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109
107. 구조
주작은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기야 하성도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다. 비행기가 갑자기 폭발하여 태풍 속으로 사라져 버렸으니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죄송합니다. 지금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잔해가 남아 있지 않아서 조사 자체가 어렵고 블랙박스도 사라졌습니다.”
“그렇겠죠.”
“유일한 증거인 당시의 CCTV들을 조사하고 있지만 특별한 흔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조사를 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경찰에서도 조사를 하겠지만, 하성은 치우가 이번 일을 직접 다루어 주었으면 했다. 그렇게 해야만 제대로 된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서화가 물었다.
“어떻게 사셨나요?”
“저기 보이는 집에서 살았습니다.”
“와아.”
유서화는 감탄을 흘렸다.
일행들은 조난자들이 함께 살았던 집으로 들어왔다.
화장실만 없을 뿐이지 온돌 바닥에 튼튼한 목조 주택이다. 비바람이 들이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는데, 온돌까지 깔았으니 이 자체만으로도 펜션이라 할 만했다.
주작도 혀를 내둘렀다.
“정말 휴양이라는 말이 맞군요.”
“저희만 살아남아서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것은 없어요. 산 사람은 살아야죠.”
“그렇죠.”
이제 무인도를 떠날 때가 되었다.
타다다다!
그들은 헬기로 돌아왔다.
헬기가 날아오르고 지난 며칠 동안 조난을 당했던 무인도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캐서린이 그곳을 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성이 그녀에게 물었다.
“캐서린 씨,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어쩌면 원시림에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제 한번 만나서 술 한잔하도록 하죠. 저희 집으로 초대하겠습니다.”
“그럼 저야 좋죠.”
“이것도 인연이니.”
그들은 어느 정도 유대가 쌓여 있었다. 앞으로 종종 만나게 될지도 몰랐다.
하성이 그녀에게 제안했다.
“혹시 전용기 승무원이 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전용기 승무원이요?”
“네, 일은 더 편하고 연봉은 예전보다 더 많이 챙겨 드리겠습니다. 비행도 그리 많지 않고 무엇보다 안전하죠.”
“안전…….”
비행기가 폭발하는 사고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 전 세계가 뒤집히는 희대의 이슈라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한치 앞도 알 수 없었다.
이번에 캐서린은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저라도 괜찮다면요.”
“그럼 채용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전용기의 승무원이 정해졌다.
유조선이 부산항으로 입항하고 있었다.
아마 부산항에는 수많은 기자들로 북적거릴 거라고 생각되었다. 비행기 사고에서 하성과 윤다희, 캐서린은 유일한 생존자였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입항을 하고 나자 수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웅성웅성.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까지 쳤다.
그만큼이나 지금의 상황은 심각하다고 볼 수 있었다.
촤륵! 촤르르륵!
생존자들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졌다.
하성은 익숙했지만, 캐서린은 익숙하지 않은지 눈살을 찌푸렸다.
“회장님! 생환을 축하드립니다!”
신화그룹 직원들도 나와 있었다.
하성이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여기서 바로 회견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으니 최소한의 의문은 해소를 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기자들이 물었다.
“회장님! 다른 생존자는 없나요?”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워낙에 창졸간에 일어난 일이고 다급한 상황이라 여기 있는 캐서린과 제 옆자리에 탑승해 있던 윤다희 씨밖에는 구하지 못했습니다. 유가족분들에게는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원흉을 어떻게든 잡아내고 싶습니다. 테러 단체가 관련을 하였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죽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성은 죽인다는 발언을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특히나 테러 단체라면 무장을 하고 있을 것이고 진압하는 과정에서 죽여도 상관이 없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조사할 계획이신가요?”
“물론입니다. 철저하게 조사를 하여 배후를 밝혀내겠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회를 하게 될 겁니다.”
하성은 그렇게 스스로 다짐했다.
이번 일은 정말 그대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하성이 기자들에게 물었다.
“뭔가 밝혀진 내용은 없나요?”
“정확한 내용은 없습니다. 소문들만 돌고 있을 뿐입니다.”
“어떤 소문이요?”
