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48
46. 폭풍 전야
주변의 분위기가 진지하게 변했다.
지금까지도 매우 무거웠지만 더욱 무게감이 있어졌던 것이다.
치우와 회의 악연은 매우 오랜 시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악연의 고리는 아직까지 끊어지지 않고 있었다.
평화로운 시기도 있었지만, 그런 때에도 국지 전투가 종종 일어나고는 했었다. 지금 정도라면 꽤나 평화로운 국면이라고 보아야 했다.
회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수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었고 어느 한쪽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때까지는 멈출 수 없었다.
치우의 장로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강명진이 앞으로 한 발 나섰다.
“주인님의 뜻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병력을 모아 주세요.”
“그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일단 안으로 드시겠습니까?”
“그러죠.”
굳이 이곳에서 밝힐 수 없다면 뭔가 대단한 사유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치우 내에도 첩자가 존재할 수 있었다.
회 내부에도 첩자를 심어 두었는데, 치우라고 해서 없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치우 본단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대략 1만 평은 되어 보이는 부지의 끝에 거대한 저택이 있었고 높은 담장이 둘러져 있었다. 곳곳에 초소가 있었고 저택의 뒤에는 꽤 높은 산이 버티고 있었다.
그야말로 하나의 요새라고 보아도 좋았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 치우의 암살자들이 숨어 있어 가끔 하성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치우의 저택은 삼성동의 신화그룹 사택보다도 더 웅장했다. 다만 신화그룹 사택과 다른 점이라면 5층 규모의 기와집이라는 것이다.
고풍스러운 그림들과 장식들이 눈에 들어온다.
복도 좌우로 수많은 방들이 있었는데, 강명진은 하성을 그중 하나의 방으로 이끌었다.
작은 밀실이었다.
이 안에는 하성과 강명진, 그리고 백호를 비롯한 사대천왕들만 자리하게 되었다.
강명진이 입을 열었다.
“다섯 번째 조각이 나타났습니다.”
“다섯 번째 조각이요?”
“그렇습니다.”
“빠르군요.”
네 번째 조각을 회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 다섯 번째 조각이 나타나면 아마 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회는 지금까지 단 한 조각도 입수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어차피 모든 조각이 모이지 않으면 임상옥 조사의 비밀 창고의 위치는 알 수 없을 것이므로 하나라도 입수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었다.
백호가 말한다.
“전쟁은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겠군요.”
“다섯 번째 조각을 얻기 위하여 그들도 최선을 다하겠죠.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으음.”
하성은 낮게 신음했다.
결국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치우와 회가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싸움이 신화파로 번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하성은 자신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었나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내가 회귀를 했기 때문인가.’
그는 입술을 짓씹는다.
강명진은 하성의 생각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꼭 주인님의 탓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회와의 대규모 전쟁은 주기적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때가 되어 하는 것뿐입니다.”
“그렇군요. 한데 조각의 위치는요?”
“부산입니다.”
“부산이라.”
“부산에서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문제는 회에서도 그 단서를 발견했다는 것이지요. 아마 부산에서 유혈 사태가 일어날 겁니다.”
“각오를 해야겠군요.”
“저희는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주인님께서도 각오를 다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어차피 하성은 외통수였다.
신화그룹 내에서 내분이 일어난다면 회와의 전쟁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단 오늘은 볼일을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지요.”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오늘 볼일이라고 할 것은 없었다.
한빛그룹의 일은 그나마 잘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고 학교에서도 별일이 없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지금은 폭풍 전야였다.
등교를 하는 발걸음이 매우 무겁다.
오늘 일찍 나와서인지 1교시 전에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벌써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교를 했다.
한적한 교정을 걷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달려온다.
“하성아!”
“유나로구나.”
유나는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웬만하면 학교에 나오려고 노력하였다. 그녀에게도 학업의 의미는 상당한 것으로 보였다.
“내일이 콘서트인 건 알지?”
“그랬지.”
사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지금 워낙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유나의 콘서트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대하고 있어.”
오히려 그리 말한 것은 유나였다.
