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51
49. 설득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이요?”
-어떤 것 같나요?
그야말로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 것 같았다.
야외 콘서트를 하기 위해서는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어설프게 접근을 했다가는 막대한 손실을 볼 수도 있었다.
레이트가 인수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여러 가지 사업들이 한 번에 추진되고 있는 지금이라면 절대 손실이 나서는 안 되었다.
손실은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고 결국에는 막대한 타격을 입고 한발 물러나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 주경기장을 빌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성의 목소리에 임원들의 얼굴도 밝아졌다. 설마 올림픽 주경기장을 이용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빌려주는 건가요?”
-아직 확답은 못 받았습니다. 문화관광부 장관님을 만나기로 하였으니 설득을 하는 것은 하성 씨의 몫이에요.
“아, 그렇군요.”
하성의 감정이 가라앉았다.
갑자기 일이 그리 쉽게 풀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일국의 장관을 만나 설득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약속은 몇 시인가요?”
-저녁 약속을 잡아 두었으니 바로 출발을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하성은 전화를 끊었다.
사람들은 애가 타는 듯한 눈으로 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올림픽 주경기장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제 약혼녀인 유서화 양이 문화관광부 장관과 약속을 잡아 두었습니다.”
“……!”
“오늘 약속 자리에서 그를 설득할 수 있다면 콘서트를 그곳에서 개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있을까요?”
윤제문의 말이었다.
정치란 서로 오가는 것이 있어야 성립이 된다. 올림픽 주경기장의 사용은 문화관광부 장관의 승인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가능하겠지만, 과연 그만큼의 가치를 지불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윤다희가 입을 열었다.
“그쪽이 원하는 것을 준다면요?”
“그쪽이 원하는 것이라뇨?”
“월드컵이 임박했죠. 그것도 전 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진행이 되고 특히나 이번 한일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울 것이라고 생각해요. 홈그라운드라는 것을 무시할 수 있으니 최소한 16강까지 간다고 생각을 하면…….”
“16강이라. 그건 무리 아닐까요?”
“불가능할 겁니다.”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보았지만, 하성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까지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홈그라운드라는 장점도 있었지만, 뛰어난 감독을 만났고 전 국민의 응원 속에서 그만한 기량을 발휘하였던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16강까지 간다고 치고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시청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전부 TV로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거기에 홍보를 하는 수단도 필요할 테고.”
“그렇다면요?”
“사장님께서는 레이트를 인수하셨습니다. 이건 엄청난 사건이죠.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힘을 쓸 수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안 그런가요?”
“그렇죠.”
“장관에게 제의를 하는 겁니다. 월드컵 공식 홍보 포털로 레이트가 지정되고, 무료로 홍보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 방송에도 돈을 받지 않는 겁니다. 레이트 메인 광고비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이기 때문에 충분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윤 비서의 말이 맞습니다.”
웅성웅성.
잠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성도 생각에 잠겼다.
‘내가 내어 줄 수 있는 패가 그것밖에는 없지. 게다가 문화관광부 장관의 입장에서도 태진그룹과 신화그룹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도전할 가치는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하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저녁 약속까지는 얼마 남지도 않았다.
지금 부랴부랴 서둘러야 겨우 도착할 수 있을 것이기에 서두르기로 하였다.
임하성이 나간 자리.
사람들은 과연 임하성이 문화관광부 장관을 설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토론을 하고 있었다.
“성공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오창식 이사의 말이었다.
그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공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가능성이 높겠지만, 개인 회사가 콘서트를 위하여 올림픽 주경기장을 사용한다고 하면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한 달의 시간이라도 있었다면 어찌어찌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의 시간이라면 실내 콘서트장을 만들고도 남았다.
윤제문은 오창식과 생각이 달랐다.
“가능할지도 모르겠소.”
“어떻게요?”
“정경 유착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지.”
“정경 유착이라…….”
“문화관광부 장관이라면 언젠가 대권에 도전할 수도 있겠지. 게다가 신화그룹과 태진그룹이라면 정치권에 막대한 돈을 들이붓는 기업이 아니겠소? 두 기업에서 받아먹은 돈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데다가 차후 콘서트를 여는 대가로 국민의 공익을 실현한다는데 의의를 두면 정치적으로도 나쁘지 않거든.”
