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117
115. 폭풍전야
폭풍전야.
오늘, 이보다 어울리는 말은 없을 것이다.
내일은 회와 대결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번 대결에서 패하면 치우에서는 회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된다. 그리된다면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먼저 대전쟁의 서막이 오르는 것과 동시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죽어 나갈지 모른다. 그야말로 대지를 피로 씻어 내리는 나날이 이어질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하성이 이겨야 한다.
패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하성이 패하면 대지를 피로 적실 대전쟁의 서막이 오르게 된다. 물론 부회주가 승리를 거두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금 하성은 ‘천’의 단계에 올라와 있었다. 이건 반신의 경지다. 인간으로서는 막을 수 있는 자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회주 역시 수박을 수련하였고 ‘토’의 단계에 올라 있었다. 그것도 마지막 단계에 올라 다음 단계로 가는 길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제갈천은 지금쯤 서울로 이동하고 있을 것이다. 북극에서 어떤 경지를 밟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하는 건가.”
하성은 이를 악물었다.
제갈천이 ‘천’의 단계를 밟았다고 가정하면 분명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아니, 경험이 적은 하성이 십중팔구는 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하였다면?
그때는 하성이 이긴다.
이른 아침에 하성은 사대천왕들을 모두 모아 놓고 가볍게 대련을 하고 있었다.
동네 뒷산에서 이루어지는 대련이었다. 물론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다. 동네 뒷산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팅! 팅팅!
엄청난 속도로 검을 튕겨 낸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검술이었다.
검술 자체는 사대천왕들이 앞선다.
하지만 육체적인 강함은 하성이 훨씬 앞서고 있었다.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사대천왕 모두가 달려들어도 어찌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콰과과광!
마지막으로 하성은 검을 튕겨 냈다.
“큭!”
“허억!”
내공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폭발.
그들은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주작이 말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냥 ‘천’의 단계에 올라 있기 때문이죠.”
“그뿐이라고 보기에는.”
“저는 모자랍니다. 아시잖아요? 검술로는 제가 상대할 수 없어요.”
“그래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검술이 모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경험이 모자라는 것뿐인데, 그 역시도 우리들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습니다.”
“아닌 것 같은데.”
“맞습니다.”
백호의 말이었다.
하성은 천의 단계에 오르면서 그야말로 사대천왕들의 경험을 스펀지로 빨아들이듯이 흡수하고 있었다.
누구도 하성의 검을 막아 낼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분명 제갈천을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제갈천도 주인님께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확실해요.”
이들은 제갈천과 맞상대를 해 본 적이 있었다.
사대천왕 모두가 합공을 하면 제갈천도 버틸 수가 없었다. 그가 예전의 경지라면 하성이 충분히 찍어 누를 수 있다.
하지만 약간의 불안감은 있었다.
“놈이 북극에서 어떤 경지에 이르렀을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수박 최후의 단계에 오르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제갈천이 몇 년 동안이나 지금의 경지에 머물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그래도 최후의 방법은 구상을 해야겠습니다.”
“최후의 방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오직 주인님께서 목숨을 건지셔야 합니다. 패하시더라도 말이죠.”
“그리되면…….”
“전쟁이 시작되겠지요. 하지만 이제 쉽게 패하지 않습니다.”
임가의 보물을 얻게 되면서 치우의 전력은 수직으로 상승하였다. 아마 회와 정면으로 부딪친다고 해도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하성이 제갈천을 막아 줄 수 있을 것이기에 밀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여차하면 사대천왕 중 한 명만 지원을 해 주어도 그들의 파상 공세를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죠.”
“후후. 알겠습니다.”
“오늘은 편히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네.”
하성도 검을 거두어들였다.
내일 오후에 대결이 예정되어 있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몸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오니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굴비를 구워 봤어요.”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유서화의 배도 서서히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출산을 하려면 몇 개월 정도는 남아 있었지만 하성에게는 태아의 박동이 느껴졌다.
이미 성별도 알고 있었다.
병원에서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유서화에게는 알리지 않고 있을 뿐이다.
‘실망하려나.’
당연히 실망할 것이다.
유서화는 아들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였다. 아들이 태어나야 가업을 이을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하성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 세상이 어떤데 굳이 아들을 고집한단 말인가.
