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11
10. 신화 엔터테인먼트
임하성과 오문식이 거리를 벌렸다.
유한백은 감히 서대문구를 주름잡는 오문식과 일대일 대결을 벌이려 하고 있는 임하성을 바라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임하성이 강하기는 했다. 하지만 오문식과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하여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소식을 듣고 일진들이 달려왔다.
오문식은 막상 싸움에 임하자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강상진이 묻는다.
“유한백.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저 새끼가 오문식에게 도전을 했어.”
“도전을 했다고? 그럴 깜냥이라도 되냐? 그냥 밟아 버리지 그랬어. 아아, 네가 깨졌다고 했지.”
“…….”
소문은 발보다 빠르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소문이 빨리 퍼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유한백은 눈살을 확 찌푸렸다.
“잘 봐. 잘하면 우리가 다구리를 밟아야 할지도 모르니까.”
“큭큭. 그게 말이 되냐?”
일진들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웃었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졌고 어느 순간, 오문식이 먼저 몸을 날렸다.
오문식은 킥복싱 챔피언이다. 학생들 중에서는 아마 오문식을 꺾을 수 있는 상대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오문식이 무패의 신화를 기록하고 있음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오문식의 하이킥이 들어간다.
그의 하이킥은 킥복싱의 하이킥과는 달랐다. 수많은 격투기들을 보며 연구하였고 주먹을 내리꽂는 것만큼이나 빠르다. 그리고 파괴력은 수배에 달하여 한 대 제대로 꽂히면 그대로 기절하기 일쑤였다.
유한백은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후웅!
“어라?”
한데 이변이 일어났다.
임하성은 가볍게 발차기를 피해 버렸고 놈은 그대로 주먹을 올려 쳤다. 얼마나 빠른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다.
오문식의 턱에 임하성의 주먹이 작렬했다.
퍼어어억!
“커어어어억!”
털썩.
그야말로 대 이변이 일어났다.
오문식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였던 것이다.
하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분명히 오문식은 빨랐다. 기를 갖지 않은 인간이 이렇게 빠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하지만 하성을 얕잡아 보았는지, 한 방에 끝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음 수를 대비하지 못한 것이 큰 문제였다.
하성은 천령기를 살짝 흘려 주먹을 올려 쳤고 그대로 오문식의 턱에 작렬했다. 주먹에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는데, 혹시나 한 방에 죽지 않았을까 걱정이었다.
“야! 괜찮냐?”
하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일진들이 모두 몰려나와 있었다.
하성은 학교에서 실전경험을 쌓으려 했다. 대략 12명 정도의 일진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 정도라면 충분한 수련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한가락 하는 학생들이었으니 감각을 익히기에는 그만이었다.
하성은 스스로 판단할 때에, 전국구 스타보다는 못한 실력에 조직 간부 이상의 실력은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빠르게 강해져야만 했기에 모두를 상대하고자 했던 것이다.
딩동댕동!
“아, 이런.”
하성은 주먹을 내렸다.
쉬는 시간은 짧았다. 오문식 하나를 처리하기에도 버거운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었다면 선전포고를 해야 한다.
“점심시간에 너희 일진들 모두 모여서 옥상으로 와라.”
“네가 정말 겁을 상실했구나.”
강성진의 말이었다.
싸움실력으로는 학교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강자다.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식후 간식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일진 15명을 모두 모으면 비등한 싸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성은 점심을 고대하기로 한다.
“알아 처먹었으면 꺼져라. 수업해야 되니까.”
“이 새끼…….”
“도망치지나 마라.”
이를 뿌득 갈은 일진들은 각자 교실로 사라졌다.
“으하아아암!”
하성은 기지개를 켰다.
학생들은 쉽게 자리에 앉지 못하였다. 오늘 충격적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다!
옆 자리의 이유나가 놀란 얼굴로 묻는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말했잖아? 복수에는 때가 있다고.”
