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7
105. 추락
“다 자른다고요?”
윤다희는 놀라서 소리쳤다.
이건 엄청난 강경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어느 정도는 협상을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회사가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성의 생각은 달랐다.
“피해가 있다고 해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노조를 뿌리 뽑는 것이 낫습니다. 이렇게 해야 다른 계열사 노조들도 가만히 있겠죠.”
“괜찮을까요?”
“신화그룹입니다. 어느 한쪽이 망해도 버틸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지사에서 그리 나오면 이참이 없애 버리는 것이 낫죠.”
“대단한 발상입니다.”
윤다희는 혀를 내둘렀다.
고름은 짜 버리는 것이 낫다. 계속 두면 계속 곪아서 언젠가는 엄청난 사태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참에 싹 쓸어버리는 것이 답이다.
“윤 비서도 각오 단단히 하세요.”
“언제 출발할 생각이신가요?”
“내일 아침에 가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오늘 출발을 하려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하루 정도는 집에서 쉰 후에 출발을 하기로 했다.
하성은 집으로 돌아왔다.
상당히 피로한 하루였다.
오늘은 잠잠하던 신화에너지 미국 지부에서 파업이 일어났다. 오펙의 일도 그렇고 회에서도 날뛰는 것을 보면 배후에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성이 들어오자 유서화가 맞는다.
“고생하셨어요.”
“하아.”
“죄송해요.”
“서화 씨가 왜요?”
하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매우 헌신적인 여자였다. 이렇게까지 헌신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까지 들었다. 이번에 할아버지의 수발을 든 것도 그랬다.
“구 태진에너지에서 파업이 일어났잖아요?”
“그게 왜 죄송한 일인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래도…….”
“해결할 방도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성은 대충 옷을 벗은 후에 식탁에 앉았다. 편안하게 식사를 하며 유서화에게 내일 출장을 알려 주어야 할 것 같다.
하성이 말했다.
“내일 아침에 출장을 가야 합니다.”
“미국으로 말이군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원격으로 해결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가서 본때를 보여 주어야 한다.
“저도 갔으면 해요.”
“서화 씨는 집에 계세요.”
“어째서요?”
“가서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저야 상관없지만 서화 씨가 어떤 일을 당하게 되면 눈이 뒤집힐 것 같군요.”
“해결 방책은요?”
“다 자를 생각입니다.”
“네?”
예상대로 유서화도 깜짝 놀랐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그 많은 인원을 모두 잘라 버리면 회사의 업무가 마비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성의 생각은 확고했다.
“다 자른다니……. 그게 가능한가요?”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면 가능하죠. 이미 신화에너지는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곤란하죠.”
유서화도 고개를 끄덕였다.
유민성 선대 회장은 회사를 잘 이끌어 왔지만, 노조를 만드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어쩔 수 없이 만들었겠지만, 언젠가는 사달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상을 했어야 한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하성이 손을 대려는 것이다.
“알겠어요. 집에 있을게요.”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하성은 일을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과연 노조가 가만히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법적으로 대응을 하고 회사의 출혈을 감수하면서 노조를 없애 버린다면 해코지를 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오늘은 일찍 자도록 하죠.”
“알겠어요.”
충분히 자 두어야 한다. 그래야 내일 비행길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하성은 대략 일주일 정도의 일정을 잡고 있었다. 넉넉잡아 그 정도면 충분히 해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성은 식사를 하면서 뉴스를 시청했다.
“역대급 태풍이라.”
“출장에는 상관이 없겠죠?”
“후후, 그렇죠. 비행기가 태풍을 지나가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그 위를 지나가는 것이니까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다만 굉장한 볼거리가 될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초대형 태풍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지나가면 사진이라도 찍어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사를 마친 후에 하성은 집을 나서기로 했다.
긴 여정이 될 것이 확실하였기에 유서화는 하성이 차를 타는 순간까지 배웅을 하고자 했다.
“내가 없는 동안 이사 준비를 하도록 해요.”
“그래야겠네요.”
신화그룹의 저택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수아를 계속 혼자 방치할 수도 없었으니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았다.