“아랍권 테러 단체가 자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펙에서 회장님을 노렸다는 소문도 있는데,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펙은 거의 몰락했다. 수뇌부가 거의 탈탈 털려서 사실상 와해 직전이라 볼 수 있었다. 특히나 오펙이 개입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기자 중 한 명이 물었다.
“그렇다면 미국의 파업은 어찌하실 계획입니까?”
“하루 쉬고 다시 가겠습니다.”
“으음.”
여기저기서 침음이 흘렀다.
사실, 이렇게 테러가 일어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하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시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물론 전용기를 이용할 계획입니다.”
어느 정도 취재가 끝났다.
하성은 경찰 쪽을 바라봤다.
미 FBI와 한국의 경찰들이 함께 나와 있었다. 합동 수사를 하려는 것이다. 그들로서는 비행기의 유일한 생존자들을 참고인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아마 간단한 조사가 될 것이다.
하성이 말했다.
“저희들을 보려는 것일 텐데 빨리 해결합시다. 좀 쉬고 싶군요.”
“죄송합니다.”
경찰들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이제 막 구조된 사람들을 조사한다는 것이 무리였다. 그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회견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하성은 조사실로 들어왔다.
그다지 피로하지는 않았지만, 피로한 척을 했다.
여기서 길게 조사를 하는 것보다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오랜만에 유서화가 해 준 밥을 먹고 싶었다.
“빨리합시다. 배도 고프고 피곤해 죽겠네요.”
“험험, 그럼 몇 가지만 여쭤 보겠습니다.”
“그러시죠.”
“그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알려 주실 수 있나요?”
“별것 없습니다. 승무원이 필요한 것이 없냐고 물어서 와인을 가져다 달라고 말을 하는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뒤쪽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비행기가 반 토막이 나더군요.”
“뒤쪽으로요?”
“아무래도 화물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화물칸이 확실합니다.”
“좋은 정보입니다. 그 밖에 다른 특이 사항은요?”
“글쎄요. 워낙에 창졸간에 일어난 일이라.”
하성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그럴싸한 이야기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 이후에는 생존에 관한 문제일 뿐이었다.
“어떻게 살아남으셨나요?”
“바다를 건너서 무인도에 이르렀습니다.”
“바다를 건넜다고요?”
“뛰어서 건넜습니다.”
“허어.”
“저는 초인입니다만.”
“정말입니까?”
하성은 테이블을 손으로 살짝 쥐었다.
그그그극!
쇠로 만들어진 테이블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손가락으로 벽도 찍었다.
퍼억!
손가락이 들어가 푹 파였다.
사람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초인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에 갑론을박이 심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정말로 초인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쇼를 하는 것인지 말이다. 경찰들은 이번 일로 확신하게 되었다.
“제가 초인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겁니다.”
“그렇군요. 협조 감사합니다.”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니 경찰들은 하성을 붙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무인도에서 버텼다면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실상은 휴양이었지만.
경찰서 앞.
기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공항까지 캐서린을 데려다주려고 하였는데, 그녀는 일반 비행기는 타려 하지 않았다.
“이번에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잠깐 가겠어요.”
“그러세요.”
“그 후에는 회장님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하죠.”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뭘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었다. 캐서린도 한국이 안전하다고 판단을 하는 모양이다. 하기야 한국만큼 치안이 잘되어 있는 국가도 드물었다.
“지금 갈 곳은 있나요?”
“아니요.”
“그럼 저희 집으로 가도록 하죠.”
“괜찮나요?”
하성은 유서화를 바라보았다.
안주인인 그녀가 괜찮다고 하면 상관없는 것이다.
“물론이죠. 남편의 동료면 제 동료이기도 해요.”
“동료라니……. 과분하네요.”
“가서 술이라도 한잔하도록 하죠. 그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할 겸.”
“감사합니다.”
차량은 신화그룹 사택으로 향하였다.
유서화는 한 상 가득 차렸다.
사택의 메이드들과 함께 식사를 준비하였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한국식 식탁이다.
무인도에 조난을 당하고 있을 때, 이 식탁이 그리웠다. 타지에 가면 항상 집밥이 생각나는 법이었다.
