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42
40. 투자를 받다
“어떤 발견인가요?”
“선대 사장님께서 해외 부동산에 상당한 투자를 하셨음은 알고 계셨죠?”
“물론입니다. 자산 목록에 포함이 되어 있었지요. 그런데요?”
“오래전에 선대 사장님께서 브루클린의 땅을 담보로 하여 자금을 빌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뭔가 복잡해 보이네요.”
“차용증과 양도 증서를 서면으로 받았는데 문제는 명의 이전이 되어 있지 않다는 거죠.”
“일종의 채권인가요?”
“법적인 효력이 있기도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뭔가요?”
“뉴욕을 지배하고 있는 마피아 조직인 리브레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거죠.”
하성의 얼굴이 구겨졌다.
한국에서의 조직도 폭력적이었지만, 사람을 마구잡이로 잡아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피아가 일단 이권에 개입했다 하면 사람을 죽이기는 예삿일이었다.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건은 그냥 넘어가죠.”
“지금의 시세로 치면 대략 천억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뭐라고요?”
하성은 차에서 내리려다가 다시 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이나 그녀의 말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천억 이상을 더 모을 수 있다면 손쉽게 2%의 주식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되면 하성은 우호 주식까지 포함하여 49%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누구도 경영권에 도전할 수 없을 것이었다.
다만 위험 부담이 있었다.
“조금 자세하게 말해 주세요.”
“아주 오래전의 일이죠. 선대 사장님께서 70년대에 그 차용증을 받으신 것 같아요. 브루클린이 그렇게까지 뜨기 전이었죠. 리처드 기업에서 브루클린의 빈민가들을 모조리 매입하고 직접 개발했는데, 그 한참 전에 차용증을 받았고 이후에는 양도 증서를 서면으로 받아 냈어요. 하지만 이후에 브루클린이 개발되었지요.”
“법적으로는 제 것이 아닌가요?”
“조금 복잡하기는 해요. 일단 사장님께 직접 남기신 유산은 아니고 미국의 법률에 따라야 하죠. 실력 있는 국제 변호사를 쓰면 법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마피아가 움직인다면…….”
“심각해지겠군요.”
“맞아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해요.”
“어떻게요?”
“그러니까…….”
그녀는 하성에게 한 가지 방책을 일러 주었다.
결국에는 적들을 속이자는 것이었는데 일이 잘못되면 어디까지 파장이 미칠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도박이라 볼 수도 있었다.
드르륵!
하성은 교실의 문을 열었다.
교실 특유의 냄새가 난다.
그가 나타나자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성은 그대로 엎어져 잠들려 하였지만, 이래저래 소리가 들리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혼자 동대문을 격파했대.”
“소문이 정말이었어?”
“그렇다니까. 칼까지 맞았다는대?”
“설마.”
하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래서야 얼굴이 화끈거려 제대로 들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칼을 맞은 것은 맞았지만, 무협지처럼 과장된 소문이었다.
잠이 들려 하였는데, 웅성거림이 더욱 커진다.
“유, 유나다!”
“와아!”
하성도 눈을 떴다.
최근 유나는 엄청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유나는 예전보다 살이 더 빠졌고 몸의 볼륨감도 생겼다. 거기에 관리를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예전의 유나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도도해 보이는 표정은 아마 트레이닝을 받은 것 같았다.
유나가 하성의 옆자리에 앉았다.
“하아, 힘들다.”
“왔어?”
“얼굴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인 것 같아.”
“후후, 누구나 가면 하나쯤은 쓰고 살잖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 앉자 유나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느 정도는 소심하고, 미래를 위하여 노력해 나가는 그런 모습이다.
유나가 티켓을 내밀었다.
“나왔구나.”
“VIP석이야. 너에게 가장 먼저 주고 싶었어.”
“고맙다.”
“당연한 일인걸. 나를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너잖아?”
유나는 하성에게 어느 정도의 감정을 담아 말했다.
물론 하성은 그녀의 감정을 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절제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꼭 와 줘.”
“그래, 당연하지.”
하성은 그대로 엎어졌다.
잠은 이미 달아나고 없었다.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았기에 잠이 깬 것이었다.
‘유나가 나에게 접근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감정을 통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유나는 분명히 하성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정신 줄을 놓으면 그대로 연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
그리되면 유나는 파멸이다.
하성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유나가 몰락하면 회사 전체에 파장이 일어날 것이고 그리되면 실로 어마어마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것은 막아야 했다.
‘감정은 절제를 해야겠지.’