능력만 있다면 여자도 기업을 이끌 수 있다. 게다가 하성이 그런 능력을 만들어 주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성은 수저를 들었다.
“요즘 들어 그 세계로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은 거 있죠.”
“후후. 시간 되면 가도록 해요.”
“정말인가요!”
“안 될 이유도 없죠.”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유서화가 말하는 세계란 지금 신화게임에서 한창 개발하고 있는 게임 속의 세상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
일단 오늘은 아니다. 내일 대결을 준비해야 하니 심란해서 게임 따위가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내일의 대결은 하성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 회사에 출근할 준비를 한다.
양복을 갖춰 입은 후에 거울을 바라본다.
“멋져요.”
“후후.”
유서화가 넥타이를 매 주었다.
오늘은 쉬어도 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가상현실 구현과 그에 수반된 사업들은 엄청난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장애인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위이이잉!
시베리아에서 출발한 전용기가 상공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 전용기에 부회주 제갈천이 탑승하고 있다.
‘그건 무엇이었지?’
제갈천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북극에서 며칠만 더 수련을 하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건 내일의 대결 때문이다.
대결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그는 천하의 웃음거리가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키는 남자가 바로 제갈천이다.
다소 잔인한 면이 있는 그였지만, 약속만큼은 지켰다.
“후우.”
“고민 있으십니까.”
오필상이 물었다.
제갈천은 고개를 젓는다. 그의 고민은 오필상 정도의 무인이 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다.”
“혹시 모르는 일입니다. 저에게 털어놓으시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으음.”
제갈천은 신음을 내뱉었다.
낮은 확률이지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천의 단계에 이르는 일은 오필상 같은 무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단계였다.
말을 해 봤자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우주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허나 우주가 운영되는 원리가 무엇인지 아직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지.”
“우주의 운영이라……. 그 속에 답이 있는 것입니까?”
“확실하다.”
“우주의 운영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빅뱅 이전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우주의 에너지라. 그렇다면 빅뱅 당시의 힘을 느끼는 것이 시작일 수도 있겠습니다.”
“후후.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허나 그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임하성은 깨달은 것이고요?”
“그래.”
“어려운 일이로군요.”
결국 문제는 그것이었다.
어쩌면 임하성이 그 자리에 오르면서 우주의 근원을 모조리 흡수해 버렸기에 고전을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으드드득!
제갈천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쉽게 지지 않는다.”
“물론 그럴 것입니다.”
“임하성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일 테지.”
제갈천은 그렇게 확신하였다.
하성이 탄 리무진은 신화그룹 본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윤다희는 다소 걱정을 드러냈다.
“회장님. 내일이 대결이라고 하던데 이렇게 출근을 하셔도 되나요?”
“오전만입니다.”
“그래도요.”
“급한 일들은 처리를 해야죠.”
윤다희는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 역시 내일 대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회에 패하기라도 하면 회사의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신화파가 잠잠한 이유는 회에서 파견된 조직원이 모두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즉, 신화파 내에 존재했던 신사동파와 일심파의 수뇌부가 사라져서 하성이 손쉽게 조직을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일 패하면 그들이 돌아온다.
전쟁이 시작될 것이고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어디서 하루 쉬는 것이 낫지 않나 싶었다.
하성은 오후에 쉬기로 했다. 오전에는 급한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먼저 가상현실 세계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로군요.”
“맞습니다. 가상현실 세계를 구축하면 그곳에 여러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가령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라든가.”
“맞습니다. 그들의 꿈을 이루는 것이지요.”
처음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시작한다.
걷는 것이 꿈인 사람들. 전신마비가 와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 장애우들이 그 대상이었다.
이건 돈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었다.
유서화는 가상세계를 체험하고 난 이후에 인도적인 차원에서 개발을 하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기술이 완성되면 누구보다 환자들이 이용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성은 유서화의 말에 동의했다.
분명히 지금의 사업이 돈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저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일이다. 유서화는 태교를 하고 있었고 딸을 위해 인정을 베푼다고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늘 회의는 전국 장애인 협회의 사람들과 하는 것이죠?”
“맞아요. 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는 것이죠.”
“새로운 세상이라. 어떤 세상들이 완성되었나요?”
***
“여러 가지 콘셉트가 있어요.”
“예를 들면?”