하성은 그녀에게 한 번 씩 웃어 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수면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다음 시간이 되었다.
이제 교실 내에서는 아무도 하성을 건들 수 없게 되었다. 이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부캡짱인 유한백이 박살났고 캡짱인 오문식이 한 방에 침묵했다. 엄청난 빠르기로 움직이며 깔끔하게 끝내는 장면은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이 되었는데, 여자 일진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천령기로 인해 발달한 것은 근골뿐만이 아니었다. 오감이 모두 발달하여 소곤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릴 지경이었다.
“이유나에게 시켜도 될까?”
“얼마 전에 봤잖아. 함께 등교하던데?”
“우연이겠지.”
“그래도…….”
하성은 잠에서 깨어난다.
옆자리를 보니 이유나가 조금 긴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유나는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고 남학생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여자들에게는 역시나 이전의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년들이 옹알거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이유나를 건들면…….”
쾅!
꽈지지직!
“허억!”
순간적으로 여자일진들의 몸이 굳어 버렸다.
책상이 반 토막이 났는데, 그것은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얼얼하네.’
천령기로 최대한 뼈를 감싸고 쳤지만 역시나 수련이 부족한 것이 틀림없었다. 잘못하면 하성의 뼈가 박살낼 뻔했다.
조금 주먹이 붓는 것이 느껴졌지만, 뼈까지 상한 것은 아니었다.
하성은 태연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그녀들은 몸까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하성이 살기를 흘리자 여자고 뭐고 패 죽여 버릴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유나를 괴롭힌다고 해서 정말로 여자를 패지는 않을 것이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 중요했다.
“하성아…….”
이유나는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성은 그녀의 팔목을 잡고는 교실을 나섰다.
휘이잉!
옥상에서는 다소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유나는 하성을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보호를 받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성이 입을 열었다.
“너는 앞으로 대 스타가 될 건데 얼굴에 생채기가 나면 안 되잖아. 그 동안은 저년들이 안 괴롭혔어?”
“그냥 빵 사오라고만 시켰어.”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괜찮을까?”
“내가 보호를 해 주잖아.”
그녀는 얼굴을 확 붉힌다.
조금은 그녀가 오해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하성은 이유나를 지킨다는 기본방침을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유나는 회사를 살릴 수 있는 히든카드였고 그녀로부터 하성의 발전이 시작될 것이었다. 어찌 보면 자산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상처가 나서는 곤란했다.
물론 그녀에게는 동병상련의 감정이 있기도 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면 나한테 즉각 말을 하도록 해.”
“그래도.”
“정 부담이 되면 오빠 정도라고 생각을 해도 되니까.”
“후후. 그게 말이 되니?”
“어쨌든 그렇게 하라고.”
“응.”
그녀와는 합의가 되었다.
이유나가 스타가 되면 감히 누구도 건들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랬다가는 신상이 털려 매장을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성은 그녀와 함께 교실로 돌아온다.
책상을 바꾸는 것은 유한백의 몫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하나 남는 책상이 교실에 있었고 하성의 책상은 구석으로 치워졌다.
“유한백.”
“왜 그러냐?”
“점심시간 되면 깨워라.”
“크윽……. 알겠다.”
“그리고 유나야.”
“으응?”
“점심 끝나면 나랑 땡땡이치자.”
“알겠어.”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성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제 편하게 숙면을 취하기로 하였다.
점심 무렵.
하성이 자고 있을 때, 누군가가 흔들어 깨웠다.
“으음…….”
“일어나라.”
눈을 떠보니 유한백의 얼굴이 보였다.
하성은 일어나 유한백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퍼어억!
“커어억! 도대체 왜……?”
“뭘 그래? 평소에 네가 하던 짓을 똑 같이 하는 것뿐인데.”
“크윽.”
유한백은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했다.
