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39
37. 도움을 받다
“상의해 보겠습니다.”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임태식은 가장 현실적이고 쉬운 방법을 제시했었다.
그것은 바로 태진그룹의 도움을 받는 것.
하성과 유서화는 지금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은 파혼을 하든가, 결혼을 하든가 선택지는 두 개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금 하성은 유서화에게 어느 정도 마음이 쏠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태진그룹의 도움을 받아도 무리가 없지 않나 여겼다.
임태식이 웃었다.
“허허허! 잘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느냐?”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전화를 넣어 두겠다. 내일 오전에 장인을 만나 보도록 해라.”
“예, 할아버지.”
‘장인’이라는 말이 걸렸지만 하성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빌미로 결혼을 강제하려 한다면 하성도 거절을 할 것이었다. 돈 때문에 결혼을 한다는 인상을 주기는 싫었다.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미래는 달라진다.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도 있지.”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래, 어련히 잘 알아서 할까.”
임태식의 눈에는 신뢰의 빛이 묻어나고 있었다. 하성이라면 충분히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지금까지 자폐증을 앓고 있었고 기적적으로 빠져나왔다. 그러고 난 후에 사업은 승승장구였으며 빠른 속도로 발전을 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임태식이 이리 말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었다.
“그럼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러거라.”
방으로 들어간 하성은 침대에 누웠다. 태진그룹의 도움을 받는 것에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어떤 의미로는 태진그룹의 도움을 받아 낸다면 그쪽에서 결혼을 생각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운동을 마친 후에 하성은 곧바로 등교를 할 준비를 했다.
씻고 교복을 갈아입은 후에 머리를 빗고 있었다.
똑똑.
“들어와요.”
“도련님, 아침 드셔야죠.”
“감사해요, 유모.”
“여기 도시락도 있고요.”
“이렇게까지…….”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사실, 토요일은 점심시간이 없었고 학교도 오전 수업만 한다. 대부분의 회사들도 오전 근무였고 도시락을 쌀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김수련은 하성의 건강을 염려했다.
“뭐든 잘 먹어야 해요. 게다가 지금은 성장기니까요.”
“성장기는 끝난 것으로…….”
“남자는 군대에서도 큰다고 해요.”
“……예.”
하성은 그냥 수긍했다.
여기서 김수련과 언쟁을 해 보았자 좋을 것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녀는 하성이 걱정되어 하는 소리였다.
“오늘 태진그룹 저택에 가신다고요?”
“네, 도움을 청할 일이 있어서요.”
“서화 양과는 결혼을 하시려고요?”
“그건 모르겠어요.”
“그런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는 생각해 본다는 뜻이죠.”
“조금 이기적이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건 그렇지만, 이게 최선이에요.”
김수련은 어디까지나 어머니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하성은 김수련을 어머니로 여겨 왔다. 그것은 임태식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수련이 시종장의 자리에 있는 것만 보아도 그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도련님께서 잘하시겠지만, 신중하셔야 해요. 한 번 결정된 일은 번복할 수 없답니다. 도련님은 일반인과 다르니까요.”
“예, 유모.”
이것 또한 하성의 선택이었다.
한 번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하성이 탄 차량은 이태원 외곽에 이르고 있었다.
이태원 주택 밀집 지역에 태진그룹의 저택이 위치하고 있었다.
하성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심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저택 앞에는 유서화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하성 씨!”
“왜 나와 계셨어요?”
“남자 친구가 오는데 당연히 마중을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녀는 하성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 역시 색안경을 쓰고 유서화를 보지 않기로 했다.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버님께서는요?”
“기다리고 계세요.”
“그럼 들어가죠.”
하성의 한 손에는 과일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다른 집을 방문할 때에는 빈손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이기도 했다.
그 가르침 이후로는 어디를 가더라도 빈손으로 가지는 않았다.
거실에는 유민성 회장이 하성을 반겼다.
“어서 오게, 사위!”
