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44
42. 브루클린
하성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부터 경매가 시작되고 여기서 불리는 단가가 곧 자금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로서는 최대한 많은 돈을 받는 것이 좋았다.
다만 가격이 문제였다.
300억이라면 작은 돈이 아니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돈이었는데 여기서 돈을 더 쓸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사회자가 시작가를 불렀다.
“300억부터 시작을 하고 단위는 10억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300억.”
“300억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310억.”
“320억.”
가격이 빠르게 올라갔다.
어렵지 않게 400억을 돌파하는 것을 보고 하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표액은 500억이다.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경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부자가 많은가 싶을 정도였다.
곧 500억에 가까워진다.
“480억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됐지.’
480억에 낙찰이 된다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낙찰가의 4%가 수수료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냥 파는 것보다는 훨씬 잘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가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480억에서 잠시 주춤거렸는데, 60대 초반의 남자가 500억을 불렀다.
“500억.”
“510억!”
“540억!”
“580억!”
“으음!”
그의 경쟁자로 나타난 사람은 나이를 알 수 없을 만큼이나 늙은 노인이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이나 등이 굽어 있었는데,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그들의 경쟁은 600억 부근에서 주춤거렸다.
‘엄청난 거부들인가 보군.’
그들은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600억 이상 없으십니까?”
“마지막으로 650억을 불러 보겠소.”
“노신사분께서는?”
“660억으로 낙찰합시다. 따라올 것이오?”
“제가 졌습니다.”
탕탕탕!
“고려 상감청자는 노신사분께 660억에 낙찰되었습니다!”
짝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비록 수수료를 26억가량이나 내야 했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오늘 경매에서 쓴 비용을 제하면 대략 630억이 남았기에 이 정도라면 감정가의 두 배에 청자를 팔아 치운 셈이었다.
경매가 끝나자 사회자가 다가왔다.
“축하드립니다. 좋은 값을 받으셨군요.”
“예상보다는 많이 나왔네요.”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드리겠습니다. 현금으로 드릴까요?”
“그만한 현금이 있기는 한가요?”
“물론입니다. 다만 옮기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죠.”
“여기 스위스 계좌에 넣어 주세요.”
“그렇다면 간편하지요. 5분 내에 입금됩니다.”
하성이 기다리는 동안 회에서 또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하성과 백호가 가로막았다.
그들은 폭력을 쓰지는 않았다.
“아가씨, 청자를 어디서 구한 겁니까?”
“그것까지 알려 주어야 하나요?”
“그래야만 합니다. 아니라면 상당히 귀찮아지실 겁니다.”
“아버지의 수집품 중 하나일 뿐이죠.”
“수집품이라…….”
“볼일 끝났으면 가 주시죠. 불쾌하군요.”
“실례했습니다.”
회에서는 끝까지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다가왔다.
“입금되었습니다.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윤다희는 전화를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금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또 들러 주십시오!”
그들은 경매장을 나와 차에 올라탔다.
“하아!”
윤다희가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가면을 벗었는데,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어도 엄청나게 긴장을 한 것이었다.
그것은 하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놈들, 정말 의심병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하성과 윤다희는 다소 지친 기색이었다. 그래도 백호는 멀쩡했다. 이런 일에 대비한 훈련은 항상 되어 있는 그였다.
백호의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미행입니다.”
“저놈들, 끝까지…….”
“차라리 S그룹으로 가시죠.”
“S그룹으로요?”
“야근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곳 주차장 구석에 치우의 단원 두 명을 대기시켜 두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어둡기도 하니 운이 좋다면 적들도 그냥 가겠지요. 뒷모습만 보여도 되고요.”
“알겠습니다.”
윤다희를 S그룹의 딸로 위장을 시키자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성공을 한다면 오늘의 경매는 하성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것이다.
유한백은 집으로 돌아가려 했었다.
오늘, 상당히 피로했으므로 돌아가서 잠이나 실컷 자려 했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천보단주가 강력하게 미행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저들은 별로 미행을 따돌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곧 차량은 S그룹 앞에 도착했다.
“이곳은?”
“S그룹이로군요. 회사에 볼일이 있나 봅니다.”
“그것 봐. 그만하자니까.”
“혹시 모르죠. 저들 중에 임하성이 섞여 있을 수도.”