하성이 돌아오는 즉시 이사를 하기로 했다.
유서화가 하성에게 안겼다.
“조심히 돌아오세요.”
“별일이야 있으려고요.”
“노조에서 해코지라도 하면…….”
“하하하! 오히려 제가 바라는 일입니다. 걱정 마세요. 어떤 일이 있어도 저에게 해를 입힐 수는 없어요. 물리적으로 저는 초인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유서화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하성은 초인이 맞았다. 유서화도 그 힘을 확인하였기에 이렇게 걱정하는 것이 기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내의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요.”
“조심할게요.”
하성은 유서화의 이마에 키스를 한 후에 리무진에 올라탔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이다.
하성은 기지개를 켰다.
“으하하함!”
“졸리세요?”
“어제 신경을 좀 썼더니요.”
어제는 파업을 감행한 노조를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나 상당히 고심을 했었다. 과연 다 잘라 버리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결국 다 잘라야겠다고 결론을 내기는 했다.
“엄청난 싸움이 되겠네요.”
“그럴 것도 없습니다. 협박을 해 보고 안 되면 반역죄를 물어 숙청을 해 버려야지요.”
“볼 만하겠어요.”
윤다희는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을 쓸어버린다고 해서 쾌감이 있지는 않겠지만, 그야말로 대수술이 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공항 앞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경제부 기자들이 꽤 모여 있었다. 이미 하성의 초자연적인 힘이 널리 퍼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하성은 미국에 문제가 발생하여 날아가는 것이었다. 과연 호전적인 하성이 어떻게 일 처리를 할지 언론에서도 궁금해했다.
물론 언론에서 궁금하다는 말은 국민들이 궁금해한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회장님! 미국의 파업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일단 그쪽의 말을 들어 보려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요구라고 들었는데요?”
“그래서 협상을 하는 것이지요.”
“협상이 결렬되면요?”
“대책이 있습니다.”
“어떤 대책인가요?”
기자들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기삿거리 하나라도 건질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성은 여기서 해결책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기밀입니다.”
“대충 언질이라도 해 주십시오!”
하성은 손을 내저었다.
결국 기자들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위이이잉!
비행기가 이륙할 준비를 했다.
하성은 다소 피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윤다희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기자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물어보는지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
그들은 일등석에 탑승했다.
“하아.”
하성은 의자에 몸을 푹 파묻었다.
역시나 비행기 일등석은 편하다. 엔진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고 꽤나 안락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일등석은 서비스도 꽤 괜찮았다.
인상 좋아 보이는 승무원이 물었다.
“불편한 것은 없으세요?”
“없습니다.”
“편안한 여행 되십시오.”
하품이 나온다.
어제 꽤 잠을 자기는 하였지만, 아직까지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물론 육체가 피곤한 것은 아니었다. 정신적으로 매우 피로한 것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였다.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비행기가 하늘을 날았다. 지금부터는 편안하게 여행을 하면 된다. 미국에 내리는 순간 전쟁이 시작될 것이니 그 전까지는 최대한 정신력을 비축해 두는 것이 좋았다.
윤다희가 하성을 깨웠다.
“회장님.”
“으음…….”
잠이 들기 전에 윤다희에게 한 가지 지시를 해 두었다. 그건 바로 비행기가 태풍 위를 지나가면 깨워 달라는 것이었다.
“태풍 위를 지나고 있어요.”
“와아.”
TV에서 역대급 태풍이라고 떠들어 대기는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장엄함 그 자체였다. 자연의 모습에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이 정도 태풍이라니. 정말 재해라고 할 수 있겠군요. 태풍이 움직여 상륙하면 실로 엄청난 피해가 나겠습니다.”
“한국에는 피해가 없으니 다행이죠. 여기서 북쪽으로 움직인다고 하던데 북극에 사람이 살았으면 큰일이 났겠어요.”
“러시아에는 다소 피해가 있을 수도.”
이런 태풍이 상륙한다고 하면 끔찍한 일이었다. 하늘 위는 고요하기 그지없었지만, 저 아래에는 어떤 지옥이 펼쳐져 있을까. 아마 눈을 뜨기도 힘들 만큼이나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을 것이다.
