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32
30. 협상
“연락이 왔다고요?”
-예,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 보겠다고 합니다.
“그 말은 어제도 하셨잖아요?”
-한번 만나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를 말이로군요.”
-미국으로 한번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가게 되면 인수 가능성은 있는 건가요?”
-몇 가지 조건이 붙기는 하겠지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쪽에서는 사활을 걸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니까요.
“으음…….”
하성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싶었던 것이다.
하성의 그런 고민을 윤다희도 알아챘다.
-고민이 많으시겠죠. 여기서 벌려 놓은 사업이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선적으로 급한 일들은 거의 처리를 하셨다고 봐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후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오늘 큰일들은 처리하시고 저녁 비행기로 출발하면 될 것 같네요. 직항으로 14시간 정도 걸리니까 아마 저녁에 출발하면 미국에 저녁에 도착할 것 같아요.
“4시쯤 출발하면 바로 볼 수도 있겠군요.”
-그렇겠죠.
“그럼 4시에 출발하도록 하죠.”
-비행기 예약할까요?
“예.”
-곧 뵙겠습니다. 서류 들고 찾아갈게요.
“알겠습니다.”
하성은 전화를 마쳤다.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 것 아닌가?”
하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까지 너무 힘들게만 일을 처리해서인지 곧바로 SL제약이 인수된다면 조금 이상한 느낌까지 들 것 같았다.
물론 긴장의 끈은 풀 수가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반임가 연합의 귀에도 소식이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미국으로 날아가더라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거실로 나오자 임태식이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 나가시나요?”
“그렇단다.”
“오늘 저녁에 미국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미국을?”
“제약 회사를 하나 인수하려 합니다.”
“허허허! 그리하거라.”
임태식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사실, 하성은 미국을 방문 후에 스위스에도 다녀올 생각이었다.
스위스에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있었으니 그것을 찾아올 것이다. 아무래도 SL제약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할 것 같았다.
학교로 향하는 길.
차량은 윤 비서의 집에 들러 그녀를 태운 후에 대화고교로 출발했다.
하성은 서류들을 처리하는 중이었다.
“앨범의 발매가 시작되었어요. 어제 저녁부터 판매가 시작되었는데, 하루 만에 15만 장을 팔았다고 해요.”
“엄청나군요.”
“지금까지 유례가 없었던 일이라고 해요. 아무래도 라이브의 효과가 큰 것 같아요.”
“하루 만에 15만 장이라…….”
“사전 예약 없이 이렇게까지 팔기는 힘든데 말이죠. 그 때문에 방송가에서도 아주 핫한 모양이에요.”
“그렇다면 하루 만에 15억 가까이 벌어들인 셈이군요.”
“정가가 2만 원 정도죠. 이것저것 떼면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순조로운 출발이다.
앨범이 팔리기 시작하면 회사는 엄청난 수익을 거두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리저리 분배를 해도 반 정도는 남았고 그것은 회사의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15만 장을 팔아 15억을 벌었다면 150만 장을 팔아 치우면 150억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리되면 회사의 자금은 한결 여유로워진다.
“좋습니다. 그 정도면 시도해 볼 만해요.”
“인수 자금으로 말이로군요.”
“맞습니다.”
“그래도 연구 자금은…….”
“그건 아버지의 유산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선대 사장님의 유산을요?”
“예.”
윤 비서는 감탄했다.
하성은 그저 SL제약에 필이 꽂혀 인수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나름대로는 철저하게 계획을 하고 움직였던 것이다.
스스스슥!
하성은 오늘 필요한 서류의 결재를 마쳤다.
“다른 문제는 없나요?”
“CD 수급에 약간 문제가 있지만, 그건 별문제 없을 거예요. 수입을 해도 되는 것이고요.”
“그리고요?”
“오늘부터 유나가 바빠질 예정입니다.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혀 있거든요.”
“좋은 소식이네요.”
“왠지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은데요?”
“설마요.”
하성은 쓰게 웃었다.
그는 유나와 이 이상의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 이상 관계를 유지한다면 사업이 엎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실로 들어온 하성은 본능적으로 유나를 찾았다. 하지만 유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지 않는다고 했지.”
그녀를 스타로 만든 것이 바로 하성이었다.
언론에서는 유나가 하루 만에 15만 장의 앨범을 팔아 치운 것이 라이브 효과라고 이야기를 하였지만, 하성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유나의 매력은 제대로 어필이 되지도 않았다.
유나의 매력이 제대로 어필이 된다면 방송국에서는 서로 모셔 가려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이제 유나의 시대가 개막되는 것이었다.
하성은 장백기를 불렀다.
“백기야.”
“왜……?”
“가서 문식이 데려와라.”