“그래도 그건 하나의 가능성 아닙니까?”
“그렇지. 가능성이지.”
웅성웅성.
다시 소란이 일어났다.
여기서 콘서트가 취소되면 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 유나의 이미지도 땅에 떨어질 것이 확실했다.
윤다희가 손을 들었다.
“그래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준비?”
“만약 사장님이 성공하신다면 곧바로 설비를 해야 하잖아요? 밤새도록 준비를 해도 모자랄 수 있어요. 최소한 시간이 연기되지는 않아야죠.”
“그건 도박인데…….”
“일단 각 부처에서 준비만 하고 사장님이 전화를 주시는 대로 달려가서 설치를 하는 것으로 하죠.”
“그럽시다.”
“마지막으로, 사장님의 호칭 문제인데요, 이제부터는 ‘회장님’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정도면 그룹을 이루었고, 외부에서도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까요. 저희만 그리 부르면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고요.”
“그건 윤 비서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군요.”
임하성이 나간 자리에서 호칭문제가 정리 되었다. 물론 그에게는 ‘통보’를 할 예정이었다. 회사가 커 나가는 과정에서 권위를 더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회의가 끝나자 사람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남의 한 요정.
하성은 최대한 빨리 도착을 하려 했지만, 이미 5분이 지나 버렸다.
이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관과의 약속에 늦어 버리다니.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윤다희의 말을 듣고 곧바로 출발을 했어도 늦었을 것이다. 그나마 바이크를 타고 왔기에 이 시간에라도 온 것이었다.
요정 앞에는 유서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성 씨!”
“제가 좀 늦었죠?”
“아니에요. 거기서 오는 시간도 있는데 많이 늦지 않은 것이 다행이죠.”
“그럼 들어가도록 해요.”
“준비는 되셨어요?”
“이미 늦었다는 것에 점수가 많이 깎여서 생각을 할 시간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어떻게 설득을 해야 할지 무기 정도는 하나 있으니 부딪쳐 보도록 하죠.”
“그래요.”
그들은 빠르게 이동했다.
하성은 유서화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뭘요. 당연한 일이죠.”
“서화 씨의 입장에서도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저는 당신의 여자 친구잖아요?”
하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이 말했던 대로 하성의 여자 친구인 것이지, 부인은 아니었다. 남자 친구를 위해서 일국의 장관을 움직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장관을 이곳에 오게 한다는 것 자체가 빚을 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드르륵!
문이 열리자 한 상 거하게 차려진 테이블이 보였다.
상석에 강 장관이 앉아 있었다.
“죄송합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아닐세. 자네 회사에서 여기까지 이 시간에 온 것도 기적이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나?”
“바이크를 타고 왔습니다.”
“허허허! 앉게.”
하성은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할 경황도 없었네요. 한빛그룹을 이끌고 있는 임하성이라고 합니다.”
“한빛그룹. 잘 알지. 최근 뜨고 있는 기업이 아닌가?”
“과찬이십니다.”
강덕수 장관은 올해 40대 중반으로,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어린 나이에 장관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이 젊은 나이에 이 자리에 오르려면,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만한 인맥과 출신, 재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바꿔 말하면 정치적으로 매우 기민하게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아마 이 자리에 나온 것도 하성에게 뭔가 기대를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유서화의 부탁이 있었다고 해도 말이다.
“일단 한 잔 받게. 이것도 인연이니 말이야.”
“예, 장관님.”
강 장관은 하성이 미성년자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잔에 술을 채워 주었다.
당연히 하성은 단숨에 술을 비워 버렸다.
“잘 마시는군?”
“남자 나이 18살이 넘으면 성인이라고 배웠습니다. 법적으로는 아닐지 모르겠지만요. 술 한 잔 정도는 마실 줄 압니다.”
“하하하! 그래, 그래야 남자지.”
강 장관도 한 잔을 쭉 비웠다.
시간이 없었지만, 장관의 말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주로 쓸데없는 이야기들이었는데, 하성은 본론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장관의 입이 열렸다.
“오늘 서화 양의 부탁으로 나왔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태진그룹과 신화그룹 회장님들의 면을 보아 나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지당하십니다.”