하성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는 다시 잠이 들려 하였다.
이런 태풍이니 집으로 돌아가면 유서화에게 보여 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윤다희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하성의 곁으로 승무원이 다가온다.
“뭐 필요한 것 없으세요?”
“와인이라도 한 잔 마실까 싶은데요.”
“와인 말씀이죠?”
하성이 막 와인을 주문하였을 때였다.
쿠아아앙!
갑자기 비행기가 흔들리며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
콰과과과과광!
비행기가 반 토막이 났다.
폭발이 여기까지 미치려 하였고 하성은 윤다희를 우선적으로 끌어당기고 당황해하는 승무원도 끌어당겼다.
다른 사람도 구하고 싶었지만 워낙에 창졸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비행기가 반 토막이 났고 엄청난 파편이 날아왔다.
하성은 그대로 호신강기를 극성으로 펼쳤다. 그 하나만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두 사람을 보호하다 보니 파편 하나가 어깨에 틀어박혔다.
“커어어억!”
“회장님!”
하성은 정신을 차렸다.
명색이 그는 토의 단계에 접어들어 간 초절정의 무인이었다. 겨우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었다.
“끄아아악!”
“아아아악!”
사람들이 밖으로 빨려 나갔다.
하성은 여기 있으면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하였다. 안전벨트를 매고 호흡기를 사용하는 것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테러!
사방이 적이었으니 이건 분명히 하성을 노린 테러일 것이다. 그럴 공산이 컸다. 그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으드득!
하성은 이를 악물었다.
많은 사람을 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범인은 일부러 비행기가 태풍 위를 지나가고 있을 때 폭탄을 터뜨린 것 같았다. 그래야 찾을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성은 윤다희와 승무원을 끌어안았다.
“꽉 잡으세요.”
“대체 무엇을 하시려고…….”
팟!
하성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꺄아아악!”
엄청난 기압이 몸을 짓누른다.
콰르르르릉!
태풍을 통과하자 이리저리 몸이 휘둘렸다.
그야말로 몸이 갈가리 찢기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호신강기를 극성으로 끌어 올리며 대항하였다.
만약 하성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면 여기 있는 승무원 하나라도 살려야 한다. 그것이 하성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태풍 아래로 내려오자 더욱 엄청난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콰릉! 콰르르르릉!
천둥번개가 치는 것은 물론이고 미친 듯이 비바람이 몰아쳤다. 여기에 집채만 한 파도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촤아아아아!
“아아!”
하성은 파도 위에 올라섰다.
승무원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인간이 물 위에 어떻게 떠올라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성이 승무원과 윤다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괜찮으신가요?”
“괜찮아요!”
“승무원님의 이름이 뭔가요?”
“캐, 캐서린입니다.”
“꽉 잡으세요.”
“도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육지까지 가야 합니다.”
쿠르르르릉!
“회장님! 파도!”
사방으로 파도가 몰아쳤다.
하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이렇게 다친 상황에서 과연 강제로 힘을 내어 육지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우선 큰 파도부터 피한 후에 윤다희에게 부탁을 했다.
“파편을 좀 뽑아 주세요.”
“하지만…….”
“상관 말고 뽑아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합니다.”
윤다희는 파편을 잡고 뽑아냈다.
츄악!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워낙에 비가 많이 내려 어떤 것이 피고, 비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사방은 어둡기까지 했다.
하성은 혈도를 내공으로 조절하여 우선 지혈을 했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지금은 양쪽에 그녀들을 안고 있었는데, 이래서는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다.
“한 분은 저에게 안기시고 한 분은 제 등에 업히세요.”
캐서린이 하성에게 업혔고 윤다희가 안겼다.
지금은 이런 것 저런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이야기는 이곳을 빠져나간 후에 해야 한다.
“갑니다!”
팟팟!
하성은 파도와 파도를 밟으며 나아갔다.
이건 수상비의 응용이다.
이 정도 단계에 이르렀다면 수상비를 시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수상비를 언제까지 펼칠 수 있냐는 것이다.
이곳은 바다 한가운데였다.