“와아! 이게 한식인가요?”
“물론입니다.”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무인도에서 김치찌개를 먹어 보았는데, 아주 맛있더라고요.”
하성은 안동소주를 잔에 채웠다.
“그럼 한 잔씩 하죠.”
챙챙!
독한 안동소주가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캐서린의 입맛에도 썩 맞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정신없이 마시고 떠들었다. 무인도에 있었던 일을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이제야 웃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민감한 주제가 나왔다.
“회장님을 노린 범죄였을까요?”
윤다희의 말이었다.
하성이 입을 열었다.
***
“그럴 공산도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윤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번 테러가 하성을 노리고 자행된 것이라면 반드시 배후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뿌리를 뽑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아마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내일 출발해도 괜찮겠어요?”
“윤 비서는요?”
“저야 괜찮죠.”
“저도 괜찮습니다.”
하성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다. 정신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건 윤다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캐서린이 문제였다.
“캐서린은 비행기 탈 수 있겠어요?”
“전용기라면 탈 수 있을 것 같군요.”
“좋습니다. 내일 미국으로 가죠.”
“저도 가겠어요.”
유서화가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이번에 가장 속이 탔을 사람이 바로 유서화일 것이다. 하성이 사라지고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을 것이 틀림없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함께 가요.”
유서화는 위험한 일을 하성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수아도 함께 가겠다고 설쳤지만 그건 기각을 했다.
“너는 학교에 가야지.”
“오빠도 아직 학생이잖아?”
“곧 졸업인데?”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학교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이렇게 회사 일을 해도 졸업장은 나올 것이다. 어쨌거나 하성은 취업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술병도 거의 다 비워졌다.
윤다희와 캐서린도 거의 취했다.
“윤 비서도 자고 가요.”
“그래도 될까요?”
“한 집사님, 그녀들에게 방을 내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하성은 유서화의 손을 잡았다.
“우리도 자도록 하죠. 내일 출발을 하려면요.”
하성은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기로 하였다.
회 본가.
제갈천은 정좌를 한 채로 명상에 잠겨 있었다.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었기에 회 내에서도 긴장감이 팽팽했다. 물론 이건 전부 제갈천이 의도한 일이었다.
제갈천 앞으로 윤도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일심파 보스였지만, 물러나고 본가로 돌아왔다. 물론 이곳에서도 그는 간부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부회주님.”
“무슨 일인가?”
“치우의 주인이 귀환을 했다고 합니다.”
“실종되었다고 하더니 벌써 귀환했나?”
“그렇습니다. 정말 질긴 목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정도 경지라면 죽는 것이 더 이상하지. 수상비를 제대로 사용하였다면 육지로 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욱이 태풍이 불었다고 하니 식수는 충분하였을 테지.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아까운 일이로구나.”
이참에 치우의 주인이 죽었으면 했다.
하지만 회 내부에서는 임하성이 죽었다고는 아무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정도 경지라면 혼자라도 살아남을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구조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나저나 누가 비행기를 폭파한 것이냐?”
“아직 모르겠습니다.”
“치우의 주인을 노린 것이 맞겠지?”
“아무래도요. 그 많은 비행기 중에서 임하성이 탄 비행기가 폭발하다니요. 정말 희박한 가능성입니다. 무차별 테러라면 정말 운이 없는 경우입니다.”
“조사를 해 보도록 하라.”
“손을 잡을 생각이십니까?”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도 있으니까. 우리는 대결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존명.”
윤도식이 물러났다.
제갈천은 자신이 패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 패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그는 눈을 감았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이 정도 사안이라면 며칠 정도는 쉬어야 하지만 미국에서의 파업도 그냥 좌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빨리 날아가 보려는 것이다.
하성은 준비를 마치고 내려왔다.
이번에는 유서화도 함께 가는 것이었기에 식사는 메이드들이 준비를 했다.
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았다.
“캐서린, 정말 괜찮겠어요?”
“어제보다도 훨씬 나아졌어요. 게다가 회장님의 전용기를 타는 것이 앞으로도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용기는 많은 사람이 타지 않는다. 많아 봤자 한둘이었고 짐도 많지 않았다. 일반 항공기보다는 당연히 안전하다.
