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46
44. 매입하다
하성은 제임스 리브레와 함께 옥상으로 올라왔다.
결박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감히 탈출이나 위해를 가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이곳에 쳐들어온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보였기 때문이다.
옥상으로 올라오자 한눈에 정원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제 막 쇼 타임이 시작되었다.
팟팟!
삼면에서 아군이 쳐들어오고 있었는데, 해가 중천에 걸려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모습을 잘 보지 못했다.
하성 정도는 되어야 어느 정도 식별이 되었으니 제임스가 보기에는 그저 잔상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털썩. 털썩.
그리고 하나둘 조직원들이 쓰러졌다. 그들은 쓰러지면서도 자신이 무엇에 당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반 정도의 조직원이 쓰러지고 나서야 적들이 눈치를 채기 시작하였다.
“적이다!”
서걱! 서걱!
“끄아아악!”
“아아아악!”
이제야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조직원들은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하였다.
타다다다당!
“막아라! 막아야 한다!”
그들의 비명은 소용이 없는 짓이었다.
몇몇 치우의 단원들이 총에 맞기는 하였지만, 모두 방탄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거기에 총구를 보고 피했기 때문에 맞아도 방탄복에 맞았으며 재수 없게 다리나 어깨가 꿰뚫리기도 했다.
“이럴 수가…….”
제임스는 입을 반쯤 벌렸다.
괴물은 이곳에 쳐들어온 치우의 단원들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치우의 단원들도 괴물이었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하성도 꽤 놀라는 중이었다.
‘엄청나구나.’
그는 혀를 내둘렀다.
이 정도로 치우가 대단한 존재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확실히 대단하구나.’
상황은 10분이 채 되지 않아 정리되었다.
치우의 단원들은 돌아가며 아직까지 깨어 있는 마피아들의 머리통을 후려쳐서 모두 기절시켰다.
전투가 종료되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백호가 입을 열었다.
“끝났습니다, 주인님.”
“그, 그렇군요.”
전투가 끝나자 치우의 단원들은 쓰러져 있는 적들을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당 한가운데 마피아들이 모였다.
제임스 리브레는 처참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쉽게…….”
하성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래도 한둘 정도는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깨나 다리에 맞았으니 재수가 없으면 불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치우의 대원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백호가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고도로 육체를 단련한 자들입니다. 의학의 힘을 제외하여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백호가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앉으시죠.”
“예.”
하성은 애써 놀란 얼굴을 진정시켰다.
백호가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의 주인님께서 할 말이 있으시다.”
촤악! 촤악!
대원들이 마피아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으음…….”
“으으으.”
하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부로 리브레는 해체된다.”
“……!”
“그리고 모든 자산은 우리가 갖게 될 것이다.”
“도대체 당신들은…….”
“그러게 협상을 잘하지 그러셨소.”
“크윽!”
모든 것은 제임스의 탓이었다.
그냥 브루클린의 땅을 넘겨주었다면 하성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미적거렸기에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어쨌든 자업자득이라는 뜻이다.
“주인님, 제임스를 처리해야 합니다.”
하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호가 검을 들어 그의 아킬레스건을 끊었다.
서걱! 서걱!
“끄아아아악!”
여기에 눈에 칼까지 꽂아 버렸는데, 조금 심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주작이 옆에서 말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필시 보복을 할 것이거든.”
“그렇다고 해요.”
“꼬맹아, 네가 강해져야 치우가 너를 따를 것 아니냐?”
“으음.”
주작의 말이 묵직하게 들렸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하성이 강해져야 한다.
백호가 주변을 둘러본다.
“너희들의 보스는 병신이 되어 정신 병원에 처박힐 것이다. 너희 간부들도 그리되겠지. 눈이 뽑히고 혀가 잘린 후에 아킬레스건이 끊겨 정신 병원에 가고 싶은 놈들이 또 있나?”
조직원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 역시 치우의 힘을 실감하였다.
치우에게는 절대 대항할 수 없다. 대항하는 순간 남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삶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백호는 잔인하게 웃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백호의 모습이었지만, 이것이야말로 백호의 본모습일 것이다.
“흐흐, 복수를 하려면 해라. 하지만 복수의 끝에는 차라리 자살을 먼저 하는 것이 나을 거다.”
“크윽.”
“이런 일이…….”
“모두 병원에는 보내 주겠다.”
이것으로 끝이었다.
물론 치우가 리브레의 다른 조직원들을 찾아가 처리를 하겠지만, 소문을 듣고 먼저 조직을 떠날 수도 있었다.
백호는 집사장을 바라보았다.
“네가 집사장인가?”