“잘 지내셨나요?”
“나야 항상 잘 지냈지. 자네는 별일 없었나?”
“여러 가지 일이 있었죠.”
“일단 앉게.”
하성이 소파에 앉자 유서화가 커피를 내왔다.
유민성 회장이 커피를 한 모금 머금었다.
“그래, 요즘에 M&A 때문에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더군.”
“맞습니다. 얼마 전에 SL제약을 인수했습니다.”
“SL제약이라. 혹시 면역 세포를 연구하는 곳 아닌가?”
“맞습니다.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요.”
“불치병 연구는 오래전부터 해 왔던 일이지. 과연 성과가 있겠는가?”
“면역 세포는 예전의 연구들과는 다르게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네의 판단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유민성 회장은 하성이 본론을 꺼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성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제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레이트에 투자를 부탁드립니다.”
“레이트에?”
“그렇습니다.”
“어제 임 회장님께 전화는 받았다네. 어떤 회사에 투자를 함께 하자고 하던데, 그 회사가 레이트였나?”
“그렇습니다.”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 레이트라면 세계적인 포털 사이트 기업인데,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있는 시기라고는 하지만 갑자기 거액의 자금을 그런 곳에 투자할 필요가 있겠나?”
“제가 레이트 주식의 40%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유민성 회장은 눈을 부릅떴다.
그렇다면 사실상 하성이 레이트의 주인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자네가 레이트의 대주주인가!”
“최대 주주입니다. 아직은요.”
“그렇다면 공격적인 M&A를 하겠다는 뜻이로군.”
“그렇습니다.”
이제 승부수는 띄웠다.
그냥 듣기만 해도 하성이 말한 것은 기밀이었다. 새어 나간다면 레이트 쪽에서도 기민하게 반응을 할 것이었으므로 M&A에 실패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성은 유민성 회장을 믿었기에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허허허! 자네,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가?”
“충분히 알고 있죠.”
“그렇다면 묻겠네. 내가 도와준다면 내 사위가 되겠는가?”
“그것과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서화 양과는 좋은 관계로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결혼을 돈으로 사려 한다면 저는 어떤 도움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사업가 대 사업가로서 말을 하는 거다?”
“그렇습니다.”
“으음.”
유민성 회장은 턱을 쓰다듬었다.
하성은 최대한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었다. 지금으로써는 뭘 어찌할 수 있는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결혼을 담보로 해 돈을 받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
“한번 생각을 해 보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허허허! 나는 올라갈 것이니 편하게 쉬다가 가게.”
“저도 이만 일어나 보아야 합니다.”
하성은 교복이었다.
이것만 보아도 등교를 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인사를 하고 저택을 빠져나왔다. 유서화가 마당까지 배웅을 해 주었다.
“오늘 정말 멋있었어요.”
“뭐가요?”
“아버지에게 그만큼이나 소신 있게 말을 하기 힘들거든요.”
“그런가요?”
유민성 회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화그룹을 지배하는 할아버지보다 대단하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성으로서는 그에게 주눅이 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보다 진심인가요?”
“무엇이요?”
“저와 좋은 관계로 만나고 있다는 말이요.”
“진심입니다.”
“아아!”
유서화는 눈물을 살짝 흘렸다.
지금까지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하성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계획을 하였고, 지금에서야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마워요.”
“아니에요.”
“아버지께서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계실 거예요.”
“그런가요?”
“사실은, 어제부터 결정된 사안이죠.”
“어제부터요?”
하성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었다.
“그럼요.”
“어째서죠?”
“제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버지도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하하…….”
그러니까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유서화의 말에 따르면, 어젯밤에 할아버지가 유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합작을 하여 하성을 돕자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전화를 끊은 후에 유 회장은 유서화에게 의중을 물었는데, 진심으로 하성을 만나는 것이라면 돕겠다고 하였다. 애초에 유 회장에게 하성이 어떤 회사에 투자를 하려 하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이번 일은 돈보다는 마음의 문제였다.
