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16
15. 종신계약
“맞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고…….”
“…….”
그들의 표정은 숙연해졌다.
지금까지 하성을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던 청룡도 이 순간만큼은 침울해졌다.
백호가 입을 열었다.
“그들 세력은 지난 300년 동안 꾸준히 성장을 해 왔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친일파가 관여하기도 했고 해방 이후에는 정. 재계에 걸쳐 두루 인맥을 쌓고 세력을 넑혀왔습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없습니다.”
“생각보다 더 심각하군요.”
“주인님께서 임가를 이어 나간다는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그들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힘을 쌓아야 하며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후우.”
하성은 한숨을 깊게 내 쉬었다.
지금 하성의 세력은 매우 미약한 상태였다.
재계에 발을 걸친 것만 해도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이었다. 말을 들어보니 신화그룹을 온전히 손에 넣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성은 막걸리를 단숨에 털어 넣는다.
꿀꺽! 꿀꺽!
“크으! 일단 저희가 가지고 있는 것이 대신그룹에 대해 권리를 10%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겠군요. 지도조각의 행방은요?”
“대신그룹에 있다고 사료됩니다.”
“대신그룹이라니…….”
“좋은 소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신그룹의 계열사인 대신 모바일이 가진 땅 어딘가에 묻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신 모바일이요?”
“3년 전에 발족한 회사지요. 대신 모바일 본사는 양재동에 있습니다. 그 땅은 대대로 임가의 영역이었죠. 헌데 그들이 그곳에 회사를 세우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마 그들 역시 그 어딘가에 지도조각이 묻혀 있다고 본 모양입니다.”
“산 넘어 산이라고 하더니.”
“주인님께서는 어떻게 해서든 대신 모바일을 손에 넣으셔야 합니다.”
“대신 모바일은 그야말로 위장막이로군요.”
“맞습니다. 공사를 하면서 지도조각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를 한 모양입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백호가 말을 이었다.
“거기에 10%의 권리를 주장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소송을 해야 할 것이고 승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주장을 해야겠습니다.”
“그에 대한 판단은 주인께서 할 일입니다.”
하성은 결심을 굳혔다.
지금 하성은 세력을 불려야 한다.
치우를 만나고 보니 안일한 경영은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일단은 금력을 손에 쥐어야 한다.
금력을 완전히 손에 쥔다고 해도 그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신화그룹 자체를 산산조각 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 될 것이었다.
신화그룹이 무너지기 전에 할아버지로부터 모든 것을 물려받는다. 최소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하성을 보호해 줄 것이었으니 그 전에 최대한 힘을 쌓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에 대한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도와 주셔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운명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잘 해보도록 하죠.”
백호가 힘주어 대답했다.
운명공동체.
치우의 운명은 임가의 보호와 생존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니 임가의 멸망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성은 화제를 전환하기로 하였다.
이제는 조직체계에 대해 물어야 한다.
“조직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각 단(團)에 열 명 정도의 조직원이 있습니다. 그들 하나하나의 실력은 수(水)나 금(金)에 머물러 있지요. 상당한 실력입니다. 하지만 적들은 더 강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도 활동을 하며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정보에 최적화 되어 있나요?”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필요에 따라서는 전쟁을 수행할 수도 있죠.”
“필패겠지만.”
청룡이 중얼거렸다.
이것만 보아도 적들이 얼마나 대단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지,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성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활동도 흑막을 파헤치고 가문의 비사나 임상옥 조사의 비밀, 안배를 알아내는데 힘을 써 주세요.”
“그밖에 시킬 일은요?”
“아, 하나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인데요?”
“이런 문제인데…….”
하성은 세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조직 내의 세력은 물론이고 전쟁에 대비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워 나기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하성이 가지고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성공시키는 것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되어 줄 것이었다.
이번에 가수 하나를 데뷔시키려 하는데, 작곡가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청룡이 말했다.
“간단하군.”
“간단하다고요?”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는 건지.”
하성은 나머지 단주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청룡과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요?”
