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24
22. 청룡검
하성은 지도를 펴게 하였다.
촤륵!
지도는 빔프로젝터를 이용하여 확대가 되었는데, 놈들의 세력권은 강남을 포함하여 서울일대, 그리고 전국적으로도 사업체를 가지고 있었다.
전국구 스타를 셋이나 보유하고 있었고 그들의 실력은 가히 일당백이라고 한다. 전국구 스타 중에서도 무예를 깊게 익힌 자들이 많은 만큼이나 허술하게 쳐들어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성의 세력 내에는 두 명의 전국구 스타 칼잡이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총무이사 윤성진이다.
40대 후반이었지만 무예를 익혀 40대 초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고 쌍검술에 조예가 있었다.
두 번째 인물은 바로 개발이사 안상진이었다.
원래부터 안상진은 신화파 내부에서 두뇌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만큼이나 머리가 뛰어났으며 한국식 장검인 박도를 사용한다.
두뇌만큼이나 실력도 대단하였고 비록 지금까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바빴지만 수련만큼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었다.
안상진이 입을 열었다.
“놈들의 근거지는 영등포 외곽입니다. 거주지에 꽤 커다란 저택을 지어 놓고 있죠. 아마 땅값도 어마어마할 겁니다. 이미 조직 내부에서 그들과 쇼부를 쳐서 100명씩 모아 승부를 벌일 것입니다. 다만 그런 조건을 건다면 신화파 내에서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패하는 순간 사장님께서 실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죠.”
“간단히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 말이야 우리가 패하면 조직 내 다른 세력들을 보낸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명분도 약하고 병합한 후에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리게 됩니다. 여기서 한 방에 끝내야 하는 것이죠.”
“그리 될 겁니다.”
“그들은 세 명의 전국구 스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측이 한 명 부족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한 명은 제가 처리하죠.”
웅성 웅성
조직 간부진 사이에서 술렁거림이 일었다.
아무리 하성이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고등학생이었다. 그의 실력을 직접 본 사람은 소수였으므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여기에 제 모든 역량을 쏟아 붓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전국구 스타들의 싸움이 될 공산이 큽니다. 그리 조율을 하게 되겠죠. 만약 사장님이 패하시면…….”
“그건 제 실책이 되겠지요. 하지만 지지 않을 것이니 개의치 않고 작전을 짜 주시죠.”
“알겠습니다. 저희는 이런 경로로 이동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정문에 내려 정원가지 들어가야 합니다. 아마 그곳에 적들이 모여 있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전면전의 가능성은요?”
“배제할 수 없죠. 하지만 일단 회담에 들어가게 될 것이니 갑자기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별들의 전쟁이라.”
“그리 보입니다.”
“전략은 간단하군요. 그럼 움직이도록 하죠.”
“전투준비 하겠습니다.”
간부들이 자리를 떴다.
그들은 자리를 벗어나 가죽조끼를 착용하고 각자 무기들을 점검하게 될 것이었다. 살인까지는 나지 않겠지만, 혹시 죽게 되더라도 깔끔하게 처리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익이 걸린 조직 간의 싸움이었다.
큰 조직의 싸움일 수록 되려 깔끔했는데, 그것은 조직의 불문율과 같은 것이었다.
하성 역시 전투를 준비하려 했다.
안상진이 하성을 붙잡는다.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곧 가도록 하죠.”
하성은 임태식의 집무실 앞에 이르렀다.
머릿속이 꽤나 복잡하다.
내일 하성은 등기를 마치고 정식으로 대신 모바일의 사장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반 임가 연합의 세력을 숙청해야 한다. 그 작업만 하여도 엄청난 여정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이런 가운데 곧 있으면 엔터테인먼트 내의 음반작업과 유나의 데뷔 문제도 마무리를 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항쟁이 터졌으니 머릿속이 복잡할 만도 했다.
하지만 하성은 다른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지금의 일에 집중을 하기로 한다.
똑똑
“들어와라.”
“할아버지. 찾으셨다고요.”
“앉아라.”
다른 때와 달리 임태식의 얼굴은 심각했다.
그는 항상 웃었다. 결혼에 대한 문제에서 단호하기는 했지만,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단호하지 않았다.
