못 나오게 하는 것도 가능한 곳이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니 무섭네요.”
무섭지. 하지만 이렇게 강제적으로 붙들어 놓지 않으면 멀쩡한 학생에서 도둑으로 탈바꿈하게 된 수준으로 간 도박 중독을 어떻게 고치겠어.
‘이 시대에 무슨 치료 센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도박 중독자들 치료하는 것보다 도박장을 부수는 게 빠를 듯.
물론 도박장 없어진다고 도박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모여서 또 할 거 같지만.
‘일단 식당을 통해 새로 유입되는 사람을 줄이는 게 낫지. 어차피 줄이고 뭐고 도박을 할 놈은 계속할 테니까.’
어차피 그런 불건전 업소는 우리 같은 건전한 업체와 고객층이 다르니까 쉽게 망하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문 닫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 않지.
‘하루하루 매출이 떨어지는 고통을 맛보게 해 주마.’
그리고 중간중간 큰 거 한두 방을 때려서 고이 보내 줄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리 오래지 않아 예상을 벗어난 소식이 내게 전해졌다.
***
“뭐라고?”
“도박장이 문을 닫기로 했답니다.”
“진짜야?”
천호를 통해 지아가 전해 준 말을 들은 나는 일차적으로 의심부터 했다.
“혹시 정체가 들통난 것은…….”
“저도 그 생각은 했습니다만…… 기녀들도 도박장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 지아는…… 정보 수집을 위해 도박도 모자라 약간 기녀에게까지 빠져서 돈을 쓰는 방탕아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스무 살은 넘었다지만 아직 어린 애한테 이런 거 시켜도 되나.’
물론 돈은 내가 대고 있지.
“그거야 나중에 출입하는 사람들 종류를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거 같고.”
가게가 아니라 도박장이 있는 집으로 직접 출입하는 입구 쪽도 감시하고 있으니 확인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끝났는데…….’
그렇게까지 타격이 컸나. 아니면 권력자(수영 옹주)한테 괜히 잘못 찍혔다고 생각하고 뒤늦게라도 몸을 사리는 건가.
“그놈들이 정말 그만둔 건지 확실하게 믿을 수는 없겠지…….”
“도박으로 쉽게 돈을 버는 법을 알았으니 또 하지 않겠습니까?”
“음. 일단 다른 지역 시영원 분원에도 연락해서 도박장이 생기지 않는지 주의하도록 해야겠는데.”
“아.”
도박도 사람이 좀 모여야 가능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 호구를 잡으려면 돈 좀 있는 사람이 사는, 규모 있는 지역이어야 했다.
그리고 그런 곳은 대부분 이미 시영원 분원이 자리 잡고 있었고.
‘내가 뭘 알아서 그렇게 했다기보다는 애초에 기방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있는 곳에서 반쯤 기방 자리를 빼앗은 셈이니까.’
번화가 지역에 잘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내일 신문 보내면서 함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소이가 냉큼 종이를 꺼내 내가 말한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이런 간단한 건 아무래도 손으로 써서 전달해야 하니 아직은 수작업이 많이 필요했다.
‘프린터, 아니, 복합기 갖고 싶다…….’
복합기는 너무 머나먼 이야기지만 확실히 신문 보급 덕분에 지방에 연락을 보내기는 쉬워졌다.
아직 정식으로 우정국이 세워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시영원 아이들끼리는 신문이나 정보가 오가는 지금의 통신망을 통해 서로 소식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소이가 고생이 많네.”
“아닙니다. 옹주 자가께서 직접 전하시는 말씀이시니 제가 직접 전해야지요.”
“음. 위조돼서 악용되면 곤란하니까.”
소이는 뜻밖인 듯 조금 곤혹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런 이유는 아니었습니다만 확실히 옹주 자가의 말씀이 일리가 있사옵니다.”
“그래서 시영원용 직인(職印)을 하나 만들어 찍고 있기는 하지만, 위조 가능성이 전혀 없으리란 법이 없어서 말이지.”
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자 천호가 물었다.
