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37
35. 아버지의 유산
금고 안에는 일단 통장이 보였다.
아버지가 상당한 자금을 남기셨을 것으로 보였는데 일단 통장에 찍혀 있는 액수부터 확인하였다.
“1,000만 달러!”
하성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어느 정도 자산을 남겼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할아버지가 모르는 자금을 1,000만 달러나 남겼을 것이라 예상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SL제약에 지불할 잔금이 모자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하성의 착각에 불과하였다.
이 정도라면 500만 달러가 남는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해외 부동산 증서도 몇 장이나 되었고 화룡점정으로는 주식 양도 증서가 있었다. 주식 증서와 함께 양도 증서도 함께 있었는데, 종목이 대단했다.
“레이트라니!”
이번에는 소리를 쳤다.
한때,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성황을 이루었던 레이트의 주식 증서가 40%나 있었다.
하성은 떨리는 손으로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들었다.
여기까지 왔다니, 정말 장하구나.
네가 스위스 은행을 찾아왔다면 나는 이 세상에 없다는 뜻이겠지. 나의 안배들을 네가 찾을 수 있을지, 어쩌면 영원히 세상에 묻히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고 있단다.
천만 달러는 순수한 자금으로 바로 인출이 가능하다. 부동산 역시 현금화시킬 수 있을 것이고 레이트는 언젠가 네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투자를 해 두었다.
사실, 레이트에 투자를 한 지는 오래되었다. 레이트가 창업할 당시에 창업주인 레일 마커 씨가 공동 창업을 제안하였다.
인터넷 포털이라는 것이 그 당시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고 왜 그런 사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회의적인 사람들도 많았단다.
하지만 나는 이 사업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하였다. 인터넷의 발전은 가속화될 것이고 특히나 한국의 인터넷 시장은 광활하게 펼쳐질 것이 예상되었지.
다만 공동 창업 대신에 자금을 출자하여 주식의 40%를 받았단다. 이것이 내가 죽은 후에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잘 모르겠구나.
지금의 시세로는 얼마 되지 않겠지만, 네가 이 편지를 볼 때 즈음이면 상당한 힘이 되기를 바란다.
“이럴 수가…….”
하성은 침음을 삼켰다.
레이트의 주식 40%라면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포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양대 산맥은 야후와 레이트였다. 아직 레이버는 걸음마 단계였으나 무섭게 성장하여 삼파전이 시작될 것이었다.
향후 야후는 완전히 한국에서의 사업을 철수하고 레이버가 시장을 거의 독점했다.
10년만 지나도 레이버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레이버와 다음이 나머지 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황무지 시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버지는 정녕 혜안이 있으셨구나.”
하성은 혀를 내둘렀다.
아버지가 남긴 회사만 잘 키워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었다. 신화 그룹과는 또 다른 그룹을 키워도 될 정도였다.
하성은 직원을 불렀다.
“찾으셨나요?”
“1,000만 달러를 인출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증서들도 가져가도록 하죠.”
“그렇게 하시죠.”
하성은 약간 멍한 표정으로 시크릿룸을 빠져나왔다.
후우우웅!
차량은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제네바에서 인천까지 또 13시간 동안 비행을 해야 하겠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성이 멍한 표정을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 윤다희가 물었다.
“1,000만 달러를 찾은 건 알겠는데, 또 무엇이 있었나요?”
“있었죠.”
“대단한 유산을 남기셨나요?”
“아버지는 사업을 하셨지만, 할아버지와는 별개로 저에게 많은 것을 남기기 위하여 노력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별로 인식이 좋지 않은 사업에 투자를 해 두셨지요. 그 당시에는 겨우 300만 달러 정도였겠지만, 지금은 엄청난 성장을 한 기업입니다.”
“300만 달러가 작은 돈이 아닌데……. 어떤 기업인가요?”
“레이트입니다.”
“……!”
그녀는 눈을 부릅떴다.
레이트는 세계적인 포털 사이트 기업이었다.
물론 그 시작은 미미하였지만, 지금은 엄청나게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였다.
“지, 지금 주가가 얼만지 아세요?”
“잘 모르겠는데요.”
“한 주에 1,50달러가 넘습니다.”
“주당 15만 원이 넘는다고요!”
“그렇죠.”
“그럼 대체 얼마…….”
“엄청난 돈입니다. 매각을 한다고 하면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거머쥘 수 있게 되겠지요. 하지만 인수를 하실 것 아닌가요?”
“그렇지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트의 주식이 얼마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만 미래를 알고 있는 하성이었기에 경영권을 인수하여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40%라면 경영권을 빼앗아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하게 5~8% 정도만 더 있더라면…….”
