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36
34. 스위스 은행
백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임하성의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일단 목숨은 붙어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 어디신가요?”
-조지 워싱턴 대학 병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아아!”
백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성의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농담을 할 정신이 있는 것을 보니 기운은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급류에서 살아나신 겁니까?”
-그렇죠. 운이 좋았습니다.
“제가 곧 가겠습니다.”
-그럼 병원에서 뵙죠.
병원이라면 적들도 함부로 들어와 칼부림은 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적들도 수색을 중지하고 돌아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임하성의 몸을 회복한 후에 돌아가야 한다.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임하성의 상태도 썩 좋지는 않을 것이었다.
백호는 곧바로 병원을 찾기로 하였다.
윤필상은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속을 마친 후에 짐을 부치는데, 어제 보았던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마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매우 초조해 보였다.
“그 여자인가 봅니다.”
“그렇군.”
“어제는 어찌 된 일일까요?”
오민주의 말에 윤필상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임하성이 그녀를 어딘가에 내려놓고 유인을 했다는 것이겠지.”
“일개 비서를 위하여 목숨을 버렸다는 소린가요?”
“말이 그렇게 되는군.”
“임하성이라는 사람은 정말 대단하네요.”
“어떤 의미로는.”
그는 백호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지인이나 부하들의 목숨을 자신의 목숨과 같이 생각하는 주인은 회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는 죽었다.
잠정적으로 윤필상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저 여자는 어떻게 할까요?”
“상관없겠지.”
“하기야.”
회에서는 이익을 위하여 사람을 죽이기도 하였지만,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은 절대 죽이지 않았다.
이는 회의 불문율이었다.
애초에 임무에서 윤다희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표정을 보니 아직도 임하성을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간다.”
“예, 대주.”
그들은 탑승장으로 향했다.
윤다희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일단 대충 치료를 한 후에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직도 백호나 임하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돌아가셨다면…….”
가슴속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지금까지 하성을 때로는 사장으로, 때로는 남동생 정도로 생각해 왔던 윤다희였다. 하지만 이제 임하성은 생명의 은인이었다.
이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누구도 그녀를 위하여 목숨을 걸어 주지는 않았다.
우두커니 서서 기다리고 있는 중에, 그는 윤필상을 보았다. 그들 무리는 넷으로 줄어 있었는데, 아마 한 명은 병원에 있는 것 같았다.
“저자들…….”
경찰에 신고를 할까도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윤다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회와 치우 등의 이야기는 이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경찰에 신고를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들은 출국장으로 사라졌다.
지이이잉!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윤 비서, 어딘가요?
“공항이죠. 사장님은…….”
-찾았습니다!
“……!”
하마터면 윤다희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하지만 간신히 억눌렀다. 아직 놈들은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잘못하면 발각이 될 수도 있었다.
여기서 발각이 된다면 임하성의 목숨은 정말로 위험할 수도 있었다.
윤다희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우두커니 서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목소리는 떨려 오고 있었다.
“어디에서요?”
-주인님께서 먼저 연락을 하셨습니다. 이곳은 조지 워싱턴 대학 병원입니다. 빨리 오세요.
“알겠어요.”
그녀는 천천히 전화를 끊었다. 출국장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들은 완전히 사라진 이후였다.
“사장님…….”
윤다희는 빠르게 택시에 올라탔다.
“조지 워싱턴 대학 병원으로 가 주세요.”
“알겠습니다.”
윤다희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도대체 그를 처음 보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성은 병원에 도착을 하자마자 응급 처치부터 한 후에 수술을 하였다.
응급 처치 후에는 백호에게 전화를 하고 끊었는데, 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정말 위기의 순간들이 아닐 수 없었다.
절벽에서는 발을 헛디뎌 몇 번이나 떨어질 뻔했다. 절벽 위로 올라왔을 때에도 몸이 온전치 않아 간신히 도로로 나왔고 차량을 잡아 겨우 병원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눈을 뜨자 백호와 윤다희의 얼굴이 보였다.
“주인님!”
“사장님!”
윤다희는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하성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하성이 깨어나자 주치의가 들어왔다. 의사는 차트를 꺼내 보았다.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입니다.”
“선생님의 실력이 뛰어나서죠.”
“정말 개복을 하고 보니 이리저리 터지지 않은 곳이 없더군요. 비장 파열에 근육들은 찢어져 있었고 혈관들도 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회복을 하다니…….”
의사는 상처 부위를 살폈다. 그러고는 한 번 더 놀랐다.
“어라?”
“왜 그러세요?”
“분명히 개복을 했는데…….”
하성의 배에는 가는 실선만 보일 뿐이었다.
의사는 혀를 내둘렀다.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만.”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죠.”
“허어.”
“퇴원해도 되나요?”