하성은 1년 반을 유한백에게 당해왔다. 심심하면 뒤통수를 얻어맞았고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으니 받은 대로 돌려주는 것뿐이었다.
“너는 동네북 1호다.”
“이 새끼……. 두고 보자! 빨리 옥상으로 올라와!”
유한백은 성질을 폭발시켰다. 하지만 당장 하성에게 달려드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괴물 같은 하성의 실력을 보았기에 덤빌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괜찮겠어?”
이유나가 하성의 옷깃을 붙잡았다.
하성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걱정되면 같이 올라가던가.”
그녀는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지켜보고 있을게.”
이유나 다름대로는 용기를 쥐어 짜낸 것이었다.
예전 같았다면 뒤로 물러나 있을 것이었지만, 이제는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것은 내면의 껍질을 깨는 것과 관계가 있었다.
용기를 내 보는 것.
하성은 스스로 변하고 있는 이유나를 바라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옥상으로 올라오자 남자 일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 일진들은 다소 떨어진 곳에 물러나 있었고 이유나는 구석진 곳에서 하성을 바라본다.
저벅 저벅
하성은 알아서 일진들의 곁으로 걸어 들어간다.
놈들이 그를 둘러싼다.
“한꺼번에 덤벼라.”
***
하성은 천령기를 운용하였다.
아직 천령기를 끌어내고 부드럽게 분배를 하는 과정이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족히 몇 년은 수련을 해야 형성한 천령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성은 임가의 피를 타고 태어났고 무재(武才)가 뛰어났기에 어느 정도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실전의 부재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지금이야 일진들이 칼을 들고 설치지는 않았지만, 항쟁이 일어나면 칼과 마주해야 한다. 그 때에 방심을 하면 얻어맞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진들을 상대로 실전경험을 쌓는다는 하성의 생각은 매우 현실적이고 능률적인 판단이었다.
팟!
가장 먼저 유한백이 달려온다.
하성은 거의 매일 같이 훈련하고 있는 수벽타의 묘리로 놈의 가슴에 일장을 날렸다.
유한백은 하성의 공격을 막으려 하였지만, 쉽지 않다.
그의 장(章)은 부드럽게 유한백의 팔을 우회하여 가격했다.
퍼어억!
“끄아아아악!”
“씨발, 밟아 버려!”
뒤로 물러난 유한백은 공격명령을 내렸다. 캡짱인 오문식은 아직도 양호실에 실려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나머지 일진들만 달려들었던 것이다.
하성은 부드럽게 움직인다.
수박의 보법은 검법에 기인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굳이 검법이 아니더라도 간극을 조절하여 박투에 이용하기도 한다.
오른 발을 약간 벌려 우측으로 횡단일검을 하듯 수도 날로 한 놈의 목을 후려 쳤고 오른 발을 축으로 왼발을 135도 좌측으로 전환하여 일직선으로 정권을 내 지른다.
퍼어억!
“끄아아아악!”
태권도를 배운 강성진이 하성의 머리를 내려찍으려 하자 우측으로 몸을 틀어 비켜 막는다.
가볍게 공격을 흘려버린 하성은 우하사직의 수법으로 주먹을 비스듬히 내리꽂았다.
꽈직!
“아아아악!”
하성의 신형은 우측으로 약간 이동한다.
그는 주먹을 약간 틀었는데, 이는 역검의 자세와 비슷했다. 그대로 역검의 묘리를 이용하여 사선으로 한 놈의 턱을 쳐 날렸다.
퍼억!
“아아아악!”
하성은 자연스럽게 초식을 구현하기 시작하였다.
수벽타의 기본이자 상고시대의 검법에서 파생된 쌍수권법(雙手拳法)이다.
하성은 검을 손에 쥔 듯이 가볍게 손을 말아 쥐었고 발도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한다.
수평으로 주먹이 날아갔는데, 주먹에서 약간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았다. 한정태는 급하게 가드를 들었지만 통째로 팔목의 뼈가 부러지며 뒤로 나가 떨어졌다.