“그, 그렇습니다. 리가드라고 합니다.”
“재산 목록을 보아야겠다. 당장 처분할 수 있는 목록을 작성해 오도록.”
“아, 알겠습니다.”
리가드는 몸을 떨었다.
여기서 잘못하면 리가드 역시 보스와 같은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완전히 정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백호가 하성을 바라보며 웃었다.
“끝났네요.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따라 왠지 백호의 웃음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하성은 재산 목록이 작성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택에 대한 처분도 생각을 해야 했는데, 주작이 한 가지 의견을 냈다.
“이곳을 치우의 지부로 쓰면 어떨까?”
“치우의 지부로요?”
“미국에서도 사업을 할 것 아니야?”
“그렇겠죠.”
“그럼 지부 하나는 있어야지.”
“마피아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요?”
“수지 타산이 맞지 않지.”
“수지 타산이라.”
“놈들은 너무 허약하거든. 치우의 대원 열 명만도 못한 자들이니 없는 것이 낫지.”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피아를 운영하겠다는 것도 좋은 생각이었지만, 이익에 비하여 잃는 것이 많았다. 거기에 악질적인 사업들도 많았기에 그것을 모두 제하고 나면 별로 남는 것도 없을 것이었다. 그러니 주작의 말이 최선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축배라도 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마침 좋은 술이 있군요.”
백호가 오래된 위스키를 가져왔다.
금주법 시대에 제조된 위스키로 상당히 오랜 시간 숙성이 되었을 것이다. 그 맛은 당연히 좋을 것이다.
뽕!
코르크 마개가 뽑히고 상당히 감미로운 향이 주변을 채웠다.
쪼르르륵!
하성의 잔부터 채워졌다.
치우의 단원들도 한 잔씩은 받아 들 수 있었다.
“주인, 한마디 하지?”
주작이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하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그가 한 일은 별로 없었다. 모두 치우의 공이었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기다리며 구경을 한 것밖에는 없었다.
하성이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상당한 보너스가 나갈 것이니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와아!”
치우의 대원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주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조직에는 그런 것 따위는 없는데 말이야.”
“선례를 만드는 것이죠.”
치우의 대원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했다. 그래야 일을 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창 술을 마시고 있을 때, 리가드가 다가왔다.
“대략적인 산출이 끝났습니다.”
“그럼 보고서를 훑어보도록 할까?”
하성과 주작, 백호는 잠깐 이곳을 벗어나 조용한 곳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보스의 집무실은 역시나 화려했다.
샹들리에부터 시작하여 명화까지.
이 안에 있는 것만 처분을 하여도 상당한 돈이 나올 것이 틀림없었다.
백호가 보고서를 쭉 읽어 보더니 한마디를 내뱉는다.
“주인님, 2천억까지는 바로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천억이라!”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그렇습니다.”
“그럴 수가…….”
“그 돈은 주인님께서 사용하시죠.”
“뭐라고요?”
하성은 아직까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2천억을 현금으로 사용하라니.
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2천억이라면 주식을 2%를 매입할 수 있는 돈이다. 그렇다면 총 매입할 수 있는 주식은 10%겠군. 한 주라도 더 있으면 그냥 경영권을 가지고 올 수 있겠어.’
이것은 시장 원리였다.
주식의 50%를 단 한 주라도 넘긴다면 자연스럽게 어떤 방해도 없이 하성이 경영자가 될 수 있었다.
물론 30%의 주식으로도 현실적으로는 충분히 경영자가 될 수 있었지만, 레이트가 온전히 하성의 말에 움직이기 위해서는 50%의 주식을 갖는 것은 가장 이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이 돈을 모두 가져도 되는 걸까.
“전부는 좀 그러네요. 여러분들도 좀 나누어 가져야 하고.”
“치우는 주인님의 것입니다.”
주작도 백호의 말에는 반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하성이 치우의 전 재산을 가져온다고 해도 그들로서는 어떤 반박도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성과급은 다른 것들을 팔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실 건가요?”
“명령이시라면요.”
“그렇다면 그리 명령하겠습니다.”
“주인님의 뜻대로 처리하겠습니다.”
백호의 허리가 굽혀진다.
하성은 2천억의 추가 자금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곳의 일은 모두 처리가 되었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돈은 하성의 스위스 계좌로 이체 되었다. 졸지에 하성은 레이트의 주식을 50%나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부터는 주식 시장에 접속을 하여 매입을 해야 한다.
“후우.”
하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라고 해도 별로 까다로운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장 원리에 따라 누구라도 주식에 투자할 수 있었다.
