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8
106. 생존
태풍은 이틀 동안 불었다.
얼마나 크기가 크면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태풍이 지나가는 데에만 이틀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하성은 운기조식에 전념하였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몰랐다.
윤다희가 하성을 흔들어 깨웠다.
“회장님.”
“태풍이 지나갔군요.”
“네, 해가 떴어요.”
이제야 겨우 날씨가 좋아졌다. 지난 이틀 동안 그들은 물을 제외하고는 먹은 것이 없었다. 그 때문에 몹시 허기가 졌다.
하성도 배가 고픈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움직이지 못할 지경은 아니었다.
우선은 무엇이라도 먹어서 허기를 채워야 한다.
다행히 이곳에는 야자나무가 몇 개 있었다. 작은 무인도였지만, 야자라도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하성은 단숨에 야자나무를 타서 코코넛을 땄다.
내려와서 코코넛에 구멍을 냈는데, 일인당 하나씩 코코넛 과즙을 마실 수 있었다.
윤다희와 캐서린은 단숨에 과즙을 마셨다.
“와아! 살 것 같아요!”
“이제는 과육을 먹도록 하죠. 크게 배가 부르지는 않아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될 겁니다.”
“네!”
하성은 코코넛을 쪼개 과육을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어느 정도 허기가 가셨다.
하성은 그녀들과 둘러앉았다. 이제 이곳에서는 생존을 해 나가야 한다. 구조대가 꼭 온다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허기는 면했지만, 이걸로는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저는 가서 물고기를 사냥할 테니 여러분들은 조개나 고동 같은 것을 주워 오세요. 일단 배부터 채운 다음에 좀 쉬고 움직이도록 하죠.”
“네!”
“알겠어요.”
윤다희와 캐서린은 말을 잘 들었다.
애초에 하성이 없었다면 그녀들은 살아 있지 못하였을 것이다. 죽은 목숨이라고 봐야 했다. 게다가 하성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여차하면 이곳에서 뗏목이라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하성이었다. 물론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
집을 지어야 하기도 하고 SOS를 크게 그려야 했지만 사람이 힘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모두 이틀 동안 굶었으니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것이었다.
말이 이틀이지 그만큼 굶으면 당이 떨어져서 움직이기도 힘든 것이 정상이다. 그래도 코코넛 과즙을 먹었더니 당이 보충되어 당장 움직이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여자들은 해안가로 조개를 비롯한 해산물을 채집하기 위해 나갔다.
하성은 물고기나 여러 가지 해산물을 잡기 위해 바다 깊은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러자면 작살이라도 하나 있어야 한다.
하성은 나무를 이용하여 작살을 만들었다.
“후우, 이 정도면 되었지.”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움직이고 내공을 어느 정도 운기를 하는 데에는 지장이 전혀 없었다.
하성은 작살을 하나 들고 이동했다.
해안가에는 여자들이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회장님! 여기 조개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저는 바다 깊은 곳에 가 보겠습니다!”
“네!”
누구도 하성이 위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사실 무리를 하자면 몇 날 며칠을 달려서 육지에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었다. 다만 위험해서 하지 않는 것뿐이다.
풍덩!
하성은 바닷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을 호신강기로 보호하자 바다 내부가 환하게 들여다보았다. 하성은 한 시간 정도 숨을 쉬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으므로 천천히 사냥감을 물색하였다.
‘대왕조개로군.’
하성은 대왕조개를 캐서 올라왔다.
대왕조개의 껍질은 냄비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아주 귀한 놈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여기에 지나가던 넙치 한 마리를 사냥하여 올라왔다.
일단 해안가에 내버려 둔 후에 다시 입수했다.
미역도 있었고 전복도 보인다.
이곳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무인도였고 해산물의 보고라고 말할 수 있었다. 먹고 사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성은 귀한 해산물을 발견했다.
‘말로만 듣던 크레이 피시인가?’