오른발을 끌어당기고 뒤로 물러나 그대로 주먹을 내려찍자 이제 남은 것은 두 사람 밖에 없었다.
“으으으!”
“괴물…….”
유한백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지만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괴물을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이다.
하성은 그대로 달려가 날아오른다.
유한백의 머리를 오른 발로 날려 버리고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한 놈의 얼굴을 쳐 날렸다.
쾅!
“끄아아아악!”
하성은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
“후우.”
“으으으으!”
바닥에는 일진들이 뒹굴며 신음을 흘러 내고 있었다.
곧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달려 들어왔다.
턱에 붕대를 감고 있는 오문식이었는데, 놈은 지금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너도 낄 테냐?”
“크윽!”
오문식은 자신도 모르게 턱을 쥐었다.
턱이 부서져 당분간 요양을 해야 한다고 진단을 받은 것이다. 지금 다시 턱을 맞으면 평생 고생해야 할 수도 있었다.
하성은 오문식의 정강이를 쳐서 무너뜨렸다.
퍼어억!
“아아아악!”
“그럼 다음에도 잘 부탁한다.”
하성은 두 손을 마주 잡고는 살짝 고개를 숙인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직접 일진들을 상대하자 조금씩 실전경험이 쌓이는 것을 느꼈다.
오늘은 오문식이 함께하지 않아 흥이 나지 않았다.
학교 최고수인 오문식이 함께 했어야 한다. 그래야만 더 많은 수련이 되었을 것인데,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성은 오문식의 어깨를 짚었다.
“빨리 나아라. 그래야 함께 어울리지.”
“괴물 같은 놈…….”
“앞으로 학교생활이 재밌겠어. 하하하하!”
하성은 여자일진들에게 다가간다.
그녀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신 뒤로 물러났다. 혹시나 여자에게도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성은 그녀들을 한 번 쏘아 보고는 구석에 있는 이유나의 팔목을 잡았다.
“다 끝났으니 가자.”
“으, 으응.”
그들은 이 길로 학교를 나서기로 했다.
후우웅!
학교 앞에는 전라도 망치가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그냥 땡땡이를 칠까 하다가 대충 회사 일이라고 담임에게 둘러댔고 이유나 역시 그에 관련되어 조퇴를 한다고 말했다.
대화고교에서는 조기취업 제도가 있었고 아마 그들이 취업을 하게 된다면 학교에는 두문불출을 해도 될 것 같았다.
이유나는 꽤나 긴장하고 있었다.
“괘, 괜찮겠지?”
“괜찮아. 오늘은 단순히 테스트를 한다고 생각해.”
“응.”
그래도 이유나는 꽤나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꿈을 위하여 매일 노력해 왔었던 것은 맞았지만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저번 생에서 이유나는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여 데뷔를 했었다. 정식데뷔도 아니었고 처음에는 음반만 출시를 하였다가 점차적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정식데뷔의 기회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성은 이번에 이유나를 전격적으로 지원할 방침이었다.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었으니 이유나가 성공할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것이다.
차량은 곧 신화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했다.
비록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건물은 매우 깔끔하고 높았다. 이만한 빌딩이 세워진 것을 보면 임태식 회장이 엔터테인먼트에 갖고 있는 애정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취임식 준비는 끝났다.
강당 앞에는 거대한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경축! 임하성 사장님 취임환영!]이유나는 입술을 조금 벌렸다.
“저, 정말이었구나.”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내가 정말 데뷔를 하는 거야?”
“그렇다니까.”
이유나는 아직도 꿈을 꾸는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기야, 짝꿍이 회사의 사장으로 취임할 확률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유나는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그럼 가보자.”
이유나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려 했다.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면 잡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유나는 미리 만들어 둔 귀빈석에 앉았고 하성은 수백 명의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천천히 단상으로 걸어갔다.