“네가 왜?”
“어쩌면 이 콘서트는 너를 위해 준비한 것인지도 모르거든.”
“그게 무슨 말인데?”
“뭐, 알아서 해석을 해.”
유나는 하성을 앞질러 빠르게 학교로 들어간다.
그렇지 않아도 연애 세포가 활성화되지 않은 하성은 도대체 유나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수수께끼인가?”
교실로 돌아오자 오히려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최소한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일은 없었으니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바깥에만 나가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1교시가 끝난 후에 하성은 유나가 깨워서 일어났다.
“으음…….”
“매점에 갈까?”
“매점에?”
“너는 오면 매일 잠만 자잖아? 그러니까 매점 구경도 가 보고 하자는 거지. 이번 학기 들어서 매점은 한 번도 안 갔잖아?”
“그럴 이유가 없어서.”
하성은 뻔뻔하게 말했다.
학교 내에는 꼬붕들이 있었는데 굳이 하성이 매점에 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유나가 하성을 강제로 매점으로 끌고 왔다.
대화고교의 매점은 본관과 분리가 되어 있었다. 외부에 설치가 되어 있었으며 그곳에서는 일반 분식은 물론이고 빵과 우유, 과자 등 거의 웬만한 편의점보다 나았다.
웅성웅성.
매점에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유나가 들어오자 엄청난 소란이 일었다.
“유나다!”
“정말 옛날의 그 유나가 맞아?”
“그렇다니까.”
“믿을 수가 없네. 유나가 저런 대스타가 되다니.”
“옆에는 임하성 아니야?”
“그래, 신화그룹의 후계자라고 하잖아. 유나 기획사의 사장이고.”
하성은 대충 핫바를 사서 자리에 앉는다.
“인기가 대단한데?”
“뭘, 네가 만들어 낸 인기잖아?”
“아니, 네 매력이 없었다면 이렇게 인기를 끌 수는 없었겠지.”
유나는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하성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유나의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 일은 어때?”
유나가 물었다.
“그럭저럭.”
“잘되고 있어?”
“일단 레이트를 인수했어.”
“레이트를?”
유나도 레이트를 알고 있었다.
구글과 쌍벽을 이루는 레이트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 회사를 인수해 버렸으니 하성은 대단한 일을 이룬 것이었다.
물론 레이트의 주식 40%는 아버지가 남긴 것이었기에 하성은 그저 아버지의 안배를 받은 것뿐이었다.
“대단한 일이잖아?”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없어.”
“회사가 엄청 발전하겠네.”
경영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유나였지만 레이트가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리 말하는 것이다.
유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쏟아 냈다.
하성은 묵묵히 듣고 있었고 그녀는 신나게 떠들었다.
이것만 보아도 그녀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도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쉬는 시간도 거의 끝날 무렵이다.
웅성웅성.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일진들이 라면을 먹고 있었다.
하성은 문득 수련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회와 전쟁이 터질 분위기였으니 최대한 강해져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하성의 실력이 받쳐 주지 않으면 언제 살해를 당할지도 몰랐다.
이제 ‘금’의 단계에 접어들려 하고 있는 하성이었기에 실전 경험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금의 단계에 완전히 접어들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경험을 쌓으며 투닥거려야 하지 않을까.
하성이 장백기를 불렀다.
“꼬붕1호!”
“끄응.”
장백기는 라면을 먹다가 하성이 부르자 어쩔 수 없이 뛰어왔다.
“무슨 일인데?”
“내가 너를 부르면 안 될 이유라도 있냐?”
“……없지.”
장백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이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자괴감이 들 것이다.
물론 그것은 장백기의 사정일 뿐이었고 하성은 놈을 이용하여 수련을 할 생각을 했다.
“어디 칠 곳 없냐?”
“치, 친다니?”
“그냥 수련을 쌓을 정도로 강한 놈들이 없냐고.”
장백기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성은 또 어딘가로 그냥 쳐들어가서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을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친다고? 설마 또 혼자 쳐들어가려고?”
“그래.”
