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111
109. 하늘로 가는 길
“천으로 가는 길이라니요!”
꽤 놀랐다.
지금은 회사 일을 처리하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다음 경지를 밟는 것이 더 중요하였다. 회를 제거하지 못하면 반드시 화를 입게 될 것이다.
사업보다는 확실히 중요한 일이다.
회장실 앞에 이르러 그들과 잠시 헤어진다.
“앤더슨 씨. 회장실에 잠시 계시면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성은 계단으로 나왔다.
백호와는 다시 이야기를 했다.
“정말인가요?”
-정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요?”
-지도를 분석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아아.”
하성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임상옥 조사가 남긴 지도에는 단순히 보물 창고만 그려진 것이 아니었다. 천으로 가는 길까지 적혀 있는 보물이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천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나요?”
-북극에 있습니다.
“북극이요?”
-대륙의 끝. 완전한 세상의 끝에 천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흠……. 일단은 알겠습니다.”
-언제 가실 건가요?
백호는 하성이 그곳으로 향할 것이라고 확신을 하는 듯했다.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회를 무너뜨려야 하니까.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 바로 짐을 꾸리겠습니다.”
-안주인님께서 싫어하실 겁니다.
“그럼 하루라도 머물다가 가도록 하지요.”
-준비하겠습니다.
백호와 통화가 마무리된다.
사실 지금 회사 일보다 하늘로 가는 길에 닿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기왕 손을 댄 일이니 마무리는 해야 한다.
노조의 일이 마무리되지 않고서는 매일 찜찜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회장실에 이르렀다.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지금은 현재의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하성은 앤더슨을 바라보았다.
앤더슨을 비롯하여 노조의 핵심 인사들이다. 위원장을 제외하면 핵심 인사라고 할까.
그들의 앞에는 커피가 놓여 있다.
“무슨 일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하성은 일부러 모른 척을 하였다.
그래도 이들이 온 이유는 뻔한 것이었다.
앤더슨이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니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부디 용서를 바랍니다.”
“용서를 바랍니다!”
앤더슨의 곁에 서 있던 사람들도 허리를 굽혔다.
어느 정도 협상을 제안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성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용서라…….”
꿀꺽!
그들은 침을 삼켰다.
만약 하성이 용서를 해 주지 않는다고 하면 모두 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잘리면 갈 곳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용서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마이클 위원장을 비롯한 그의 추종자들이 문제였던 것이지요.”
“마, 맞습니다.”
하성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앤더슨도 사실은 마이클의 추종자였다. 하지만 도가 지나쳤기에 갈라져 나온 것이었다. 또한 하성의 힘을 실감하기도 했다.
앤더슨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렇다면 저희들은…….”
“앞으로 잘해 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선처에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협상을 해 보도록 하죠.”
“협상까지는.”
“그래도 해야만 합니다.”
하성은 노조를 개편하려 하였다.
노조를 없애 버릴까도 생각을 했었지만, 이미 생긴 것을 없애기는 힘들었다. 그러니 노조의 권력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직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것이지 갑질을 하기 위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런 갑질만 사라져도 회사를 운영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하성은 곧바로 발표를 서둘렀다.
웬만하면 천천히 일을 실행하려 하였지만 그럴 수가 없다.
지금은 빠르게 일을 해결해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실, 정신은 다른 곳에 팔려 있었다.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하성의 얼굴은 꽤나 초조해 보였다.
“회장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윤다희의 말이었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박의 마지막 단계로 향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수박의 마지막 길이라면?”
“드디어 회를 쳐 낼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것이지요. 아직까지는 제갈천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거든요.”
“신경이 그곳에 쏠릴 만하네요.”
윤다희는 하성과 치우, 그리고 회에 대한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빨리 처리하고 가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단상에 올라선다.
이곳에는 마이클과 앤더슨을 비롯한 수많은 노조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중대 발표라고 하였고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지금까지 전횡을 휘둘렀던 마이클 위원장을 비롯하여 몇몇 인사들을 반역 혐의로 퇴출합니다. 새로운 위원장에 앤더슨 씨가 앉을 것이고…….”
“뭐라고!”
한쪽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마이클의 목소리였다.
당연한 이야기다.
전횡을 일삼으며 회사를 어지럽혔으니 잘려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앤더슨이 차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조를 없애지 않고서도 하성의 세력권 안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이것으로 사실상 해결이 된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은 인정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의 눈이 뒤집혔다.
“이 새끼야! 누구 마음대로 나를 잘라!”
“전 위원장께서는 물러나십시오.”
“젠장! 나만 죽을 수는 없지!”
“끌어내!”
그때였다.
마이클은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가능한 나라였고 그 때문에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보복 범죄가 만연하기도 했다.
타앙!
하성은 피하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에서라면 피부가 총알을 튕겨 낸다. 하지만 굳이 맞을 필요는 없었으므로 총알을 손으로 잡았다.