“매우 초보적인 정보조작과 담력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청룡이 전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오전, 하성은 학교가 아니라 회사로 출근을 하였다.
학교에는 대충 오후에 나간다고 둘러대도 되었다. 이미 하성은 신화그룹의 후원금을 빌미로 하여 교장을 협박했고 조기취업에 성공했다.
교장의 선에서 안 된다면 교육청에 압력을 가했겠지만,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성은 출근을 하자마자 윤다희를 호출했다.
똑똑
“들어와요.”
하성은 서류를 정리하다가 그녀가 들어오자 펜을 내려놓았다.
“찾으셨나요.”
윤다희의 표정은 어두워져 있었다.
어제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분명히 다른 방책을 강구해야 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성은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를 포기합니다.”
“뭐라고요?”
“못 들었나요? 포기를 한다고요.”
“하지만 분명히 사장님은 안병태 작곡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그랬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안 되면 할 수 없는 거죠. 안 작가님을 회사로 데려오려 했던 것은 회사 재정 문제도 있었죠. 어차피 올인 전략을 펴야 하는데 다소 자금이 들어가도 유명한 작곡가에게 곡을 받으려 합니다.”
“하아! 정말 잘 생각하셨어요!”
윤다희는 하성의 결정을 반겼다.
사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왜 안병태를 고집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안병태의 실력이 뛰어남은 인정하지만, 재기불능의 타격을 받았음은 업계 사람 모두가 인정을 하는 사실이었다.
“그럼 누구를 섭외할까요?”
“가장 잘 나가는 프리랜서가 누군가요?”
“그야 당연히 조민성 작가님이죠.”
“조민성 작가님과 연결해 주세요.”
“하지만 그분은 프리랜서로 밖에는 계약을 하지 않을 텐데요.”
“일단 거액을 제안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작전은 시작되었다.
신화그룹 본사.
유한백의 사무실에서는 임하성에 대한 방해공작이 끊임없이 지시되고 있었다. 신화 엔터테인먼트에서 내 놓는 가수의 데뷔를 막는 것은 그 중 하나일 뿐이었다.
유한백의 사무실로 유진석이 들어온다.
“이야기 들었나?”
“무슨 이야기?”
“신화 엔터테인먼트에서 조민성 작가와 만나려고 한다는군.”
“조민성 작가와?”
“그래. 그에게서 곡을 받을 모양이야.”
“역시나 그렇군.”
그는 턱을 쓰다듬었다.
임하성이 무슨 생각으로 안병태에게 접근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안병태는 퇴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퇴물을 영입하려다가 실패하자 곧바로 거액을 들여 조민성 작가와 계약을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작가 몇과 더 접촉을 하고 있다더군.”
“이 새끼. 머리 쓰고 있군.”
“어쩌지?”
“뭘 어째? 당연히 방해를 해야지.”
“그렇다면 안병태는?”
“그런 병신을 우리가 왜 데려오나? 당연히 버려야지.”
“돈이 많이 들겠군.”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어떻게 해서든 놈이 힘을 키우는 것을 막는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니까.”
고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그저 맡은 임무나 잘 하면 되는 것이었다.
안병태는 제나 기획 출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나 기대가 되었는지 그의 아내까지 대동을 하고 있었다.
입구 앞에서 그는 정장을 확인한다.
정장은 카드 빛을 내어 마련한 것이었다.
“어디 봐요.”
“어때? 빛이 나는 것 같아?”
“우리 남편 정말 멋있어요.”
“후후.”
안병태 부부는 금슬이 좋아졌다.
남자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점이었지만 이 시대의 연봉이 억대가 넘어간다면 능력자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다녀올게.”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안병태는 안내 데스크로 향한다.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고 상무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약속은 되었나요?”
“안병태로 전해 주십시오.”
“잠시 만요.”
데스크 직원은 곧바로 전화를 넣어 약속을 확인한다.
하지만 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신데요.”
“그럴 리가요. 분명히 오늘 오신다고…….”