“방법을 찾아보아야겠죠.”
“과업이 되겠네요.”
“그렇죠. 그 전까지는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현명하신 판단이십니다.”
그녀 역시 하성의 생각에 동의하였다.
섣불리 움직이면 일을 망치는 법이었다.
레이트는 가만히 두어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할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3년 후에는 다소 성장세가 떨어지는데, 그 전까지만 경영권을 인수하면 된다.
하성은 퍼스트 클래스에서 간단하게 와인을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주당 15만 원이라니.’
5%만 인수를 한다고 해도 전 재산을 털어야 할 판이로구나.’
그 역시 아직 레이트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지 못하였다. 하지만 척 보아도 계산이 나온다.
지금 그의 능력으로는 어마어마한 양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은 윤다희도 마찬가지였다. 침묵을 깬 것은 윤다희였다.
“그럼 회장님께 도움을 받는 것은요?”
“회장님께요?”
“말이 주식의 8%이지 만약에 10%를 매입한다고 치면 천 억 이상이 들어가요. 그러니까 회장님께서 도와주셔야죠.”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그만한 자금을 현금으로 가지고 계실 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말은 해 보아야 하지 않겠어요?”
“할아버지의 도움이라…….”
윤다희는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하성은 임태식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를 하지, 현금을 그렇게까지 많이 보유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는 할아버지의 장례까지 치러 본 하성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다희는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임태식에게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숨겨 놓은 자산이라든지요.”
“으음.”
“어쨌거나 답은 하나네요.”
고민을 해도 해결책이 없는 문제다.
지금 당장은 그 어마어마한 자금을 끌어올 수가 없었다. 그러니 할아버지에게 의견이라도 구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여쭤보겠습니다.”
“아마 잘될 거예요.”
“그러기를 바라야죠.”
하성은 쓰게 웃었다.
할아버지에게 말은 해 보겠지만, 그리 쉽게 해결이 될 것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위이이잉!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었다.
13시간이 넘는 동안 백호는 잠들지 않고 있었다.
편안하게 퍼스트 클래스에 앉아 있으면 절로 잠이 올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였던 것이다.
하도 경호에 신경을 쓰느라 그의 얼굴은 누렇게 떠 있었다.
“드디어 도착이로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백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잘못하면 이번 미국행에서 하성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맞는 말이었지만, 백호가 없었다면 지금 하성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가면 좀 쉬도록 해요.”
“그리하겠습니다.”
인천공항으로 나오자 치우의 단원들이 보였다.
얼마 전에 하성이 죽을 뻔하였으니 경호 병력을 늘린 것이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백호는 어떻게 해서든 하성의 안전에 신경을 쓰고자 하였다.
물론 이렇게 해야만 그는 잠들 수 있을 것이다.
차량에 올라타자마자 백호는 잠들었다.
“드르렁!”
코고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윤다희는 백호를 바라보며 걱정했다.
“저러다가 과로로 죽는 것 아니에요?”
“강한 사람이니까 죽지는 않을 거예요.”
“적당히 하시지.”
결국 제네바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백호는 임무를 완수하였고 잠들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신화그룹 본사로 향하는 동안 중간에 윤제문 이사가 차량에 올라탔다.
백호는 도중에 다른 차로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뒤에는 경호 차량들이 줄지어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드디어 오셨군요.”
“그간 별일 없으셨나요.”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유나가 예능 프로그램이나 가요 프로그램에 출현을 한 이후에 그리되었습니다.”
“잘됐군요.”
“이번에 콘서트가 있습니다. 승인해 주시죠.”
“콘서트요?”
하성은 조금 놀라고 있었다.
아직 유나는 인지도를 쌓아 가고 있는 중이었다. 한데 콘서트를 한다니.
윤제문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차라리 지금 시점에 콘서트를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요?”
“회사의 매출과 그녀의 인지도에 모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군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콘서트가 기대되기도 하였다. 유나는 과연 콘서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주게 될까.
하성은 서류에 사인을 하였다.
회사의 매출이 증대된다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거기에 유나의 인지도까지 올라갈 것이니 일석이조라고 말할 수 있었다.
“콘서트는 언제부터죠?”
“며칠 후에 바로 시작할 겁니다.”
“빠르네요.”
“그리고 유나 양이 한 가지 요청을 했습니다.”
“어떤 요청이요?”
***
“첫 콘서트에 사장님이 직접 참석해 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요?”
“사장님이 오시지 않으면 콘서트를 하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하하!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굳이 윤제문이 말을 하지 않아도 가 볼 생각이었다.