임태식은 항상 하성이 뜻을 펼쳐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조폭계에 입문을 하였을 때에는 누구보다 기뻐하셨다.
하지만 지금 임태식의 표정은 지금까지 하성이 보았던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놈들 말이다. 일부러 전쟁을 유도한 것 같다.”
“놈들이라면?”
“일심이지.”
“그렇다면 이번 일은 일심에서 작정을 하고 벌인 일이라는 뜻인가요?”
“그렇다.”
하성의 얼굴도 살짝 일그러진다.
뭔가 작정을 한 이유가 단순히 강남진출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이유가 뭐죠?”
“그것은 바로 놈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식 장검 박도 때문이다.”
“박도는 흔하지 않나요.”
“흔하지. 그런데 그 검이 과거 조사께서 국왕에게 하사 받은 것이라는데 있다.”
“……!”
하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나 일심에서는 일을 단순하게 벌이지 않는다. 어떤 이유가 있었고 그것이 임가의 비밀에 근접을 한 것이기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이었다.
하성 역시 임태식의 말을 듣고 나니 조금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네 바람을 허락한 것은 신화파 내부까지 항쟁이 번지지 않을까 우려를 해서였다. 내가 직접 나선다면 그렇게 되겠지.”
“도대체 그 검이 무엇이기에요?”
“나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일심에서 움직인 이유를 오늘에야 밝힐 수 있었던 게지. 장검은 열쇠다.”
“열쇠라니요?”
“그건 나도 모르겠다. 일심에서 그리 말하는 것을 간신히 알아냈다.”
“이놈들…….”
놈들은 끊임없이 흉계를 꾸몄다.
그들의 목표는 최대한 임가에서 많은 정보를 털어 내는 것이었다. 일심에서도 그 장검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기에 하성이 일처리를 하겠다는 것을 방관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끝까지 반대를 하였을 것이었다.
“그 검은 언제 하사를 받은 건가요?”
“그 또한 유래가 깊지.”
임상옥 조사는 인삼독점권을 따낸 후에 상행을 떠났고 단독 상행에서 인삼의 원가를 후려쳐 수십 배에 달하는 차익을 남겼다.
이 당시 임상옥은 북경 상인들의 불매운동을 교묘한 방법으로 분쇄하였는데. 당시 중국에서는 홍삼을 ‘붉은빛의 보배’라고 불렀다. 북경 상인들은 담합으로 이 홍삼을 헐값에 살려고 불매동맹을 조직했는데, 임상옥은 아예 홍삼을 불사르는 방법을 택했다.
힘들게 가져온 상품을 제값도 못 받고 파는 것보다 불태우는 것이 낫다며 대응하였던 것이다.
북경 상인들은 제 때 홍삼을 사지 못하면 공급처에 신용을 잃을 수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반 정도 타고 남아 있는 홍삼을 훨씬 비싼 가격에 매각하였던 것이다.
이 일로 임상옥의 이름도 중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조선에서는 재해가 끊임없이 일어났는데 임상옥은 한 번 더 수재민들을 도우며 조선의 성인으로 칭찬이 자자했다.
이에 정조는 임상옥에게 보검을 하사했고 가보 중 하나가 되었다.
“…헌데 가보는 일제시대에 실전되었다. 그리고 찾을 수가 없었지.”
“오늘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로군요.”
“도대체 놈들이 청룡검이라고 불리는 왕의 하사품을 어디서 얻게 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나 역시 궁금한 일이기도 하고.”
“족쳐보면 알게 되겠죠.”
“어떻게 해서든 그 보검을 입수해야만 한다. 이번 일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야.”
“명심하겠습니다.”
“그만 나가보아라.”
“예, 할아버지.”
하성은 사무실로 돌아와 나름대로 장비를 점검하였다.
모든 장비의 착용이 완료되자 그는 회사를 나와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하성의 곁에는 백호가 타고 있었다.
백호는 이번 싸움에 나서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사태에 대비를 했다.
하성은 오늘 임태식에게 들은 정보를 백호에게 이야기하였다.
“백호. 혹시 청룡검에 대해 알고 있나요?”
“알고 있지요.”
