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2
100. 이은별
이은별은 가볍게 손을 피하며 품에서 단검을 꺼내 하성을 그으려 했고 하성은 가볍게 그것을 막아 냈다.
이은별의 실력은 대단했다.
한 손에서는 불덩어리를 뿜어내고 다른 한 손에서는 단검을 휘두르며 하성을 제압하려 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제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실력은 청룡보다는 강했고 마르엔보다는 못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도 대단했다.
어느 정도 실력을 파악한 하성은 허공섭물로 이은별을 끌어당겨 마혈을 점해 버렸다.
“허억!”
“움직일 수 없을 거다.”
아마 이은별은 임무에 실패하면 죽을 수 있도록 독단을 이빨 아래에 두고 있을 것이다. 여느 암살자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성은 이은별을 제압한 후에 백호를 호출하였다.
“찾으셨습니까?”
“이은별이라는 직원입니다.”
“으음, 여자가 열양공을?”
백호 역시 하성과 똑같은 생각을 하였다.
여자는 음기가 강하고 남자는 양기가 강하다. 그 때문에 열양공은 대부분 남자가 익혔다.
물론 그렇다고 여자에게 양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여자에게 남성 호르몬이 있듯, 양기도 마찬가지였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특이하기는 하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은별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자살을 할 것처럼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자살을 하지 못하게 막을 것이니 말이다.
“독단부터 제거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백호는 그녀의 입을 벌려 독단을 제거했다.
지금부터는 이은별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왔는지 조사를 해 보아야 한다.
“남자를 고문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여자를 고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죠.”
“후우, 아무래도 이번 일은 주작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남자를 고문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어쩐지 남자가 여자를 고문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주작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회에서 심어 둔 여성 첩자도 주작이 처리를 했다. 치우 내에서는 아예 여성으로 구성된 첩보 조직이 있을 정도였고 그녀들은 주작의 휘하에 배속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은별을 주작에게 던져 주면 충분히 정보를 캐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지하 창고에 감금되었다.
그동안에 주작이 도착을 하였는데, 그녀는 이은별의 상태를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저런 표정이라면 조금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
“독해 보이나요?”
“네.”
도대체 어디가 독해 보인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은별은 전혀 독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함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아무에게도 의심을 받지 않고 살아왔을 것이다.
그녀가 입사를 한 지는 두 달.
그렇다면 두 달 전부터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석유 사업에 반대를 하는 놈들이 확실하니 그쪽으로 몰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주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하 창고로 들어간다.
손톱을 뽑거나 발톱을 뽑는 등의 고문은 기본으로 해야겠지만, 그보다는 정신적인 고문을 가해야 한다.
고문을 한다고 해도 티가 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발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CCTV를 공개해야 한다. 조사 중에 갑자기 하성을 공격하였던 장면을 내보낸다면 어느 정도는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확실한 것은 그녀의 자백이다.
“잘되어야 할 텐데.”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발표를 하면 경찰에 그녀를 넘겨야 한다.
최소한 오늘 하루는 지켜본 후에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퍽퍽!
“…….”
퍽퍽퍽퍽!
주작은 몸에 멍이 남지 않는 수준에서 구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은별은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실로 대단한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
주작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간다.
“어디 소속인지 불지 않는다는 말이지?”
그녀는 말이 없었다.
주작은 답답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여기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백호도 그랬고, 하성도 그랬다.
“쉽게 입을 열 것 같지가 않습니다.”
“대단한 정신력입니다.”
전기 고문까지 이어지고 있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분골착근을 시전하기도 했다.
일반인의 경우라면 2분만 분골착근이 시전되어도 눈을 까뒤집지만, 그녀는 30분 이상을 버텼다.
이대로라면 죽을 것이 확실하였으므로 멈추었다.
달칵.
주작이 밖으로 나왔다.
“독종입니다.”
하성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였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고문을 가했지만, 신음 소리조차 내지 않은 이은별이었다. 이 정도라면 입을 열지 않는다고 보아야 했다.
주작이 물었다.
“주인님, 여성에게 2단계 분골착근을 쓸 수는 없습니까?”