“현대와 과거, 미래, 판타지 세계까지요. 무협세계도 있죠. 하지만 지금 구현되어 있는 세계는 판타지와 현대뿐입니다.”
“그 정도면 된 것이지요.”
“하지만 빠른 시일 안에 다른 콘셉트도 완성을 할 예정입니다.”
“캡슐의 판매는요?”
“일단 무료 캡슐방을 운영할 생각입니다. 장애인 전용으로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 해야죠.”
“아무래도 운영비 때문인가요?”
“공짜라고 하면 아무래도 많은 반발이 예상되어서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인도적인 차원이라고 해도 공짜로 고가의 캡슐을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단은 캡슐방을 각 도시마다 만들고 병원에 몇 대의 캡슐을 배치함으로써 장애우들이 이용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회사에 도착했다.
달칵.
문이 열리고 이유필의 얼굴이 보였다.
“회장님, 나오셨습니까.”
“이 이사님! 왜 나와 계세요?”
“하하하! 그냥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할까요.”
가상현실의 출시가 임박해 있었다. 게다가 이번 연구는 전 세계가 엄청난 관심을 가질 것이 뻔하였기에 이유필로서도 가슴이 뛰는 것이다.
하성마저도 가슴이 뛰었는데, 개발자는 오죽할까 싶었다.
“그럼 올라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후후. 알겠습니다.”
그들은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는 전국 장애인 협회의 회장을 비롯하여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이미 도착을 해서 하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임하성입니다.”
“정말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
협회장 이우성은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협회장은 다리가 없었다. 누구보다 장애우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움직일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다시 움직이는 것이 소원이었다. 움직일 수가 없으니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일반인이라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칭찬받을 일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부작용도 있겠죠.”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겁니다.”
“현실에서 받을 충격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걸을 수 있다는 것. 다시 움직이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회장님은 모르실 겁니다.”
“으음.”
당연히 하성은 알지 못하였다.
무공의 경지가 극한에 접어든 상황에서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장애우들에게는 꿈이자 희망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모든 장애우들이 체험을 했으면 합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한 번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어디로 말인가요?”
“두 가지 콘셉트가 있습니다. 현대와 판타지 세계이지요.”
“그럼 현대로 가 보도록 하죠.”
“그러시죠.”
그들은 캡슐방으로 이동하였다.
이유필의 말에 따르면 현대를 구현하기가 더 쉬웠다고 한다. 그냥 서울 시내를 사진으로 찍어서 그것을 기반으로 구현을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이이잉.
캡슐이 열렸다.
이 세계가 아니라 가상의 세계에서 만나기로 했다.
머리에 뇌파 생성기를 붙인 후에 눈을 감는다.
화아아악!
전경이 바뀌었다.
이곳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빌딩 위였다.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협회장이나 간부들은 신기한 눈으로 자신의 팔과 다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고로 잃어버렸던 다리가 생겼으며 팔도 생겼다.
이곳에서는 움직일 수 있었다.
“하하하!”
이우성이 크게 웃었다.
그는 빌딩의 옥상을 뛰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별것이 아니었다. 그냥 걷고 뛰고 움직이는 것을 원할 뿐이었다.
저 아래에는 NPC들도 있었다.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뛰어난 AI를 가지고 있지요.”
“대단합니다!”
“그럼 내려가 보도록 할까요?”
“예!”
하성은 그들을 데리고 빌딩을 내려왔다.
바깥으로 나가자 차들이 지나다녔으며 많은 사람들이 각자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저들은 자신들이 AI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나요?”
“그건 아닙니다.”
“확실히 문제가 되기도 하겠습니다.”
“후후. 그냥 매뉴얼에 따라 대화를 나누게 되어 있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보기는 힘들지요.”
“그런가요.”
알면 알수록 복잡한 세계인 것은 확실했다.
이우성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기요.”
“무슨 일이시죠?”
젊은 여성은 약간 경계하는 듯한 눈으로 이우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갑자기 중년의 남자가 매력적인 여성을 불러 세운다. 대부분은 이렇게 경계를 하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역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요?”
“저쪽으로 가시면 있어요.”
여성은 빠르게 자리를 떴다.
이우성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냥 사람 같군요.”
“매뉴얼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뿐입니다.”
“여기서 일을 할 수도 있나요?”