비행기 파편조차 보이지 않는 그런 곳이었고 도대체 언제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파바바밧!
하성의 신형은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캐서린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임하성 회장은 지금 파도를 밟고 나아가고 있었다.
며칠 전에 TV에서 임하성 회장의 초자연적인 힘에 대해서 대서특필을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조작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초능력이 어디에 있냐고 수많은 사람들이 인상을 썼다. 캐서린도 초능력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초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을 하였지만,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은 엄청난 것이었다.
“이럴 수가…….”
그야말로 이곳은 지옥이었다.
번개가 사방으로 치는 것은 물론이고 집채만 한 파도들이 넘실거렸다. 만약 혼자였다면 단 1분도 버티지 못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임하성 회장은 거의 30분 이상을 달리고 있었다.
달리는 속도도 엄청났다. 보트를 탄 것이나 다름없이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허억! 허억!”
임하성 회장은 숨이 차는지 헥헥댔다.
윤다희 비서라는 사람이 말했다.
“회장님, 어디서 잠시 쉬시는 것이…….”
“이제는 멈추면 가라앉을 겁니다.”
“그런…….”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걸까.
속도는 점점 늦어지고 있었고 아까보다 몸이 처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죽는 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아닐까.
“으으으.”
점점 추워졌다.
세 사람은 공통적으로 체온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육지에 닿지 못한다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었다.
콰르르릉!
번개가 번쩍이자 캐서린과 윤다희는 필사적으로 좌우를 살폈다. 혹시라도 육지가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번쩍!
저 멀리 뭔가가 보였다.
“유, 육지예요!”
“어느 쪽으로요?”
“우측으로요!”
곧바로 신형이 꺾였다.
파바바박!
그들은 육지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가까워 보였지만, 얼마나 더 가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전에 임하성이 탈진을 하여 쓰러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캐서린이 그에게 말했다.
“힘을 내요.”
“후욱! 후욱!”
이 지옥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다. 임하성이라는 남자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20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간신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만 더 가면 육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제발 힘을 내요!”
“으으으!”
“회장님! 정신 차리세요!”
임하성은 정신을 잃으려 하고 있었다. 하기야, 어깨에 그런 상처가 나고서도 여기까지 온 것은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으아아아아!”
임하성은 소리를 질렀다.
조금 더 움직임이 빨라진 것 같았다. 그들은 모래사장에 겨우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털썩.
“…….”
그리고 그대로 임하성 회장은 기절을 해 버렸다.
“사, 살았다!”
파도가 세차게 부딪치고 있었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녀들은 맨발이 되었다. 이미 여기까지 오는 동안 신발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윤다희가 말했다.
“회장님을 안쪽으로 끌고 가야 해요!”
“네!”
안쪽으로 들어가 버텨야 한다.
이 태풍이 얼마나 지속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 있다가 해일이라도 일어나면 답이 없었다.
그들은 안쪽으로 이동했다.
투둑! 투두두둑!
세찬 빗살이 얼굴을 때리는 느낌과 함께 하성은 기절에서 깨어났다.
“으으으.”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 같았다.
아무리 토의 단계에 올랐다고 해도 그런 부상을 입고 강제로 기를 운용하였으니 멀쩡할 리가 없었다.
기력이 쭉 빠지는 게 최소한 일주일은 요양을 해야 간신히 내공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기혈이 엉망이었다.
윤다희와 캐서린은 기절을 해 있었다.
이곳은 절벽 아래였다. 용케도 이런 곳을 찾았다. 바람은 어느 정도 막아 주고 있는 것 같았지만 완전한 미봉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있으면 다 죽을 것이다.
“일어나세요.”
“회장님! 괜찮으세요?”
윤다희는 반색했다.
일단 하성은 살아 있었다. 그것이 중요했다. 살아만 있으면 난관이야 어떻게 해서든 헤쳐 나가면 되는 것이다.
“어찌어찌 도착을 했군요.”
“회장님께서 초인적인 인내로 달리셨으니까요.”
“일단은 비바람을 막아야겠습니다. 이대로라면 죽고 말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체온이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비바람을 막아야 할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집부터 만들도록 하죠.”
