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40
38. 동대문구
신화그룹 상무이사실.
이곳에는 유한백이 한 가지 보고를 받고 고심하는 중이었다.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대신모바일이던 시절부터 회에 속해 있었다. 그러다가 임하성에게 인수된 이후로도 그곳에서 첩보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의미심장한 행동들이 포착되었다.
박하석은 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폐창고로 백호가 자주 오가고 있습니다.”
“폐창고라고?”
“그렇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치우의 대원들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걸음걸이를 보면 일반인은 아니니까요.”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로군.”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폐창고라…….”
그는 턱을 쓰다듬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폐창고에서 모종의 일을 모의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다.
“사진은 있나?”
“있습니다.”
박하석은 사진들을 내밀었다.
사진에는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이 찍혀 있었는데, 덤프트럭이 들어와 흙을 퍼 담는 광경까지 목격이 되었다.
“이것은 흙이 아닌가?”
“맞습니다. 수도 없이 흙들을 퍼 나르고 있더군요.”
“흙을 퍼 나른다……?”
갑자기 불현듯 뭔가가 스쳐 간다.
“땅굴을 파는 건가!”
“그들이 왜……?”
“임가에서는 네 번째 지도 조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땅굴을 파는 것이겠지. 네 번째 조각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아아!”
이제야 박하석도 놈들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다른 곳에는 CCTV가 빼곡하게 깔려 있었기에 감히 유물을 출토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땅굴을 파서 아래에서부터 출토를 한다면 충분히 그것을 취할 수 있었다.
“지금은?”
“지금도 폐창고로 사람들이 들어간 것으로 압니다. 그것도 오늘은 사대천왕이 모두 왔다고 합니다.”
“네 번째 조각이다.”
그는 그렇게 확신하였다.
“회주와 연락을 해야겠다.”
“지금 말입니까?”
“지금 당장!”
백호는 조심스럽게 청자를 출토하고 있었다. 지도 조각도 그렇지만 고려 상감청자라면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상감청자는 상자에 들어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임가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제야 아직 세 조각이나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반 이상은 모은 셈이었다.
과연 임가 최후의 보물 창고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백호의 손에 상자가 내려졌다.
끼이이익!
상자는 뻑뻑했다.
오랜 세월 시간이 지났지만 그 안에는 특수한 처리가 되어 있어 청자가 멀쩡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 이 청자만 팔아도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값이 나가는 청자는 족히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호가하기도 한다. 이 정도로 잘 보존이 되어 있는 청자라면 백억 이상 나가지 않을까 싶었다.
백호는 청자 안쪽을 살폈다.
“여기 붙어 있습니다.”
“오오오!”
사대천왕들은 탄성을 흘렸다.
드디어 네 번째 조각을 찾은 것이다.
하성은 조각을 살폈다.
“틀림없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한다.”
짝짝짝짝!
하성을 아니꼽게 생각하는 주작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가지고 계시죠.”
“제가요?”
하성은 망설임 없이 백호에게 조각을 넘기려 하였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주인님께서 가지고 계시죠.”
“그럴 필요는…….”
“이것은 당신의 것입니다.”
백호의 말에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하성은 조심스럽게 조각을 갈무리했다.
“청자는 상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혹시 자금이 필요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 경매를 하도록 하죠.”
“좋은 생각이네요.”
“이제 나갈까요?”
“그러죠.”
뭔가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백호는 청자를 가져가 다섯 번째 조각의 단서를 알아본다고 했다. 그 이후에는 매각을 해도 될 것이었다.
그들이 막 땅굴을 나가려 할 때, 바깥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적입니다!”
“놈들이 어찌 알고?”
“주인님께서는 굴을 뚫고 대피하시죠?”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함께 갑시다.”
백호는 땅굴의 천장을 쳐 냈다.
쾅!
쿠구구구구궁!
그 한 방에 천장이 드러났고 돌무더기가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비명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적들이 지척에 이른 것 같았다.
하성은 이를 악물었다.
“이 새끼들…….”
미국에서도 죽을 뻔했던 전력이 있었다.
두 번이나 목숨의 위협을 당했으니 적들은 실로 놀랍도록 담대한 것이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가야 합니다!”
“조심하세요.”
“이것도 가져가세요.”
백호는 하성에게 철 상자를 넘겨주었다. 꽤나 묵직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들 수 있었다.