“가능하죠. 하지만 아직 완전한 가상의 세계가 아닙니다. 여기서 일까지 한다는 것은 좀.”
하성은 돈을 만들어 냈다.
아이템을 만들어 내듯 돈을 찍어서 그에게 주었다.
“이런 세상입니다.”
“엄청나네요.”
“저는 GM이기에 가능한 것이죠. 하지만 이용자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고 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가치관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겠네요.”
“아직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많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는 있겠습니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라고 장애인 협회의 간부들을 부른 것이었다. 과연 장애우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당연히 간부들은 기뻐했다.
“회장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우성이 허리를 굽혔다.
간부들도 인사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게 될 겁니다.”
“그리된다면 영광입니다.”
유서화의 강경한 추진으로 이렇게 된 것이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그럼 판타지 세계로 가 보도록 하죠.”
“네!”
그들은 판타지 세계를 거닐었고 여기저기를 다녔다.
물론 이곳에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장애우들에게 적용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 알아보려 하였던 것이다.
회사 앞.
오늘 장애인 협회에서는 감탄을 거듭하기만 했다.
이 정도라면 당장이라도 상용화를 시켜도 될 것 같다는 것이다.
“부작용은 없나요?”
“부작용은 많을 수도 있죠.”
“그게 아니라 뇌파가 뇌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없습니다.”
그 대답은 이유필이 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뇌에 부담이 된다면 상용화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유필은 이미 수백 번의 실험을 거듭했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고 저 역시도 가상현실에서 휴양을 하고는 합니다. 전혀 부작용이 없습니다. 정신적인 타격은 있겠지만요.”
“무기력함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이우성은 회사를 올려다보았다.
그 역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가상세계에서는 걷고 뛸 수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다리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언제라도 가상현실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런 박탈감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오늘 체험, 정말 감사했습니다.”
“별말씀을.”
“이만 가 보겠습니다.”
협회 사람들은 차량에 올라탔다.
하성은 그들을 배웅하고 난 후에 회사로 돌아왔다.
이제는 간부진과 모였다.
“병원에 배포하고 캡슐방을 만들도록 하세요.”
“전국에 말인가요?”
“네. 이익을 남기려 해서는 안 됩니다. 장애우들이 이용하는 캡슐방은 적자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운영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하성은 구체적인 사안들을 지시하였다.
점심시간이 되어 하성은 퇴근했다.
퇴근을 하는 길에 식당에 들러 식사를 했다.
역시 윤다희와 함께였다.
“오늘 정말 뿌듯하더군요.”
“상용화 말이로군요.”
“네. 이렇게 함으로써 장애우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거잖아요?”
“아까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정말 밝더라고요.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음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일반인들에 대한 공개는 언제쯤으로 할까요?”
“일단은 장애우들을 위한 공간을 모두 조성한 후에 공식 발표를 하도록 하죠.”
“사전 예약도 진행할까요?”
“음……. 아직 게임의 형태로 내야 할지 일상으로의 일탈을 주제로 내야 할지 고민이네요.”
“게임의 형태가 낫겠어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일상의 일탈을 주제로 하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었다. 먼저 게임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
장애우들에게 제공하는 가상현실도 일단 게임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상현실에서 각종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문제.
이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식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점심은 간단하게 파스타를 먹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부터는 휴식이시죠?”
“아무래도요.”
“어디를 가실 건가요?”
그녀는 스파게티를 먹으며 말했다.
지금 하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마음의 안정이다. 내일은 중요한 대결이 있으니 가능하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사우나에 갔다가 안마를 받는 정도라고 할까요.”
“심플하네요.”
“원래 제가 혼자 있으면 할 일이 없어요.”
평소에는 바빠서 일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막상 쉬는 날이 되면 할 일이 없었다.
물론 일반적인 휴일이라면 유서화와 시간을 보낸다. 그녀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할 일이 많았다.
다만 혼자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오늘은 온전히 혼자 보내도록 하세요.”
“후후. 그것도 어려운 일이 되겠네요.”
“그래 봤자 저녁까지니까요.”
“가능하면 편히 쉬도록 하죠.”
그들은 식사를 마친 후에 레스토랑을 나왔다.
윤다희는 하성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하성은 그녀와 헤어진 후에 휘적휘적 거리를 걸었다.
간만에 그는 혼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