“회장님!”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정작 하성은 태연했다.
경악과 비명이 난무했다.
타앙! 타앙!
놈은 연속으로 총을 쐈다.
하지만 하성은 모든 총알을 잡아내었다.
“이게 끝이냐?”
“저런 말도 안 되는!”
하성이 손짓을 하자 마이클은 경비원들에게 체포되었다.
앤더슨이 달려왔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저런 미친 작자를 보았나!”
앤더슨은 마이클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마 오늘의 일로 마이클은 살인미수 혐의로 복역을 하게 될 것이다. 총을 쏘는 모습이 카메라에까지 잡혔기 때문이다.
곧바로 경찰이 출동하였고 마이클은 체포되었다.
형사들이 하성에게 다가왔다.
“잠시 서로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바쁩니다만.”
“잠시면 됩니다. 조서는 꾸며야 해서요.”
“갑시다.”
하성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하지만 경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써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역시나 경찰서에서는 하성이 총알을 막아 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였다.
“총알을 막으셨다고요?”
“그런데요.”
“그게 가능할 리가……. 방탄조끼를 입으신 건 아니고요?”
“아닙니다.”
형사들은 동영상을 계속하여 돌려 보고 있었다.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탄조끼를 입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총에 맞지 않았다는 것.
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게 조작된 화면은 아니지요?”
“기자들도 있었는데 그럼 다 조작을 했겠습니다.”
“하여튼 총알을 잡았다는 거죠. 슈퍼맨처럼요.”
“네.”
그렇게밖에는 할 말이 없다.
돌아가려 하는데 유치장에 갇혀 있는 마이클이 보였다.
총을 쓰지 않았다면 최소한 감옥에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증거가 명명백백한 상황에서는 징역살이를 살 것으로 보였다.
하성은 유치장으로 다가갔다.
“마이클.”
“이건 말도 안 돼.”
그는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하면 선처해 드리겠습니다.”
마이클이 눈을 번쩍 떴다.
***
“웃기는 소리!”
놈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으르렁거렸다.
여기서 하성이 선처를 해 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선처를 해 준다면 형량이 몇 년은 감형될 것이다. 하지만 선처하지 않는다면 어마어마한 형량을 얻어맞을 수도 있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네놈은 죽어야 해! 죽어야 해!”
“쯧쯧.”
하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것은 개과천선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하성으로서도 굳이 선처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미국에서의 여정은 끝을 내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하성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윤다희와 함께 돌이켜 보았다.
“이 정도면 해결을 잘한 건가요?”
“그럼요.”
윤다희는 엄지를 치켜 올렸다.
이보다 더 잘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그녀의 말.
아마 이로 인하여 신화그룹에 속해 있는 노조원들은 함부로 파업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밀고 당기기를 하다 보면 회사 측이 이긴다는 사실을 인지하였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을 수탈할 생각은 없었다. 귀족 노조를 타파하고자 하였을 뿐이다.
이렇게 되면 회사에서의 일은 거의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천의 단계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서의 일은 당분간 윤 비서가 처리해 주세요.”
“북극에 가시려는 거로군요?”
“가야죠.”
“얼마나 걸릴까요?”
“모르겠습니다.”
“지금 엄청 무책임하게 발언하셨다는 건 아시죠?”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회에서 다시 움직이면 지금의 성세를 유지하기는 힘들어진다. 회사에 신경을 덜 쓰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그 악연의 고리를 끊어 내야만 하는 것이다.
하성의 표정은 확고하였다. 그 모습을 본 윤다희는 한숨을 내쉴 뿐이다.
“제 팔자가 그렇죠.”
“더 높은 자리에 올려 드릴게요.”
“그건 필요 없고, 좀 쉬어 봤으면 좋겠네요.”
문득 그녀의 얼굴을 보니 주름이 늘어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주름이 늘어난 것은 하성의 탓이었으니까.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 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 버린 전례는 없었다.
하성은 노조를 싹 밀어 버렸다.
완전히 없애 버리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였기에 그럴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자신의 손이 미치는 곳에 노조를 두었다.
이제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과 근무 환경 개선 정도에만 손을 댈 것이다. 회사에 타격을 입힌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주었다.
기자들은 그런 하성을 취재하려 모여들었을 테지만, 굳이 그들과 마주칠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빴다.
공항에 협조를 구해 뒷문으로 나왔다.
아마 입국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허탕을 치고 말았을 것이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백호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기자들에게 발견이 되기 전에 잽싸게 리무진에 올라탄다.
얼떨결에 윤다희도 함께 타고 말았다.
차량은 인천 치우 본가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곳에서 해석된 지도와 여러 가지 정보를 눈으로 확인하려 했다.
“아무래도 부회주도 냄새를 맡은 것 같습니다.”
“제갈천이요?”
“네. 그 역시 천의 단계에 도전을 하려 하겠죠.”
“제갈천이…….”