“그리된 거예요.”
“그렇군요.”
어쩐지 조금은 허탈한 기분이다.
그렇다면 방금 전에는 왜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걸까.
그에 대해서도 유서화가 설명했다.
“너무 쉽게 돕겠다고 하면 좀 그렇잖아요? 가벼워 보일 수도 있고.”
“그런 건가요?”
“그게 아버지예요.”
유서화는 유 회장에 대해 꿰뚫고 있었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당연한 일이죠.”
하성은 그녀와 헤어져 학교로 향했다.
오늘은 꽤나 많은 소득이 있었다. 하성이 세계적인 포털 사이트 기업인 레이트의 주인이 된다면 어떤 격변이 일어날까.
하성은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레이트가 내 손안에 들어온다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어.”
하성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유민성 회장의 저택.
유민성은 출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굳이 토요일 출근을 할 필요가 없는 그였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출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정장을 입고 내려오자 유서화가 넥타이를 고쳐 매 준다.
“오늘 어떻게 보셨나요?”
“임 사장 말이냐?”
“네.”
“소신이 있더구나.”
“맞아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거죠.”
“그렇게 마음에 드느냐?”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생각하는 것은 웬만한 어른보다 나아요. 그 나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죠.”
“나도 그렇게 느꼈다. 노쇠한 능구렁이를 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사업가로서 타고난 기질이 느껴진다.”
“아버지가 밀어 주세요.”
“허허허! 오냐.”
유민성도 기분 좋게 대답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청년을 발견했고 그 사람이 딸과 이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유 회장이었다.
더욱이 임하성은 신화그룹 2대 회장으로 내정되어 있었다. 자신의 손자가 태진그룹과 신화그룹을 병합한 초거대 회사의 회장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목표로 남은 삶을 투자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구나.”
“더욱 발전하겠죠.”
“그래, 네 말이 맞다.”
원래 유서화는 순종적인 아이였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모두 갖고야 마는 성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갖고 싶은 것이 생긴 모양이었다.
하성은 학교에 도착했다.
토요일 아침의 학교는 상당한 활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아마 내일이면 쉰다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하성은 학교가 휴식처였다. 이곳에서만큼은 원하는 대로 쉴 수 있었고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성이 막 잠들려 할 때였다.
드르륵.
교실의 문이 열리고 분위기가 냉각되었다. 하성이 학교 폭력을 금지하였지만, 여전히 오문식은 학생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네가 우리 반에는 어쩐 일이냐?”
“오늘 약속은 알고 있지?”
“당연하지. 그 말을 하려고 왔냐?”
“혹시나 해서 왔다. 어렵게 애들을 불러 모은 것이니 반드시 나오도록 해라.”
“알겠다니까.”
하성은 기지개를 켰다.
잠들려 할 때, 놈이 또 말을 걸었다.
“만약 오늘 나오지 않는다면…….”
“맞고 싶냐?”
하성이 인상을 확 썼다.
이 정도라면 오문식도 알아들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수련을 위하여 싸우려 하는 것이다. 다른 의미는 전혀 없었다. 오직 그 하나를 위해 싸우려 하는 것이었기에 싸움터에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시간은 2시다.”
“알겠다니까.”
오문식은 그렇게 몇 번이나 확인을 한 후에 사라졌다.
찰칵!
“후우!”
오문식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옥상으로 올라온 그는 휴대폰을 들었다.
준비는 완벽하다. 임하성은 스스로 덫에 걸려드는 꼴이었다. 오늘 오겠다고 다짐까지 받았으니 펑크가 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는 유한백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접니다.”
-어찌 되었나?
“몇 번이고 다짐을 받았습니다. 오늘 꼭 온다고 합니다.”
-알겠다.
“한데, 그의 실력은…….”
-내가 보증한다. 오늘, 임하성은 병신이 된다.
“잘 알겠습니다.”
오문식은 전화를 끊고 담배를 비벼 껐다.