그들은 주차장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유한백은 천보단주가 헛다리를 짚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미행이 붙은 것을 안다면 도망을 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단기가 있어 시간차가 있었지만, 차량은 주차장 구석으로 들어갔다.
“쳇, 못 봤는데…….”
하지만 곧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여자를 따라 두 명의 경호원이 쫓아가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자세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남자들의 얼굴은 확실하게 보였다.
“아니로군.”
“하아, 그렇군요.”
이제야 천보단주도 의심을 풀었다.
그들이 탄 차량은 그저 한 바퀴 돌아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정말 의심이 많군.”
“그것이 직업이니까요.”
“후후, 딴에는 그렇군.”
어쨌거나 오늘의 일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오늘, 청자를 판매한 사람은 바로 S그룹의 딸이었다. S그룹은 2남 1녀를 두고 있었으니 막내딸이 아버지의 청자를 팔아 버린 모양이었다.
내막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까지 유한백이 알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적들이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윤다희는 거울로 끝까지 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몸을 돌렸다.
“정말 끈질긴 놈들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백호의 표정도 이제야 풀렸다.
“아무래도 천보단이 움직인 모양입니다.”
“천보단이라면 정보를 총괄하는…….”
“그곳의 단주가 떴다면 충분히 이럴 수 있지요.”
그들은 차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성은 윤다희에게 오늘 경매에서 구매한 물건들을 내밀었다.
“선물입니다.”
“받을 수 없어요.”
“아니요, 목숨까지 거셨잖아요. 그리고 3억을 보너스로 드리려고 해요.”
“그런…….”
“받으셔도 됩니다.”
백호까지 나섰다.
적들은 그야말로 의심이 병적인 수준이었다. 이렇게 속여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윤다희의 기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다희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히 받을게요.”
“별말씀을.”
“그건 그렇고 이제 빨리 가도록 하죠.”
“그럴 이유라도 있나요?”
“S그룹의 막내딸은 지금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요?”
“아까 현무에게 연락을 했었죠. 방금 문자가 왔습니다.”
“그렇다면 빨리 가야겠네요.”
“적들도 그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표정이 가관이겠는데요?”
“후후, 그렇겠지요.”
이것으로 적들은 하성이 청자를 팔아 치웠다고 확신하게 될 것이다. 아마 미국에서도 조심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속은 시원했다. 적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빠르게 S그룹을 빠져나가기로 하였다.
유한백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천보단주는 유한백의 옆에 타고 있었다.
천보단주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표정이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조금 찝찝해서 말입니다.”
“병이라니까, 병.”
지이잉.
얼마 지나지 않아 천보단주 고천성의 전화가 울렸다.
“나다.”
-단주님! S그룹 막내딸은 지금 파티 중이라고 합니다!
“뭣이!”
-친구의 생일 파티에 참석을 하고 있다고…….
“젠장!”
고천성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유한백의 얼굴도 그에 따라 함께 일그러진다.
“뭐라고?”
“아까 그 여자는 S그룹의 딸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대체 뭐였지?”
“놈들이 고용했거나,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겠지요.”
“으음.”
“두 가지 가능성은 모두 존재합니다.”
“하지만 아까 경호원의 얼굴은…….”
“약간의 시간차가 있었습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군.”
유한백은 자신이 속아 넘어갔음을 인정해야 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맞는 가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임하성의 일행이라고는 단정 지을 수가 없었다. 지금 가 보았자 이미 빠져나가고 없을 것이다.
“하! 그것 참.”
“이번에는 졌군요.”
“누군지도 모를 자들에게 말이야.”
“차라리 좋게 생각하시죠.”
이제 상황은 역전되었다.
결국에는 의심병이 있는 고천성의 느낌이 맞았던 것이었다. 그들이 임하성의 동료들인지는 알아내지 못하였지만, 최소한 정체를 드러내기 꺼려 하는 인물들인 것은 맞았다.
“지금 임하성은 어디에 있다던가?”
“모르겠다고 합니다.”
“속았을 수도 있겠어.”
오늘의 일은 유한백의 가슴에 상당한 찝찝함을 남기고 말았다.
***
다음 날 아침, 인천 국제공항 앞.
이번 미국행은 치우의 최정예 요원 열 명과 함께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오늘은 백호 외의 사천왕 중 하나가 동행한다.