하성은 뒤를 한 번 돌아본 후에 땅굴을 빠져나왔다.
이곳에는 감시 카메라가 빼곡하게 설치되어 있었고 주말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하성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돌아다니던 경비들이 달려왔다.
“사장님!”
“지금 당장 무장을 하고 폐창고로 가 주세요!”
“대체 무슨 일이…….”
“시간이 없습니다!”
경비원들이 곧바로 무장을 한 후에 사이렌을 울린다.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였는데, 하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것이 한계였다.
유한백은 친히 부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회에서도 급박하게 부대를 파견하느라 천지단의 단원 중 20명만 급파하였는데, 이 병력으로는 적들을 어찌할 수 없어 보였다.
눈앞에서는 아군이 짚단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서걱서걱!
“끄아아아악!”
“젠장!”
어찌어찌 창고는 뚫을 수 있었지만 그 아래에서 사대천왕이 쏟아져 나왔다.
이 정도 병력이라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에에에엥!
거기에 사이렌 소리까지 울려 퍼졌다.
유한백은 백호와 검을 부딪친 후에 물러났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물러날 텐가?”
“어쩔 수 없지.”
곧 있으면 경비들이 몰려올 것이고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경찰까지 개입을 하게 되면 골치가 아파지는 것은 저쪽이나 이쪽이나 마찬가지였다.
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물러나라!”
팟팟!
적들은 신음을 흘리고 있는 대원들을 수습하여 빠르게 사라졌다.
백호 역시 사상자들을 수습했다. 다행히 죽은 자들은 없었다. 여기서 사람이 죽어 나갔다면 상황이 심각해졌을 것이다.
적들이 모두 빠져나갔을 때, 경비원들이 우수수 몰려왔다.
그 안에는 임하성도 끼어 있었다.
“강 비서! 괜찮나요?”
“괜찮습니다.”
웅성웅성.
경비원들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임하성이 수습에 나섰다.
“적들이 땅굴을 파서 침투하려 하였습니다.”
“뭐라고요?”
경호팀장 오한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하성은 끝까지 수습을 하려 하였다.
“아무래도 산업 스파이가 잠입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 리가…….”
“잘못하면 공장 바닥에서 적들이 뚫고 올라올 뻔했습니다. 다행히 가는 길은 막아 버렸습니다.”
“후우…….”
백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수습을 한 것 같았다. 물론 비상 대책 회의는 소집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도 임하성이 알아서 처리했다.
“임원들을 모두 회의실로 부르세요. 대책 회의를 해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성은 치우의 대원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백호도 마찬가지였는데, 그의 손에 상자를 들려 주었다. 백호는 치우로 청자를 가지고 들어가 면밀하게 분석할 것이다.
회의가 구성되기 전, 하성은 대충 씻은 후에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고생하셨어요.”
윤다희가 하성의 넥타이를 고쳐 매 주었다.
“죽은 사람이 없어 다행입니다.”
“그러게요.”
“윤 비서는 무섭지 않나요?”
“뭐가요?”
“이렇게 위험한 일이 다발적으로 일어나는데 말이죠.”
“어쩌겠어요? 이미 발을 담갔으니 뺄 수가 없는 걸요.”
그녀는 씽긋 웃었다.
그러고 보면 윤다희도 대단히 담력이 강한 여자였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직후에 곧바로 사직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윤다희는 그리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접니다.”
“본가로 돌아가지 않았나요?”
“걱정이 되어서 말입니다.”
백호는 금방 돌아왔다.
적들이 또 린치를 가했다. 회사 안으로 쳐들어오지는 않겠지만, 오늘 하루는 직접 하성을 경호하려 하였던 것이다.
“그럼 가 보도록 하죠.”
하성은 수습을 해야 했다.
오늘 이 난리를 쳤으니 산업 스파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회의를 해야 했다. 물론 산업 스파이 따위는 없었으니 그럴싸한 내용을 덧붙여야 할 것이다.
대회의실에 도착하자 장내는 꽤나 소란스럽다.
회로 짐작되는 임원들 상당수를 정리했고 그 자리를 부장들이 채웠다. 부득이 이사로 승진을 시킨 것이다.
하성이 들어오자 소란이 멎었다.
“오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누군가요?”
강유석 이사가 묻는다.
하성이 입을 열었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웅성웅성.
더욱 큰 파장이 일어났다.