임하성은 오늘 병신이 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고자가 될 것이다.
일전에 아무것도 모를 때 임하성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그만큼이나 오문식이 받은 타격은 상당한 것이었다.
인공 고환을 넣어 균형을 맞췄지만, 앞으로의 성생활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사의 말로는 한 짝만 있어도 별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스스로 생각할 때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개새끼…….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딩동댕동!
종이 울리자 하성은 회사로 향할 준비를 했다.
오늘은 한빛모바일에만 들를 계획이었다.
백호는 오늘 땅굴이 모두 뚫린다고 말했다. 그러니 한빛모바일 부지에서 고려 상감청자를 발굴해야 했다.
그 안에는 분명 지도 조각이 들어 있을 것이다. 지도를 완성하는 것은 임가의 가업이었으니 어떤 일이 있어도 먼저 해결을 해야 했다.
유나는 오늘 등교하지 않았다.
콘서트 준비 때문에 바빴고 학교에 나올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마 회사가 몇 개 더 늘어나게 된다면 하성도 학교에 나오는 것이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출석 일수를 맞춰야 했다. 귀찮아도 학교에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때문이었다.
하성이 차에 올라탔다.
“한빛모바일로 가죠.”
“예, 형님.”
전라도 망치가 운전대를 잡았다. 뒤에는 대기하고 있던 경호 차량들이 달라붙었다. 몇 번이나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이후, 치우에서는 하성의 호위에 부쩍 더 신경을 썼다.
여기서 하성이 잘못되면 임가의 대가 끊어지는 것이었다. 치우로서는 지금까지 존속을 해 온 의미를 잃는 것이었으니 어떻게 해서든 하성을 경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하성은 한빛모바일에 도착했다. 하지만 오늘은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후문에서 백호와 만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약속대로 백호가 후문에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땅굴은 완성되었나요?”
“그렇지 않아도 방금 끝났습니다. 주인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럼 가 보도록 해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후문에 차를 세워 두고 그들은 CCTV가 없는 구역만을 돌아 창고에 이르렀다.
혹시라도 반임가 연합에서 하성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면 곤란했다. 그 때문에 몇 번이나 확인을 한 후에 이동하는 것이다.
창고 안에는 치우의 사대천왕이 모두 나와 있었다.
“주인이 납시었군.”
주작이 인사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요즘에 몇 번이나 위험했다던데, 실력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니야?”
타는 듯한 적발의 주작이 이죽거렸다.
다소 자존심을 건드는 발언이었지만,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성이 실력만 있었다면 그렇게 죽을 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실력을 키워야지.”
“주작, 그만해라.”
“뭘? 사실인데. 주인이 약해서 우리들이 고생을 하는 거잖아?”
“그만하라니까?”
분위기가 살벌해진다.
하성도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주작의 말에는 반박을 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니 자존심이 상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실력이 상승하면 주작부터 밟아 주어야겠군.’
지금으로써는 그리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가 보도록 하죠.”
치우는 그래도 혹시나 모를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였다.
오늘은 사대천왕이 모두 모였고 치우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유물을 발굴할 것이었다. 외부의 어떤 개입이 있어서도 안 된다.
창고 안에는 30명이나 되는 치우의 대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안으로는 누구도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
“예!”
치우의 대원들이 허리를 굽혔다.
하성을 비롯한 사대천왕들이 땅굴에 이르렀다. 땅굴은 깔끔하게 파여 있었고 어딘가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백호가 선두로 나아갔다.
땅굴은 거의 1킬로미터 정도가 뚫려 있었고 어느 지점에 이르러 끝이 나 있었다.
“이 위에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럼 파 보도록 하죠.”
작업이 시작되었다.
혹시나 청자가 상할 수도 있었으므로 백호와 현무가 조심스럽게 땅을 파고 들어갔다. 돌이 나오기도 했고 나무뿌리가 걸리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호가 파는 것을 멈추었다.
팅팅!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찾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