***
사실 하성도 움직이기 쉽지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고통이 온몸에 짜르르 흐르는 것이 그냥 누워서 쉬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하성이 주체가 되어 움직이지 않으면 모두 죽은 목숨이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휘이이잉!
비바람이 몰아치고 이물질들이 날아다녔다.
뉴스에서도 이번 태풍을 역대급이라고 표현을 하였다. 역사상 이만한 태풍을 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태풍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폭풍은 거세질 것이다. 그러다가 돌멩이가 날아와 머리라도 맞으면 그대로 사망이다. 그 밖에도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여러 가지였다.
안전한 곳이 필요했다.
‘다치지 않았다면 절벽을 파 들어갔을 것이지만.’
지금 하성은 절벽을 파 들어갈 힘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쩌죠?”
“나무를 박아서 막아야 합니다! 두 분은 야자 잎을 모아 주세요. 제가 나무를 절벽에 박을 테니 야자 잎을 엮어서 비바람을 막아야 합니다!”
“네!”
이건 생존 게임이다.
사회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상관이 없었다. 지금 단결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
비록 두 사람은 여자였지만, 고사리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었다.
“멀리는 가지 마시고 근처에서 모아야 합니다.”
“알겠어요!”
“후우.”
하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 내공을 완전하게 사용할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한 줌 정도의 내공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나무를 맨손으로 뽑을 수는 없었고 막대기를 들어 검기를 발현한다면 도끼로 나무를 하듯 자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성은 막대기를 들어 검기를 발출했다.
“크윽!”
뒤틀린 기혈에서 통증이 전해졌다.
하성은 강제로 나무를 베기 시작하였다.
퍼억! 퍼억!
거목이 쓰러진다.
나무들이 쓰러지자 하성은 끝부분들을 뾰족하게 다듬었다. 그렇게 하여 바닥과 절벽에 박은 후에 아치처럼 세워 비바람을 막을 계획이었다.
하성은 나무 열 개 정도를 해서 차례대로 절벽에 박기 시작하였다.
퍼어억!
“크으으윽!”
나무를 하나씩 박을 때마다 피가 울컥 치밀고 있었다. 그래도 이건 견뎌 내야만 한다.
퍼억! 퍼억!
나무들을 박은 후에 절벽 틈으로 간신히 사람 하나 지나갈 공간만 만든 후에 야자 잎으로 틈을 엮기 시작하였다.
하성은 그 사이에 나무를 베어 땔감을 만들었다.
훌륭한 집이 30분 만에 완성되었다.
그들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성은 마지막 힘을 짜 내어 삼매진화를 일으켜 보기로 하였다.
물론 그 전에 마른 나무가 있어야 한다.
하성은 내공을 사용하여 젖은 나무의 수분을 날려 버렸다.
파앙!
그 후에 삼매진화로 불을 일으켰다.
화르르륵!
“와아!”
주변이 밝아졌다.
하성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다.
불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얼마나 갈지는 알 수가 없었다.
지금부터는 땔감을 말려서 곧바로 사용을 해야 한다.
“허억! 허억!”
“괜찮으세요?”
“생각보다는 괜찮습니다.”
미칠 지경이다.
하성은 윤다희의 다리를 벴다.
“눈 좀 붙이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
하성은 다시 기절을 해 버렸다.
타닥타닥.
제법 나무가 잘 타고 있었다.
퍽퍽!
가끔씩 이물질이 날아와 집을 때렸다.
캐서린은 그런 충격이 일어날 때마다 몸을 떨었다.
“정말 죽을 뻔했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지금까지는 살아야 했기에 어떤 대화도 나누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안정이 되어 가자 대화를 나눌 여유도 생겼다.
캐서린이 물었다.
“임하성 회장님은 정말로 초능력자인가요?”
“겪어 보셨잖아요?”
아직까지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하기야, 죽을 뻔한 위기를 그렇게 넘기고 난 후에 멀쩡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일단 살아남기는 했지만 상황은 괘나 절망적이다.
“이제 어쩌면 좋죠?”