장백기는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혀를 내둘렀다.
일전에 칼을 맞을 뻔했던 하성이었다. 그런데도 다시 수련을 빙자하여 어딘가로 쳐들어간다고 하니 미친 것이 아니냐는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설사 칼을 맞을 위기에 처한다고 해도 하성은 수련을 쌓을 것이다.
앞으로는 그런 놈들과 숱한 전투를 벌여야 할 텐데 칼 정도 맞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 안 되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 데나 불어 봐.”
“구로구를 잡고 있는 아주고를 치면 되겠네.”
“아주고라고? 놈들은 꽤 강하냐?”
“전부 체대를 희망하는 놈들이고 학교 끝나면 매일 격투기를 수련하거든.”
“몇 명인데?”
“20명 정도는 될걸?”
“그럼 오늘 점심시간에 가자.”
“뭐라고?”
“너와 나, 단둘만 가자고.”
“미쳤구나. 제정신이 아니야.”
“그래서 안 갈 거냐?”
“나는 싸우지 않을 거야.”
“그러든지.”
하성은 그렇게 약속을 잡았다.
오늘부터는 가능하면 매일 하나씩 학교를 격파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금의 경지에 올라가면 학생들과 쌓는 수련은 멈출 생각이었다.
그 이후에는 조금 더 강한 자들을 찾아 수련을 해야 할 것이었다.
하성은 유나와 함께 교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유나는 조금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왜 그렇게 싸움을 하는 거야?”
“그럴 이유가 있어서.”
“싸움을 하는데 이유가 있어?”
“수련을 쌓아야 하거든.”
“수련이라니…….”
“내가 신화파의 후계자라는 건 알고 있지?”
“대충은 알아.”
유나도 이 업계에 몸을 담고 있었으니 신화 엔터테인먼트가 어떤 곳인지는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신화 엔터테인먼트는 현 신화그룹의 모태가 되었던 회사다. 물론 모기업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건달들이 세운 회사였고 그룹 자체가 그런 쪽으로 틀이 잡혀 있었다.
결국 하성도 건달이라는 뜻이었다.
“괜히 칼 맞기가 싫어서.”
“그런 일도 있어? 요즘에?”
“당연하지.”
하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들은 건달들이 전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다만 경찰들과도 연결이 되어 있었고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선에서 싸움을 하였기에 부각되지 않은 것뿐이었다.
유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건달을 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럴 수는 없지.”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건달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화그룹의 후계자 지위를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강해져야 하는 거야.”
“네 부인이 되려 한다면 강해져야겠구나.”
“내 부인? 뭐 그렇겠지.”
하성은 순간적으로 유서화를 떠올렸다.
하지만 유서화가 칼을 들고 연습하는 모습은 좀처럼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유나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내일부터는 격투기를 끊어야겠어.”
“뭐라고?”
유나는 빠른 속도로 하성의 곁에서 멀어졌다.
딩동댕동!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백기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임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놈은 세상 모르게 퍼질러 자고 있었다.
“후우, 미친놈.”
장백기는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임하성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뜯어서 해부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큼이나 임하성은 막 나갔다.
조직의 후계자라고 하였으니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도저히 두려움 따위는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으로써는 임하성이 아니라 아주고교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일전에는 특수한 힘을 가진 암살자가 임하성을 죽이려 하였기에 그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다.
일반 학생들이 아무리 격투기를 훈련한다고 해도 임하성을 당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다 서울 다 먹는 거 아니야?’
장백기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임하성 정도라면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일어나라.”
장백기가 임하성을 깨운다.
“으으으.”
임하성은 기지개를 켰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지금 가야 해.”
“밥 좀 먹고.”
임하성은 샌드위치를 꺼냈다.
장백기는 임하성이 식사를 하는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그놈들이 기대에 부흥을 해 주어야 할 텐데.”
“어떤 부흥?”
“너무 순식간에 끝나 버리면 수련이 되지 않잖아.”
‘미친 새끼.’
장백기는 고개를 흔들었다.
