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27
25. 제안
울고 있던 유나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를 해서 어쩌겠다는 건지 유나로서는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게 될까?”
“가능할 거야.”
“하지만…….”
“우리는 오직 노래로 승부를 할 거야. 일단 데뷔부터 하는 거지. 그 후에 홍보를 한다면 어떻게든 될 거야.”
“망할 것 같아.”
“된다니까.”
하성은 유나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이번 사업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하성이었다. 만약 유나가 실패를 하면 곧바로 부도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엔터테인먼트가 무너지면 모바일도 무너진다. 상호 간에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하나로 묶여 있는 회사였지만, 잘못하면 꺼꾸러져 함께 망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지금 하성이 가지고 있는 회사의 형태였다.
어차피 리스크는 모두 하성이 짊어진다.
“그러니까 일어나.”
“너만 믿어도 될까?”
“그래, 나만 믿고 있어.”
“그럼 믿을게.”
생각보다 유나는 하성을 더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그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하성이 원하기도 했다.
“그럼 같이 들어가도록 하자.”
“알겠어.”
그들은 회의실로 향했다.
대회의장 안의 사람들이 긴장한 얼굴로 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윤다희 그리고 윤 이사와 눈빛을 교환했다.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하도록 합니다.”
“문제가 많을 텐데요.”
“우리에게는 노래가 있습니다. 충분히 밀리언셀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계획은요?”
“일단 음반을 판매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입소문을 내도록 노력을 해야겠죠. 최대한 외부에 노출을 시키는 겁니다.”
“으음.”
웅성웅성.
사람들은 저마다 의견을 토해 냈다.
지금으로써는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를 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었지만, 도대체 입소문을 어떻게 내야 하나 싶었던 것이다.
가수는 보통 음악 프로그램이나 TV 프로그램을 통하여 데뷔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모조리 펑크가 난 이상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하성은 그 방법을 인터넷으로 보고 있었다.
“넷상으로 노래를 배포하도록 하죠.”
“충분할까요?”
“입소문을 내기에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여기에 뮤직비디오도 배포를 하도록 합시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은데…….”
하성도 그 점에는 동의를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유투브가 세계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인터넷 콘텐츠 자체가 다양하지도 않았고 국내 1위 포털 사이트인 레이버도 하성이 알고 있었던 시대만큼 발전이 되지도 않았다. 아직까지는 열악한 환경이라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현재 정부시책으로 시행되고 있는 1가정 1컴퓨터 보급정책으로 인하여 가속화 된다. 컴퓨터가 있는 가정도 많았지만, 상당수의 학생이나 일반인들은 PC방을 애용하고는 했다.
그래도 인터넷상의 파급력은 무시를 하지 못할 수준일 것이다.
“해 봅시다.”
하성이 힘주어 말했다.
그는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입소문을 타기만 하면 사방으로 유나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갈 것이었다.
일단 소문이 나면 사람들은 음반을 구매할 것이었다. 얼굴 없는 가수가 음악 방송 프로그램의 순위권에 오른다면 충분히 밀리언셀러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노래가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하성은 유나의 노래가 그가 알고 있던 시대보다 더한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나가 데뷔했을 때보다 1년이 빨랐고 지금의 음반 시장은 정점에 이르러 있었다.
“각 부서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짝짝!
“움직입시다!”
전쟁과 같은 회의가 끝나고 하성은 사장실로 돌아왔다. 일단 사람들에게 비전을 주기는 하였지만, 뭔가 모자라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부족하였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장실로 윤다희와 윤제문이 찾아왔다.
“사장님.”
“오셨군요. 앉으세요.”
“저희가 올 것이라 예상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물론입니다.”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윤다희와 윤제문은 하성의 최측근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충 설명을 했어도 그들에게는 제대로 된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윤제문 이사가 입을 열었다.
“충분히 사장님의 방법은 먹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먹구구식의 방법이지요.”
“알고 있습니다.”
“보강을 하시죠.”
“보강이요?”
“회장님을 만나 보시는 겁니다.”
“으음.”