식사가 끝난 후에 그들은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이번에는 비공개로 날아가기로 했다. 오늘 하성이 미국으로 날아간다는 사실은 방송으로 퍼져 있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시간까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기자들에게 시달림을 받지 않았다.
아마 미국에서도 기자들은 모여들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오늘만큼은 말이다.
비행기를 타고 난 후에 하성은 눈을 감았다.
윤다희가 물었다.
“회장님, 도착하는 즉시 노조 위원장을 보시겠습니까?”
“그래야겠죠.”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심정으로는 당장 다 잘라 버리고 싶었지만, 어디까지나 명분이 필요하였다. 이번에 협상을 해 보고 안 되면 다 잘라 버릴 방침이었다.
“바로 보겠습니다.”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협상이라고는 하지만,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하성이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은 한계가 있었다.
물론 협상을 잘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본보기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노조를 털어 내야 한다. 회사의 이익을 위한 노조는 모르겠지만, 귀족 노조는 필요가 없었다. 이미 신화에너지의 직원들에게는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 주고 있었다.
위이이잉!
비행기가 이륙한다.
하성은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도심에서 서쪽으로 42km나 떨어져 있어 도심권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공항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 주변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그린벨트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신화에너지 미국 지부 노조 위원장 마이크 텔런은 공항에서 임하성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마이크를 비롯하여 노조의 간부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위원장님, 임하성 회장이 우리말을 들어줄까요?”
“들어줄 수밖에 없겠지.”
“그는 꽤 강경한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봤자 어린애일 뿐이야.”
마이크는 경영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노조가 파업을 해 버리면 회사에서는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어느 정도 조정이 들어가기는 할 것이다.
오늘 마이크는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 낼 생각이었다.
“그게 생각대로 될지.”
“임하성 회장이 직접 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
“글쎄요. 협상?”
“최대한 우리를 구슬려 보겠다는 거지.”
“어째서요?”
“미국 시장이 그만큼이나 중요하니까.”
마이크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임하성 회장은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마이크가 그리 만들 예정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너무 조건이 과한 것은 아닌지…….”
임원들이 걱정하는 점이 바로 조건이었다.
임금 30% 인상, 근무 환경 개선, 근무 시간 20% 감소 등이 있었는데, 이걸 다 수용한다면 적자가 날 것이 확실했다.
회사가 받아들일 리가 만무했다.
“최대한 맞춰 보는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임하성 회장 일행이 모습을 보였다.
임하성 회장이 미국으로 온다고는 했지만, 어디 공항을 통하여, 몇 시에 입국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릴 뿐이었다.
그는 임하성 회장 앞에 섰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마이크 위원장님입니까?”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들은 악수를 나누었다.
임하성 회장은 웃는 낯으로 그와 대면하였다.
‘한 수 접고 들어가는군.’
마이크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임하성 회장이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틀림없이 양보를 하겠다는 뜻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임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성은 마이크 위원장과 마주했다.
워싱턴에 위치한 공장으로 이동을 하였는데, 파업이 한창이었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붉은 띠를 두른 사람들이 보였다. 한국인들도 꽤 많이 참석하고 있었다.
테이블로 가는 동안 하성은 직원들의 눈에서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하성이 강경하게 나오면 무너질 작자들이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들이 마주했다.
마이크가 종이를 내밀었다.
“저희가 제시하는 조건입니다.”
“한번 보도록 하죠.”
촤륵!
하성은 서류를 살폈다.
살짝 인상을 썼지만, 곧 웃는 낯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들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약한 조건을 제시하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임금은 5% 인상입니다. 더 이상은 없습니다.”
“불가합니다.”
“근무 요건은 개선해 드릴 수 있습니다. 위생 상태 개선이나 편의 시설을 제공하도록 하죠. 하지만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안 됩니다.”
“그것도 들어 드릴 수가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각종 수당도 들어 드릴 수 없습니다.”
“협상을 하러 오신 것 맞습니까?”
마이크가 눈살을 와락 구겼다.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요, 제가 왜 협상 따위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