유나의 첫 콘서트인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공식적으로는 기획사 사장과 연예인의 관계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친구이기도 했다.
유나와는 짝꿍이었으니 이것이 보통 인연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아니요, 그렇지 않아도 가 볼 생각이었거든요.”
“그리고 안상덕 씨가 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알겠습니다.”
하성은 신화그룹에 도착하였다.
윤제문은 다시 차를 타고 돌아갔는데, 윤다희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구조본을 조직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구조본이요?”
“본사 건물이 따로 필요할 것 같네요. 만약 여기서 레이트까지 인수가 된다면 이런 식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거예요. 본사가 필요하죠. 그룹으로 묶고 전문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봐요.”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지금 한빛그룹의 체계는 뭔가 복잡했다.
물론 아직 인수를 해 나가는 중이었고 확장 중이었기에 어수선한 것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이런 식이라면 회사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구조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윤다희의 말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SL제약에 입금은 하셨나요?”
“했습니다.”
“연구비는요?”
“100만 달러를 지원하였습니다. 일단 이번 분기는 이것으로 충분하겠죠.”
“다행이네요.”
하성은 엘리베이터에 이르렀다.
하필이면 이곳에서 그는 일심의 유한백과 마주하였다. 유한백은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하였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이번에 주신 선물은 잘 받았습니다.”
“선물이라니요?”
“미국으로 보내신 선물 말입니다.”
“하하하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하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은 천지단이었고 회에서 보냈다. 그렇다면 신사동이나 일심이 관여되어 있는 것이 확실하였다.
하지만 유한백은 모른 척 딱 시침을 떼었다.
이 모습이 더 열이 받았다.
팅!
유한백은 27층에서 내렸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러시죠.”
순간적으로 열이 확 받았지만, 윤다희가 그를 진정시켰다.
“증거가 없으니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요.”
“저놈들이 벌인 짓이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해도요.”
하성은 주먹을 으스러져라 쥐었다.
지금은 힘이 없어 참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련에 더욱 집중을 할 것이었다. 그리하여 반드시 놈들을 무너뜨리리라 다짐했다.
신화그룹 상무실에서는 유한백이 인상을 찌푸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신사동의 고진석이 함께하고 있었다.
고진석이 입을 열었다.
“정말 끈질긴 놈이로군.”
“자네도 보고서를 읽었나?”
“읽었지. 그 죽음의 협곡에서 살아남았다고.”
“그래.”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천운이었을 테지.”
유한백은 임하성이 살아남은 이유가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보고서에서 보면 천지단의 실수는 없었다.
천지단의 1대대의 대주가 직접 참여했고 최정예 요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이 보고서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누가 그곳에 갔다고 해도 그 이상의 성과는 낼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대주의 직위는 강등되었다.
만약 유한백이 그곳에 갔다면 그나마 달고 있는 새끼 이사직에서도 내려와야 했을 것이다.
“생각보다 실력이 대단한가?”
“운이라니까.”
“운발이라 이건가…….”
“아무래도 더 면밀한 계획이 필요할 것 같군.”
“생각해 둔 계책이라도 있나?”
“당연히 있지.”
가장 먼저 보고서를 읽은 사람이 바로 고진성이었다.
보고서를 보는 순간, 고진성은 평범한 방법으로는 임하성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한백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 방법이라는 것이 뭔가?”
“그러니까…….”
유한백은 고진성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성은 윤다희와 함께 회장실에 도착하였다.
할아버지는 반갑게 하성을 맞았다.
“어서 오거라.”
“그간 별일 없으셨죠?”
“나야 늘 그렇지.”
집무실에는 어지럽게 서류들이 널려 있었다. 이것만 보아도 신화그룹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임태식은 신화파 내부의 세력들을 억누르는 데에도 힘을 써야 했다. 힘의 균형이 맞아야만 회사가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아직 하성에게는 무리인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가 들어왔다.
“그래, SL제약은 인수했고?”
“인수했습니다.”
“정말 장하구나.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기를 바란다.”
“그리될 겁니다.”
하성은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었지만, SL제약이 언젠가는 사고를 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개발되어 있는 제약들이 풀리면 경영은 금방 안정이 될 것이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레이트였다.
“할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허허허! 무게를 잡는 것을 보니 대단한 일을 벌이려는 모양이구나. 정말 좋은 자세니라. 어떤 말을 하려는 게냐?”
“레이트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레이트라면?”
“세계적인 포털 사이트 기업이죠.”
“인수가 어려울 텐데?”
임태식은 커피를 한 모금 머금었다.
