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45
43. 리브레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까지 진출해 세를 떨치고 있는 마피아 리브레.
리브레가 세상에 등장한 것은 미국에 금주법이 한창 시행되고 있던 1900년대 초반이었다. 밀주와 마약으로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은 그들은 세계로 진출하였고 지금의 명성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리브레는 미국 3대 패밀리로 불리기도 한다.
지금은 전쟁이 뜸해졌지만, 90년대만 하여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항쟁이 발발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세력을 확장하였고 지금은 굴지의 조직을 이루게 될 것이었다.
리브레의 보스 제임스 리브레는 현 세력을 유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으며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항상 찜찜함으로 남아 있는 것이 70년대 중반에 신화그룹의 후계자였던 임현진에게 상당한 돈을 빌린 것이었다.
돈을 빌릴 당시에 차용증을 작성해 주었는데, 그것은 그 당시 땅값이 그리 높지 않았던 브루클린의 땅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그 이후에 돈을 갚지 못하였고 결국에는 양도 증서까지 발급해 주었는데, 그 이후로 땅값이 폭등하였다.
지금에 이르러 임현진은 죽었지만 언제 사람이 찾아올지 몰랐다.
브루클린의 땅값만 해도 1억 달러에 달하였으니 항상 뒤를 닦지 않은 것처럼 찜찜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조직의 식구들은 임현진이 죽으면서 차용증과 양도 증서도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십 년이 지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으니 그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래, 생각을 말자.”
제임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그런 생각은 지워야 한다.
똑똑.
“들어와.”
그는 고개를 들었다.
집사장이 곤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리가드, 무슨 일인가?”
“브루클린의 땅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뭐라고? 그렇다면 죽여 없애야…….”
“지금 찾아왔습니다.”
“허어!”
제임스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땅 주인이 나타났다는 것도 그랬지만, 직접 찾아왔다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었다.
“몇 명이 왔나?”
“단둘입니다.”
“미쳤군.”
“어떻게 할까요?”
“일단 들여보내도록.”
“히트맨을 준비할까요?”
“그렇게 해.”
일이 잘 풀린다면 헐값에 걱정거리를 없애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이 잘 안 풀리면 그대로 죽여 없애 버릴 것이었다.
저벅저벅.
하성은 정원을 걸으며 대비가 철저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수십 명의 조직원들이 소총을 들고 서 있었으며 간간이 군사용 무기들이 보이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하나의 요새와 같았던 것이다.
‘상당히 까다롭겠는데.’
치우의 요원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 역시 피와 살로 이루어져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그들이라고 해도 총에 맞으면 죽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저택 앞에는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있는 노신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저택의 집사장인 리가드라고 합니다.”
“임하성입니다. 한국 신화파 후계입니다.”
“그렇군요.”
리가드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임현진 역시 신화파의 후계자였다. 그러니 땅 주인이 임현진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저택 내부로 들어가자 더 많은 사람들이 총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외부와 내부까지 합하면 거의 50명은 되어 보였는데, 아무리 잘나가는 마피아라고 해도 과할 정도의 병력이었다.
응접실에 이르자 집사가 술을 한 잔 가져왔다.
“한잔하시겠습니까?”
“그러지요.”
하성은 천천히 위스키를 즐겼다.
설마하니 마피아에서 독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해를 가하려 한다면 총으로 쏴 죽이는 편이 나았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응접실로 왔다.
매우 날카로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흰자가 다 드러나 보일 정도로 눈 안의 동공이 작았다.
‘잔인한 면모가 있겠군.’
관상학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지만 하성은 경험을 믿고 있었다. 이런 류의 인간들은 매우 잔인하다. 수십 년 동안 살아온 경험이 그것을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제가 바로 제임스 리브레입니다.”
“임하성입니다.”
“임현진 사장님의 자제분이겠군요.”
“맞습니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물론 정말로 하성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면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하성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일단은 평화롭게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땅 때문에 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다 아시겠군요.”
“그런데 상황이 조금 변했습니다.”
“어째서죠?”
“땅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찾으러 온 것입니다.”
“명의 이전은 하지 않으셨습니다만.”
“그래도 권리는 제게 있지요.”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그 당시에 빌렸던 돈은 이자까지 쳐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가 상승률까지 고려를 하면 2,500만 달러는 되겠습니다. 현금으로 드리도록 하지요.”
“싫다면요?”
“다소 과격한 방법을 쓰는 수밖에요.”
철컥철컥.
그는 대놓고 협박을 하였다.