“하지만 시영원 사람들은 대부분 옹주 자가의 인품에 대해 알고 있으니, 이상한 내용이 온다면 의심하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렇다면 좋겠지만 교묘한 놈들은 교묘한 법이고. 시영원 출신 중에서도 고지식한 아이들은 내가 뭘 시켜도 할 거 같아서 조금 걱정이란 말이지.”
“그럼 아예 암호문이라도 만드시는 것 어떻겠습니까.”
“!”
천호가 별생각 없이 툭 던진 듯한 말에 나는 아직 이쪽에선 아무도 모를 영어 알파벳을 떠올렸다.
“그거 괜찮네. 근데 가르치는 데 시간이 걸릴 테니 당장은 무리겠는걸.”
영어도 표음문자이니 일단 가르쳐 놓으면 어렵지는 않겠지. 단어나 언어를 가르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고 보니 체탐인들도 뭔가 자기들끼리 쓰는 암호 같은 거 있을 거 같은데 아이들은 모르려나.
거기까지 떠올린 나는 얼마 전에 연락이 도착했던 인물에 대해 떠올렸다.
‘성 겸사복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쓰읍. 슬슬 춥네요.”
“뭘 벌써 춥다고 난리야. 겨울에 압록강도 안 건너 본 사람처럼.”
“저, 저는 안 건넜는데요.”
“……요새 젊은 놈들은 팔자가 좋구만.”
성 겸사복은 자신의 뒤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두 사람을 보며 혀를 찼다.
“겨울은 무슨 겨울 타령이야? 지금 아직 가을이구만. 엄살 그만 피우고 빨리들 안 와?”
그리고 동행인들은 툴툴거렸다.
“아이고, 형님. 뭐가 그리 급하십니까?”
“어차피 벌써 한참 전에 끝난 일들이라면서요. 조사라고 해 봤자,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폐허 수색하는 정도 아닙니까?”
“안 그래도 너무 눈에 띌까 봐 말도 안 타고 도보로 이동하느라 오래 걸렸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서두를 거 뭐가 있습니까?”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도 목소리를 낮추는 두 사람을 보면서도 성 겸사복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찼다.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놀다 가려고?”
“아, 거참. 누가 놀다 간답니까.”
세 사람은 내내 티격태격하면서도 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한밤중,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산길이었으나 누구 하나 발걸음을 망설이는 이가 없었다.
“시영원 분점에 들른 김에 좀 쉬었다 가자는 거뿐인데 거 마음만 급하셔서는.”
“아니, 아기씨께 서신만 보내면 끝입니까? 거참. 우리도, 숨 좀 돌리고! 맛있는 것도 좀 먹으면 어때서!”
“놀러 왔냐, 놀러 왔어?”
내내 타박받고 있지만 성 겸사복을 따라온 두 사람 역시 체탐인 출신으로 궁에 들어온 능력자들이었다.
그들은 성 겸사복과 달리 세자의 측근으로 들어오라는 제의를 덥석 받아들였으나 어째서인지 선배인 성 겸사복에게 다시 굴려지고 있었다.
“하긴 뭐, 조심해서 나쁠 거야 있겠습니까.”
“아까 마을에서 듣기로 그곳은 역모 사건에 연루되어 일가족이 한양으로 압송된 이후 비어 있다던데요.”
“그래.”
성 겸사복이 인근 마을에서 알아낸 정보들이었다.
보기랑 달리 얼마나 친근감 있게 말을 거는지, 다들 처음에 낯선 외지인이라고 경계하던 것도 잊고 어느 순간 이쪽이 원하는 정보를 술술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러니 퇴직하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고 있을 만도 했다.
“본래 이 근방에서 나름 유지라 집도 꽤나 넓은 모양이고.”
“집이 넓으면 성가시겠네요. 제발 땅에다 뭐 파묻지만 말아 줬으면 좋겠는데.”
본인만 아는 곳에 숨기겠다고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특정 나무 밑에 묻어 둔다든가 하는 일이 드문 일이 아니다 보니 세 사람 다 한숨을 내쉬었다.