정상적인 방법이라면 레이트를 인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레이트는 한창 잘나가고 있는 기업이었다. 아직 인터넷 시장이 완전하게 활성화된 것이 아니었지만 내년만 되어도 폭발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될 것이었다.
레이트의 주가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하성은 아버지의 유산에 대해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에게 남긴 주식이 있습니다.”
“그곳이 레이트인 것이냐?”
“맞습니다.”
“몇 %나?”
“40%입니다.”
“……!”
임태식은 가볍게 놀라고 말았다.
충격적인 사건까지는 아니었지만 레이트의 주식 40%라면 실로 어마어마한 자금이 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성은 레이트의 주식을 매각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 정도라면 그냥 경영권을 가져와도 될 정도로구나.”
“그래도 안전한 것이 좋지요.”
“그렇겠지.”
임태식도 생각에 잠겼다.
그는 하성이 여러 말을 하지 않아도 상황을 꿰뚫었다.
“현이가 레이트 창업 자금을 댄 모양이로구나.”
“정확하십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커 버렸지.”
“그렇지요.”
“10%까지는 아니어도 5% 이상만 더 매입을 해도 안전하게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지. 그렇다고 해도 천 억 이상이 필요할 게다.”
“그래서 할아버지께 상의를 드리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그만한 현금이 없다.”
“급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지금 하고 있는 투자에서 발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해합니다.”
“어쩐다…….”
할아버지는 고민하고 있었다.
하성은 이번 일이 힘들 수도 있다고 직감하였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확인을 한 것뿐이었다. 현금을 그만큼이나 쌓아 놓고 사는 사람은 드물다.
임태식이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이 방법은 어떠냐?”
“뭔가 대안이 있나요?”
“네 장인에게 도움을 받는 거다.”
“네?”
“내가 현금이 없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게다. 여기에 너도 무리를 하여 자금을 출자할 것이고 사돈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 정도 주식은 매입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서화 양과 잘 안 되고 있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서화와는 별달리 발전을 하지 않고 있었다.
사귀는 사이라고는 해도 정략적이었고 하성은 별로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진그룹 유민성 회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하성이 천하의 레이트를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쩌겠느냐?”
“생각을 좀 해 보겠습니다.”
“그래, 바로 판단할 일은 아니지.”
임태식은 다시 커피를 머금었다.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회사에 나가 보겠습니다.”
“허허허! 그러려무나.”
이미 대안은 다 나와 있었다.
어디까지나 지금부터는 선택의 문제였다.
“이만 물러갑니다.”
“저녁에 보자꾸나.”
하성은 잔뜩 숙제만 짊어진 채로 신화그룹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빛모바일로 향하는 길.
하성이 며칠 동안이나 회사 일에 손을 떼면서 이래저래 밀린 서류들이 많았다.
그래도 엔터테인먼트 쪽은 윤제문이 잘 처리하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모바일 쪽은 아니었다.
하성이 직접 가야 일이 진행될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 전에 하성은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태진그룹의 도움이라니…….”
“나쁘지는 않은데요.”
“그래도 조건이 말입니다.”
“어차피 결혼하실 것 아니었어요?”
“아니요!”
하성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이런 모습에 윤다희도 조금 놀라고 말았다.
이미 윤다희는 하성이 유서화와의 결혼을 망설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결혼이 사업에 탄력을 붙여 줄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빠른 것이 나았다.
하지만 하성은 그녀와 결혼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망설이는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뭐가 문제인가요?”
“마음에 들지 않아요.”
“서화 양이 왜요?”
“인형 같아서요.”
“하아, 그보다 심각한 여자들도 많아요. 그에 비해서 서화 양은 양호한 편이죠. 현숙하고 아름답잖아요. 나이가 두 살 많다고는 해도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것을 따지겠어요? 그만한 신붓감은 찾기 힘들어요.”
“그건 저도 알아요.”
돈이 얽혀지자 문제가 복잡해진다.
태진그룹은 분명 하성의 사업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었다. 유서화는 태진그룹의 외동딸이었고 아마 향후에는 태진그룹을 하성이 운영하게 될지도 몰랐다.
임태식은 이미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깔아 둔 것 같았다. 결국 윈윈하는 관계다. 만약 하성과 유서화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난다면 그 모든 것은 아들이 물려받을 것이었으므로 태진그룹의 유민성 회장으로서도 나쁘지 않았다. 이런 정치적인 관계가 얽히고설켰으니 문제가 복잡할 수밖에.
윤다희가 입을 열었다.
“결국 모든 문제의 열쇠는 사장님의 마음이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한빛모바일 본사에 도착했다.
하성은 잠시 그에 대한 생각은 잊기로 했다. 하지만 회사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서화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