마피아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었는데, 이 정도 거리라면 본인들이 다칠 수도 있었다. 일반인에게는 분명히 이런 협박이 통할 것이다.
“재밌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이렇게 협박을 하면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나요?”
“목숨은 소중한 법이니까요.”
“뭐, 일단 그쪽의 의견은 알았습니다.”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실랑이를 해 보았자 좋을 것이 없었다.
유혈 사태가 일어난다면 철저하게 계획하에 움직여야 할 것이다. 혹시나 모를 사태에 치우의 단원들을 바깥에 배치해 두고는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그들을 움직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은요?”
“생각해 보겠습니다. 싸우지 않고 돈을 가져가려면 2,500만 달러에 협상을 해야겠지요.”
“현명하신 생각입니다.”
리브레가 손짓을 하자 히트맨들이 사라졌다.
분위기가 조금은 풀렸다.
“내일 아침까지 생각해 보시고 협상을 하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일단 지금은 물러난다.
하지만 포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백호, 가죠.”
“예, 주인님.”
하성은 저택을 나서기로 하였다.
임하성과 경호원이 저택을 빠져나갔다.
옥상에 올라 제임스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하하하하!”
“별것 아니었군요.”
“감히 리브레에 맞설 수는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 역시 한국 조직의 후계자입니다. 가만히 있을까요?”
“유혈 사태가 일어나는 것보다는 적절하게 협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겠지.”
“얼마까지 주실 생각이십니까?”
“3천만까지는 생각해야겠지. 그리하여 은원 없이 해결하는 것이 깔끔해.”
“만약 저들이 욕심을 내면요?”
“그 자리에서 죽여야겠지.”
“전쟁이 날 겁니다.”
“전쟁이 낫지. 패밀리를 더 들여오는 한이 있어도 지금의 땅을 내어 줄 수는 없어.”
“그렇겠군요.”
집사도 제임스의 말에 동의하였다.
마피아는 이익을 위하여 움직이는 단체였다. 그러니 이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필요하다면 살인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하성은 일단 숙소부터 잡기로 하였다.
근처 호텔을 잡은 후에 VIP룸에 모였는데, 그 인원만 무려 30명은 되었다. 백호단과 주작단의 정예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여기에 백호와 주작이 직접 참여했다.
협상은 결렬되었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회를 상대하는 일이 아닌 이상은 쉽게 해치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주작이 불만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냥 치지 그랬어?”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쯧쯧,. 우리들의 주인이라는 자가 그리 담이 약해서야.”
“혹시라도 인명 피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다치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러니 철저한 계획이 필요한 것이지요.”
“계획? 계획이라고 할 것이 있나?”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백호가 일어났다.
그는 위성 지도를 내밀었다. 위성 지도를 확대하자 저택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일단 경호원을 구성하여 내부까지 들어가도록 하지요.”
“내일 아침에요?”
“협상을 한다고 했으니 경호원 다섯 명 정도는 상관이 없을 겁니다. 여기에 주작도 포함이 됩니다.”
“놈을 인질로 잡자는 말이로군요.”
“그뿐만 아니라 놈들을 삭 쓸어버리는 것으로 하지요.”
“다 죽이나요?”
“웬만하면 불구를 만드는 것으로 하고 피치 못한다면 죽여야죠.”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싸움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성은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려는 것이었는데 놈들은 시침을 딱 떼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놈들이다.
“취약한 부분을 추려 보았습니다.”
백호는 이미 계획까지 다 세우고 있었다.
오늘 그는 평범하게 걷고 있었지만 주변을 보면서 어떤 부분의 방어가 취약한지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세 지점에서 쳐들어갈 것이었다.
주작이 하품을 했다.
“그럼 계획이 다 끝난 거네?”
“주인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나쁘지 않은 계획 같군요.”
“그럼 이렇게 실행하도록 하지요.”
“예.”
회의는 이것으로 끝났다.
다들 긴장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백호와 하성만 심각하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모두가 돌아가기 전, 하성은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일 아침이 결행입니다. 하지만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알고 계셔야 합니다.”
“재수 없으면 한둘은 죽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고 본다, 꼬맹아.”
“그 꼬맹이라는 단어는…….”
“네가 나를 이기게 되면 모든 것을 줄 수도 있어.”
“모든 것을?”
“이것저것.”
“…….”
“그 전까지는 꼬맹이로 만족을 하도록 하고,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하냐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
“어떤 이유인가요?”
“세계적인 마피아 조직 제로니스를 없앤 것이 바로 치우거든.”
하성은 눈을 부릅떴다.
그 역시 제로니스의 악명에 대해서는 들어 보았었다.