“그런 일 없다니까요.”
“그, 그럴 리가 없다니까요!”
안병태의 속은 타 들어갔다.
그는 유 상무의 약속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신화 엔터테인먼트를 차 버리고 제나 기획으로 갈아타려 하였던 것이다.
마침 고진길 상무가 출근을 하고 있었다.
“고 상무님!”
“이게 누구신가! 안 작가 아닙니까?”
“고 상무님! 아직 출근을 안 하셨군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괜히 심장이 철렁했지 않습니까.”
“무슨 일인가요?”
“오늘 계약을…….”
“우리가 그랬던가요?”
“……!”
“무슨 말씀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오늘 연봉 1억에 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언제요?”
“오늘 계약하기로 했잖아요!”
“안 작가.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요즘 퇴짜를 하도 맞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닙니까? 안 작가와 같은 퇴물을 도대체 누가 쓴다고 그러세요?”
“이 씨벌놈아! 분명히 계약을 한다고 말했잖나!?”
“하! 이 양반 안 되겠네. 이 사람 끌어내!”
“예!”
안병태는 그렇게 질질 끌려 나간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분명 계약을 하기로 약속했던 고진길이 안면을 싹 바꾸며 그를 쫓아냈던 것이다.
***
안병태는 넋이 나간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몇 분 동안 그는 충격에 빠져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일이 꼬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5분 정도가 지나자 그는 충격에서 간신히 빠져 나온다. 물론 넋이 돌아왔다는 것뿐이었지,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고 상무가 나를 연봉 1억이나 주고 스카우트할 이유가 없지.”
씁쓸하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지난 2년 동안은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하루였다. 곡을 쓰고 지우를 수백 번. 그리 하여 완성하여 기획사를 찾으면 프로듀서들이 고개를 내 저었다. 시대와 너무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전통 발라드만을 고집했다. 댄스곡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유일하게 신화 엔터테인먼트에서 손을 내밀었지만 그곳은 안병태가 거절을 해 버렸다. 도대체 어찌 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아내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하다.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커피숍으로 들어온다.
아내는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었다.
“왔어요? 제가 계획을 한 번 세워봤어요.”
“…….”
아내는 안병태의 얼굴을 보지도 않은 채로 신이 나서 떠들었다.
“한 몇 년 모으면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가요. 그리고 캠핑카를 한 대 사서 여행을 다는 거예요. 곡이라는 것이 도시에 쳐 박혀 있으면 오히려 더 나오지 않는 것이니 여행을 다니면서 곡을 쓰면 더 잘 되지 않겠어요? 환경이 바뀌면 사람이 바뀌고 성공으로 향하는 것 아니겠어요?”
“여보…….”
“안색이 왜 그래요? 설마 연봉이 좀 깎였어요?”
“그런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죠. 1억 연봉자가 많은 것도 아닌데 뭐 어때요? 몇 천 정도는 감수를 해야 하는 것이겠죠.”
“계약이 무산됐어.”
“에이, 농담이 너무 심해요. 그런 농담은 하나도 재미가 없다고요.”
“미안해.”
“노, 농담은 재미없다니까요?”
“그렇게 됐어.”
안병태는 고개를 숙였다.
아내는 입을 약간 벌린 채로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 계약을 하지 않으면 당장 거리에 나 앉아야 할 수도 있었다. 집에 쌀도 없을 판이었으니 얼마나 궁핍한 삶을 이어 왔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내는 갑자기 소리쳤다.
“거짓말 말아요!”
“후우. 나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어.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니까.”
“못된 놈들!”
“안타깝지만 현실이야.”
“으으윽.”
아내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그래도 안병태가 잘 될 것이라며 용기를 준 사람이 바로 한지혜였다. 헌데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것이 심히 괴롭다.
“안돼요…….”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어.”
“신화에 찾아가봐요.”
“그곳에? 이미 한 번 내가 거절을 했어. 이런 나를 써 준다고 한 것도 감지덕지한 일인데 더 좋은 조건을 찾아가 버렸다가 까였는데 받아 주겠어?”
