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As The Daughter of a Lowly Concubine RAW novel - Chapter (254)
말단 후궁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254)화(254/326)
나는 얼른 얼굴을 돌렸다.
내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천호와 소이가 얼른 내 주변을 몸으로 가렸다.
“어찌 그러십니까?”
“음, 아는 얼굴이네.”
“예?”
“전에 나한테 골동품 팔겠다고 왔던 사람들 중 하나야. 그 사기 결혼하려던 놈이 중개했던.”
“으음.”
그 말을 들은 소이도 고개를 돌렸다.
예전에 사건 사고가 있었으므로, 골동품 거래는 보통 내 사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럴 경우 대부분 영선이 내 옆에서 보필하지만, 당연히 소이가 함께할 때도 많았다.
‘사저에는 노복들이 많고, 상인이라도 어지간하면 나와 가까이 접하지는 않으니 천호는 잠깐 물러나 있을 때도 있고.’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건 저놈이 그 물건을 나한테도 가져올 거라는 거다.
***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아이들에게 듣기로 확실히…… 괜찮은 물건이었거든.”
아이는 재질이나 용도에 대해서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골동품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하니 그걸 본 적이 있는 아이 몇 명이 동일한 묘사를 했다.
“그런데 그걸 정말 옹주 자가께 팔러 올까요?”
“올 거야. 그거 물건값을 치를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많지 않거든.”
“그렇게 귀한 물건입니까?”
“응. 금으로 만든 장식품이거든.”
“금……이요?”
그것도 세공이 꽤 정교했다.
아이나 그 주변인들은 ‘설마 색깔만 이렇게 금일 리는 없겠지?’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내가 도자기 위주로 수집하는 걸로 유명하긴 하지만 세공품이나 나전칠기 같은 것들도 모으고 있으니까.”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팔 가능성은…….”
“글쎄, 보통은 중간 과정에 누가 낄 수도 있겠지만, 그래 봤자 결과적으로 나한테 오게 되어 있거든. 어차피 전부터 나한테 연을 대려고 노력했던 사람이고 말이야. 기왕이면 나 같은 권력자한테 팔아야지 나중에 급할 때 도움을 받지 않겠어?”
나한테 뇌물 보내서 눈도장 찍으려고 다들 난리다.
“게다가 벌써 나한테 팔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연락이 와서 이렇게 사가에 와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요.”
소이가 툴툴거리거나 말거나, 밖에서 손님을 안내하는 영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옹주 자가, 영선이옵니다.”
“들어오게.”
곧 문이 열리며 몇 번인가 안면을 익힌 사내가 들어와 넙죽 절을 하며 구구절절 안부를 물었다.
“옹주 자가께서 소인을 보기 싫다 하실까 얼마나 노심초사하였는지 모릅니다.”
“자네를 소개한 중개인이 참 꼴 보기 싫은 자이긴 하지.”
“그, 그자가 그런 파렴치한 자일 줄은 저도 전혀 몰랐사옵니다! 소인은 그저 옹주 자가께 물건을 보여 드릴 수 있다는 말에 웃돈까지 주고 부탁을 했는데, 설마 그런 자일 줄은 상상이나 했겠사옵니까. 같은 사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자입니다.”
“그래, 그런 주제에 얼마 전에도 이 근처를 어슬렁거리기에 하인들이 내 지시대로 알아듣게 충고하고 내쫓았다더군.”
“하, 하하. 아무려면요, 그러셔야지요. 어찌 그런 자를 옹주 자가께서 곁에 두시겠습니까.”
그리 자신의 무고함을 피력하며 사내는 옆에 있는 영선을 힐끔거렸으나, 영선은 무표정한 얼굴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것인가.”
“예! 이번에 좋은 물건이 들어와 옹주 자가께 꼭 보여 드리고 싶어 감히 뵙고자 청하였사옵니다.”
“그래? 그리 자신하니 어디 얼마나 좋은 물건인가 한번 보아야겠군.”
내가 흥미를 보이는 듯하자 사내는 화색이 되어 품에서 상자를 꺼냈다.
“이것이옵니다.”
사내가 상자를 열어 물건이 보이도록 포장까지 풀자, 옆에 있던 영선이 그것을 상자째로 받아 내 앞으로 가져왔다.
“흐음. 이건 금으로 만든 장신구가 아닌가?”
“예! 역시 알아보시는군요. 이런 금 세공품은 찾기 힘들지요. 힘들게 손에 넣은 것인데 보기 드문 섬세한 공예품이라 꼭 옹주 자가께 바치고 싶었습니다.”
혀에 기름칠을 한 듯한 말투였으나 소이는 차갑게 일갈했다.
“옹주 자가께선 뇌물을 받지 않으시네!”
“어휴, 제가 이렇게 입방정을! 소인이 어찌 뇌물같이 삿된 생각을 했겠사옵니까!”
“흐음. 값은 어느 정도를 생각하는가?”
“그야, 값이야 옹주 자가께서 알아서 쳐주시지 않겠사옵니까요. 예.”
뇌물이니까 적당히 뇌물 소리 안 들을 정도로만 챙겨 주면 만족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래. 자네 말대로 물건이 참 마음에 드는군.”
“차, 참말이십니까?”
“응.”
그렇게 말하며 나는 옆에 있던 종이 한 장을 꺼내 영선에게 건네주며 피식 웃었다.
“내가 찾던 물건이랑, 똑같지 말이야.”
“……예……에?”
웃음기가 없어진 내 목소리에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눈알을 굴리던 사내는 영선이 내민 그림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
참 잘하는 짓이다. 어린애 물건 훔쳐다 팔아서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나는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절도범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약간의 각색을 섞어서.