외국인이라고 해도 투자를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성은 노트북에 매매 프로그램을 깔았다.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프로그램이었고 한눈에 증시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주식도 인터넷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성의 뒤에는 주작과 백호가 함께하고 있었다.
“1조라니.”
“엄청난 돈이기는 하죠.”
“뭐, 크다면 큰돈이지만.”
하성은 계좌를 튼 후에 그곳에 10억 달러를 이체했다.
이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엊그제보다 레이트의 주식은 더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14만 원 선이 붕괴되지는 않았다. 아마 지금쯤 엄청난 양의 주식이 풀려 있을 것이다.
하성은 정확하게 700만 주를 매입하기로 하였다.
달칵.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이것으로 끝이다.
백호는 조금 허탈하게 말했다.
“방금 1조가 사라진 건가요?”
“그렇죠.”
“뭔가 허무하네요.”
“돈이라는 것이 그렇죠.”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것으로 하성은 레이트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원래부터도 최대 주주였지만, 이번에는 경영권을 완전히 쥐고 흔들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게 된 것이다.
레이트 본사.
레이트는 1998년 설립된 구글에 앞서 인터넷 검색 시장에 뛰어든 회사였다.
인터넷 시장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시절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거대한 기업을 일구었으니 창업주인 레일 마커의 능력은 시대를 앞서가는 면이 있었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전 세계 60개의 지사를 둔 거대 기업으로 발전하였고 또한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레일 마커에게는 한 가지 마음의 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공동 창업주였던 임현진에 대한 걱정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임현진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언제라도 그가 가지고 있었던 주식을 승계받은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레일 마커가 가지고 있는 주식은 대략 20%가량이었고 우호 주식을 모두 합쳐야 35%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얼마 전까지 CEO에 앉아 있었던 라이슨 캠벌이 해임되었다.
남다른 혜안을 가지고 있었던 라이슨 캠벌이었지만, 이번에 자금 분배에 실패를 하였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사했다.
다음 경영자로 누구를 지목해야 할지 결정을 해야 했는데, 아직 마땅한 책임자가 없어 창업주인 레일 마커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복귀를 하고 나서도 역시나 임현진에 대한 생각은 약간 남아 있었다.
지금까지는 임현진이 나타나지 않아 경영권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만약 그가 나타나게 된다면 지금까지 밀려 있던 주주 배당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서는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았다.
임현진의 아들인 임하성은 아예 주식의 행방을 모르는 것 같았다. 주식이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 같았으니 이대로 회사를 운영해도 경영권을 지키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 지능 AI 개발과 자동차 산업과 여러 가지 전자 산업에도 투자가 되고 있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똑똑.
“들어와.”
그가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 비서진이 우르르 몰려왔다.
비서실장은 그를 자주 찾았지만, 비서진이 몰려오는 경우는 드물었으므로 그는 의아한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리 몰려온 건가?”
“주식의 10%가 누군가에게 매각되었습니다!”
“10%가 매각되었다고?”
“그렇습니다.”
“이런…….”
레일 마커는 낭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CEO가 바뀌었고 그 타격으로 주가가 빠른 속도로 급락했다. 이에 레일 마커는 자사주를 매입하려 계획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분야의 투자와는 별개로 자사주를 매입하여 경영권을 탄탄하게 하려고 하였는데, 누군가가 한발 앞서 나간 모양이다.
“자금이 상당히 들었을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누가 개입을 한 거지?”
“알 수 없습니다.”
레일 마커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군지도 모르는 제3자가 개입을 하였다.
이는 상당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현재 레이트의 상황을 생각하면 경영권까지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어쩔 수가 없군. 그래도 자사주 매입은 할 수 있나?”
“모르겠습니다. 시장에 깔려 있던 주식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매입을 한다고 해도 1%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으음.”
그는 담배를 하나 꺼내서 물었다.
시기를 놓쳤지만 기회는 또 올 것이다.
“어쩔 수가 없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지만,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대주주를 찾아보도록. 우리에게 우호적이라면 상관은 없겠지.”
“그리하겠습니다.”
하성은 어제 윤다희를 호출했다.
마피아와의 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치우에서는 본격적으로 나서서 마피아의 일을 마무리 짓고 있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자산들을 매각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치우의 단원들이 30명이나 되었으니 업무 처리를 위하여 윤다희를 불러들여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입국장에서 윤다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윤 비서!”
“사장님!”
윤다희가 손을 흔들었다.
며칠 보지 않았다고 꽤나 반가웠다.
그녀는 하성을 보자마자 손을 덥석 잡았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래요?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 사이에 정이 들었나 보죠.”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성은 멋쩍게 웃었다.