하성은 거대한 가재를 포획하여 가지고 올라왔다.
밖으로 나오자 해산물들이 꽤나 풍성하다.
“와아! 대단해요!”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손질을 할 차례다.
물고기는 내장을 꺼냈고 비늘을 벗겨 구웠다. 대왕조개는 구웠고 크레이 피시도 마찬가지였다.
대왕조개의 반쪽을 냄비로 사용하여 미역국도 끓였다.
윤다희는 연신 감탄했다.
“대단하네요. 초장만 있으면 딱 좋을 텐데.”
“그걸 바랄 수는 없죠.”
하성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방이라도 챙겨서 올 걸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하성은 음식이 마련되는 동안 테이블과 의자를 뚝딱 만들어 왔다.
젓가락까지 검기로 다듬어서 가져오자 캐서린은 탄성을 내지었다.
“정말 초능력자네요. 마법사인가요?”
“뭐 그 비슷하죠.”
“하늘을 날 수는 없죠?”
“아직은요.”
경지가 더 높아지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하성이 천의 단계에 오른다면 하늘을 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배를 채울까요?”
“네!”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음식을 먹어 치우기 시작하였다.
전부 걸신들린 듯이 먹었다.
그렇게 먹어도 될 만큼 음식은 충분하였다. 일단은 배가 채워져야 역할을 분담하여 움직일 수 있었다.
하성은 저녁에 먹을 것을 남겨 둔 후에 잠시 쉬기로 했다.
촤아! 촤아!
파도 소리가 평화롭게만 들린다.
어제만 하여도 해일처럼 무섭게 들이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유롭게 파도가 치는 것이다.
그들은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했다.
캐서린은 긴장이 풀렸는지 먹자마자 잠이 들었다.
낮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휴양이라도 온 것 같네요.”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말이죠.”
하성도 윤다희의 말에 동의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을 하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최악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들은 어제까지만 하여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여 생각을 해 보면 이만큼이나 편하게 쉴 수 있을 때가 있나 싶었다.
하성이 웃었다.
“그럼 조금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할까요?”
“네, 저는 처음 비행기가 폭발할 때만 조금 놀랐지, 그 이후에는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를 믿어 주셨군요?”
“어떤 상황에서도 회장님과 함께라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럼 지금을 휴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후후, 불행하게도 그러네요.”
초거대 기업이 탄생하면서 윤다희가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그 규모가 예전과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물론 각 기업들에는 인재가 많았지만, 하성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윤다희는 구조본부장에 임명되어 있었고 비서의 역할도 수행하였다. 그러니 바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인도에 떨어졌다.
게다가 그녀는 반드시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유서화가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어떨지 몰라도 하성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최대 보름까지는 기다려 보다가 그때도 안 오면 단단히 준비를 해서 달리면 된다. 하성의 몸만 완벽하게 회복한다면 태평양을 횡단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이었다.
“신기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휴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니. 죽은 분들에게는 죄송스럽지만요.”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까지는 너무 여유가 없게 살았어요.”
지난날을 돌아보니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기도 했다. 너무 바빠서 뒤를 돌아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우리도 잘까요?”
“그럽시다. 어차피 구조대가 오려면 며칠은 걸릴 것 같으니까 천천히 움직이도록 하죠.”
그들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이곳에서는 지친 육신을 쉬게 할 수는 있었다.
그 시각.
하성의 예상대로 유서화는 태평양으로 구조대를 보내려 하였다.
하지만 일반 헬기로는 작전 반경 때문에 무리가 있었기에 유조선을 가지고 태평양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유조선 위에는 헬기가 세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연료를 공급받으며 태평양 전체를 뒤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어디에서 추락하였는지 기록이 있었기에 그곳을 중심으로 뒤지면 될 것이다.
임수아가 유서화에게 걱정스레 말했다.
“언니, 오빠를 찾을 수 있겠죠?”
“찾을 수 있어요.”