90년대를 주름 잡던 마피아였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졌다. 이것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관심 있게 보지는 않았지만, 전생에서 세계 조직들에 대해 조사를 할 때에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제로니스가 치우에 의해 멸망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주작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 당시에 참전했던 대원들이 이 중 상당수 있고.”
하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원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하였다.
마치 마피아 따위는 자신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그리고 마피아를 없애 버리면 치우가 얻을 이익도 있었기에 전쟁 자체는 별로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만약 그들을 쓸어버린다면 뒷감당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번에는 백호가 나섰다.
역시 뒷감당까지는 심각하지 않았다.
“치우에서 철저하게 조사를 하여 불구로 만든다거나 은퇴를 시킬 겁니다. 치우 전체가 나서면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지요.”
“그렇군요.”
하성은 새삼 치우의 힘에 대해 느끼고 있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다시 모이도록 하죠.”
“예!”
하성은 이렇게 회의를 끝내기로 하였다.
어둠이 깊게 내렸다.
하성에 대한 경호는 다섯 명이 물 샐 틈 없이 돌아가며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백호는 오랜만에 편히 쉴 수 있었다.
그는 스카이라운지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 했고 하성은 백호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시기로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왜 홀로 술을 마시고 있나요?”
“가끔 그런 시간이 필요한 법이죠.”
“제가 앉아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주인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요.”
하성은 백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들의 뒤에 바로 경호원들이 배치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근처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이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백호가 입을 열었다.
“주작을 너무 미워하지 마십시오.”
“무슨 말씀인가요?”
“주작이 원래부터 저러지는 않았습니다. 거기에 얽혀 있는 사연이 있죠.”
“사연이라면…….”
“선대 주인님께서는 무예에 별로 재능이 없으셨습니다. 열심히 수련을 하셨지만, ‘화’의 단계에서 멈춰 버리고 말았지요. 그 당시 주작은 선대 주인님을 사모하고 있었고 충성을 다 바쳤습니다.”
“으음.”
대충 백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주작은 하성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 하는 것이었다. 그랬다가 또 죽어 버리면 심적인 타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다시 잃고 싶지 않겠지요.”
“이해합니다.”
하성은 술을 들이켰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간절했다. 지금 살아 계셨다면 함께 대작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후우.”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대 주인님을 위해 건배하죠.”
“그러죠.”
챙!
그들의 잔이 허공에 부딪쳤다.
전생에는 알지 못하였지만, 아버지는 하성에게 많은 것을 남겨 주기 위하여 노력했었다.
어떻게 해서든 뭔가를 남겨 돕고자 했던 것이다.
이제야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졌으니 후회만이 가슴을 채우고 있었다.
“내일은 무리 없을까요?”
“아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곳의 보스는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까요?”
“죽이는 것이 속은 편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눈과 혀를 뽑아서 정신 병원에 처박는 방법도 있기는 하죠.”
“…….”
하성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죽이는 것이 정 어렵다면요.”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내일까지는 결정하셔야 할 겁니다.”
“그러죠.”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내일 브루클린의 땅을 찾게 되면 곧바로 주식을 매입하게 될 것이다. 지금 레이트의 주식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으니 지금이야말로 매입의 적기라 말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하성은 백호와 함께 수련을 한 후에 호텔을 나설 준비를 했다.
경호원은 미리 추려 두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40대 초반의 남자가 두 명, 그리고 주작대의 여성 대원이 한 명이다.
수박에서는 여자라고 해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은 가질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여성의 완력도 남성 못지않아지기 때문이다.
최정예로 선발될 정도라면 최소한 ‘목’의 단계에는 이르러 있을 것이다.
“잘 부탁해요.”
“아, 예.”
“생각보다 귀여우신 분이네요.”
“네?”
“그냥 그렇다고요.”
오수진이라고 밝힌 여자는 하성에게 호기심을 드러냈다.
물론 그녀의 나이가 하성과 열 살은 났기에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럼 출발하도록 하죠.”
하성을 비롯한 경호 요원들은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승합차 세 대에 나누어 이동했다.
놈들의 본거지에 도착한 하성은 차에서 내렸다.
여전히 이곳은 철옹성과 같은 모습을 유지했다. 입구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몸을 수색하려 했다.
“총은 없습니다.”
“무기는 소지할 수 없습니다.”
“검은 가져가야겠습니다.”
“불가합니다.”
“천하의 리브레가 겨우 검을 무서워하나요? 총도 아니고. 보스께 여쭤보도록 하시죠.”