유나와 하성은 그저 친구 사이다.
그것을 망각한다면 하성의 사업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하성은 깨어났다.
유나가 하성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일어나.”
“으음…….”
“회사에 나가 보아야 하지 않아?”
“아, 그렇지.”
오후에는 조금 탄력적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하성은 레이트 인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지금 레이트 측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지만 우호 주식까지 마련이 되는 순간, 곧바로 이사회를 소집하여 대표의 자리에 앉을 것이었다.
레이트의 CEO가 되면 할 일이 많았다.
우선 격변하는 현 시대에 맞춰 여러 가지 사업들을 추진할 것이었는데,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광고와 게임 산업이었다.
지금은 각 게임사들이 독자적으로 론칭을 하게 될 것이지만, 머지않아 포털 회사에서 직접 게임을 제작하거나 매출이 시원치 않은 게임들을 인수하여 운영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포털 사이트와 연동하여 유저들을 끌어모으는 식의 영업도 성행하게 될 것이다.
미래를 알고 있었으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할지는 충분히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었다.
“밥은 먹고 가자.”
하성은 바로 학교를 나서려 하였는데, 유나가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렇지 않아도 그의 손에는 유모가 싸 준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그래, 먹고 가자.”
김수련의 정성이 담겨 있는 도시락이었다.
오달수의 말도 떠오른다.
“지금 도련님은 성장기입니다. 거기에 에너지의 소비가 극심한 수련을 매일 하고 있기에 잘 먹어야 합니다. 끼니는 거르지 마시고 하루에 다섯 끼는 챙겨 드셔야 합니다.”
오달수의 말에 의하면 보통 사람은 세 끼, 수박 수련자는 하루에 최소한 다섯 끼는 먹어야 한다고 한다.
물론 하성은 세 끼를 제대로 챙겨 먹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다섯 끼를 꼬박 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이렇게 마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 먹자.”
체력이 붙으려면 살이 쪄야 한다.
살이 쪄야 근력이 붙을 것이었으니 밥을 잘 챙겨 먹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옥상으로 올라오자 일진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임하성이다.”
“내려가자.”
웅성웅성.
그들은 하성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대화고교 학생들은 하성에게 있어 죄인이었다. 잘못하면 엊그제 전투로 인하여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모두 나가자 옥상은 한적해졌다.
유나는 준비한 돗자리를 폈다.
“헤헤, 좋다.”
“뭐가?”
“이렇게 있으면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라서 말이야.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말이야.”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을 텐데.”
“그래, 그렇겠지.”
유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식사 후에 하성과 유나는 함께 회사로 출근하였다.
오늘은 엔터테인먼트에 들러 할 일이 있었다.
하성이 도착하자 윤 비서가 마중을 나왔다.
“사장님, 이번 달 매출 보고서입니다.”
“벌써 한 달이 갔군요.”
“그렇죠.”
촤악!
하성은 매출 보고서를 펴 들었다.
보고서에는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는데, 역시 유나가 데뷔를 하고 난 이후로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번 달 매출만 200억이 넘습니다.”
“유나 효과겠군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음반의 판매량은 조금씩 떨어지겠지만, 광고 수익이나 모델 수입도 상당할 겁니다.”
“유나 덕분에 회사가 살아나고 있군요.”
“예, 사장님.”
유나는 얼굴을 붉혔다.
하성과 윤다희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회사의 매출 보고서를 분석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유나에게는 칭찬이 되었다.
윤다희가 유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덕분에 이번 달에는 보너스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한 일이 뭐 있다고요.”
누구보다 유나가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
유나는 자신의 통장에 얼마가 들어오는지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이나 수익이 어마어마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나의 성공은 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일 뿐이었다.
아직도 할 일이 태산이었다.
그들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였고 유나가 15층에서 내렸다. 곧 있으면 콘서트였기에 맹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성은 윤다희와 함께 대표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백호가 미리 나와서 하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오셨군요.”
“상감청자의 감정이 끝났습니다.”
“감정을 하셨다고요?”
백호는 보고서를 내밀었다.
요즘에는 단순히 감정사를 불러 감정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감정서를 작성해 준다. 공신력은 없었지만, 그래도 신뢰할 수 있는 감정사가 감정을 하였다면 그 비슷한 수준에 매매가 되는 것이 관례였다.
백호가 입을 열었다.
“가격이 산출되어 있습니다. 보시죠.”
“300억!”
하성은 신음을 내뱉었다.
임상옥이 고관대작에게 뇌물로 주려 하였던 것이니 상당한 가격에 사들였을 것이 틀림없었다.