“인맥을 쌓는 차원에서 신화그룹의 후계자인 자네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올림픽 주경기장을 그냥 사용하게 해 줄 수는 없거든. 그랬다가는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고 마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래서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그런가? 자네는 나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
“이제 곧 월드컵입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모두 이곳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야 그렇겠지. 홈그라운드니까.”
“얼마 전, 저는 세계에서 순위를 다투는 포털 기업인 레이트를 인수하였습니다. 거의 구글과 쌍벽을 이루는 회사입니다.”
“그건 들었네.”
“레이트가 대한민국 홍보 사이트가 되겠습니다.”
“홍보 사이트라고?”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들어가는 공익 광고를 무료로 배포하겠습니다. 거기에 인터넷 TV도 개방을 하여 사람들이 무료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죠. 이건 모두 장관님의 재량으로 이루어 낸 겁니다.”
“뭐? 하하하하!”
강 장관은 껄껄 웃었다. 아무래도 하성의 제안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정말 시원시원한 친구로군.”
“과찬이십니다.”
일단 분위기는 좋았다.
사실, 하성이 내건 조건이 레이트에 손해가 되는 일은 결코 아니었다.
기업이라는 것이 돈보다는 때때로 명예를 좇아야 할 때도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레이트가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국격을 올리는 데 봉사한다면 좋은 이미지가 생길 것이었다.
이런 명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성은 서로에게 윈윈하는 전략을 펴고 있었다. 상황이 급박하기는 해도 마냥 손해를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라면 거래가 성립될 것 같군.”
“감사합니다!”
그는 곧바로 전화를 들었다.
아마 관계 부처에 연락을 넣는 것 같았다.
“진 차관? 날세. 내일부터 이틀 동안 올림픽 주경기장을 한빛그룹에 빌려줄 수 있겠나? 그래, 그럼 그렇게 공문 내리도록.”
그는 전화를 끊었다.
역시나 일국의 장관이었다. 전화 한 통으로 하성을 위기에서 구한 것이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술이나 하도록 하세.”
“영광입니다.”
아마 공문이 내려온다면 회사 임원들이 알아서 움직여 줄 것이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장관과 인맥을 쌓아 두면 언젠가는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술 한 잔을 권하는데 마다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한빛 엔터테인먼트 본사. 아직까지 한빛그룹은 본사로 사용할 건물을 매입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건물을 본사로 사용하고 있었다.
회의장에서는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각 부처들이 전화를 넣어 준비를 하라고 지시를 하였지만, 정작 임원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준비를 할 수는 있었지만, 만약 임하성이 설득에 실패를 하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꾸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바깥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은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오늘 정상적인 퇴근은 무리일 것이다.
회의장이 침묵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달칵!
문이 갑자기 열리고 비서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문화관광부에서 공문이 내려왔어요!”
“어떤 공문인가요?”
“내일부터 이틀 동안 한빛그룹이 올림픽 주경기장을 전세 낼 수 있다고 해요!”
“정말인가요?”
“네!”
웅성웅성!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기다림이었다. 만약 여기서 임하성이 실패를 하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모르긴 몰라도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콘서트장이 정해졌다면 그 다음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내일 오후까지 모두 가능하겠죠?”
윤다희가 임원들을 바라보았다.
윤다희는 임하성의 전령과 비슷한 직위였고 구조본부장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철야를 한다면 가능할 겁니다.”
“밤을 새워서라도 설비를 마쳐야 합니다. 그리고 손님들에게는 장소가 바뀌었다고 통지를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움직이도록 해요!”
“회장님께서는요?”
“아마 장관에게 붙잡혀 있겠죠. 그럼 움직이도록 해요.”
사람들은 빠르게 회의장을 벗어났다.
신화그룹 본사.
고진성은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은 토요일이었고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을 해야 했지만, 워낙에 처리할 일들이 많아 아직까지 회사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달칵.
문이 열리고 유한백이 들어왔다.
“자네는 퇴근 안 하나?”
“일이 꼬였네.”
“일이 꼬이다니?”
“임하성 놈이 강덕수 장관을 설득하여 올림픽 주경기장을 빌렸다고 하더군.”
“뭐라고!”
“그것도 이틀 동안!”
“그게 말이 되나?”