“음……. 중대한 문제라서 보스께 직접 여쭤보고 오겠습니다.”
“그러던지요.”
하성은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하였다.
여기까지 온 이상은 별로 급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리브레는 이미 옥상에서 임하성을 비롯한 경호원들이 도착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는 것도 쉽게 예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장이 올라왔다.
“보스, 임하성 사장이 무장 해제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총을 가져온다는 건가?”
“그건 아니고 검 한 자루씩을 소지하겠다고 합니다.”
“검이라…….”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최소한 몸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가져오라고 해.”
“보스.”
“검 한 자루로 무슨 일을 하겠다고. 저들도 웬만하면 협상을 하려 하겠지. 우리도 그편이 속 편하기도 하고.”
“예, 보스.”
리브레는 별로 검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조직에서는 총이 아닌 검을 쓴다고 한다. 작은 단도나 나이프, 장검을 사용하는데, 총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역시나 미개한 놈들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여차하면 다 쏴 죽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했다.
전쟁이야 일어나겠지만, 한국의 조직이 여기까지 쳐들어올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바로 제임스의 계산이었다.
하성은 응접실에 이르렀다.
응접실이 좁지는 않았는데, 양쪽의 경호원이 모두 들어오자 꽉 차는 느낌이었다.
제임스는 하성의 경호원 중에서 여자가 둘이나 포함되는 것에 상당한 놀람을 드러냈다.
“여자를 경호원으로 쓰다니……. 담이 크군요.”
“제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때문이지요.”
“하하하하! 그렇군요.”
제임스는 주작과 오수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일단 주작의 미모는 말할 것도 없었고 오수진 역시 늘씬한 서구형 체형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기에 정말로 얼굴을 보고 뽑은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제임스의 표정이 더 풀어졌다.
아마 놈은 이 자리에서 협상이 잘 진행되리라고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럼 협상을 시작해 보도록 하죠.”
“그러시죠.”
“얼마를 원하나요?”
“1억 달러요.”
“…….”
제임스는 눈살을 확 찌푸렸다.
하지만 하성은 원하는 액수를 말한 것뿐이었다.
제임스는 간신히 화를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최대 3천만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
“최대한이라고 하면 저는 1억 5천 달러까지는 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브루클린 땅값도 있으니 이 정도만 받는 겁니다.”
“이런 미친…….”
“원하는 액수를 말하라면서요.”
“그 돈은 드릴 수 없겠습니다.”
“아쉽네요.”
“여기서 죽어 주셔야겠습니다.”
“하아, 꼭 그렇게 하셔야 하나요?”
“잘 가십시오.”
제임스가 손을 들었다.
그의 손이 내려가는 순간, 곧바로 총기가 난사될 것이다.
그 때문에 이런 진영으로 앉아 있는 것이다. 제임스는 하성을 간단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팟팟!
먼저 움직인 것은 주작이었다.
그녀는 품에서 암기를 뿌렸고 순식간에 다섯 명이 쓰러졌다.
“커억!”
“끄아아아악!”
“뭐 이런!?”
제임스는 눈을 부릅떴다.
이 안에는 다섯 명의 무장한 마피아들이 서 있었는데, 순식간에 제압이 되고 만 것이다.
바깥에서 소리를 듣고 조직원들이 달려왔다.
“보스! 무슨 일이십니까!?”
달칵.
주작은 박차고 올라 천장을 탔다.
어두운 곳에서 보았다면 귀신이 움직인다고 볼 수 있을 만큼이나 놀라운 광경이었는데, 그곳에서 암기를 뿌리자 들어오는 족족 조직원들이 쓰러져 버렸다.
하성의 말대로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이들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도 움직였다.
그들은 빠르게 저택 내부의 적들을 처리하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귀신같이 움직였으며 총소리가 들리기 전에 모두 처리를 하고 있었다.
제임스는 입을 살짝 벌린 채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 속의 한 장면도 아니고 인간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작이 돌아왔다.
그녀는 몸에 핏자국 하나 없이 말끔한 모습이었다.
나머지 요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처리 끝났습니다.”
“빠르군요.”
“이, 이런 괴물들…….”
제임스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것이야말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존재들. 치우가 고전하는 이유는 회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가 아니라면 치우가 이렇게 고전을 할 이유가 없었다.
저벅저벅.
하성은 저택을 제집처럼 걸었다.
바닥에는 쓰러져 신음을 흘리는 자들이 즐비했다. 게다가 피가 사방에 튀어 있었다.
“그럼 시작해 보도록 하죠.”
백호가 무전기를 들었다.
“쇼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