“어떤 검인가요?”
“대충 할아버지께 이야기는 들었습니까?”
“예.”
“그럼 청룡검이 정조께서 하사하신 신물이라는 것은 알고 계시겠군요. 임상옥 조사께서는 청룡검을 호위 가문 중 하나인 청룡에게 지키게 하였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청룡검이 재단을 여는 열쇠라고 했습니다.”
“열쇠요?”
“네. 그 이상은 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검은 청룡가문에서 잃어버린 것이로군요.”
“맞습니다. 청룡가문에서는 그 일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했습니다. 헌데 그 검이 지금 나타나게 되다니……. 청룡에게 가보를 찾아주면 매우 기쁘게 여기겠군요.”
“재단이라.”
분명히 그 안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임상옥이 남긴 유산은 하나 같이 범상치가 않았다. 고려 상감청자 안에 지도조각을 새기지를 않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설립된 상단이 지금은 대기업이 되어 있는 일 등이었다. 그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대단한 가치를 가진 유물이나 재화로 변해 있을 공산이 컸다.
하성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차량은 영등포 주택가에 접어들었다.
한산한 저택 앞.
달칵
문이 열리고 하성은 저택 앞에 내린다.
“일단 검을 얻고 난 후에 생각해 보는 수밖에.”
***
하성을 위시하여 백 명의 휘하 조직원이 문 앞에 섰다.
이번 싸움에서 만큼은 어떤 세력의 도움도 기대를 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하성은 할아버지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아 이 자리에 온 것이었다.
신화파 내부의 모든 세력들이 지금의 싸움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신화파는 기본적으로 일심, 신화, 신사동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간부들을 제외한 일반 조직원은 회(會)와 전혀 관계가 없거나 일부 내용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일심이나 신사동도 회의 하부 조직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 조직원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보스의 기량을 보고 줄을 설 것이다. 그 때가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 전까지는 하성의 기량을 최대한으로 높여야 한다.
기량을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공적을 쌓는 일이다.
전갈파와의 항쟁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하성이 최대의 기량을 보여야만 신화파 내부에서 하성을 따르는 세력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니 이 싸움은 질 수 없다.
끼이이익!
저택 입구에는 CCTV가 달려 있었고 굳이 깽판을 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문이 열렸다.
저택 마당에는 각종 무기를 든 조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대 조직 간의 항쟁이었고 이번 싸움에 승부가 날 것이었기에 단숨에 달려들지는 않았다. 다만 작은 불씨라도 떨어진다면 순간적으로 그것이 폭발할 것이다.
마당은 넓었고 깔끔하게 조경이 되어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조직원들이 흉흉한 눈으로 이곳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것은 신화파 조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성은 내심 위압감이 드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수도 없는 항쟁을 겪어 왔지만 이번에는 고등학생의 몸이었다. 조직항쟁은 처음이었기에 육체 자체에서 위압감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하성은 어깨를 폈다.
저벅 저벅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하성이 천천히 걸어 나온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전갈파에서도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얼굴에 왼쪽 뺨에 십자의 칼자국이 깊게 패여 있었고 눈 한쪽이 없는 40대 후반의 사내다. 대머리에 해적과 같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머리에도 칼자국이 몇 개 있었다. 이것만 보아도 수많은 항쟁들을 겪어 온 자라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바로 영등포 전갈이라 불리는 이태성이다.
그에 비하여 하성은 곱상한 얼굴에 한 눈에 보아도 비실비실했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과는 영 매치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웬 애송이가 나왔군.”
“나는 신화파 후계자 임하성이다. 올해 18살이 되었지. 회장님께 이번 항쟁의 전권을 위임 받고 왔지.”
“뭐라고? 하하하하! 그 늙은이도 노망이 난 모양이로구나. 이런 애송이를 전쟁터에 내 보내다니 말이다. 죽고 싶냐?”
“저 새끼가!”
“형님! 그냥 쓸어버립시다!”
웅성 웅성
전갈의 한마디에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진다.
각자 쓰는 무기들은 달랐지만 대부분이 칼을 휴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당장이라도 칼부림이 날 것 같았다.
하성이 손을 들었다.