하성이 고등학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전문경영자가 아닌 신화그룹의 장남을 세웠다는 것과 오늘 교복을 입고 올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였기에 주변이 술렁거렸다.
웅성 웅성
하지만 하성이 단상에 오르자 웅성거림은 멎었다.
하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기대와 우려가 반쯤 섞여 있는 표정으로 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우려라고 한다면 하성의 나이가 걸릴 것이다. 회사를 경영하기는커녕 취직도 한 번 못해본 학생이 그들의 명줄을 틀어쥐고 있었으니 불안한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하성이 신화그룹의 장남이자 차기 회장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증폭되고 있었다.
신화그룹의 장남이라면 아무리 회사가 어려워도 임금지급이 늦어지거나 회사자체가 망할 리는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하성은 사람들이 복잡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는 것을 짐작했다.
“못 미더우실 겁니다. 저라도 그럴 테니까요.”
“…….”
“하지만 저는 올해 안에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 조건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만약 제가 올해 안에 해내지 못한다면 회사는 전문경영인의 손에 맡겨 질 것입니다.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임금지급이 거절되거나 미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이제야 사람들의 표정은 풀어졌다.
그런 약속만 된다면야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회사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면 매각될 것이지만 거기까지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신화 엔터테인먼트는 여러 가지 산업분야에 손이 뻗혀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 회사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는 물론이고 두 가지 영역을 혼합한 제 3의 영역에까지 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음악과 방송프로그램, 공연, 영화와 게임까지 폭 넓은 분야를 아우르고 있고 과거에는 카지노 사업까지 추진하려 하였던 경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넓은 분야를 이루고 있는 만큼이나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져 현재의 상황까지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사의 한축을 담당하였던 저희 신화 엔터테인먼트가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에 저는 황급히 인수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먼저 음악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나아가서는 캐릭터 산업, 영화산업, 카지노산업가지 진출을 하여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저를 응원해 주시고 힘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주변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하성은 단순히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였을 뿐이었지만, 그 파급력이 상당하였다. 하성이 이미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다만 아직도 우려는 존재했다.
연설 따위는 연설문을 달달 외우는 것만으로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성은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경영자 회의를 구성하였다.
이 자리에서 하성은 앞으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였던 것이다.
동시에 오늘 시간 부로 이유나를 데뷔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성에게는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반드시 그녀를 데뷔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었지만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이익이 되는 일이다.
옆을 돌아보니 이유나가 더욱 긴장을 하고 있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
“긴장이 돼.”
“괜찮다니까. 그냥 친구 회사라고 생각해. 여기서 나보다 높은 사람은 없으니까.”
“으, 으응.”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역시나 용기를 갖는다는 것과 막상 부딪친다는 것은 다른 의미였다. 이유나가 긴장을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회의장 앞에는 조직원으로 보이는 사내들이 지키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끼이이익!
회의장으로 들어가자 반 정도는 조직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반은 전문 경영자들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하성과 이유나에게 집중되었다.
조직원들은 하성이 후계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각을 잡고 있었지만 전문 경영자들은 도대체 왜 여자 친구를 달고 왔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유나는 여자 친구가 아니다. 데뷔를 시키기 위해 데려온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앉으세요.”
하성은 천령기를 끌어내어 주변을 압도했다.
의아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이 눈을 내리 깔았다. 하성에게서 이태식 회장과 비슷한 위엄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저는 오늘, 중대한 발표를 하기 위하여 여러분들을 모이라고 한 겁니다. 회사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위함입니다.”
“그 방안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비서실장 윤다희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비서실장이지만 사실상 회사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러니 하성이 제시하는 미래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지금부터 회사는 음반시장에 올인합니다.”
“……!”
“그리고 가수로는 이유나를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웅성 웅성
하성은 교복을 입고 있는 이유나를 앞세웠다.
주변의 술렁거림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