“그분은 사장님의 혈육이십니다. 반드시 도와주실 것이라고 봅니다.”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실 텐데요.”
“상관없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겠죠. 그리고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윤다희까지 적극적으로 나섰다.
가능하다면 할아버지의 도움은 받지 않으려고 하였던 하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이런 직격타를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가능하다면 할아버지에게 조언이라도 구해야 할 것 같았다.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신화그룹 본사에 다녀오겠습니다.”
“저희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보다 윤 비서는 남아 주세요.”
“저는 이만.”
윤제문이 나가자 윤다희가 하성을 바라보았다.
“하실 말씀이라도?”
“윤 비서는 안상덕 개발자와 만나 보도록 하세요.”
“네르의 개발자 말이로군요.”
“맞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 가지에 주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두 가지를 한 번에 처리해 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하성은 윤다희와 함께 길을 나서기로 하였다.
윤다희는 중간쯤에서 내렸고 하성은 신화그룹으로 향했다.
윤제문 이사가 백방으로 입소문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 것이고 윤다희는 안상덕과 만날 것이었다.
하성은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신화그룹을 찾았다.
하성이 들어오자 사람들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도련님.”
“회장님은 계시죠?”
“연락해 두겠습니다.”
데스크에 미리 말을 한 후에 하성은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팅!
올라가는 도중에 하성은 유한백과 마주쳤다.
지금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는 임원 전용이었다. 유한백도 임원이었기에 이용하는 것이었다.
유한백이 하성에게 인사를 했다.
“오셨군요, 도련님.”
“선물은 잘 받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는 모르는 척 딱 잡아뗐다.
방송국에 이 정도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다. 분명히 이 일에는 유한백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하성은 바보가 아니었다.
“어쨌든 다음번에는 제가 답례를 하겠습니다.”
“어떤 선물을 제가 드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답례를 하시겠다니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팅!
유한백은 25층에서 내렸다.
그는 하성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고 하성은 고개를 까딱였다.
드르륵!
문이 닫히고 하성은 분통을 터뜨렸다.
“개자식!”
일단 욕이라도 하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물론 유한백이 일을 꾸몄다는 것은 아직 심증일 뿐이었다.
하지만 일심이나 신사동에서 일을 벌이지 않는 이상 하성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꼭대기 층에 도착을 하였고 이제 곧 할아버지를 보게 될 것이었다.
똑똑.
“들어와라.”
이미 임태식은 하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혼자 계셨군요.”
“잠시 사색을 하고 있었지. 게다가 네가 찾아온다고 연락을 받았기도 했고. 일단 앉아라.”
“예, 할아버지.”
하성은 커피를 마실 정신이 아니었다.
이미 임태식은 하성이 어떤 일 때문에 온 것인지 알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 일 때문이로구나.”
“알고 계셨군요.”
“그렇지. 그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면목 없습니다.”
“적들이 작정하고 공격을 가한 모양인데, 네가 잘못한 일은 아니다. 다만 너무 큰 적을 두고 있을 뿐이지.”
꽈드드드득!
하성은 이를 꽉 깨물었다.
둔탁한 소음이 흘러나왔다.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방법이 있을까요?”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인가요?”
***
하성은 정말 다급했다.
만약 여기서 엎어져 버리면 그는 곧바로 회사 일에서 손을 떼야 했다. 부도가 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었다. 한데 벌써부터 무너져 버린다면 하성은 사업을 할 체질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가능하다면 그런 말이 나돌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임태식이 입을 열었다.
“광고를 사용하는 것이다.”
“광고요?”
“그래, 신화자동차 광고를 이용하여 노출을 한다면 일단 많은 사람들이 유나의 곡을 들을 수 있게 되겠지.”
“가능한가요?”
“광고를 새로 찍어야겠지. 하지만 오늘 안에 찍을 수 있다면 내일 아침부터는 광고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성은 테이블을 살짝 내리쳤다.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다. 그 이상 개입을 한다면 이사진에서 반발할 것이다.”
“광고는…….”
“지금부터 네가 만들어 내야겠지. 엔터테인먼트사에서 광고를 만들어 본 경험이 많다. 모든 장비도 갖추고 있지. 차량은 내어 줄 수 있다.”