“알겠어.”
어쩌면 이번 주에 바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일부터 주말이었는데, 그 안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싸움을 조금 연기하려 하였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문식이 찝찝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맞춰 놨다.”
“벌써?”
“네놈을 치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미안하지만 조금 연기를 해야겠다.”
“뭐라고?”
오문식은 갑자기 소리를 쳤다.
의아한 것은 오히려 하성이었다. 도대체 오문식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소리를 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뭐야?”
“아니다. 내가 좀 흥분했군. 벌써 이야기를 돌려서 100명을 모아 두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연기를 하라고?”
“내 마음이지.”
“설마 쫀 건 아니겠지?”
퍼어어억!
“커어어억!”
하성이 오문식을 걷어차자 놈은 저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하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업 때문에 미국에 가 보아야 하거든.”
“미국에? 무엇 때문에?”
“그것까지 내가 일일이 보고를 해야 하냐?”
하성은 확 인상을 썼다.
오문식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언제로 할까?”
“다음 주 평일 중에.”
“그러니까 언제? 애들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거든.”
“음…… 수요일 정도로 하자.”
“알겠다.”
오문식은 인상을 잔뜩 쓰고는 물러났다.
하성은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 보니 오후 내내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 학교에 오면 평화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잠을 잔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성은 진정한 평화를 느끼고 있었다.
“그럼 또 한숨 때려야겠네.”
드르륵!
쾅!
오문식은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주변에는 일진들이 몰려와 있었다.
“왜 이렇게 화를 내?”
“이 새끼가 우리를 완전 호구로 보네.”
“어쩔 수가 없지.”
최근 들어서는 일진들이 활개를 치지 못하고 있었다.
캡짱 아닌 캡짱 임하성이 부상을 하면서 학교 폭력에 관련된 모든 것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임하성이 곧바로 찾아와 보복을 하였으니 이제는 삥을 뜯을 수도, 빵셔틀을 시킬 수도 없게 되었다.
폭력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것은 모두 임하성의 실력에 기반했다.
일진들 전부가 덤벼도 임하성을 이기지 못한다. 워낙에 놈이 괴물과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성북고까지 홀로 박살 냈다.
“이 새끼가 무서워서 그런 거야.”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고?”
퍼억!
오문식은 장백기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커억!”
“너는 대체 누구 편이야?”
“미, 미안.”
“그 새끼의 불알을 빠개 버리지 않으면 안 돼.”
“아아, 그렇지.”
그것은 불편한 진실이었다.
임하성은 오문식의 한쪽 불알을 날려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은 다분히 고의적인 일이었다.
오문식이 임하성을 증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쫓아오지 마라.”
오문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으로 향했다.
휘이이잉!
옥상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오문식은 곧 일심에 들어가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또래 건달들의 리더를 맡는 조건으로 임하성을 처리하려 하였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처리를 하려 했지만 놈은 갑자기 날짜를 바꾸어 버렸다. 지역구 일진들을 모으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이두일이 보내 줄 건달을 생각하면 부득이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띠리리링!
-나다.
“형님, 저 문식입니다.”
-그런데?
“놈이 결행일을 미루었습니다. 갑자기 출장을 간다고 하는 바람에…….”
-출장이라고?
“그렇습니다. 미국인가 어딘가를 간다고 합니다.”
-무엇 때문에?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군. 언제가 결행일이냐?
“수요일로 미루어졌습니다.”
-알겠다.
그는 전화를 끊었다.
오문식은 난간에 기대었다.
“하아! 털리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
이 정도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만약 임하성이 다시 한번 대결을 미룬다면 그때에는 답이 없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점심 무렵까지 잠들었던 하성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지금부터는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가방을 싼 후에 학교를 나섰다.
오문식과의 일도 잘 처리를 했으니 한 며칠 출국해 있다고 해서 별다른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오늘 오후에는 반드시 모바일 회사에 들러야 했다.
유나에 대한 문제는 이제 하성이 없어도 잘 돌아가겠지만, 게임 개발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하성은 오늘 게임 소스를 개발자에게 인계해야 했다. 그래야 안상덕을 주축으로 게임 개발에 들어갈 것이었다.
출시일은 한 달 후였다.
조금 빠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한빛모바일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조금 강경한 경영이 필요했다.
하성은 학교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라탔다.
그곳에는 백호가 자리하고 있었다.
“어쩐 일인가요?”
“주인님, 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
“방법을 찾았다고요?”
“그렇습니다.”
하성은 잠시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백호는 고려 상감청자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아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그것을 찾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성은 단순히 삽을 들고 가서 파면 안 되냐고 했지만, 백호는 어디에든 반임가 연합의 눈이 깔려 있다고 이야기를 하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일단 그 건은 보류가 되었었다.