“오빠는 강한 사람이니까요.”
“아가씨, 주인님은 죽으실 수 없는 분입니다.”
“정말이요?”
“이건 극비 사안입니다만…….”
백호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주인님께서는 다음 단계를 밟으셨습니다. 미사일이 눈앞에서 폭발을 해도 멀쩡하신 분이지요. 다치셨다고 해도 지금쯤 회복을 하셨을 겁니다. 게다가 폭발물은 화물칸에서 터졌다고 추정이 됩니다. 일등석에는 폭발이 직접적으로 가해지지 않았다고 보이고요. 직접적인 폭발이 일어났다고 해도 윤 비서님과 함께 탈출했을 겁니다. 그리고 내려와 수상비를 사용하여 이동했겠죠.”
“수상비요?”
“물 위를 뛸 수 있는 무공입니다.”
“그런 것도 가능해요?”
“저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인님이라면 거의 날아가듯 육지를 찾으셨을 겁니다.”
백호의 말을 듣자 안심이 되었다.
유서화 역시 백호의 말을 듣고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저희가 찾지 않아도 주인님께서 직접 오실 수 있습니다. 편의상 가서 찾는 것뿐입니다.”
“알겠어요. 안심하고 있을게요.”
“비행기 사고로 안타깝게 살아 있는 사람은 전무할 겁니다. 하지만 주인님과 윤 비서님은 살아 계십니다.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럼 오빠는 휴양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마음이야 꽤 불편하시겠지만, 휴양이라면 휴양이겠죠.”
“그렇다면 마음이 놓여요.”
유조선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앞으로 이틀 정도를 달려서 작전이 시작될 것이다. 그 이후로는 이 잡듯이 무인도들을 뒤져 나갈 것이었다.
***
일행들은 거의 두 시간을 자고 난 후에 일어났다.
어느 정도는 몸이 회복된 느낌이었다.
하성 역시 먹을 것이 들어가자 빠르게 몸이 회복되고 있었다. 그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부터는 SOS를 그려야 한다.
“역할 분담을 하도록 하죠.”
“좋아요.”
“지금부터는 구조대가 우리들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합시다.”
역할은 곧바로 분담이 되었다.
하성은 집을 짓고 윤다희와 캐서린은 해안가를 돌면서 돌로 SOS를 그리기로 하였다.
더불어 곳곳에 연기를 피우려 하였는데, 그건 모레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 전에는 구조대가 올 것 같지가 않았다.
“정말 느긋하게 해도 될까요?”
캐서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성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이죠. 제 아내라면 아마 유조선을 끌고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헬기는 세 대 정도를 동원하겠죠. 그럼 작전을 시행하는데 앞으로 최소한 이틀은 걸릴 겁니다. 그러니 느긋하게 하셔도 돼요.”
“회장님만 믿을게요.”
“살아 나갈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곧바로 작업이 시작되었다.
하성은 통나무집을 짓기로 하였다.
앞으로 며칠이 될지도 모를 시간 동안 여기서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럴싸한 집을 지어야 한다.
화장실은 없어도 최소한 방이 두 개는 되어야 한다. 취사도 가능하게 지으려 했다.
하성의 몸은 굉장히 많이 회복을 했다. 그는 불 없이도 살 수 있었지만, 여자들은 아니다. 그 때문에 하성은 아궁이를 만들어 온돌까지 깔려 했다.
“어려운 일도 아니지.”
몸을 거의 회복하자 하성은 거대한 바위들을 검강으로 잘라서 돌판을 만들었다. 역시 바위들을 잘라서 벽돌과 같이 기초를 하고 뜨거운 연기가 지나가 방 전체를 덥히는 온돌을 깔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에는 나무를 베어 거의 목조 주택 비슷하게 집을 만들어 나갔다.
온돌 집에 목조라면 오래는 못 버티겠지만 그들이 살아갈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게다가 무너질 정도로 집을 대충 짓지는 않을 것이다.