그녀가 가진 짐은 별로 되지 않았다.
하성은 미국에서 레이트 인수에 대한 건을 마무리하면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레이트 인수 건만 마무리가 되면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치우가 철저하게 경호를 하고 있었고 리브레 잔당들을 소탕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약간의 위협은 남아 있을 것이다.
미국에 들락거리는 것은 완전히 이번 일이 마무리된 이후가 될 것이었다.
달칵.
하성과 윤다희가 특수하게 제작된 방탄차에 올라탔다.
“한국에서는 별일 없었죠?”
“그럼요. 다만 신화그룹 쪽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는 것 같던데요?”
“신화그룹에서요?”
“일심과 신사동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으음.”
하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가 알고 있는 한, 지금 신사동과 일심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만약 그들이 움직인다면 하성이 회귀를 함으로써 뭔가 일이 틀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이 일은 한국으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만나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차량은 레이트 본사에 도착하였다.
엄청난 높이를 가지고 있는 빌딩이 사람들을 압도한다.
“100층 이상 되는 빌딩은 처음 보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이곳이 저희 한빛그룹 소유가 된다는 건가요?”
“그렇지요.”
그들은 차에서 내려 빌딩 앞에 섰다.
윤다희가 물었다.
“계획이 있으신가요?”
“계획요? 그런 것 없습니다.”
“그럼 어쩌시려고요?”
“뭘 어쩌겠어요? 정면 돌파죠.”
주식의 50%를 하성이 가지고 있는 이상, 모든 것은 그의 뜻대로 좌지우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전략을 짤 필요는 없어 보였다.
***
고급 레스토랑에서 레일 마커는 임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말이 식사였지, 질책을 하는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경영진의 얼굴은 빳빳하게 굳어 있었다.
“로잔 이사.”
“예, 대표님.”
“자료를 보니 상당히 구멍이 많더군? 자금의 분배가 잘못된 것이 총무 팀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그 점은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징계를 받아야겠군.”
“……어떤 징계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징계를 내린다고 하였는데, 잘못하면 이사직에서 해임이 될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로잔의 얼굴은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다.
“림슨 이사.”
“예, 대표님.”
“홍보 전략에도 문제가 있었군. 광고비를 너무 과다하게 지출하였어. 매출의 25%면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광고비는 언제나 늘어도 이상하지 않죠.”
“효율성을 따지는 것이라네.”
“……그렇군요.”
“자네도 각오를 하게.”
“예, 대표님.”
한 사람씩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이사들의 얼굴은 흙빛이 되어 가고 있었다. 징계라는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빙자한 경질이 계속되고 있을 때, 비서실장이 급하게 뛰어왔다.
레냐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대주주가 등장했습니다!”
“이번에 주식의 10%를 매입한 대주주 말인가?”
“그렇습니다.”
웅성웅성.
장내가 술렁거렸다.
주식의 10%라면 무시 못 할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데 레냐는 폭탄을 하나 더 투하했다.
“그런데 그 사람 이름이 임하성이라고 합니다.”
“뭐라고?”
“우려하시던 대로 임현진 창업주의 아드님이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엄한 얼굴로 경질을 하고 있던 레일 마커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져 버렸다. 임하성이 나타났다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하성은 여유롭게 대회의실에서 임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주식의 50%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연히 50%를 약간 넘어가는 수준이었기에 레이트는 자신의 것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회사의 경영권을 결정할 수 있는 대주주의 등장은 회사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지금 회사 내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하성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지만, 아마 바깥에서는 난리가 났을 것이다.
달칵!
문이 거칠게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하성은 가장 먼저 문을 연 사람이 바로 아버지와 함께 레이트를 창업한 레일 마커 박사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박사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자, 자네!”
“제가 바로 임하성입니다. 임현진 사장님이 바로 제 선친이십니다.”
“임 사장이 자네에게 승계를 했나?”
“그렇습니다. 유언장도 있고 법적인 절차에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주식은…….”
“50%를, 조금 넘습니다.”
“허어!”
웅성웅성.
사람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사회를 소집할 것도 없이 하성이 정한 사람이 바로 CEO가 될 것이었다.
“일단 앉으시죠.”
“하아.”
레일 마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CEO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그 자리에서 내려가야 할 것 같았다.
“공교롭게 되었군요.”
“공교로운 것이 아니라 놀라운 일이지. 갑자기 대주주가 등장을 해 버리니 말이야.”
“그러게 저에게 좀 알려 주시기 그랬습니까?”
“끄응.”