“일단은 회장님이 깨어나시면 다시 상의를 하도록 해요.”
“그렇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핸드폰은 당연히 고장 났다. 2002년도에 방수 핸드폰이 나올 리가 없었고 있다고 해도 일반인이 가지고 다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비행기가 공중에서 폭파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캐서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난 것은 기적이라고 할 만하지만…….”
도대체 그들이 어디로 추락을 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태풍이 이렇게까지 불고 있었고 걷힌다고 해도 과연 사람들이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캐서린은 이제야 동료들이 모두 죽었음을 실감했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겠죠?”
“아마도요.”
여기서 누군가가 살아남았다는 가정은 하기 힘들다.
임하성 회장이 아니었다면 그들도 꼼짝 없이 죽었을 것이다. 비행기는 수면 위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구명조끼가 있다고 해도 그런 파도 속에서는 모두 죽었을 것이 확실하다.
캐서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모두가 우리들을 죽었다고 여기지 않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회장님이 초능력자라는 사실은 무엇보다 사모님께서 잘 알고 계시죠. 어떻게 해서든 헬기를 보내 찾을 겁니다.”
“가능성이 있어야 할 텐데…….”
“아마 위성까지 동원될 가능성이 큽니다. 날이 개면 크게 SOS라는 표식을 만들어 두면 사모님께서 찾으실 거예요.”
캐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무래도 운이 좋은 것 같았다.
임하성 회장이 초능력자라는 사실과 그의 아내가 부자라는 사실이 말이다. 사람 목숨에 비한다면 그깟 재산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하성은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후우.”
“정신이 드세요?”
“어찌어찌 살아남았군요.”
“회장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셨기 때문이에요.”
“이걸 기적이라고까지야…….”
“그런데 어깨는 어떻게 하면 좋나요?”
“내공으로 막아 봐야죠.”
일단 지혈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꿰매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올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식수는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단 수분을 충분히 보충한 하성은 가부좌를 틀었다.
“저는 운기조식을 하겠습니다. 어깨의 상처도 치유를 해야 하고 태풍이 물러가면 식량도 구해야 하니까요. 집도 지어야 하니 최대한 힘을 모으겠습니다.”
“알겠어요.”
하성이 눈을 감으려 했다.
캐서린이라는 여자가 말했다.
“도대체 누가 이랬을까요?”
‘오펙이 유력하지만 회에서 이런 짓을 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 마피아 중 하나일 수도 있고.’
적이 너무 많아서 감도 잡히지 않았다.
차라리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래도 이번에 살아서 돌아가면 전용기를 새로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르겠네요.”
“이런 무차별적인 테러라니.”
캐서린은 우울하게 말했다.
윤다희도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하성의 적이 벌인 일일 공산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하성은 눈을 감았다.
캐서린은 패닉에 빠지기 직전이었지만 윤다희는 태연했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았으니 이 섬에서 탈출할 것을 확신하는 것이다.
다만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유서화라면 하성이 살아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을 것이었고 반드시 이곳을 찾아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전까지는 몸을 회복하여 식사를 해야만 했다.
유서화는 밤중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백호에게서 온 전화였다.
-안주인님! 주인님께서 타고 가시던 비행기가 폭파되었습니다!
“뭐라고요?”
유서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는 느낌이었다.
백호가 헛소리를 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자세한 상황을 알기 위해서 그녀는 TV를 틀었다. 비행기에 테러가 일어날 정도의 사건이라면 전 세계가 떠들썩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TV에서는 비행기 테러 사건을 긴급으로 다루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안주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인님은 반드시 살아 계실 겁니다.
“당연히 그럴 거예요.”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유서화는 이성을 잃지 않았다.
남편이 굉장한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라는 사실은 그녀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죽는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백호도 이 점을 강조했다.
-구조대를 준비하겠습니다.
“태풍 속을 뚫는 것은 무리겠죠?”
-그건 불가능합니다. 주인님께서도 알고 계시겠죠. 태풍이 지나간 후에 곧바로 수색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함께 가겠어요!”
-바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유서화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남편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테러를 당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유서화는 확신을 가졌다.
“제가 곧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