“남자의 경우에는 성관계를 갖지 못한다고 하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겁니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딱히 성불구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해도 입을 열지 의문입니다.”
“음…….”
하성은 남자의 가장 확실한 약점을 알고 있었다.
성불구로 만들어 버린다고 협박을 하면 대부분은 기밀을 줄줄 불었다. 하지만 여자에게도 그것이 통할까는 의문이었다.
“아무래도 정신 공격을 해야겠습니다.”
“정신 공격이라면?”
“가족 관계를 조사해서 인질로 잡아야죠.”
“조금 비인도적이로군요?”
“어쩔 수 없죠.”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은별의 뒤에 엄청난 배후가 있을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렇다면 그 배후를 밝히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고 해야 한다.
실제로 이은별의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협박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일단 오늘은 조사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고문은 중단했다.
어차피 해 보았자 이은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하나 마나 한 고문은 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하성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후우.”
“정말 독한 여자였네요.”
오늘 고문을 하는 내내 윤다희도 지켜보고 있었다.
같은 여자로서, 만약 그녀가 고문을 당한다면 어찌 될까.
“윤 비서는 버틸 수 있겠어요?”
“못 버틸 것 같아요.”
“실로 어마어마한 고문이었습니다. 저 역시 주작이 그렇게까지 고문 실력이 뛰어난지는 몰랐습니다.”
“앞으로 어쩌실 건가요?”
“조사를 하는 것 봐서요.”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은 이은별의 배후를 밝히는 것이 최우선이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윤다희는 하성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사모님이 기다리세요.”
“양해를 구하면…….”
“신혼 초부터 그러면 어떻게 해요?”
윤다희는 강하게 말했다.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윤다희도 신혼 초부터 집에 잘 들어가지 않으면 추후에 바가지를 긁히며 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성 역시 바가지를 긁히는 것은 사양이다.
그래도 오늘은 큰 소득이 있었다. 폭발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지금은 배후를 밝히는 중이었다.
아마도 며칠 안에 배후를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성은 집 앞에 도착했다.
“그럼 내일 뵙도록 할게요.”
“알겠습니다.”
하성은 아파트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날 저녁 무렵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 하성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물론 유서화도 함께였다.
지이잉!
윤다희로부터 전화다.
“접니다.”
-그녀의 가족들에 대해 조사를 했습니다.
“어떻던가요?”
-딸이 하나 있습니다.
“나머지 가족들은요?”
-없습니다.
“그렇다면 딸이 혼자 있겠군요.”
-그렇죠.
하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이런 방법까지는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딸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었다.
“그 딸을 이은별 씨에게 데려가 보여 주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하성은 그렇게 지시를 내렸다.
유서화가 조금 걱정스럽게 말한다.
“딸을 인질로 잡으려는 것은 아니죠?”
“설마요. 그냥 겁만 주려는 거죠. 어차피 딸은 혼자 집에 있다고 합니다. 그럴 바에는 여기서 보호를 하는 것이 낫죠.”
“내일 불겠네요.”
“그럴까요?”
“그럼요.”
하성은 모성애를 알지 못하였다. 물론 유서화도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본능적으로 모성애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하성은 다소 불편한 기색으로 출근을 했다.
어제는 이은별의 딸을 공장으로 데려가라고 지시를 내리기는 하였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배후를 밝혀야 하나 하는 회의감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성은 마음을 다잡았다.
회사가 무너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앉는다. 물론 수소 에너지 사업이 잘 안 된다고 해서 그룹 전제가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은 확실하였다.
하성은 윤다희와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윤 비서, 뭐 좀 알아냈나요?”
“일단 그녀가 협조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협조를 하겠다고요?”
“예.”
그들은 평택으로 향했다.
이은별이 협조를 하겠다고 하면 곧바로 배후가 누군지 말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어제는 불지 않았나요?”
“회장님께 직접 말씀을 드린다고 합니다.”
“가 보도록 하죠.”
평택에 도착하여 지하 창고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초조한 얼굴의 이은별이 묶여 있었다. 그녀는 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은별 씨.”