“가능하면 며칠 후에 퇴원을 하라고 하고 싶지만…… 괜찮을 것 같군요.”
주치의의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하성은 자리에 앉아 보았다. 여전히 몸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수술은 10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회복이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다만 3일 동안이나 깨어나지 못했는데, 그동안 몸이 스스로 치유를 한 것 같았다.
“3일이라니.”
“그동안 윤 비서가 간호를 했습니다.”
“백호가 경호를 해 주셨잖아요.”
백호의 얼굴은 푸석푸석해져 있었다.
돌아가면서 경비를 섰고 잠도 잤다고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
“할아버지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스위스 은행에 들러야 하기에 바쁘시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전화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하성은 바로 전화를 들었다.
할아버지의 호통이 들려왔다.
-이놈아!
“할아버지, 잘 있으셨나요.”
-도대체 뭐가 그리 바빠 전화 한 통 없었던 것이냐?
“처리할 일이 많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아무런 일이 없으면 된 게야.
하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할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회와 전쟁을 선포하고 회사는 갈가리 찢어졌을 것이었다.
지금으로써는 그런 사태를 막아야 했다.
-그럼 입국 후에 보자.
“예, 할아버지.”
하성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옷을 갈아입었는데, 윤다희는 따듯한 눈으로 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고마워서요.”
“뭐가요?”
“사장님 때문에 제가 살았으니까요. 그때 저를 보호해 주시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지.”
“남자로서 당연한 일이었죠.”
“남자로서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그 감사함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갈게요.”
“그럴 것까지는…….”
“그렇게 할래요.”
“네.”
하성도 이 감정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분명히 윤다희에게 감정이 싹텄는데, 연애 감정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조금 더 고차원적인 감정이다.
퇴원 수속을 밟은 후에 하성은 차량에 올라탔다.
“사고 처리는 어찌 되었나요?”
“말끔하게 이미 처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단순 사고로요?”
“예, 그 때문에 경찰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단하네요.”
“정확히는 회가 대단한 것이죠.”
미국에 와서 목숨을 잃을 뻔하였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깨달았다.
‘강해져야 한다.’
하성은 강하지 않았다.
최소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는 강해져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하성은 다음 행선지를 정했다.
“스위스로 가도록 합시다.”
***
“바로 스위스로 가나요?”
윤다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녀가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성은 죽음의 위기를 겪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운이 나빴다면 이 자리에서 살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도 있을 것인데 하성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을 하였다.
“한국에서 쉬어야 하지 않나요?”
“그럴 수는 없죠.”
하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곧 있으면 잔금일이다.
제때 잔금을 넣지 못하면 계약금은 날아가고 SL제약의 인수에 실패를 하고 마는 것이었다.
계약금을 날리는 것은 그렇다고 치고 SL제약의 인수에 실패하면 심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반드시 스위스로 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윤다희는 하성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의 의지가 굳건하다고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보다 회사 일은 어찌 되고 있나요?”
“음반의 판매가 40만 장을 돌파했다고 해요. 정말 기록적인 수치죠.”
“100만 장이 넘을 수도 있겠군요.”
“그럴지도요.”
“엄청나네요.”
“모두 사장님의 덕분이죠.”
“제가 왜요?”
“이 모든 일들을 하셨으니까요.”
윤다희의 말에는 신뢰가 묻어났다.
지금까지 윤다희는 조금 차가운 면이 있었는데, 사고 일이 있고 난 후에는 하성을 완전하게 신뢰하게 되었다.
그밖에 게임 개발에도 발전이 있었다.
“시스템이 완성되었다고 해요.”
“시나리오를 가다듬은 모양이로군요.”
“그런 것 같아요. 그밖에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나머지는 한국에 들어가셔서 처리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죠.”
윤다희와 백호는 하성이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런 큰일이 있고 나서 곧바로 일부터 처리하려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 말은 하성의 정신력이 그만큼이나 강하다는 뜻이었다.
윤필상은 보고를 위하여 회의 본단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회의 본단은 인천에 위치하고 있었다.
인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이 바로 회의 본단이었다.
그의 표정은 썩 좋지가 않았는데, 그것은 백호를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임하성은 실종이 되었으니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인증을 거쳐 그는 정원에 이르렀다.
수도 없이 많이 심어진 조경수와 인공 호수가 보였다. 그밖에 경호 요원들이 깔려 있었다.
거대한 저택에 이르자 회의 간부 윤도식이 나왔다.
“왔군.”
쿵!
그는 머리를 처박았다.
어쨌거나 임무에 실패한 것이다.
천지단의 임수 수행률을 생각하면 그는 크나큰 잘못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질책까지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보고를 하였다.
“임하성은 실종되었고 백호는 죽이지 못하였습니다.”
“웃기고 있군.”
“예?”
“임하성은 실종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윤필상은 눈을 부릅떴다.