아직 그들 중 누가 올지는 하성도 알지 못하였다. 아마 조율을 통하여 지금 나머지 사천왕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오지 않을까 싶었다.
하성은 차에서 내리기 전에 윤다희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도 데려가 주세요.”
“이번에는 안 됩니다.”
“그럴 이유라도 있나요? 제가 가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위험해서 안 됩니다.”
“도대체 뭐가 위험하다는 건가요? 그들이 반임가 연합인 회보다 더 위험한가요?”
“으음.”
하성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말대로 회보다는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잘못하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었다.
마피아는 총을 다루는 놈들이었다.
최소한 회나 치우는 총을 다루지는 않았다. 그보다 무예를 극한으로 익혔기 때문이다. 하성과 백호라면 충분히 총에 맞지 않을 수 있었지만, 윤다희는 아니었다. 그러니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하여튼 이번에는 안 돼요.”
“하아……. 그런가요.”
“백호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를 하겠는데, 위험해서 그러죠.”
“뭐라고요?”
윤다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성은 넘겨짚어 보았는데, 윤다희는 그리 생각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요?”
“아니었나요?”
“전혀요!”
“그럼 말고요.”
“아휴, 정말.”
윤다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국은 안 된다. 저번과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었고 마피아를 상대하는 일이었기에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이제야 윤다희와 정이 들었는데, 지금 와서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하세요.”
공항 안으로 들어와 치우는 하성을 지척에서 경호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일단 적들의 미행도 없었고 아예 하성이 출국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조금 더 CCTV가 발달한 미래라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회의 정보력에도 한계는 존재하는 것 같았다.
수속을 밟고 짐까지 붙인 후에야 하성은 조금 경계심을 풀었다. 대기장으로 들어와 하성은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성 씨?
“일어나셨군요.”
-당연하죠. 어제도 전화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는걸요.
유서화는 전혀 졸린 기색 없이 전화를 받았다.
지금 시간이 6시인 것을 생각하면 하성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았다.
하성은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핀잔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사람이 잠을 자야죠.”
-또 자면 되니까 걱정 마세요.
“그래요. 그럼 끊습니다.”
-조심하세요.
“하하하! 무슨 일이 있으려고요.”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할아버지와 유서화에게는 브루클린의 땅이 마피아와 연관이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 말을 한다면 반대할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주식 1%를 덜 사는 한이 있어도 당연히 반대를 했을 것이다.
하성이 전화를 끊자 백호가 묻는다.
“여자 친구 분인가요?”
“네.”
“좋을 때입니다.”
“백호도 늦지 않았어요. 이제 장가가셔야죠.”
“여자가 있어야 말이지요. 게다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절대 시집오지 않을 겁니다.”
“지척에 백호의 직업을 잘 알고 있는 여자 한 명 있잖아요?”
“누구요?”
“윤 비서요.”
“아아, 그분은 아마 저를 안 좋아할 겁니다.”
“백호는 어떤데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쯧쯧.”
하성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비교적 연애를 잘하며 살아온 하성이었기에 그들의 기류가 읽혀졌지만 정작 본인들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위이이잉!
비행기가 이륙할 준비를 한다.
하성은 차용증과 양도증을 확인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법적인 효력이 있었다. 그는 각각 두 장씩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복사본이었다.
마피아 소굴로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복사본을 가지고 가야 했다.
여기에 아버지의 유언장도 챙겼고 그가 아버지의 아들임을 증명하는 서류들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준비는 완벽하다.
지금까지 적들의 린치도 없었다.
“이번에는 오지 않을 모양이네요.”
“그래도 긴장은 늦출 수가 없습니다.”
백호는 지금도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회에서 나온 놈들이라면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성은 눈을 감았다.
별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런 일이 있다면 백호가 지켜 줄 것이다.
이른 아침, 유한백은 출근을 하기 위하여 서둘렀다.
집을 나와 회사로 향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보고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본단에 보고를 넣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실패하였고 어떻게 둘러대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제는 그저 속은 것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아니지.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이 아니라 다른 집 아가씨가 속인 것일 수도 있었다.
그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회사로 돌아왔을 때, 고진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네가 웬일인가?”
“임하성 그놈이 출국을 했다고 하더군.”
“또?”
“나 역시 의아해했지. 그렇게 죽을 뻔하고 또 출국을 했다는 사실에 말이야.”
“그래서?”