한데 백호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인가요?”
“땅굴을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땅굴이라!”
“안 쓰는 창고가 하나 있더군요.”
백호는 사진을 내밀었다.
회사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이 창고는 오래전에 폐쇄가 되어 있었다. 백호는 이곳에 대해 설명했다.
“안 쓴 지 10년이 된 곳입니다. 사실상 인적도 드물지요. 감시 카메라도 없으니 여기서 작업을 하여 뚫고 들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얼마나 걸리겠어요?”
“요즘은 장비가 좋아서 며칠이면 충분하죠.”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뜻밖의 좋은 소식이었다.
임가에는 한 가지 과업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임상옥이 남긴 유산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하성은 순식간에 회사를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경영이란 역시 자금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것을 임상옥 조사의 금괴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도 조각을 찾아야 했고 그것을 땅굴을 통하여 발굴할 수 있다고 백호는 생각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백호는 하성의 허락을 구한 후에 차에서 내렸다.
다만 하성은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백호가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는 곧 고개를 흔들었다.
백호는 하성보다 뛰어난 사람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무예 하나만큼은 기가 막혔으니 하성은 그에 대한 걱정보다는 눈앞에 닥친 일에나 신경을 써야 할 것이었다.
한빛모바일 본사.
하성은 회사로 돌아와 곧바로 안상덕을 찾았다. 그렇지 않아도 안상덕은 하성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오셨군요.”
“안 팀장님, 캐릭터는 잡으셨나요?”
“잡았습니다.”
“한번 보도록 하죠.”
하성은 안상덕이 잡아 놓은 캐릭터를 살펴보기로 했다. 캐릭터는 아기자기하였는데, 머리와 몸의 비율이 1:3이었다. 게임상 캐릭터로는 손색이 없었고 꽤나 디테일했다.
물론 휴대폰의 액정으로 출력이 될 때에는 이보다 다소 화질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의 기술로는 말이다.
“이미지는 좋네요.”
“주인공 이미지는 이렇고 지금 NPC 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 시나리오를 받지 않아 작업이 더딥니다.”
“여기 있습니다.”
“벌써 완성을 하셨나요?”
“뭐, 그렇죠.”
하성은 그에게 노트를 하나 내밀었다.
그 안에는 하루 만에 완성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디테일하게 작업이 되어 있었다. 게임에 대한 설정이나 시스템, 그밖에 시나리오까지.
노트를 넘기던 안상덕의 얼굴이 놀람으로 물들었다.
“이걸 하루 만에 하셨다고요?”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글로 옮긴 것뿐이죠.”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많으셨을 텐데…….”
안상덕은 혀를 내둘렀다.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사업을 하려면 이런 쪽으로는 트여야 하니까요.”
“그렇군요.”
그는 천천히 검토에 들어가고 있었다.
하성으로서는 슬슬 집으로 돌아가 준비를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조금 일찍 움직여 짐을 싸야 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에서의 여정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었기에 충분한 준비를 하고 가야 할 것이었다.
하성이 일어나려 할 때, 안상덕이 물었다.
“어떻게 보면 MMO RPG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RPG와 중간 단계라 볼 수 있겠네요.”
“그렇겠습니다.”
MMO RPG는 다중 역할 수행 게임이라고 불린다.
수많은 유저들이 함께 접속을 해 있었고 때로는 혼자, 그리고 때로는 함께 퀘스트를 수행해 나가며 성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 하성이 개발하려고 하는 게임은 그런 느낌을 살리면서도 유저들이 실시간으로 함께 접속하여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온라인이 가능한 것은 경매장의 이용과 유저 간의 거래를 할 때뿐이었다. 여러 가지로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던전 시스템이다.
하루에 한 번씩 들어갈 수 있는 인스턴트 던전과 일반 던전으로 나뉘며 인스턴트 던전에서의 보상이 더 강력했다.
일명 인던은 2000년에 들어 PC 온라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형태였으나 이것을 핸드폰 게임에 적용을 한다는 것이 꽤나 신선했다.
“게임의 이름은 최종적으로 정하셨나요?”
“개발자님이 지어 주세요.”
“제가요?”
“그렇게 해 주세요.”
“그렇다면…….”
안상덕은 하성이 작성한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어떤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불멸의 왕좌는 어떤가요?”
“불멸의 왕좌라!”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느낌이 꽤 나쁘지는 않았다.
게임 자체의 시나리오가 몰락한 왕국의 왕세자라는 설정이었다. 고대의 왕국이 마왕에 의해 멸망을 하였고 왕세자는 흩어진 유민들을 모으고 마왕을 무찌르기 위하여 대륙을 종횡한다는 내용이다.