지금 한빛모바일은 게임 개발에 올인하고 있었다. 모바일 게임 출시를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지금 같은 시기에 회사 내에 산업 스파이가 들어오려 하였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퍼진 걸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모바일의 평직원도 회사가 사력을 다하여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중 하나가 정보를 유출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성은 가공의 적을 만들어 냈다.
“유신모바일일 수도 있고, S모바일일 수도 있지요. 이쪽에서 앞서 나가는 것에 불안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현재 회사의 주력 사업인 소프트웨어가 목적일 수도 있지요.”
윤다희가 덧붙였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성과 윤다희의 콤비가 제법 괜찮았다. 백호까지 적들의 출현을 뒷받침하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었다.
하성이 선언했다.
“경비를 1.5배로 늘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더 좋은 의견 있나요?”
“아무래도 보안 등급을 나누어 더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안상덕의 의견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혹시나 지금 개발되고 있는 게임의 소스가 유출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보안 카드를 발급하도록 하지요. 개발 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안 카드가 필요하고, 개발 팀의 누구도 정보를 가지고 나갈 수는 없습니다. 오직 개발 팀 내에서 개발을 해야 하는 것이죠. 이 정도면 되었나요?”
“충분합니다.”
회의는 그렇게 종료되었다.
신화그룹 본사 상무이사실.
유한백은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고 있었다.
“젠장!”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않나.”
고진성이 유한백을 위로했다.
이번에는 정보가 너무 느렸다. 조금만 더 빠르게 대비를 하였다면 충분히 유물을 가로챌 수 있었을 텐데, 그리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아마 본단에서도 징계는 없을 것이다.
“임하성 이놈, 대단하군.”
“그러게 말이야.”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
“오늘이 있지 않나?”
“아, 그랬지.”
유한백은 임하성이 오늘 동대문구 일진들과 싸운다는 사실을 이두일에게 보고를 받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직접 오문식에게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 중이다.
한눈에 보아도 놈은 수련을 쌓는 것이다.
지금도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하고 있었지만, 마땅한 상대가 없어 발전이 지지부진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놈이 방심한 틈을 타서 허를 찔러야 한다.
“백호나 경호원들이 붙지 않을까?”
“붙겠지.”
“그렇다면?”
“한 방에 보낸다.”
이 때문에 실력자를 파견하는 것이다.
차라리 이렇게 된 이상 임하성이 죽어 버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납치를 해서 어떻게 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계획은 보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양재동의 한 공원에서 오문식을 비롯한 동대문구의 일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임하성은 2시에 나타나기로 하였는데, 벌써 20분이 흐르고 있다.
대신고의 캡짱인 한정수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문식아, 오늘 놈이 오기는 하는 거냐?”
“그렇다니까.”
“내뺀 것은 아니고?”
“그럴 리가 없다.”
이곳에는 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오직 임하성과 싸우기 위하여 선수들만 모인 것이다.
학교에서는 제법 잘나간다고 하는 일진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실력자들만 추렸다. 단순한 양아치가 낄 자리가 아니었다.
이들 중에서는 오문식이 데려온 의문의 학생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대다수가 불만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학생만큼은 편안하게 유람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30분이 되자 한정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그른 것 같다.”
“기다려 보라니까.”
“벌써 30분이다. 이 정도면 그냥 도망을 쳤다고 봐야겠지. 너도 생각을 한번 해 봐라. 100명이 넘는 일진들하고 싸우는데 그게 쉽겠냐? 정말 오늘 초상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
“끄응.”
한정수의 말이 맞았다.
어쩌면 임하성은 또 약속을 어긴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곳에 나타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오문식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오늘은 그냥 가야…….”
후우우우웅!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 차량 한 대가 도착했고, 그곳에서 정장을 빼입은 임하성이 내렸다.
한정수가 피식 웃었다.
“저 새끼 보게. 정장까지 빼입고 왔어?”
“거기에 섀미 구두까지 신었는데?”
임하성의 진가를 모르는 아이들이 낄낄거렸다.
“정말 왔군.”
오문식의 손에 조금씩 땀이 고였다. 이곳에 엄청난 싸움꾼이 섞여 있었지만, 과연 임하성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오문식이 보기에 임하성은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임하성이 오문식의 앞으로 걸어왔다.
“조금 늦었다.”