툭탁툭탁!
집이 엄청난 속도로 지어지고 있었다.
거의 20평에 가까운 집을 반 정도나 지었다.
작업을 끝내고 온 캐서린과 윤다희가 놀람을 드러냈다.
“정말 대단하네요!”
“꽤 그럴싸하죠?”
“이 정도면 전문가가 짓는 수준이네요. 마감재만 잘 사용하면…….”
“자자, 오늘부터는 따듯하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하성은 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저녁 무렵에는 근사한 주택을 완성했다.
짝짝짝짝!
그녀들이 박수를 쳤다.
“아예 목수로 나가지 그러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쉽네요.”
딱히 건축을 배운 것은 아니었지만, 하성의 칼질이 워낙에 정교해서 전문가가 지은 것처럼 보였다.
저녁이 되자 쌀쌀해졌는데, 하성은 아궁이에 불을 떼서 주택 전체를 뜨겁게 했다.
“후끈후끈하네요.”
“그럼 식사하고 자도록 하죠.”
식사라고 해 봤자 원시적인 재료들뿐이었다.
그런데 윤다희는 오늘 어디선가 가방 하나를 주워 왔다.
“비행기에서 떠내려 온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가방이라.”
가방을 열자 고추장과 김치가 나왔다. 여기에 소주까지 있었는데, 하마터면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하지만 일행들은 묵념을 했다.
이 물건들의 주인은 분명히 고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가방에는 일회용 밥도 있었다. 오늘은 정말 한국식 식단을 짜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김치찌개를 끓이고 반주를 곁들인다.
일회용 밥도 세 개나 있어 오늘 저녁은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먹겠습니다.”
하성은 나무잔에 소주를 채웠다.
물론 소주를 하성만 먹을 수는 없었고 그녀들에게도 나눠 주었다.
쪼르르륵.
“그럼 먼저 고인이 된 분들의 명복을 빌어 주죠.”
“그래요.”
그들은 잠시 눈을 감고 애도를 표했다.
비행기가 폭발한 것이 하성 때문인지, 무차별 테러인지는 아직 모른다. 아마 그건 영원히 비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하성 때문일 공산이 컸기에 그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
애도를 표한 후에 소주를 넘겼다.
“후우!”
“꽤 맛이 괜찮네요.”
캐서린은 외국인이었지만, 소주가 입에 맞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라면 텁텁하기로 유명한 마유주도 먹어 치울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음식들을 먹어 치웠다.
“배부르고 졸리네요.”
“어쩐지 사치를 부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캐서린이 말했다.
하기야 이곳은 무인도였고 이런 집에서 따듯하게 잘 수 있다는 것은 사치나 다름이 없었다. 하성이 없었다면 아마 덜덜 떨면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앞으로 최대한 일주일입니다. 그 안에 구출이 될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다면 달려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도록 하죠.”
“가능한가요?”
“시간이야 꽤 걸리겠지만, 무인도와 무인도 사이를 관통하면 언젠가는 육지에 닿을 수 있겠죠.”
황당한 계획이었지만, 하성이기에 실행할 수 있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잠이 들기로 했다.
5일 정도가 흐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구조대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하성은 분명이 구조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여자들이 과일을 따 왔다.
무인도는 꽤나 넓었다. 안쪽에는 꽤 큰 우물도 있어 식수를 조달하는 데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육지에서 가깝기만 하다면 이곳은 훌륭한 무인도 펜션이 될 수도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만약 여기서 다음 무인도까지 뛰어간다면 충분한 보급품을 챙겨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막 점심을 먹는 참이었다.
“언제쯤 올까요?”
캐서린이 약간의 불안을 드러낸다.
“곧 올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물론이죠.”
하성은 느긋했다.
구조가 된다는 것 자체에는 믿음까지 있었다. 여기서 구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성은 그동안 몸을 대부분 회복했다.