이런 싸움일수록 냉정해야 한다.
격장지계는 싸움판에서 흔하게 사용되어 왔다. 먼저 흥분을 한다면 도리어 일을 망칠 수 있었다.
“아마 이야기가 다 되었을 거다. 네가 보스라면 약속을 지키겠지. 애초에 전국구 스타 세 명만 출전하기로 했다지?”
“그랬지.”
“애들 다치게 할 필요 없이 일대일로 모든 것을 결착 짓자.”
“네놈과 말이냐?”
“그래.”
“푸하하하하하!”
전갈은 미친 듯이 웃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하성의 상태를 보면 영양실조 직전이었다. 물론 요즘 애들이 마른 것을 보면 조금 마른 학생에 불과했지만, 건달들의 덩치를 생각하면 장작개비와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전갈은 거대한 덩치를 소유하고 있었다.
양복도 잘 맞지가 않아 맞춤제작을 했을 정도였고 한 눈에도 근육들이 전신을 덮고 있었다. 헌데 하성과 같은 애송이가 일대일을 제안하니 우습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곧 있으면 내 나이도 지천명이다. 싸움터만 30년 이상 굴러왔지. 그런데 나와 일대일로 싸우겠다고?”
“무서우면 그냥 조직을 통째로 들어 바치던가.”
“후회하지 마라!”
“단, 약속해라. 둘 중 누가 죽던 간에 패하게 되면 승자의 조직에 복속이 되는 거야. 나와바리도 마찬가지다.”
“약속하지.”
그래도 전갈은 약속을 목숨과 같이 지켰다.
건달이라고 해도 급이 있었고 전국구에서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약속한 것을 어기는 순간 조폭계를 떠야 한다.
하성은 뒤를 돌아 준비를 하기 위하여 돌아왔다.
내부에서 술렁거림이 있었다.
윤제문이 가장 먼저 반발했다.
“형님! 이건 아닙니다. 형님께서 놈을 상대하시겠다니요?”
조폭싸움이었기에 그는 하성을 형님으로 호칭하였다.
여기저기서 반대가 터져 나왔다.
아무리 하성이 대단하다고 해도 고등학생이었다. 그에 비하여 상대는 생활만 30년 이상한 정통 건달이었다.
조폭계에서는 족보를 어지간히 따졌는데, 그것은 누구에게 칼을 사사 받았는지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갈은 구 고산파에서 꼬마시절을 보냈고 고산파가 찢어지며 분파의 중간보스로 일을 하다가 영등포에 자리를 잡았다. 그야말로 건달 중의 건달로, 정통으로 따지자면 윤제문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그런 전갈을 하성이 상대한다고 하니 패할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마 하성이 신화파 후계자가 아니었다면 관록에서 밀려 그에게 도전장도 내밀지 못했을 것이다.
하성은 재킷을 벗었다.
윤제문이 재킷을 손수 들어 주었는데, 하성이 결연한 표정을 짓자 그 역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전갈은 고산파 정통에 칼을 기가 막히게 사용합니다. 하지만 하체가 부실하다는 평가가 있었죠. 지금은 운동을 하여 재활하는 모양이지만, 10년 전 즈음에 항쟁에서 신경이 다쳤다고 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런 건투를 빕니다.”
하성은 장검을 손에 쥐었다.
뒤를 돌아보니 전갈은 장검보다는 길이가 짧고 단검보다는 긴 형태의 기형 검을 사용했다. 아마 장검을 사용하다가 자기가 맞는 대로 검을 개조한 모양이었다.
하성은 이런 기형 검이나 기형무기를 쓰는 상대가 더 까다롭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수많은 항쟁을 거쳐 온 가락이 있었다.
‘게다가 천령지기가 있지.’
상대는 30년 이상 싸움터를 누벼온 백전노장이다.
하지만 하성에게도 비장의 수가 있었으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팟!
하성은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혀 갔다.
그리고는 검이 그대로 전갈의 검에 작렬했다.
꽈직!
“크윽!”
“……!”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곳을 바라보던 전갈파 조직원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하성은 엄청난 속도로 몰아쳤다.
언 듯 전갈이 밀리는 것 같이 보였다.
캉! 카가가가강!