“말을 한 번 해본다고 해서 어찌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당신은 자존심이 중요해요, 가족이 중요해요?”
안병태는 한 번 더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아내의 말대로 얼굴에 철판을 한 번 깐다고 해서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하성은 오늘 등교를 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가수를 데뷔시킨다는 것이 많은 자본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돈은 물론이고 결재해야 할 서류들도 산더미였으며 음반을 제작하기 위한 준비도 꽤나 복잡했다.
곡을 받아 편곡을 하고 연주를 녹음하고 노래를 녹음 후에 믹싱 한다. 마스터링 후에나 제작에 들어가는데, 제작 자체도 많은 자본이 소요되었다.
편곡이나 연주를 하는 것도 많은 돈이 필요했는데, 편곡자의 수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작곡가와 편곡자는 따로 있었으며 편곡자에게는 등급이 나뉘어져 있었다.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까지 깨질 수 있는 일이었기에 여기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편곡 후에는 악보를 토대로 연주자들이 연주를 해야 한다. 세션맨에 따라 연주비용에 많은 차이가 난다.
보통은 A, B, C등급으로 분류되고 실력에 따라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으므로 많은 조율을 거쳐야 한다.
그 후에는 반주에 노래를 입히는 믹싱을 한다.
믹싱은 가수의 소리와 음악을 조정하여 여러 가지 시스템을 이용하여 듣기 좋은 음악으로 재탄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믹싱 후에는 원본 마스터가 완성되고 그대로 음반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마스터링을 하는 추세였다.
마스터링은 믹싱에서 충분하지 않았던 음의 색깔이나 조화, 귀에 거슬리는 잡음들을 모두 없앤다. 그 후에 낮은 음을 끌어 올리고 높은 음을 낮추어 입체음향을 만들어 낸다. 입체음향기술 자체가 초고도의 기술이었으므로 여기에도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볼 수 있었다.
이후에 제작에 들어간다.
원래는 테이프와 CD로 나뉘는 음반은 이제 모두 CD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아날로그 녹음을 주로 하였지만 이제는 디지털 녹음방식으로 바뀌었다.
뛰어난 디지털 녹음은 원음의 99%를 전달하기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도 반드시 디지털로 대체를 해야 하는 것이다.
원본이 되는 스템퍼 CD를 제작하고 그 이후에는 CD를 찍어낸다.
간단해 보이지만 전혀 간단하지 않은 과정을 거치고 음반이 제작된다. 하지만 연예계라는 것이 음반만으로는 평정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 그밖에도 여러 가지 일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똑똑
하성이 서류작업을 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들어오세요.”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치우에서 왔다고 하면 아실 거라고…….”
“들어오라고 하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내가 집무실로 들어온다.
어제 하성은 치우와 만나면서 하성을 보조할 책사겸 연락책으로 단주 중 하나를 불렀다. 가능하면 청룡은 빼고 한 사람을 보내라고 했고 백호가 찾아온 것이다.
하성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싸가지 없는 청룡과 하성에게 무심하고 차가워 보이는 현무와 주작보다는 예의 바르고 충성심 강한 백호가 낫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백호가 인사를 한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회사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부르도록 하세요. 이름은 있으시겠죠?”
“강한결입니다.”
“이제는 강 비서라고 부를 겁니다. 회사 자문역을 맡게 될 것이고 공식적인 직함은 비서입니다. 괜찮겠죠?”
“회사에서의 직함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하성은 그를 소파로 안내한다.
“위스키 하시겠어요?”
“좋죠.”
콸콸콸콸
위스키가 잔에 채워졌다.
오늘 백호가 찾아온 것은 임가를 위협하는 흑막으로부터 하성을 보호하고, 앞으로의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백호가 하성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가져오셨군요.”
“일단 사본을 가져왔습니다.”
백호가 내민 서류는 바로 화룡상단에서 임가의 자본으로 30%를 출자하였다는 증명서였다.
