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1
99. 테러와의 전쟁
웅성웅성.
주변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한국은 테러에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알려져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나 테러가 일어나는 것이지, 한국에서는 일어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시민들의 생각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테러라고 말을 하니 기자들이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성은 사고가 아닌 테러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테러라고 하기에는 어떤 증거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직원들도 깜짝 놀라고 있었던 것이다. 하성의 말에 어떤 신빙성도 없었기 때문에.
어쨌거나 하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라 테러로 규정합니다. 게다가 CCTV는 망가졌고 데이터도 분실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테러로 규정을 한 것입니다. 현재 데이터는 복원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아!”
기자들로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말이었다.
목격자의 증언과 지워진 데이터들이라면 테러가 확실하다고 말이다.
다만 윤다희를 비롯한 회사의 중역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거짓말을 했다가 테러의 증거를 찾지 못하면 회사에 치명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수소 에너지가 완전히 출시된 것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사고가 있었다고 해도 어찌어찌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타격이 상당하기는 할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나면 돌이킬 수 없어진다.
하성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그는 사고가 아닌 테러라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수백 번 실험에서도 터지지 않았던 용기가 갑자기 터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것도 이렇게 기자들이 깔려 있는 때에 말이다.
한 기자가 물었다.
“그렇다면 테러범을 잡아 어쩔 생각이십니까?”
“전쟁을 선포해야겠죠.”
“일국에서도 잡기 힘든 것이 테러범입니다. 그런데 일개 회사에서 그것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하성은 힘을 주어 말했다.
어떻게 되었든 간에 이번 일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
하성은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는 폐허가 된 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기자들은 모두 돌려보냈다.
경찰도 출동하기는 했다.
증인으로 신화파의 조직원 하나를 경찰에게 보내 위증을 하게 했다. 이 정도라면 준비는 다 갖춰진 셈이었다.
경찰에서도 조사를 할 테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CCTV는 일부러 망가뜨렸다. 물론 데이터는 빼 둔 상태였다.
곁에서 윤다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일이 너무 커지지 않을까요?”
“테러가 확실합니다.”
“사고라면요?”
“윤 비서는 그게 가능하다고 보나요? 수백 번 실험으로도 터지지 않은 용기가 갑자기 오늘 터진다는 것이요.”
“물론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증거를 잡지 못한다면 어찌 될지 생각해 보셨어요?”
“잡으면 되죠.”
“후우.”
윤다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하성이 너무 쉽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확신이 있었기에 이렇게 일을 벌인 것이었다.
테러 단체의 뒤에는 아마 강대국 연합체나 산유국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연결이 되어 있다면 제대로 협박을 해 줄 예정이었다.
“어쨌거나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증거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요?”
“CCTV는 망가졌어도 데이터가 분실된 것은 아닙니다. 뒤지다 보면 증거가 나올지도 모르지요.”
“제발 그래야 할 텐데요.”
윤다희의 얼굴에는 간절함이 보였다.
여기서 잘못되면 태진그룹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맞고 말 것이다. 그리되기 전에 증거를 찾아내야만 한다.
“그럼 보안실로 가죠.”
“알겠습니다.”
보안실은 철통과 같이 지켜지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쫙 깔려 있었고 허가받지 않은 사람은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그건 경찰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중에는 치우의 대원들도 있었다.
특히나 백호가 이들을 통괄하여 지휘하고 있었다.
“백호,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철저하게 지켜 주세요.”
“걱정 마십시오.”
하성은 백호를 지나쳐 들어갔다.
보안실에서 하는 일은 사실 별건 아니었다.
사고가 날 당시부터 한 시간 전까지 샅샅이 CCTV를 뒤지는 것이었다. CCTV를 뒤지다 보면 뭔가 사소한 증거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보안실에는 치우의 대원들이 나와 있었다.
지금 하성이 믿을 수 있는 곳은 회사의 직원들이 아니다. 치우의 대원들 중에서도 정예 요원들은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
하성이 1번 CCTV에서 나온 영상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뭔가 증거가 없나요?”
“전혀 없습니다.”
“전혀 없다니…….”
머리가 아파 온다.
CCTV에서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하성은 잠시 이곳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어엇?”
누군가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성을 비롯한 대원들이 그쪽으로 몰려갔다.