“그렇다는 말은?”
“광고를 직접 제작하여 오늘 저녁까지 가져오도록 해라. 그리고 여기서 회의를 하여 네가 만든 광고가 더 좋다고 판단이 되면 내일 아침부터 유나의 목소리가 각 안방에 울려 퍼질 게다.”
“크윽.”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니라.”
어떻게 보면 임태식의 제안은 어처구니없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그로서는 최대한의 편의를 봐준 것이었다.
임태식이 말을 덧붙였다.
“더불어 이것은 너에 대한 시험 무대가 되겠지.”
“알겠습니다.”
하성의 행보는 실시간으로 할아버지나 신화그룹 임원들에게 보고가 되고 있었다. 아마 이번에도 보고가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성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이나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일심과 신사동에서도 하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반임가 연합의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이지 않겠지만, 그의 행보에 따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일반 조직원이나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유한백은 고진성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번 사건은 당연히 반임가 연합에서 꾸민 일이었다. 회에서 압박을 하였으니 방송국에서는 버틸 수 없었고 담합을 하여 유나의 모든 스케줄을 취소시켰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해결책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다만 스케줄을 다시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었고 그만큼이나 한빛 엔터테인먼트는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다.
유한백은 고진성에게 새로 수입한 시가를 건네주었다.
“한 대 태워 봐.”
“오늘 좋은 일이 있었나 보군?”
“오다가 애송이를 만났지.”
“그래? 표정이 어떻던가?”
“아주 가관이었어. 당장이라도 울 것 같던데?”
“하하하하!”
그들은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임하성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잘못하면 이것을 끝으로 부도가 날 수도 있었다.
방송사 스케줄은 꾸준히 방해를 할 것이었다. 그러니 유나가 제대로 무대에 서게 될 날은 오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노출이 되어도 최소한으로 줄인다.
이것은 모두 유한백의 머리에서 나온 전략이었다.
“이번에는 어렵겠지?”
“아마 그렇겠지.”
“빠져나간다면 인정을 해 주어야 하나?”
“더 강력한 전략을 짜야겠지.”
이미 임하성을 파멸시킬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은 임하성의 발버둥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하성은 한빛 엔터테인먼트로 돌아왔다.
여전히 사람들은 다방면으로 유나의 곡을 노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하성은 다시 한번 회의를 소집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기대가 어리고 있었다. 하성이 신화그룹 본사를 찾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태식 회장이 대놓고 도와주지는 못하더라도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기에 돌파구가 생기지 않았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하성이 입을 열었다.
“자동차 광고에 유나의 곡을 입히기로 결정했습니다.”
“와아!”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직접 제작해야 하고 현재 광고보다 좋아야 합니다.”
“오늘요?”
“기한은 오늘 저녁까지입니다.”
“으음!”
임원들은 난색을 드러냈다.
윤제문이 입을 열었다.
“만약 기한이 넘으면 어떻게 됩니까?”
“계획은 백지화됩니다.”
웅성웅성.
좋았던 것도 잠시였고,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15초짜리 광고였지만, 신화자동차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아 나가고 있었다. 그 광고를 제작하는 일이었으니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그것도 하루 만에 유나의 곡을 노출할 수 있는 광고를 완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윤제문이 말을 잇는다.
“유나의 타이틀곡에는 겨울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사계절을 타야 하지요.”
“꼭 눈이 등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15초 광고이니 클라이맥스 정도만 삽입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편집을 해야겠군요. 안 작곡가님?”
“말씀하시죠.”
“편집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그건 상관이 없지만,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제작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에 맞춰 편집을 하기 때문이죠.”
“그건 전문가들과 상의를 해 보도록 하죠.”
하성은 자리를 옮겼다.
지금 자동차가 오고 있었다.
이번에 광고가 되는 모델은 신화자동차의 기함급이었다.
프로젝트명, N-9이었고 출시명도 엔나인으로 불릴 예정이었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해야 함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센스도 묻어나야 한다. 고급 차 광고에 과연 유나의 목소리가 어울릴까.