물론 정말로 임가에서 자본을 출자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류장에는 그리 기재가 되어 있었으며 상단주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이 전략이 먹힐지 걱정이었다.
대신그룹이라면 국내 10대 기업 중 하나였는데 그들이 그리 순순히 인정할까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대신그룹 역시 적대기업 중 하나였다.
“이걸로 가능할까요?”
“어렵기는 하겠죠.”
“법정 공방으로 가면 이길 가능성이 있을까요?”
“솔직히 반반입니다. 증거가 얼마나 명명백백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하지만 법원에서 인정을 한다면 주식의 10%를 가져 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별로 추천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면요?”
“협박을 하되 법정공방까지는 가지 않도록 해야겠죠.”
“어렵군요.”
“그래도 원하는 것 정도는 뜯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애초에 대신 모바일을 달라고 말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주식의 10%를 내 놓으라고 해야죠.”
“단번에 거절이죠.”
“그렇다면 하나마나죠.”
“아니요. 그것이 승리할 수 있는 핵심입니다.”
백호는 대신그룹을 상대할 전략을 한 가지 내 놓았다.
그것은 바로 적들을 협박하여 극으로 치닫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하여 완급조절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해보도록 하죠.”
백호가 나가고 난 후에 하성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역시나 하성에게는 뛰어난 참모가 필요했다.
하성 역시 수라장을 거쳐 오면서 사업상 수완이 상당히 늘었지만, 권모술수에는 그다지 재능이 있는 편이 아니었다.
정치판뿐만이 아니라 재계에도 각종 술수들이 난무한다.
하성은 귀계에 약했고 그를 보조해줄 책사가 필요한 것이 당연했다. 그런 책사로는 수백 년 동안 상계의 호위무사로 활동해 왔던 치우의 수장이 제격이었다. 역시나 백호는 그럴싸한 계략을 내 놓았다.
‘최대한 치우를 이용해야겠어. 그리 하여 힘을 키울 수밖에 없겠어.’
치우가 하성의 손에 들어옴으로써 그가 선택할 수 있는 패가 많아졌다.
“그건 그렇고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하성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지금쯤이라면 안병태가 거절을 당하고 신화 엔터테인먼트로 찾아오지 않을까 예상을 하고 있었다.
똑똑
아니나 다를까 윤다희 실장이 들어왔다.
“안 작가가 왔나요?”
“예상하고 계셨군요.”
“그럼요. 지금쯤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죠.”
“응접실로 모시겠습니다.”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안병태의 문제는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까.
미안한 일이었지만, 이전과 같은 조건보다는 조금 더 가혹한 조건을 붙일 작정이었다.
하성이 응접실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안병태와 그의 아내인 한지혜까지 함께 와 있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는 하성이었지만 일단 모른 척을 하였다. 그래야만 안병태가 안절부절못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를 보자고 하셨다고요?”
“아이고, 사장님! 저 좀 살려 주십시오!”
“예? 뭔가 위험에 처했나요?”
“이제 신화 밖에는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저를 회사에 받아 주십시오!”
“세나 기획에서 이야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그쪽에서 사람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건 작가님도 마찬가지잖아요.”
“그, 그건.”
안병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비록 안병태는 희생양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계의 도리를 어리고 저쪽에 붙은 것은 잘못한 것이었다.
사람이 이익을 쫓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최소한 상의라도 했어야 했다.
“죄송합니다.”
“음…….”
하성은 팔짱을 꼈다.
생각을 하는 척을 하였는데, 안병태는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하성이 아니면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차라리 잘 되었어.’
사실, 하성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중이었다.
신사동이나 일심에서 하성의 사업을 방해하려 하였지만 이 번 만큼은 오히려 도와준 꼴이었기 때문이다.
“연봉 5천부터 시작하고 종신계약입니다. 물론 연봉은 1년마다 재협상을 하도록 하죠. 후생복리는 회사 직원 수준으로 하고 성과금을 따로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떤가요?”
“조, 종신 계약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