통이 크기로 유명한 임상옥 조사였으니 당연히 그 당시에도 최상품의 청자를 매입했을 것이다.
거기에 오랜 시간 동안 보관이 잘되어 있었고 흠집하나 없었기에 이만한 값이 산출되었던 것이다.
“팔 수 있나요?”
“이대로 팔 수도 있습니다만, 공개적인 거래에는 많은 값을 받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경매를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경매라고요?”
“그렇습니다. 가능하다면 다크 옥션을 이용하기를 권합니다.”
“다크 옥션이라면 암거래 시장을 말하는 것이로군요.”
“국보급 유물들이 거래되는 시장이지만 이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지요.”
“그곳에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최소한 500억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엄청나군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였다.
청자 하나에 500억을 받을 수 있을까? 아무리 보존이 잘되어 있는 유물이라고 하여도 조금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백호는 확신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세계보다 더 큰 시장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대부호들이 많지요. 어떤 이에게 500억은 껌값 정도일 수도 있습니다.”
“하하, 그럴 리가요.”
“그런 사람들이 꽤 있죠.”
어쨌거나 백호의 입장은 단호한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청자를 암시장에 매각을 하고 최대한 많은 돈을 끌어모은다는 것이었다.
백호 역시 하성이 레이트를 인수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렇게 추천을 하는 것이었다.
하성 역시 백호의 말에 동의했다.
“좋습니다. 위험성은 없나요?”
“회만 간섭하지 않는다면요.”
“상당한 문제로군요.”
“하지만 무슨 일을 하건 회는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저녁까지 결정을 내리도록 하지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백호가 나가자 윤다희가 의아함을 드러냈다.
“왜 바로 승낙하지 않으신 건가요?”
“회의 방해 때문입니다.”
“백호의 말에 따르면 회는 언제 어디에서든 방해를 할 수 있는 존재로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그냥 암시장이 낫지 않나요?”
“그곳은 어두운 세계입니다. 아마도 회에서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많은 인력을 동원하면 되지 않아요?”
“그러다가 청자가 상하면요?”
“아아!”
하성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회에서 사람을 동원하는 만큼 치우에서도 동원을 하면 된다. 하지만 싸움이 벌어졌을 때, 청자가 무사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회의 입장에서는 하성이 가진 청자를 자신들이 가질 수 없을 경우에는 그냥 깨 버리는 것이 나았다.
윤다희는 이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아, 그러니 고민을 하는 겁니다.”
“고민되시겠어요.”
회와 치우의 관계를 생각하니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똑똑.
“들어와요.”
“접니다.”
안상덕이었다.
그는 모바일에 있어야 할 것인데, 아마 결재 서류가 필요하여 여기까지 찾아온 것 같았다.
윤다희가 고개를 숙이며 나간다.
“그럼 저녁까지 결정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안상덕이 결재 서류들을 내밀었다.
게임 개발도 어느덧 콘셉트와 캐릭터, 기본적인 세계관을 모두 갖게 되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래픽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에 상당한 돈이 들어갔던 것이다.
추진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하성의 사인이 필요했다.
스스스슥!
하성은 망설임 없이 사인했다.
“읽어 보시지 않으십니까?”
“안 팀장님이 알아서 하시겠죠.”
“감사합니다.”
안상덕의 얼굴은 예전보다 많이 피어 있었다.
얼마 전에 SL제약에서 개발한 면역 세포 주사가 도착했다. 안상덕의 딸은 그것을 맞았을 것인데, 얼굴이 펴진 것을 보니 경과가 좋았던 모양이었다.
“잘된 모양이로군요.”
“성공적이라고 합니다.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아마 호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입니다.”
하성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민감한 시기였다.
안상덕은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경이 다른 곳으로 분산된다면 회사로서는 엄청난 손해였다. 딸의 상태가 호전되었다면 자연스럽게 일에 더 매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안상덕은 사인을 모두 받은 후에 사무실을 나가려 하였다. 그런데 하성이 그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무슨 할 말이 있으신가요?”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안상덕은 소파에 앉았다.
하성은 미래의 동향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인터넷이 엄청난 파급력을 갖게 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홍보를 인터넷으로 하는 것은 어떤가요?”
“인터넷으로요?”
“그렇습니다. 물론 라디오나 TV로도 어느 정도 광고를 하기는 하겠지만, 사실상 재정적인 부담이 있습니다.”
“그건 그렇지요,.”