“저는 결사대 소속입니다.”
“결사대요? 결사대가 뭐 하는 곳입니까?”
***
“오펙이라고 아시죠?”
“아아, 오펙.”
석유 수출국 기구(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통칭 오펙(OPEC)로 불린다.
이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이라크가 창설한 국제기구다. 2002년 현재 12개국이 가입되어 있고 석유 가격을 조절하기 위한 담합 형태로 조직이 되었다.
얼마 전 이란에게는 엄청난 타격을 입힌 바가 있다. 치우의 힘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짓을 벌였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이란뿐만이 아니라 오펙에 가입되어 있는 모든 국가들이 하성을 경계하여 수소 에너지 사업을 방해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하성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다행이라고요?”
이은별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오펙의 힘을 알고 있었다.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힘을 키워 나가고 있었고 그들의 산하에는 수많은 단체들이 존재한다.
결사대라는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결사대가 아니더라도 하성을 죽일 수 있는 자들은 많았지만, 그는 안도하고 있었다.
“어쨌든, 오펙의 결사대 소속이란 말이로군요?”
“그렇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아무래도 이렇게 정체를 밝히면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그녀가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이 말했다.
“딸을 한 번 안아 보고 싶습니다.”
“좋습니다. 다만 지금 몰골이 좀 그러니 평상복으로 입으시죠.”
“네.”
그녀는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은별의 입장에서는 작업복이 평상복인 모양이었다.
그녀가 딸과 상봉한다.
“엄마!”
“예린아!”
그들은 부둥켜안았다.
하성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저도 이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아니요, 저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눈빛이었다.
하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보호를 해 드리겠습니다.”
“못 할 겁니다.”
“아니요, 할 수 있습니다.”
하성은 치우의 힘을 믿었다.
회에서 난리를 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회에서 작정하고 수작을 걸었다면 어려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아니라 오펙에서 일을 벌인 것이라고 한다.
하성은 이은별에게 제의했다.
“제 실력과 비슷한 자들의 단체가 있습니다.”
“……!”
그녀는 놀란 것 같았다.
하성의 힘은 대단한 것이었다. 오펙 결사대에서 이은별이 가장 강했다. 그런 그녀가 맥없이 패하고 말았는데, 이런 괴물이 득실거린다는 것이다.
물론 하성의 말에는 약간의 과장이 있었지만, 이은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정말인가요?”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어딘가에 의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어차피 죽기를 각오했다.
“좋습니다. 조건이 무엇인가요?”
“저와 함께 기자 회견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죠, 하지만 그리하고 나면 감옥에 가지 않을지…….”
“그렇게 되지 않도록 힘을 쓰겠습니다.”
하성이 전 세계 강대국을 협박한 사실을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 작정하고 그녀를 보호하고자 하면 못 할 것도 없었다.
다만 하성은 수소 에너지 사업이 정상화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은별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그녀에게는 남아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당신을 믿어 볼게요.”
“그럼 바로 기자 회견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회견장은 평택 공장 앞에 준비되었다.
수소 에너지 사업을 방해한 원흉을 잡았고 증거까지 발견했다는 하성의 말에 따라 엄청난 숫자의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한국에 있는 기자들은 물론이고 외신들까지 모이면서 평택 공장 앞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그만큼이나 수소 에너지 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여기서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
“후우.”
하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곁에는 이은별도 있었다.
“준비되셨나요?”
“네.”
“그럼 가 봅시다.”
밖으로 나오자 기자들이 일제히 플래시를 터뜨린다.
역광이었으니 얼굴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이다.
하성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은별에게는 아니었다. 그녀는 다소 긴장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하성이 웬 여자를 데리고 나오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작에 앞서 누가 이번 일을 지시했는지 배후부터 밝히겠습니다.”
“…….”
주변이 고요해졌다.
하성도 지금 말을 내뱉고 나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다. 아마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배후는 바로 오펙(OPEC)입니다.”
“허억!”
“오펙이라니!”
웅성웅성.
예상대로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혼란은 납득 쪽으로 기울어졌다.