도저히 임하성은 정상적인 잣대로는 잴 수가 없는 놈이었다.
임하성은 순식간에 샌드위치를 먹어 치웠다.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덜컹덜컹.
하성과 장백기는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물론 정말로 둘만 가는 것은 아니었고 그들의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경호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지금은 폭풍 전야로, 언제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장백기는 하성의 주변에 경호가 깔려 있음을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으하하함!”
“이 상황에 하품이 나오냐?”
“무슨 문제 있냐?”
“그래도 한 학교를 치러 가는 건데 말이야. 놈들은 구로구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그래서?”
“에휴, 내가 말을 말자.”
장백기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말았다. 하성과 이야기를 하다가는 자신의 머리까지 이상해질 것 같았다.
이제 곧 있으면 구로공단역에 도착한다.
“전화 넣어라.”
“뭐라고?”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내가 쳐들어간다고 해.”
“알겠다.”
하성이 장백기를 데려온 이유는 하나였다.
장백기는 발이 넓어서 각 지역구의 캡짱들이나 일진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구로를 잡고 있는 아주고교와는 가끔 술도 마시고 하였기에 전화번호 정도는 있었다. 그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보세요? 나 대화고 장백기다. 지금 임하성이 그쪽으로 가고 있다. 이유? 당연히 너희들을 치기 위해서지.”
-이런 미친 새끼가! 혼자 온다고!
워낙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커서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하성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놈들을 자극할수록 더 많은 수련이 되는 싸움을 할 수 있었다.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나 바꿔 봐.”
“잠깐만.”
-네가 임하성이냐?
“그래.”
-감히 이곳으로 혼자 쳐들어온다고?
“거의 다 왔으니까 정문으로 나와라. 무서우면 오지 않아도 되고.”
-죽여 버린다!
“능력 되면 그러든지.”
하성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장백기는 질렸다는 얼굴로 하성을 바라보았다.
“너무 자극한 것 아니야?”
“전혀.”
사실 더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주고의 캡짱 윤상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대화고 장백기에게 전화가 와서 술이라도 한 잔 마시자고 할 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었다.
최근 서울에서는 임하성이라는 이름이 뜨고 있었다.
혼자 동대문구 일진들을 박살 내 버린 신화는 서울 고교생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화제였다. 그런 놈이 이곳으로 혼자 쳐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곧바로 윤상길은 일진들을 소집했다.
“대화고 임하성이 오고 있다고 한다.”
“그 새끼라면 전설 아니야?”
“과장이 되었겠지.”
“아니라고 하던데. 오문식의 말을 들어 보면 그냥 괴물이더라고.”
“쫄았냐?”
“누가 쫄았다냐?”
부캡짱 한성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싸움에 있어서는 어디 가서도 지지 않는 한성연이었다. 윤상길이야 워낙에 괴물이기 때문에 이기지 못한 것이었다.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혼자 힘으로 이곳 아주고를 찍어 누르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은 오만일 수밖에 없었다.
“저기 왔다!”
일진 중 한 명이 정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대화고교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 두 명이 서 있었다.
“진짜 둘만 왔네.”
“미친놈들.”
“장백기도 싸운다냐?”
“장백기는 빠진다던대.”
“그런 임하성 혼자?”
“그래.”
“와아! 정말 배짱 한번 두둑한 놈이네.”
학생들은 혀를 내둘렀다.
준비가 끝났으니 놈을 박살 내 놓고 들어와야 속이 시원할 것이다. 감히 이곳 구로로 쳐들어왔으니 곱게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학생들이 우르르 정문으로 몰려 나왔다.
임하성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다 나온 거 맞냐?”
“그래, 다 나왔다. 네가 우리를 보자고 했다고?”
“어디 한적한 곳으로 가자.”
“무엇 때문에?”
“여기서 쳐 맞으면 경찰이 뜰 것 아니야?”
“이 새끼가!”
임하성은 성큼성큼 공원으로 걸어갔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공원이 있었는데,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고 한적했다.
임하성이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그럼 어떤 놈부터 황천길로 보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