“그 그림은 내가 얼마 전 시영원 아이에게 잠시 맡겨 두었다 잃어버린 물건을 그린 것이지. 그런데 왜 그 그림 속의 물건이 여기, 자네 손에 있었을까.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아니, 아닙……니다! 이게, 저어……. 뭔가, 착오가 있었습니다! 다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횡설수설하던 사내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달려 나갔다.
쿠당탕!!
“저놈이 남의 집을 부술 셈인가.”
나는 마시던 차를 마저 마시며 혀를 찼다.
“옹주 자가께서 찾던 것과 같은 물건이 맞사옵니까.”
“응. 여기 약간 휘어진 곳이 있잖아. 그 아이가 찾던 물건도 이 부분이 약간 휘어져 있다고 했거든. 그 외에도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건 다 기록해 뒀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어.”
내가 실물과 그림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자 영선도 감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그날 아이에게 가지고 있던 물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리고 증거로 남길 겸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를 불러 그 물건을 그리도록 했고.
옆에서 보고 있던 도난품의 원주인인 아이가 설명하다 못해 자기가 직접 그리겠다고 생떼를 쓰기에 그리하라며 내버려 뒀더니, 제법 그림을 잘 그려 냈다.
‘나 참. 정말 재능이란 어디서 뭐가 나올지 알 수가 없다니까.’
나는 아이가 그린 그림을 다시 보며 피식 웃었다.
아직 서툴기는 하지만 특징까지 살려 제법 잘 그린 그림이었다. 아직 어린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훌륭한 재능이었다.
‘좀 더 그림 공부를 시켜서 내 유물들 목록 만들 때 삽화 작업에 참여하도록 해 볼까?’
본인도 이런 것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영선이도 그림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감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아이도 참…… 이런 것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그림도 훌륭하고요.”
“음. 나중에 영선이 조수로 키워 볼래?”
“어머. 그것도 좋지요.”
나는 애써 밝은 얼굴을 하는 영선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자가 또 이 근방을 기웃거린다지.”
“다행히 다들 금방 알아보고 제가 알기도 전에 먼저 뛰쳐나가 늘씬 패서 쫓아내 줍니다.”
“참 겁이 없어.”
“저를 겁박하러 온 것이겠지요.”
영선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겁박? 무엇으로?”
“……소인이 옹주 자가께 아직 드리지 못한 말씀이 있사옵니다.”
“흐음.”
그리 말하는 영선의 안색이 영 좋지 않았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리해서 말할 필요까지는 없다.”
“중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말하면 영선이 괴로워지는 일이니 말하지 못하는 거겠지.”
“!”
내 말에 영선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혼인하라는 모친의 말을 거역해서 지금 앓아누워 계신다며. 혹시 모르니 영선이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부르기는 했는데 돌아가서 어머니를 곁에서 보살펴 드리도록 해.”
“아, 아닙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곁에 없는 것이 나으실지도 몰라요.”
“흠.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좀 이상하겠지만 너무 부모님의 비위를 맞추며 살려고 노력하지는 마. 네가 마음이 편한 삶을 살아야지.”
“……그런 말씀을 해 주시는 분은 옹주 자가뿐이실 겁니다.”
조선 시대가 좀 효도 지상주의 시절이긴 하지.
하지만 자기 자신보다 부모를 우선시해서 불행해지는 것만큼 바보짓은 없었다.
‘자식은 부모보다 건강하게 오래, 무탈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최고의 효도지.’
부모들의 의견은 좀 다를지 모르지만.
반쯤 키워 준 언니보다 먼저 죽고 환생한 내 입장에선 그렇다.
‘부모님이 나보다 일찍 떠나신 걸 다행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살아 계셨으면 언니보다 충격받았겠지.’
부모에게 자식이 일찍 죽는 것만 한 충격이 어디 있으랴.
그런 의미에서 나는 무슨 짓을 해도 성원 세자보다는 효자인 셈이었다.
그러니 조금 막 살아도 괜찮겠지.
“옹주 자가. 이놈은 어찌하올까요.”
우리가 태평하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밖에서는 절도범을 적당히 다듬이질해 포박한 우리 집 하인들이 내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히 일국의 옹주에게 장물(贓物)을 팔려 한 놈이다. 포도청에 넘겨야지.”
“예!”
“예전에 내가 보여 준 물건들도 어쩌면 장물일지도 모르겠구나. 제대로 수사하라고 전하거라.”
“예, 옹주 자가!”
요즘 영선이 전 남친도 그렇고, 절도범도 그렇고, 사람 잡는 일을 좀 시켰더니 하인들이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서 좀 찜찜했다.
‘너무 신이 나서 패고 있는 거 아닌가 몰라.’
내 이름으로 패악 부리는 건 막아 놨다만 이런 걸로 합법적인 폭력에 맛을 들이면 안 되는데.
듣기로는 영선이 구 남친이 기웃거리지 않나 자체적으로 근방 순찰도 도는 모양이었다.
‘음. 사실 할 일도 많지 않으니…….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나는 금 장신구를 다시 한번 이리저리 살펴보며 감상한 후 영선에게 내밀었다.
“영선이도 한 번 더 감상해 둬.”
“감사합니다. 옹주 자가.”
영선이도 내심 신경 쓰였는지 눈을 반짝이며 상자를 받아 이리저리 관찰한 후 다시 내가 돌려주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건을 확인한 후 들어 있던 상자에 다시 고이 넣어 닫았다.
“그럼 이건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역시 돌려주시는 겁니까?”
“내 건 아니잖아. 아이가 아끼는 물건을 뺏을 것도 아니고.”
“……예. 옹주 자가께서는 어린아이의 물건을 빼앗는 분이 아니시지요.”
“탐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런 거 하나 갖고 싶다고 어린아이를 울려야겠어?”
내가 이 나이에 이 지위에 그런 없어 보이는 짓을 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