“왜 그러시나요?”
“뭔가가 지나갔습니다.”
“뭔가가 지나갔다고요?”
동영상을 저속으로 돌렸다.
정말로 검은 형체가 스르륵 지나갔는데, 언뜻 보면 기계에 오류가 생겨 일어난 현상 같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2002년이었고 CCTV 기술이 미래처럼 발달하지 않았다. 해상도에 한계가 있었기에 이 정도 잔상을 잡아낸 것도 대단하다고 봐야 했다.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걸 증거라고 보기에는.”
“분명히 검은 복면을 쓴 사람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으음.”
판독을 하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잔상이 지나갔다고 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었고 그냥 기술적인 오류라고 하면 그렇게 치부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이걸 공개할 수는 없었다.
이 정도로는 대중을 설득할 수 없다.
지금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수소 에너지에 대한 신뢰도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신뢰도가 내려간다면 사업은 해 보나 마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석유로 회귀를 할 것이다.
윤다희가 폭발 장면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검은 기류가 스쳐 가는데 폭발이 일어났네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붉게 번쩍이는데, 불꽃 아닌가요?”
“불꽃이요? 겉에서 불꽃이 튄다고 해서 용기가 터지지는 않습니다. 내부에 열을 가해야 하죠.”
“음…….”
“주인님, 아무래도 백호 단주께 여쭤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죠.”
무공에 있어서는 하성보다는 백호가 전문가였다.
그라면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백호는 심각한 얼굴로 CCTV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영상을 분석하는 백호의 얼굴은 매우 진중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백호의 입이 열렸다.
“주인님의 말씀대로 그냥 터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접근해서 직접 타격했다고 볼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어떻게요?”
“열양공을 익힌 고수가 내가중수법으로 타격을 하면 내부에서 불꽃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아아.”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런 방법이 있었다.
어떤 에너지라도 열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불꽃이 튀긴다면 터지는 것은 어떤 기체 에너지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나 수소라면 더욱 열에 약했다. 불꽃이 안에서 튀겼다면 당연히 터진다. 터지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찾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겠지요.”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보면 이건 하나의 가정이었다.
검은 기류는 복면인이고, 붉게 번쩍이는 것은 내가중수법으로 타격을 한 것이라는 말도 그저 가정에 지나지 않았다.
CCTV가 좀 선명했다면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았다.
“일단 퇴근들 합시다.”
“더 찾지 않습니까?”
“더 이상 찾는다고 해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아니요, 여러분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성은 대원들을 치하했다.
어느 정도의 증거는 확보를 했다. 이걸 대중들에게 알릴 정도는 아니겠지만, 자체적으로 분석을 하여 범인을 잡을 정도는 될 것이었다.
짝짝!
하성은 손뼉을 쳤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하성은 약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꽤나 피곤한 하루였다. 잘나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수소 에너지 사업에 제동이 걸려 버렸다.
아직까지는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래도 집에서는 내색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달칵.
“저 왔습니다.”
“오셨어요?”
유서화는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국자까지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식탁 위에는 풍성하게 반찬들이 차려져 있었다.
밥도 금방 하였는지 구수한 냄새가 풍긴다. 하성이 좋아하는 소고기 미역국이 끓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 맞춰 밥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내의 역할이잖아요?”
“이것 참.”
하성은 식탁에 앉아 밥을 한술 떴다.
유서화도 맞은편에 앉았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요. 다 그러고 살죠.”
“저도 알고 있어요. 평택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잖아요?”
“알고 계셨군요?”
하성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유서화는 몰랐으면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TV만 틀어도 뉴스에서는 오늘 평택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떠들 것이 분명하였다.
“큰 타격은 없을 겁니다.”
“그런가요?”
유서화도 경영자였다. 지금도 태진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었다. 서서히 하성에게 경영권 전체가 이양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았다.
“사실, 타격이 있습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원흉만 잡는다면 끝을 낼 수 있습니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유서화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만약 여기서 방법이 없다고 하면 유서화는 하성을 돕는다고 나설 것이 분명하였다.
물론 하성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기는 했다.
“물론 있습니다.”
***
“어떤 방법인가요?”
유서화는 하성의 아내로서 그리 물을 수 있었다.
어설프게 말을 해 버리면 그녀를 기만하는 것이 된다. 그러니 설명을 해 주어야 했다.