“자네가 올 때까지 기다렸지. 본단에 함께 보고를 올려야 할 것 아닌가?”
“하아, 그렇지. 알겠네. 내가 처리하지.”
유한백은 전화를 걸었다.
본부에 전화를 넣자 담당 간부와 연결된다.
-나다.
“어제 일은…….”
-이미 보고받았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임하성이 오늘 아침에 출국했다는 소식입니다.”
-알고 있다. 그것은 본단에서 처리하겠다. 당분간 자중하도록.
달칵.
전화가 끊어진다.
유한백은 테이블을 내리쳤다.
쾅!
“이 새끼가 정신을 차린 이후로 되는 일이 없군!”
“후우, 그러게 말이야.”
고진성도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임하성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안 된 일이었다. 유한백과 고진성이 빠졌으니 본단의 간부가 직접 움직일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하성과 백호는 14시간 동안 비행을 한 끝에 뉴욕에 도착하였다.
브루클린에 도착을 하였지만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다.
“주인님, 어쩔까요?”
“밥부터 먹도록 하죠. 배가 든든해야 할 것 아닌가요.”
“그러지요.”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온 일행들은 배부터 채웠다. 24시 패스트푸드점이었고 별로 파는 것도 없었지만, 일단 배를 채우기는 충분했다.
백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계획이 있으신가요?”
“있어야 하나요?”
“험험, 그래도 마피아 본단에 들어가는 것인데 뭔가 준비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단칼에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정문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만약 그곳에서 놈들이 마수를 드러낸다면 다 쓸어버리도록 합시다.”
“허어…….”
“불가능한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백호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사대천왕 중 하나가 도착하지 않았다. 무기를 챙겨 온다고 늦는다는데 오늘 오는 사람은 바로 주작이었다.
주작은 쌍검으로 유명했고 실로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주작단에서 정예 요원들을 추려 온다고 했으니 이 정도 전력이라면 충분히 마피아를 쓸어버리고도 남을 것이다.
아마 그녀도 한 시간 정도면 도착을 할 것이다.
“더 좋은 작전 있나요?”
“없는 것 같습니다.”
생각에 잠겨 본 백호의 결론이었다.
하성보다 좋은 계획은 없었다.
일단 백호와 하성만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대기하고 있던 치우의 정예 부대가 마피아 본거지를 쓸어버리는 것이다.
이들은 총을 가지고 있어 위험하였지만, 무예를 극한으로 수련한 자들이 떼거지로 덮친다면 답이 없었다.
하성은 이들의 실력을 믿고 있었다.
“그럼 배부터 채우도록 하죠.”
“예, 주인님.”
미국 전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리브레의 본거지 앞이었다.
브루클린 북쪽에 거대한 저택이 바로 리브레의 본거지였다. 이 앞은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흉흉한 눈으로 주변을 훑어보고 있었고 그 안에도 수많은 마피아 조직원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하성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적들이 총을 쓴다고 하여도 총구를 보고 피하면 그뿐이었다. 전부 방탄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머리에 맞지 않는 이상은 즉사할 확률도 적었다.
오히려 회와 마주하였을 때보다 긴장을 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승합차가 도착하였는데, 그곳에서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여자가 내렸다.
“왔나?”
백호가 그녀를 반겼다.
하지만 주작은 짜증스러운 얼굴이었다.
“이곳을 친다고?”
“치는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는 거다.”
“칠 것이라면 빨리 치고 가자.”
주작은 호전적인 여자였다.
마피아를 무슨 동네 똥개 알듯 했는데, 실질적으로 주작단은 모두 손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
백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주인님께 인사도 안 하냐?”
“주인은 맞지만 인정은 하지 않는다. 혹시 나보다 뛰어나 지면 모르겠지만.”
“하아, 맞습니다. 제가 좀 약하지요.”
주작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하성은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지만, 주변의 인물들에 비한다면 허약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무예가 느는 것을 보면 괄목상대라고 할만 했다.
“우리들은 뭘 하면 되는데?”
“근처에 대기했다가 무전을 치면 다 쓸어버리면 된다.”
“쉽네.”
주작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회가 관련되지 않았다면 물론 그녀의 말대로 될 것이다. 마피아가 총질을 한다고 해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작이 온 것이 잘된 일이려나.’
하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그럼 가 볼까요?”
하성은 호랑이 소굴을 정면 돌파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