이제는 어깨에 남은 상처까지 거의 다 사라질 지경이었다.
“앞으로 10일 동안 구조대가 오지 않으면 달려서 나가도록 하죠.”
“그 수밖에는 없겠지요.”
“그 전에 올 겁니다.”
하성은 캐서린을 안심시켰다.
타다다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헬기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밖으로 나와 확인을 하였는데, 헬기가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부근을 지나친 것이 틀림없었다.
“바, 방금 헬기 맞죠?”
“헬기가 먼 곳을 지나간 것 같군요.”
“그렇다면!”
“불을 피우도록 하죠. 아마 오늘 안에 구조가 될 것 같습니다.”
“와아!”
캐서린이 하성에게 안겨 들었다.
그녀는 정말 기쁜 것 같았다.
틀림없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이렇게 된다면 구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아니, 이 정도라면 구조대가 금방 도착한다고 봐야 했다.
헬기가 뜨기만 한다면 연기가 보일 것이다.
그들은 섬 곳곳에 연기를 피우기 시작하였다.
“이제 기다려 보죠.”
하성 역시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초조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유서화를 비롯하여 주작, 회사의 몇몇 간부들이 함께 나와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타다다다!
3번 헬기가 오늘만 다섯 번째 급유를 위하여 내려왔다.
기장이 내려서 송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괜찮아요. 느긋하게 찾아보도록 해요. 남편은 어디에 떨어져도 굶지는 않을 테니까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후우.”
말은 그렇게 느긋하게 하였지만,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유서화를 주작이 위로했다.
“주인님은 반드시 구조되실 겁니다.”
“그렇겠죠.”
주작에게도 확신이 있었다.
임하성은 절대적으로 살아 있을 것이라는 믿음. 다만 찾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았다.
치익!
-여기는 1호기! 연기를 발견했다!
“……!”
사람들은 놀람을 드러냈다.
연기가 그냥 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히 1호기는 임하성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 틀림없었다.
이번에 사망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비행기가 두 동강 나서 역대급 태풍 속으로 사라졌는데,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임하성이 유일할 것이었다. 기껏해야 윤다희와 또 한 명 정도의 사람이라고 할까.
유서화가 3호기를 재촉했다.
“빨리 가 보도록 하죠.”
“네!”
그 시각.
일행들은 무인도를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헬기가 근처를 선회하였으니 이번에는 연기를 발견하고 틀림없이 도착을 할 것이었다. 아마 한 시간 안에 구출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나름대로 정리를 해야 한다.
윤다희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어쩐지 여기 정이 들었는데요.”
“그래도 문명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낫죠.”
“그렇기는 하지만요.”
사실, 챙길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여기서 심심할 때 만들어 둔 공예품 정도를 챙겨 갈까. 하성 역시 여기서 심심할 때 만든 목각 인형을 챙겼다. 이곳에서 구조가 되면 유서화에게 줄 기념품이었다.
타다다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대로 헬기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캐서린이 외쳤다.
“헬기가 와요!”
“그렇군요.”
하성과 윤다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구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담담할 수 있는 것이다.
헬기가 해안가에 내렸다.
그곳에서는 유서화와 주작이 함께 내렸다. 수아도 함께하고 있었다.
“여보!”
유서화가 먼저 달려와 안겼다.
그녀는 하성에게 와락 안긴 채로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다친 곳은 없죠?”
“생각보다 잘 먹고 있었습니다. 휴양을 해야 했다고 할지.”
하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 역시 기뻤다. 이렇게 제때 구조가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수아도 달려와 안겼다.
“오빠!”
“걱정 많았겠구나.”
“살아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어.”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꽤나 불안했을 것이다.
하성은 그녀들의 머리를 한껏 쓰다듬어 주었다.
주작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주인님, 무사하시리라 생각했습니다.”
아마 여기서 주작이 가장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토’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실력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무력을 가지고 죽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성이 물었다.
“원흉은 찾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