“범인은 기공을 사용하였습니다.”
“그 초자연적인 힘 말이로군요?”
“그렇죠.”
“그럼 기공을 역추적할 수 있는 방법도 있나요?”
“있죠.”
“그럼 시간문제겠네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역추적을 하면 시간문제일 것이다. 다만, 역추적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어쨌든 그녀에게 더 이상의 걱정을 끼칠 수는 없었다.
하성에게도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이것으로 정확하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하성은 식사 후에 출근할 준비를 했다.
다소 마음이 무겁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그가 고안한 방법이 통한다면 깨끗하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거실로 나오자 뉴스가 흘러나온다.
“으음.”
하성은 뉴스를 보며 침음을 삼켰다.
역시나 수소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는 대한민국 전체를 강타하고 있었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비단 대한민국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수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었다. 만약 이번에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는다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삑!
하성은 TV를 꺼 버렸다.
유서화는 아파트 아래까지 하성을 배웅했다.
아파트 앞에는 리무진이 도착해 있다. 그곳에서 윤다희와 백호가 내린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세요.”
유서화는 하성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윤다희와 백호, 하성은 리무진에 올라탔다.
“좋은 아침입니다.”
윤다희가 그렇게 인사를 하였지만, 사실 반갑게 인사를 받을 수가 없었다. 과연 오늘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지 확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관심은 어제의 폭발 사고에 모아졌다.
백호가 말했다.
“혹시 주인님께서도 내부자 소행으로 보십니까?”
“네.”
“그렇다면 쉬울 수도 있겠군요.”
“내부자 소행이 맞다면요.”
“어떻게 잡을 수 있나요?”
윤다희가 물었다.
그녀도 밝게 인사를 하였지만, 표정 한구석이 어두웠다. 내부자를 잡을 수 없으면 어쩌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성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CCTV에 비치지 않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중에서 기공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지 조사를 하면 됩니다.”
“그것도 가능하군요?”
“가능합니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높을지는…….”
하성도 확신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흑막이 드러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윤다희가 하성을 다독였다.
“걱정 마세요. 잘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해야죠.”
그들은 곧바로 평택으로 향하기로 하였다.
지금은 한가롭게 태진그룹의 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평택 공장에 도착하였다.
사무실을 중심으로 제 5 공장까지 평택에 조성이 되어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공장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었고, 보안실도 있었다.
오늘은 보안실에 몇몇 사람들이 더 출근을 해 있었다. 태진그룹에서 지원을 온 보안 팀 직원들이었다.
특히나 구 한빛그룹 보안 팀장이었던 이철수가 눈에 띄었다. 오늘을 위해 하성이 특명을 내리고 데려왔다.
“이 팀장님,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입니다.”
“들었습니다. 잘못하면 수소 에너지 사업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요?”
“맞습니다.”
이철수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바꿔 말하면 태진그룹에 엄청난 타격이 올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아직까지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수소 에너지 용기에 문제가 있다고 소문이 난다면 사업 자체를 백지화시켜야 할 수도 있었다.
이건 이미지의 문제기도 했다.
한 번 폭발했던 수소 용기가 다시 폭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런 이미지가 깔리면 소비자들이 먼저 외면할 것이다.
“대충 어떤 놈들의 짓인지 짐작은 되지만 확실하게 배후를 캐야 합니다.”
“제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CCTV를 확인하여 폭발 당시에 화면에 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주십시오.”
“간단한 일이로군요.”
“하지만 워낙에 중요한 일이라 이 팀장님을 호출하였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철수는 하성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금부터 조사가 시작될 것이었다.
물론 하성도 할 일이 있었다.
“백호, 저희도 조사를 해 보도록 하죠.”
“예, 주인님.”
백호와 하성은 터진 수소 용기를 가져와 면밀하게 분석을 해 보기로 하였다.
평택 공장의 연구실.
연구실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 수소 용기가 놓여 있었다.
하성은 용기를 자세하게 살피고 있었다.
“워낙에 튼튼해서인지 폭발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다가는 공장 자체가 날아갔을 겁니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호의 말이 맞았다. 여기서 심하게 폭발을 했다면 사상자가 수십 명 단위로 발생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걸 기회로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기회로 삼는다고요?”