지금은 시청률이 50% 이상 나오는 시대였다. 인기 드라마가 나오는 채널에 광고를 하려 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어차피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이 모바일 게임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음……. 어떻게 보면요.”
안상덕은 턱을 쓰다듬었다.
하성은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그리 말할 수 있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런가요?”
“대부분의 유저들은 젊은 사람들이겠지요. 모바일 게임까지 할 정도라면 인터넷에는 숙달이 되어 있을 겁니다. 아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그쪽으로 가닥을 잡고 홍보 기획안을 마련하도록 하세요.”
“예, 사장님.”
안상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가 나간 사무실에서 하성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200억이라면 적은 돈이 아니었다. 대충 매각을 해서 300억을 받는 것보다는 다크 옥션을 이용하여 500억에 파는 것이 낫다.
그렇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우.”
일단 좀 더 생각을 해 본 후에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았다.
퇴근 무렵이었다.
하성은 하루 종일 밀려 있던 서류들을 처리하였다. 역시나 회사가 커지자 결재를 해야 할 서류의 양도 늘어났다.
퇴근할 때가 다 되어 전화가 울린다.
“접니다.”
-나다.
“예, 할아버지. 그렇지 않아도 퇴근을 하려던 참입니다.”
-상황이 급변했다. 오늘 밤에 주식을 매입하도록 하겠다.
“오늘 밤에요?”
-그래, 미국 증시가 열리자마자 매수 주문을 넣을 것이다. 그리되면 우호 주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되겠지.
“상황이 어떻게 급변했다는 말인가요?”
-오늘 레이트의 CEO가 사퇴를 결정했다.
“……!”
하성은 놀람을 드러냈다.
그라고 하여 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전생에서 이 무렵의 하성은 자폐증을 앓고 있었으므로 이 시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전부 알지는 못했다. 할아버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이 적기였다.
-CEO 사퇴 이유가 파업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동안 포털 사이트가 마비되었다. 그 덕분에 주가가 바닥을 쳤다.
“적기로군요.”
-그래, 이보다 적기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얼마 없겠습니다.”
-너 역시 돈을 마련하려면 내일까지는 마련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틀 정도 유예하는 것이 어떤가요?”
-이틀이나?
“저에게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으음…….
하성 역시 지금이 적기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르게 되면 증시는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이틀 안에 CEO 사퇴의 충격이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 부분은 만나서 이야기하자.
“알겠습니다.”
하성은 전화를 끊었다.
시간을 두고 생각하려 하였으나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하성은 머릿속을 정리했다.
“우선 청자를 팔아야 한다. 그리고 미국으로 날아가 땅 문제를 해결해야겠지.”
최대한 시간을 번다고 하여도 이틀이었다.
이틀 안에 그 모든 것을 하려면 역시나 시간이 빠듯하였다.
하성은 백호를 호출했다.
“찾으셨습니까?”
“오늘 밤에 다크 옥션에서 청자를 매각하겠습니다.”
“오늘 밤에요?”
“상황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성은 할아버지에게 들은 소식을 그대로 백호에게 이야기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자 백호 역시 지금이 아니면 적기는 없다고 판단했다.
“알겠습니다.”
“암시장은 매일 열리나요?”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두 번 열립니다. 그리고 그중 하루가 오늘입니다.”
“하늘이 우리를 돕는군요.”
“차라리 잘되었습니다. 적들 역시 곧바로 우리가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추진을 해 보도록 하죠.”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할아버지와 상의를 하고 난 후에 곧바로 짐을 챙겨 나와야 할 것이다.
오늘 밤에 다크 옥션의 일을 처리하고 내일 아침 첫 비행기로 미국에 넘어간다. 그리고 하루 만에 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레이트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날 저녁.
하성은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저택에서 할아버지와 레이트 주식 매수에 대한 의견을 조율해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짐을 챙겨야 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자 거실에는 유민성 회장과 할아버지, 그리고 유서화가 함께 앉아 있었다. 하성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오너라.”
“제가 좀 늦었습니다.”
“아니다. 우리도 방금 왔다.”
하성이 자리에 앉는다.
테이블 위에는 커피가 놓여졌다. 사람들은 커피를 한 모금씩 머금었다.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보았지?”
“그렇습니다. 오는 길에 인터넷에 접속을 하여 레이트와 관련되어 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아주 가관이더군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본다.”
“동감입니다.”
“그 때문에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어떤 결정인가요?”
할아버지는 유민성 회장과 유서화를 바라봤다. 아마 하성이 도착하기 전에 회의를 한 모양이었다.
“네가 자금을 가지고 미국으로 가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