제갈천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괴물 같은 제갈천이었다. 그 역시 토의 단계에 접어들어 있었고 하성과 같은 경지다.
하지만 다 같은 토라고 해서 실력까지 같을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경험의 부재는 어떨 수가 없었다. 경험에서 밀렸기에 어쩌면 패할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 때문에 천의 단계에 집착하는 것이었다.
다음 단계를 밟아야만 제갈천을 이길 수 있다. 만약 패하면 대전쟁이 발발하게 될 것이다. 그 꼴을 볼 수는 없다.
차량은 치우 본가에 도착했다.
여기서 윤다희와는 헤어지기로 했다. 치우에서 헬기를 타고 회사로 날아가기로 한 것이다.
치우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주작을 비롯한 사대천왕들이 모두 모였다.
외부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던 현무까지 왔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밀실에 모였다.
촤악!
주작이 지도를 폈다.
“해석된 지도입니다.”
“뒤편에 한 장이 더 있었군요?”
“네. 주석까지 달려 있습니다.”
하늘로 향하려는 자에게 지침서가 되기를 바라노라.
하늘을 향하려 한다는 것은 천의 단계를 가리킨다.
지도에 점이 하나 찍혀 있었다. 북극의 끝에 말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극지에서 깨달음을 얻으라는 걸까. 하성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뜻인가요?”
“저희도 모릅니다.”
“정보가 없나요?”
“아무런 정보도 없어요. 또한 그 누구도 그 경지에 올라가 본 사람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도전조차 하지 않았지요. 그렇기에 정보가 없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이로군요.”
“천의 단계를 밟으시면요.”
“과연 가능할지.”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사대천왕들이 하성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처음 무공에 입문하였을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괴물같이 보였는데 이제는 그들이 하성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밝혀내려면 직접 가 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내일 가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들의 얼굴에서 결의가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이것은 제갈천을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제갈천이 ‘천’의 단계에 접어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렇기에 하루라도 빨리 가야 하는 것이다.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극으로 향할 준비는 사대천왕들이 할 것이다. 이번 건은 매우 중요하였기에 사대천왕 전원이 함께할 예정이었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집보다 편한 곳은 없었다.
“후우.”
아파트를 보자 편안한 마음이 든다.
오는 길에 꽃다발 하나를 샀다. 케이크도 하나 샀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매일 이렇게 일 때문에 치여 사는 남편을 둔 유서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다.
딩동!
“나가요!”
문이 열리고 유서화가 나왔다.
집 안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와아! 이게 뭐예요?”
“선물이요.”
“알고 계셨어요?”
“무엇을요?”
유서화는 빙긋 웃었다.
집에 뭔가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기념일인 건가?
하성의 뇌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렇기에 웬만한 일들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분명히 기념일은 아니다.
하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실로 들어갔다.
식탁에는 밥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와구와구!
하성은 빠른 속도로 밥을 먹어 치운다.
역시나 집밥이 최고다.
가정이라는 곳은 이렇게 편안한 마음이 들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들면 살아가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유서화가 케이크를 잘라 왔다.
“초를 꽂을까요?”
“초까지……. 오늘이 무슨 날인가요? 미안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애써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요.”
“우리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안 날이에요.”
“뭐라고요!”
하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었다. 지금까지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생길 줄은 몰랐다.
하성은 멍하게 앉아 있었다.
“어때요?”
“기, 기쁩니다.”
“정말로요?”
“정말로요!”
하성은 내공으로 유서화를 끌어 올렸다. 괜히 힘으로 유서화를 건드렸다가는 유산이 될까 싶어서 조심스럽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유서화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놀랐어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케이크와 꽃다발까지 가져왔을까 하고요.”
“그냥 통한 건가?”
“그런 것 같네요.”
하성은 탄성을 내뱉었다.
정말 좋은 날이었다. 이런 날에 샴페인 한 잔이 빠질 수가 없었지만 역시 유서화는 술을 마시지 못하므로 패스를 해야 한다.
그래서 유서화는 무알콜 샴페인을 꺼냈다.
“그럴 줄 알고 사 왔어요.”
콸콸콸콸!
샴페인이 쏟아진다.
그들은 케이크를 자르고 잔을 부딪치며 축하를 나누었다.
아이까지 생겼다고 하니 회를 넘어서야겠다는 생각은 확고해졌다.
“저어.”
“할 말 있으시나요?”
“다음 단계로 향하는 길을 알아냈습니다. 북극에 단서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북극이요?”
“내일 출국입니다.”
그녀의 얼굴에서 실망이 담긴 감정이 얼핏 스쳐 간다.
어떤 여자라도 아이가 생겼다는 날 당일에 남편이 해외로 출장 간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다운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유서화는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꼭 찾으세요.”
“네!”
“그리고 아이와 저를 위해 이겨 주세요. 그래야만 종종 우리들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녀는 힘주어 말했고 하성은 반드시 다음 경지를 밟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