“내부에 불꽃을 직접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폭발 반경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안전성은 충분히 보장이 된 겁니다. 여기에 보안을 한다면 내부에서 불꽃이 일어나도 폭발이 크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위기는 곧 기회라고도 한다.
적들을 잡아내기만 한다면 오히려 수소 에너지는 탄력이 붙을 수도 있었다.
“열양공은 확실합니까?”
“확실합니다.”
백호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조사는 어느 정도 된 것이다.
이제 이철수의 조사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점심 무렵이 되어 조사가 끝났다.
이철수는 명단까지 만들어 왔다.
“여기 명단입니다.”
“다섯 명이라…….”
“그 안에 범인이 있을 공산이 큽니다. 회장님의 예상이 맞다면요.”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오늘까지는 여기 있겠습니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경계를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철수는 알아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보안이 생명이라고 그토록 외치던 인물이다. 그러니 앞으로 사고가 더 터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여기서 사고가 더 터지면 정말로 수소 에너지 사업은 접어야 할 수도 있었다.
촤륵!
하성이 명단들을 넘긴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데요.”
“흠……. 그 사람들은 제가 잘 압니다. 평택 공장 초창기부터 함께해 왔던 사람들인데…….”
하성 역시 괜한 직원들을 의심한다는 것이 걸리기는 했다. 하지만 분명히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공장장 이현석이 다시 말했다.
“신원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사람 일이라는 것이 모릅니다. 식사 후에 모두 호출해 주세요.”
“그리하겠습니다.”
이현석의 얼굴도 꽤나 어두웠다.
탁!
하성은 일단 명단을 덮기로 하였다.
지금은 식사에 열중을 하고 그 이후에 사람들을 불러서 조사를 해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에 하성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다섯 명의 직원들은 자신들이 왜 불려 왔는지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하성은 가볍게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한 명씩 면담을 하겠습니다.”
“회장님과 면담을요?”
“간단한 조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번 폭발 사고 아시죠?”
“그, 그런데요?”
“CCTV 조사 결과 여러분들이 그 시간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화장실에 계셨을 수도 있고, 사각지대에 있었을 수도 있죠. 간단히 조사를 한 후에 업무에 복귀를 하시면 됩니다.”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냥 간단한 조사입니다.”
하성은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지금부터 한 사람씩 면담이다.
첫 번째 직원은 안소영이다.
27세이고 1개월 전에 입사를 하였다. 회사 내에서 평가도 좋았고 무엇보다 열심히 일을 한다고 했다.
하성은 안소영을 바라보았다.
“사고 당시에 어디에 있었습니까?”
“생리통이 심해서 화장실에요.”
“험험, 생리통이요?”
“제가 원래 생리통이 좀 심해요. 그래서 화장실에 있었던 건데, 갑자기 폭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러셨군요. 잠시 손목 좀 주실 수 있습니까?”
“손목은 왜……?”
“살필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범인은 손목에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그녀는 손목을 내밀었다.
물론 손목은 깨끗했다. 하성은 손목의 상처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통하여 내공의 유무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아아.”
따듯한 기운이 안소영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기혈이 엉망이기는 하다. 생리통이 심하여 혈맥이 움츠러든 모양이었다. 하성은 따듯한 기운을 자궁으로 보내 통증을 완화시켰다.
‘안소영 씨는 아니로군.’
“확인 끝났습니다.”
“가 봐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안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을 살짝 붉히고 있었는데, 하성이 기를 넣어 주어 혈색이 돌고 있는 것이었다. 생리통이 사람을 저렇게도 만든다니. 내심 여자로 태어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들어오세요!”
하성은 조사를 이어 나갔다.
네 명째 직원을 보냈다.
‘내 생각이 틀렸나?’
분명히 이런 식으로 조사를 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성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 사람이다.
평범해 보이는 여직원이었다.
‘아무래도 글렀나.’
이런 평범한 여자가 범인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절차라는 것이 있었기에 하성은 그녀에게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손목을 보겠습니다. 범인은 손목에 상처가 있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은별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목을 내놓았다.
하성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내공을 불어넣었다.
이은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성은 빠르게 그녀의 몸을 훑었다.
‘여자의 몸으로 열양공?’
팟!
하성은 그대로 그녀의 마혈을 찌르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