“난제네요.”
기획 프로듀서 나정태는 난색을 표했다.
하성도 쉽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고급스러움의 강조라……. 보통은 클래식이 어울리죠.”
“맞습니다. 어두운 배경에 클래식이죠. 지금 광고가 그래요.”
“그런데 유나의 감성으로 포장을 해야 하는군요.”
“유나의 곡을 광고하는 것과 더불어 상품의 광고도 해야 하니까요.”
“어려워요.”
나정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성 역시 어렵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콘셉트를 잡고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정태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피워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찰칵.
“후우.”
그는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나정태 역시 지금 회사의 상황이 어떤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번에 유나의 데뷔가 엎어지면 모두 굶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가 망하면 모두 길거리에 나앉는 것이었다.
“저는 보조만 하겠습니다.”
“뭐라고요?”
“솔직히 이 분야는 제가 전문이 아닙니다. 신화 엔터테인먼트에서 한때 광고를 제작했었지만 10년 전에나 가능했던 일이죠. 지금은 광고 분야에서는 손을 떼서 감이 사라졌어요. 아마 모든 프로듀서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으음.”
“하지만 하던 가락이 있으니 보조는 할 수 있습니다.”
“당장 누가 지휘를 해야…….”
“사장님이 하시죠?”
“제가요?”
“사장님이 직접 진두지휘를 하신다면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하리라고 봅니다.”
하성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
오늘 안에 광고를 제작해야 하는데, 그 한 방에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지금의 일을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광고가 잘못된다고 해도 한빛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망하지는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가 지휘하겠습니다.”
“콘셉트는요?”
“어두운 분위기로 가도록 하죠.”
“필요한 사람이 있나요?”
“묵직한 목소리의 남자 성우와 CG 팀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준비를 해 주세요.”
“준비하겠습니다.”
준비가 되는 동안 하성은 골방에 틀어박혔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와 펜이 올려져 있었다.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기획을 해야 한다.”
이것은 분명히 시험 무대였다.
여기서 엎어지면 하성은 일어날 수 없었다. 임태식 회장도 어쩌면 하성의 능력을 보고 싶어 이런 일을 시키지 않았나 싶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나에게는 미래의 지식이 있다.”
하성은 입술을 짓씹는다.
인간은 광고에 자주 노출이 된다. 자신도 모르는 시간 동안 광고에 노출이 되며 하루 종일을 보낸다. 본능적으로 광고를 보면 그 내용이 머리에 각인이 된다.
하성은 회귀를 한 전생자로, 그 당시 보았던 수많은 광고들이 머릿속에 담겨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기억하려 애쓰지 않았을 뿐이었다.
신화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하성은 미래의 신화자동차가 얼마나 성공을 하게 되는지 알고 있었다.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브랜드로 성장을 하며 그 당시에도 기함급 모델들을 광고했었다. 광고를 주관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문가들이 만들어 낸 광고를 직접 보며 승인하였던 것이 바로 그였다.
지금 엔나인의 광고도 나쁘지는 않다.
분명히 현재 상황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미래의 광고와 비교를 하면 세련되지 않다.
그저 웅장함과 고급스러움만을 광고하려 하였다.
하성은 여기에 세련감을 더하려 했다.
“감성적인 대형 세단.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그런 감성을 가진 세단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보자.”
하성은 콘셉트를 잡았다.
꼭 차가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최대한 어두운 분위기를 살리면서 반사광으로 차량의 바디를 드러낸다.
유나의 곡은 처음부터 삽입된다.
“필요한 것은 그리움.”
아련한 느낌의 노출을 만들어 내고 음악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에 완전히 차체의 모습을 드러낸다.
하성은 대충 그런 느낌을 그려 나갔다.
콘셉트가 완성되자 세부적인 조절에 들어갔다.
언제 어떤 부분에서 어느 부위가 노출되어야 하는지 잡아 나갔고 대략 한 시간의 시간이 흐르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달칵.
하성이 골방을 나왔다.
그 앞에는 사람들이 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성은 종이를 들었다.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