그런 급류에서 살아남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회의 간부가 하는 말이었다.
회의 간부들은 절대 근거 없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촤락!
윤도식이 사진을 뿌렸다.
사진 속에서는 병원에서 나오는 임하성이 찍혀 있었다.
“그럴 리가?”
“아무래도 백호가 정보를 차단한 것 같군. 그리고 퇴원을 하는 순간에 알아낸 것이지.”
“그런 급류 속에서…….”
“결국 임무는 완전히 실패했다.”
쿵!
“자비를!”
“죽이지는 않겠다.”
“가, 감사합니다.”
“너는 대주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예!”
그는 결정이 번복되기 전에 빠르게 물러났다.
이 정도면 관대한 처분이었다. 하지만 대주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했었던 피나는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으드득!
그는 이를 악물었다.
“임하성 이 새끼…….”
언젠가 임하성을 죽여 버리고 말 것이었다.
제네바 국제공항.
하성은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취하기 위하여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
여전히 백호는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분명히 적들은 한국으로 날아갔을 것이지만,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를 한다며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이다.
하성이 자라고 몇 번이나 권유를 하였지만, 그는 잠들지 않았다.
아마 한국에서 워싱턴으로 날아가는 도중에 사고가 발생하였기에 백호에게 트라우마가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네바 국제공항은 도심으로부터 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기차가 도심까지 들어갔으므로 차라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는 백호의 의견이었다.
차량이야 들이받을 수 있지만 기차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조금 과한 느낌이었다.
‘빨리 일을 처리해야겠군.’
그들은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하는 기차에 올랐다.
경호는 강화되었다.
하성이 3일 동안 잠들어 있었고 그 사이에 백호는 백호단의 요원들을 다섯 명이나 더 불러왔다.
그 때문에 하성은 철통같은 경호를 받을 수 있었다.
덜컹덜컹.
하성은 창밖의 이색적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개인 금고에 보관을 하셨겠죠?”
“아마도요.”
“아마 보안 절차가 까다로울 수도 있어요.”
“필요한 서류는 다 챙겨 왔습니다.”
스위스 은행이라고 해도 영화에서처럼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타국의 은행보다 보안 절차가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었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들어가 신분증을 제시하고 만들면 된다. 보안 절차 때문에 검은돈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고 스위스가 중립 국가이기에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었다.
하성은 스위스 뱅크에 도착했다.
150년 넘게 계좌와 고객에 대한 비밀주의를 원칙으로 해 온 스위스의 대표적인 은행으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하성은 업무를 보기 위하여 대기 번호를 뽑았다.
“대기 시간이 기네요.”
“그러게요. 어디 가서 간단히 식사라도 하실까요?”
“그러죠.”
하성이 일어나자 경호원들도 우르르 일어났다.
이래서야 한 번 움직이는 것이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들은 카페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기로 하였는데, 은행 앞이라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백호는 자리에 앉지도 않았다.
“이거 미안하네요.”
“백호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도 백호는 좀 쉬어도 되잖아요.”
“나름대로의 사죄 아닐까요?”
하성과 윤다희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백호에게는 그들의 이야기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하성에게 사죄를 하는 것.
아마 하성이 두 번이나 위기에 처함으로 인하여 그의 신념에 금이 갔을 것이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백호가 하는 대로 두는 것이 좋을 것이었다.
하성은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슬슬 출발을 해야 할 것이다.
“일어나죠.”
“그래요.”
오늘 은행 업무를 본 후에는 곧바로 한국으로 출발해야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무엇인지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었다.
딩동!
드디어 하성의 차례가 되었다.
여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버지의 명의로 된 개인 금고를 찾고 싶습니다.”
“죄송하지만 본인이 아니라면…….”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셨고요, 유언장에는 저에게 물려주신다고 남겼습니다. 각종 서류도 챙겨 왔고요.”
“그러신가요.”
스위스 은행은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본인이 아니라면 맡긴 것을 찾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외가 있기는 했다.
지금과 같이 예금자가 죽었을 경우였는데, 이런 때에는 각종 서류를 가져와야 했다. 물론 예금자의 유언장도 있어야 했다.
법적인 절차까지 완료가 된 것이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인증은 까다로웠다. 이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 창고를 이용하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백호가 나서려 하였지만, 역시나 본인만 들어갈 수 있었다.
천지단이 대거 몰려온다면 모르겠지만, 스위스 은행의 보안이 그리 쉽게 뚫리는 것은 아니었다.
하성은 걱정 말라고 이른 후에 시크릿룸으로 들어갔다.
“여기 있습니다.”
하성의 눈앞에 작은 함이 놓여졌다.
“편하게 이용하시고 볼일이 끝나시면 호출해 주세요.”
“후우!”
하성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끼이이익!
그는 금고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