검격음이 터져 나가고 있었다.
승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임하성이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것으로 보였지만, 전갈은 침착하게 그의 검을 막아 나가고 있었다.
몇 군데 잔 상처가 났지만, 이런 큰 싸움에서 잔 상처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 방에 골로 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전갈은 역시 대단했다. 전국구 스타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임하성의 검은 변칙적이었다.
‘이곳인가?’
서걱!
‘아니었군.’
카앙!
그는 잔 상처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패턴이 익숙해지기 시작하였다. 임하성의 검은 위력적이었고 빨랐다. 세상에 이렇게 빠르게 검을 쓰는 건달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더욱이 놈은 고등학생이었다.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들었는데, 벌써부터 검을 이렇게 쓴다면 나중에는 감당하기가 힘들어 질 것이다.
‘오늘, 네놈은 폐기된다.’
죽이지는 않더라도 아킬레스를 끊어 버려야 할 것 같았다.
상처가 늘어나고 있을 때, 그는 패턴에 익숙해졌고 막아 내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검을 찔렀다.
“허엇!?”
임하성의 신형이 무너지며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전갈은 검을 뻗은 상태에서 그대로 허리춤에서 손도끼를 꺼내어 내려찍었다.
퍼억!
“크윽!”
임하성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도련님!”
“형님!”
신화파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보스간의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상대가 죽거나 항복하지 않는 이상은 싸움을 멈출 수가 없었다.
도끼는 하필 임하성의 왼쪽 팔을 찍어 버렸다.
임하성은 넘어지면서 그대로 회전을 하여 돌려차기를 했다.
퍼어어억!
“크으윽!”
그들은 동시에 튕겨져 나간다.
머리가 띵 하고 울린다.
“후욱! 후욱!”
임하성과 전갈의 입에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처음 놈을 보았을 때만 해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비장의 한 수를 꺼낼 때가 되었다.
“허억! 허억!”
하성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그는 천령지기를 가지고 있었고 꾸준히 수박도 수련을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실전경험에서 오는 차이는 무시를 하지 못했다.
전생의 경험까지 합해도 하성은 십여 년이었고 전갈은 30년 이상이었다. 거기에 지금의 육체는 실전에 익숙하지 않았다.
여기서 오는 괴리감은 상당한 것이었다.
전갈에 비하여 하성은 월등한 힘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기술까지 상당했는데 비등한 것을 보면 놈은 임기응변만으로도 하성의 공격을 버텨 내었고 일격을 먹이기까지 하였다.
건달 싸움이라고 하지만 전국구 스타가 눈앞에 있었고 역시나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소모성 싸움을 해 보았자 하성이 패할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었다.
‘수박에 수록된 월명검법의 일초를 사용해야 하는 건가.’
월명검법은 임가 전통 무예의 경지인 수금지화목토천 중에서 ‘수’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초식이었다.
월명검법의 극 쾌검식인 삭월(朔月)은 스피드에서는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었다. 눈으로는 보기 힘들 만큼이나 빠른 검이었고 어마어마한 천령기가 들어간다.
아마 하성이 사용하게 되면 그대로 혼절을 할지도 몰랐다.
‘어쩔 수가 없네.’
그렇다고 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능하다면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다음 전투에서라면 모르겠지만 첫 전투에서는 이겨야 신화파 내부에서 지지 세력이 많이 생길 것이다.
하성은 오른 발을 내 딛고 검을 단전 앞에 세워 소도세를 취하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검을 당긴다.
허점투성이의 자세에도 전갈은 방심하지 않았다. 이미 하성의 실력이 전국구 스타에 달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갈 역시 검을 고쳐 쥐고는 기수식을 취했다.
아마 전갈의 검법은 서양에서 온 것 같았다.
팟!
먼저 몸을 날린 것은 하성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공이 중요하였다.
번쩍!
하성의 검에서 천령기가 머금으며 빛이 났고 그것은 그야말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쇄도한다.
전갈은 검의 축을 비틀며 하성의 검을 비켜 막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보다 하성의 속도가 더 빨랐다.
캉!
한 번의 검격음.
그들은 서로를 등지고 1미터 정도 떨어져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