고진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번에 임하성을 방해하기 위하여 콘서트장을 불태워 버렸다. 이것도 꽤나 무리를 한 것이었는데, 올림픽 주경기장을 빌리다니!
어쩌면 실내 콘서트장보다 올림픽 주경기장이 나을 수도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후우, 나도 모르지.”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군.”
“어찌해야겠나?”
“본가의 지시를 기다리는 수밖에.”
쾅!
고진성은 테이블을 내리쳤다.
이번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본가에서 승진 발령이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임하성이 일을 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술자리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끝났다.
일 처리를 한 이후에는 사적인 이야기와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지만,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다.
강 장관은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을 상당히 아쉬워했다.
“이렇게 가려니 아쉽군.”
“다음에 또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자네에게 약혼녀가 없다면 내 딸을 소개해 주는 것인데 말이야. 아깝군.”
“그렇게 생각을 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무슨 말인가? 내 딸이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판이지.”
강 장관은 껄껄 웃었다.
꽤나 호탕한 면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역시나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하게 섞여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하성은 이것이 정치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정치는 철저하게 이익으로 움직이지만 이 또한 인간이 개입되어 있는지라 감정이 섞이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래도 강 장관은 하성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그럼 또 보세.”
“살펴 가십시오!”
하성은 이제 겨우 허리를 폈다.
“하아!”
“고생하셨어요!”
유서화가 숙취 해소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하성은 단숨에 음료를 비웠다.
“생각보다 주당이네요. 장관이라고 해서 술은 잘 못 할 줄 알았는데, 어찌 그렇게 술을 잘 마시는 건지.”
“강 장관은 정치인이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면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 때문에 아버지와도 친분이 있죠.”
“그렇군요.”
“오늘은 하성 씨만의 인맥을 만든 것 같네요. 그래도 친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니까 앞으로 꽤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대선에 출마한다면 밀어야겠습니다.”
“그럼 좋고요.”
하성은 주독을 날려 버리고는 바이크에 올라탔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 상태로 운전을 하시게요? 그것도 바이크를?”
“괜찮아요.”
“위험해 보이는데…….”
“제가 술에 강하거든요.”
그녀는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알코올은 날려 버렸다. 게다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빨리 현장으로 가 보아야 하는 것이다.
하성은 출발 전에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뭘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데요.”
“다음에 만날 때에는 꼭 갚도록 할게요.”
“후후, 그렇게 고마우면 여행이라도 가든지요.”
“여행이요?”
“우리는 공식적으로 사귀고 있는 사이잖아요? 그러니까 1박으로 여행쯤이야 가도 상관이 없죠.”
“알겠습니다.”
“정말인가요?”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할 수는 없죠.”
하성도 유서화가 가깝게 느껴졌다.
이제는 그녀와의 관계를 별로 재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달려갈 생각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거절을 했었겠지만.
“그럼 다음에 봐요.”
“조심해요!”
부아아아앙!
하성은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바이크는 굉음을 울리며 빠르게 도심을 가로질렀다.
하성은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 도착했다.
임원들도 이곳에 와서 일을 지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예상이 맞았다.
윤제문과 윤다희를 비롯하여 여러 이사들이 도착해서 손수 노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고생하십니다!”
“회장님!”
“회장이요?”
하성은 윤다희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나지막히 말했다.
“이제 그룹을 이루었으니 회장님으로 불려야죠. 계열사에는 사장단을 배치하게 될 텐데 호칭에 혼동이 오면 안 되니까요.”
“후우. 아무리 그래도요. 할아버지도 계신데.”
“신화그룹 회장님과는 이야기 끝났어요.”
“벌써요?”
“어쨌든 그리 됐어요.”
“이건 뭐 그냥 통보네요.”
뭐라고 더 말을 하려 하였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성을 반겼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크에서 내려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일찍 오려 했는데 장관님이 술을 자꾸 권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주는 술을 마시지 않을 수도 없고.”
“그거 불법 아니에요?”
“뭐, 그런 것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준비는 잘되고 있나요?”
“물론이죠.”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은 밤을 새고 내일까지도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 돈이 얼마가 들든 빠르게 준비를 하는 것이 좋았다.
“문제는 없나요?”
“있습니다.”
백호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