오펙이라면 충분히 하성의 사업을 저지할 만하였다. 하지만 불법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번 사고로 꽤 많은 사람이 다쳤다. 잘못하면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한 기자가 물었다.
“증거가 있다고 했는데요, 어디에 있나요?”
“증거는 여기 있습니다.”
하성은 CCTV를 돌렸다.
심문을 하는 과정에서 이은별이 하성에게 덤빈 것과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저건 또 무슨?”
하성은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무공입니다. 지금까지는 각국의 수뇌부만 알고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니 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군요.”
“무공이라니요? 그게 실제 합니까?”
하성은 바위 하나를 가져오게 하였다.
“바위가 단단합니까?”
경도 테스트가 진행된다.
망치로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다.
하성은 주먹으로 바위를 내려쳤다.
콰아앙!
“허억!”
휘이이잉.
바위가 가루가 되어 버렸다.
그 밖에 강철도 우그러뜨렸고 아예 높게 뛰어올라 검을 휘두르기도 하였다. 이 정도는 해야 믿을 것이다.
“이런 존재들이 저를 방해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래도 수소 용기가 튼튼하여 크게 폭발하지 않은 겁니다. 저는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수소 용기를 개량하고, 혹여 수소 용기 내부가 터져도 폭발이 크지 않도록 개량을 할 작정입니다.”
소란이 더욱 커졌다.
하성은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역시 이은별에 대한 이야기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범인은요?”
“오펙에서는 이은별 씨의 딸을 인질로 하여 억지로 이번 일을 시켰습니다. 이은별 씨는 제가 보호할 겁니다.”
하성은 그렇게 회견을 마쳤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이번 회견은 이대로 마치고자 했다.
기자 회견이 끝났다.
이은별은 하성이 시키는 대로 협조하였다.
다만 그녀는 아직까지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펙에서는 다른 결사대들을 보낼 거예요.”
“그렇겠죠.”
“그렇다면 위험하실 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결사대를 쓸어버리고 오펙의 하부 단체들을 싹쓸이하겠습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가능한 일입니다.”
“으음.”
그녀는 침음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하성의 말에 믿음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하성의 말은 사실이었고 오펙의 하부 단체들은 다 쓸려 나갈 것이다.
지금부터 조사가 시작될 것이었고 필요에 따라서는 석유 채굴장을 아예 무너뜨려 버릴 수도 있었다.
이런 많은 일들이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자, 지금부터 백호가 이은별 씨를 모실 겁니다.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치우 본가에서 머물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녀는 다소 체념하였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분명히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걱정을 하였던 것이다.
하성은 본사로 돌아왔다.
일단은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오펙에 대해 폭로를 하였으니 분명히 저들도 어떤 반응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몇 시간이 되지 않아서 공식 발표가 있었다.
하성은 윤다희와 함께 TV를 틀었다.
예상대로의 반발이었다.
그들은 오펙의 하부 단체인 결사대가 이번 일을 주도하였다는 사실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윤다희가 말했다.
“괘씸하네요.”
“그렇지요.”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처리해야겠죠.”
“처리라면?”
똑똑.
그렇지 않아도 하성은 그들에게 사람을 보내기 위해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이번 일에는 현무가 제격이다.
현무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주인님.”
현무가 부복하였다.
하성이 힘을 갖기 전까지는 치우 내에서도 이렇게까지 깊은 충성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사대천왕을 모두 찍어 누를 정도의 힘을 갖게 되자 모두가 진심으로 충성을 하였다.
하성의 한 마디라면 지옥으로라도 뛰어 들어갈 사람들이다.
“뉴스 보셨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습니다.”
“오펙의 하부 단체들을 부숴 버리세요.”
“존명.”
현무는 그렇게 사라졌다.
윤다희는 다소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끝인가요?”
“그럼 뭐 더 있어야 합니까?”
“뭔가 어설픈 것 같아서요.”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펙이라면 나름대로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제기구였다. 그런 국제기구가 키운 단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박살을 낸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하성은 태연했다.
“두고 보세요. 저들이 먼저 백기를 들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