대륙 곳곳에는 유민들이 만든 마을이나, 아직 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지역들이 있었다. 그곳을 돌아다니며 활동하면서 최후에는 마왕을 죽이고 왕국을 다시 세운다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끝은 아직 미정이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하여 대륙과 던전을 넓혀 나갈 것이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몇 가지 일만 처리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회사 앞에는 전라도 망치가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그가 차에 타자 백호가 이미 승차해 있었다.
“백호는 어쩐 일인가요?”
“저도 미국에 가려 합니다.”
“백호가 왜요?”
“회에서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설마 미국에서까지 일이 터지려고요.”
하성은 조금 안일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하성의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호위가 붙어 있었다. 모두 치우에서 파견된 무사들로, 물 샐 틈 없이 그를 호위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행까지 사람들을 데려가는 것은 조금 오버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백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일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는 쫓아가야 합니다.”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더 이상 실랑이를 하기는 싫었다.
백호 역시 하성이 걱정되어 이렇게 나오는 것이었다. 순수하게 하성을 걱정하지 않았다면 쫓아온다고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성은 백호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하였다.
집 앞에 도착하자 백호가 입을 열었다.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들어가시죠?”
“괜찮습니다.”
“할아버지도 계신다고 하니 인사라도 하고 가세요.”
하성의 강권에 백호는 하는 수 없이 집 안으로 함께 들어왔다. 집 안에서는 임태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왔느냐?”
“다녀왔습니다.”
“곧바로 미국으로 간다지?”
“그렇습니다.”
“미국으로 가는 이유가 회사를 인수하기 위함이라고?”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야기나 좀 들어 보자.”
하성은 임태식의 맞은편에 앉는다.
임태식은 도대체 하성이 어떤 회사를 인수하려 하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대충 제약 회사라고 이야기를 듣기는 하였는데, 그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성은 SL제약에 대해 설명했다.
“SL제약은 간단하게 말해서 면역 세포를 연구하는 곳입니다.”
“줄기 세포와 같은 것이냐?”
“그와는 좀 다릅니다. 확실한 것은 불치병을 정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지요. 지금 자금 사정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곳 대표와 연락을 하였고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하필이면 지금과 같은 시기에 말이냐?”
“대단한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으음.”
임태식은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입장에서는 하성의 판단이 옳은 것이라고 지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하성은 이곳에서 두 가지 사업을 한꺼번에 벌이고 있었다.
하나는 유나의 데뷔였고 또 하나는 핸드폰 게임의 개발이다. 여기에 더하여 광고 사업도 추진하려 준비를 하는 것 같았는데, 다시 사업을 늘리려 하는 것이었다.
물론 문어발식의 확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임태식 역시 이런 식으로 사업을 확장했었고 잘만 운영을 한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낳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조금 급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잘 알아보았느냐?”
“물론입니다. 투자를 할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할아비는 조금 걱정이구나. 아직 암을 비롯한 불치병을 극복한다는 것이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그리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SL제약의 면역 세포는 불치병을 완전히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까지는 거기까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죠. 그곳에서의 연구는 악성 종양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병균들을 신체의 면역 시스템이 죽이게 하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불치병 환자들은 희망을 갖게 되겠죠.”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고?”
“네.”
임태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해서 임태식이 도와주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하성의 자금으로 인수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잘 다녀오거라.”
“며칠 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몸조심하고.”
“예, 할아버지.”
하성은 방으로 돌아와 짐을 싼다.
역시나 할아버지는 SL제약 인수에 조금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성의 선택을 완전히 지지해 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면역 세포라는 듣도 보도 못한 것에 투자를 하려고 하는 하성을 말리고 싶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리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불치병 극복은 미지의 분야였고 신기루를 잡으려 하는 사업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성 역시 전생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무모한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사실에 기반을 두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SL제약이 차후에는 도저히 잡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달칵.
그가 짐을 싸고 있을 때, 김수련이 들어왔다.
“미국에 가시나요?”
“그렇게 되었어요, 유모.”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그럴 일은 없어요.”
하성은 미소를 지었다.
김수련은 하성이 하는 모든 일이 걱정될 것이었다. 그것은 유모가 아니라 엄마의 마음이었다.
“가는 길에 먹도록 해요.”
“감사합니다.”
유모는 하성에게 샌드위치를 싸 주었다.
요즘 바빠서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기가 힘들었다. 점심도 귀찮아서 거르려 하였지만, 김수련의 정성을 생각하여 끼니는 거르지 않았다.
이런 정성을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어떤 회사를 인수하신다고 하던데, 꼭 성공하시고요.”
“그래야죠. 반드시 인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건투를 빌게요.”
하성은 집을 나서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