레일 마커가 하성을 찾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
분명히 레이트는 대주주에게 배당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하지 않은 것이다. 미래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편법을 쓰면 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자네는 미성년자였기에…….”
“그럼 할아버지께라도 알렸어야죠.”
“할 말이 없군.”
“일단 해임을 하시죠.”
“꼭 그래야겠나?”
“어차피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실 때도 되었잖아요? 이제는 제가 경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네가?”
“안 됩니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하성의 나이가 걸리는 것이다.
그는 지금 18살이었다. 곧 있으면 19살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린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꼭 그래야겠나?”
“예.”
“그렇다면 뜻대로 하게.”
하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사님들이 자잘한 일들은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대한 결정은 모두 제가 처리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이렇게 갑자기…….”
웅성웅성.
다시 소란이 일어났다.
역시나 하성의 등장은 일대 파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전략 회의가 소집되었다.
전략 회의는 모든 임원들이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임원들만 모여 함께하는 것이었고 이 안에는 개발이사, 총무이사, 홍보이사 등이 포함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창업주 레일 마커도 함께하고 있었는데, 아직 하성은 그를 해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도 레이트는 잘나가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5년 후부터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었다.
전 세계 60개 지사를 두고 있었던 레이트는 각국에서 철수를 하였고 결국에는 반 이하로 규모가 축소된다.
최고의 전성기는 앞으로 3년 후.
그렇다면 그때까지는 레일 마커를 기용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
전략 회의였기에 비전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았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성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아마 궁금하실 겁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방향으로 경영을 해 나갈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사람들은 침음을 삼켰다.
사실, 하성이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것이었다. 말도 되지 않는 경영을 해 나간다면 그대로 회사는 몰락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긴장하는 것이었다.
로잔 총무이사가 묻는다.
“어떤 방향을 제시하실 건지.”
“인터넷은 발달하여 포화가 될 시기가 올 겁니다. 그 때가 된다면 휴대폰 기반의 새로운 네크워크가 발달하게 되겠지요. 향후 몇 년은 모바일 네크워킹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합시다.”
“……!”
하성의 말에 사람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인터넷도 완전히 보급되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에는 보급률이 빠른 편이었지만 아직 수많은 국가에서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가정용 인터넷을 염두하고 사업을 추진해도 부족할 판에 모바일 네트워킹이라니. 당연히 사람들은 반발했다.
특히나 창업주인 레일 마커의 반발은 거센 것이었다.
“회사를 말아먹으려고 작정했습니까?”
“이것이 미래입니다.”
“인터넷 시장에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국에 모바일 네트워킹이라니!”
“인터넷 시장에 투자하지 않는다고는 안 했습니다. 전자 분야의 투자를 줄이고 우선적으로 모바일 네트워크 시장에 진출하자는 것이지요.”
“그건 시기상조…….”
“당신에 대한 처우는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만든 회사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주인입니다. 게다가 선친께서도 창업주셨으니 당신과 동등한 관계라고 봅니다만.”
“그럴 리가!”
레일 마커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
이 회사는 레일 마커가 처음부터 쌓아 올린 회사였다. 그가 실수한 것이 있다면 초기 자금을 임현진에게 빌렸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임현진을 제외하고 누구도 레이트에 투자를 하려 하지 않았다.
하성이 입을 열었다.
“선친이 계시지 않았다면 레이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일으킨 회사입니다. 이럴 수는 없지요.”
“그럼 그냥 해임해야겠군요.”
“이런 미친!”
하성은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하였다.
어쩐지 회사를 강탈하는 것 같은 느낌에 도덕적으로는 죄책감 비슷한 것을 느끼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안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하성은 시장 논리에 의해 접근을 한 것이었다. 레일 마커가 아무리 날뛰어 보았자 하성이 결정을 하면 끝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지금이야 그냥 두어도 회사는 발전한다. 하지만 레일 마커가 계속 회사를 운영한다면 기울어지겠지.’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결정이었다.
회사의 창업주를 해임해 버린다면 다시 주가가 요동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그것까지 감내해야 한다고 보았다.
지금으로써는 전문 경영자를 뽑거나 이사들이 세부 사안들을 조율하고 하성이 큰 결정을 하는 편이 나았다.
그는 전생자였고 미래를 알고 있다.
사실, 이 세상에 하성보다 레이트의 미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하성은 결정을 해야 했다.
결정을 하기 전에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였다.
“그래도 창업주를 해임하신다는 것은…….”
“경영에는 참여를 해야 합니다.”
“회장님, 재고해 주십시오.”
하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부로 레일 마커 대표님께서는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대주주로 돌아가도록 하십시오.”
결국 하성은 그렇게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