“날이 추우면 땅도 안 파지니까 얼른 가자고.”
“하아. 땅 파는 건 확정인가.”
“확정 아니니까 빨리 오기나 해. 이놈아.”
그들이 목적한 집은 본래 지난 영천군 역모 때 주동자 중 하나로 붙잡혀 간 자의 집이었다.
집주인 본인은 잡혀 갔고 가솔들은 모두 노비로 끌려갔으니 당연히 집 안은커녕 근처에도 사람 하나 얼씬거리지 않았다.
덕분에 세 사람은 아무도 몰래 안으로 숨어 들어갈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인가랑 떨어져 있어서 좋긴 하네.”
지방이라 그런가? 역적의 집이니 집도 적몰(籍沒)되었을 텐데. 딱히 부순 것도 아니고, 파서 연못을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방치되어 있어서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이미 여기에 올 만한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기도 했고, 인기척이 없으니 세 사람의 작업은 그럭저럭 순조로웠다.
예전에 수행하던 임무들에 비하면 너무 긴장감이 없어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인가, 세 사람 중 가장 나이가 젊은 겸사복은 유독 말이 많았다.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왜 이렇게 무모한 반역을 저질렀을까요? 지금의 주상 전하께는 세자 저하 한 분뿐. 이분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면 그만한 명분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명분이야 지어내기 나름이라지만.
백성들도 다들 치세에 별 불만이 없었고, 불만 있는 건 이제 노비를 더 들이지 못하는 양반님네 정도.
하지만 백성들은 일단 자신의 자식들까지 노비가 될 일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세자를 따르는 신진 관료들은 이를 지지했다.
권세가들이 아무리 노비가 아까워도 이런 상황에서 그걸 명분으로 삼아 반역을 저지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어이구. 궁궐에서 몇 년 구르더니 돌아가는 게 좀 보이나 보지?”
“그럼요. 제가 바보도 아닌데.”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닐 텐데…….”
“하지만 이 역모 사건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세자 저하를 노린 자가 있었다면서요.”
게다가 그게 정확히 누구였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다른 배후의 가능성도 있었으나 이미 영천군과 강원 지역의 양반들만으로도 용의자가 충분했고, 대체로 행동들이 어설펐기에 고신을 하면 고신하는 대로 미주알고주알 말해 버리는데 저들끼리도 말이 맞지 않은 탓이었다.
“작년에 있었던 역모는 분명 세자 저하를 노린 역모였지.”
“9년 전의 역모는 지금의 주상과 세자 저하를 끌어내리려는 역모였고요.”
목적이 다른 만큼 규모도 달랐다.
“과연 그때의 역모와 이번 역모가 연관이 있을까요?”
“연관은 모르겠고. 인물은 겹칠 수 있다는 거지. 역심을 품은 자가 세월이 좀 지났다고 충신이 될 리가 있겠나.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지 또 역심을 품을 수 있는 거 아니겠나.”
“뭐라도 좀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혹시나 싶지만 누군가 다가오지 않나 망도 봐야 하고, 무언가 숨겨진 게 없는지 샅샅이 뒤져야 하니 영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많은 역모 사건은 오히려 이렇게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 일단락되는 경우가 많지.’
보통은 어떻게 하든 내부에 배신자가 있어 들키는 법이고, 운이 따라 주지 않아 실패하는 일도 많았다.
자신들이 조사하고 있는 것은 이미 그렇게 실패한 반역의 실체였다.
두 번의 반역 모두 분명히 진압되었지만 성 겸사복은 어딘지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분명 세자 저하를 노린 자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자들을 잡지 못해 이렇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인가.
“형님. 정말 뭔가 있을까요?”
“그걸 찾아보는 게 우리 일이지.”
폐허가 되었는데도 큰 가구 같은 것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수색이 성가시기만 했다.
“……잠시 이리 좀 와 보거라.”
“뭔가 찾으셨습니까?”
“여기 이거 좀 치워 보자.”
“아니, 장롱을요?”
“그래.”
성 겸사복이 지목한 곳은 안채의 침실이었던 곳의 장롱 뒤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