“빨리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불만 어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들은 오문식은 물론이고 성북고 전체가 한 명에게 박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모여 있었다. 그래도 백 명이 모였는데 한 명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 그럼 시작해 볼까?”
팟팟!
하성은 학생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실전 경험이었다. 혼자 아무리 죽어라 연습을 해 보아도 경험이 쌓이지를 않으니 힘들었다. 그렇다고 오달수와 매일같이 대련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저기서 발길질이 날아왔다.
하성은 사방위를 점하며 물결 모양의 권을 내질렀다.
퍽퍽!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그의 신형은 부드럽게 움직였다.
이제 하성은 ‘수’의 단계를 넘어 ‘금’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중이었다. 신법에 상당히 신경을 썼으며 매일같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수박 자체가 뛰어난 무예임은 틀림없었지만, 자신의 몸에 맞춰 익혀야 한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으면 꽉 죄거나 너무 펑퍼짐하여 볼품없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성은 싸우면서 숙련을 거치고 있었다. 벌써 그의 주먹에 열 명이 넘게 나가떨어졌다.
이제야 학생들은 하성의 위력을 실감했다.
“말도 안 돼…….”
“저런 괴물이 있다니.”
빠악!
하성이 주먹질을 할 때마다 한 명씩 쓰러졌다.
모두 기절을 시켜 버렸는데, 정확하게 사혈을 쳤기 때문이다.
사혈이라고 해서 맞아서 죽는 수법은 아니었다. 가볍게 치게 되면 충분히 기절을 하였기에 이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하성은 바람처럼 움직여 반 정도의 적을 쓰러뜨렸다.
이제 적들의 진영이 술렁거렸다.
“괴물이야.”
“이길 수가 없어.”
하성은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다가 한순간 강한 살기를 느꼈다.
“으음?”
일반적인 학생들이 내뿜는 기운과는 전혀 다른 살기였다.
하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발길질이 날아와 하성의 머리통을 가격했다.
퍼어어억!
“끄아아아악!”
털썩.
“…….”
엄청난 충격이 전신을 뒤흔들었다.
바닥에 쓰러진 하성은 잠시 일어나지 못했다. 달팽이관이 흔들려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이다.
그때, 하성의 머리를 후려친 놈이 품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서걱!
그는 나이프를 쭉 뻗었는데, 하성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피했다.
팟팟!
놈의 나이프에서 상당한 예기가 발출되었다.
푸르스름한 기운까지 발출이 되었는데, 이 정도라면 최소한 ‘지’의 단계에는 올라야 한다. 거기에 몸놀림까지 예사롭지 않았다.
하성은 되는대로 검을 피해 냈다.
‘설마?’
일진들 중에 회의 일원이 섞여 있는 것이다.
학생이 이 정도로 빠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칼까지 이렇게 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서걱서걱!
하성의 옷자락이 베어진다.
여기저기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하였는데, 이대로라면 목이 떨어질 것 같았다.
일진들은 뒤로 물러났다.
설마하니 칼을 쓰는 놈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퍼억!
하성의 심장에 칼이 박히려 했다.
하지만 하성은 손으로 칼날을 잡아냈다.
주르륵!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저런 미친 새끼!”
이건 거의 하성을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잘못하면 일진들이 살인죄로 엮여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일진들은 손을 떼고 도망을 쳤다.
짧은 시간 동안 하성은 생과 사를 오갔다.
하성은 물결 모양을 연신 만들어 내며 피했다.
“주인님!”
백호가 급하게 뛰어들었다.
파앙!
백호는 팔방위를 점하며 놈을 압박하였고, 지금까지 하성을 죽이려 설치던 남자는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괜찮으십니까?”
“잡으세요!”
“예!”
남자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백호는 더 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제압되었고 하성은 대충 손수건으로 손을 지혈하였다.
오문식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이 새끼…….”
“하하! 살아 있네?”
퍼어어억!
“커어어억!”
오문식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웅성웅성.
그나마 남아 있던 대화고의 일진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단순히 임하성을 두들겨 팬다고만 생각했지, 오문식이 그를 죽이려 하였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성은 오문식을 쓰러뜨린 후에 오문식의 발목에 자신의 발을 올려놓았다.
“아예 병신이 되어야 정신을 차리겠냐?”
“살려 줘!”
“당연히 죽이지는 않는다.”
“그럼 이대로 집에 가도…….”
“미쳤냐?”
하성은 그대로 발에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