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53
51. 복수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오늘은 드디어 콘서트가 시작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콘서트장이 완성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윤다희가 그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공정률은 90% 가까이 되었습니다. 오전에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생 많이 하셨네요.”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그녀의 얼굴은 조금 푸석푸석해져 있었다. 밤새도록 마음고생을 한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번 일 끝나면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모두에게요.”
“그런 이야기는 바로 전달을 해야죠.”
그녀는 그렇게 웃은 후에 바로 전화를 들었다.
임원들에게 하성의 메시지를 전달하면 곧바로 전 직원들에게 들어갈 것이다.
즐겁게 이야기를 하던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
‘또 무슨 일이야?’
하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적들이 워낙에 강했고 부회주라는 작자의 엄청난 괴력을 보고 난 이후에는 괜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만약 적들이 올림픽 주경기장까지 손을 댄다면 하성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 확실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또 무슨 일 있나요?”
“암표가 기승을 부린다고 합니다.”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옮기면서 수용 인원이 몇 배로 늘어난 것으로 아는데, 암표가 기승을 부린다고요?”
“네, 그 때문에 당국에서 단속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모르게 회에 소속되어 있는 놈들이라면 경기장을 폭파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놈들은 한발 물러나 있었다. 아무래도 그때 막대한 타격을 입어 세력을 추스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암표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그만큼 유나의 콘서트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어차피 콘서트를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는 일이다.
“저희와는 상관없잖아요?”
“그야 그렇지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일어난다면…….”
“오히려 잘되었죠. 차라리 암표가 기승을 부린다고 기사를 뿌리세요.”
“진심이세요?”
“그래야 사람들의 관심이 더 모일 테죠. 게다가 올림픽 주경기장을 이틀이나 빌리기로 하였으니 콘서트를 하루 더 해도 되는 것이고요.”
“수익이 몇 배로 늘어나겠군요.”
“전화위복이 된 셈입니다.”
콘서트 티켓은 평균 7만 원이었다. A석, B석, C석으로 나뉘겠지만 평균을 내면 그렇다.
여기에 수용 인원은 7만 명이다. 최대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지만, 그리되면 너무 비좁았기에 인원은 8만으로 제안을 했다.
대략 50억의 매출이 날 것이고 하루 2회 콘서트를 연다고 가정하면 200억 정도의 매출이 예상된다.
콘서트 한 번으로 200억 원을 만질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수익이라 말할 수 있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대로만 갔으면 좋겠군요.”
“그리될 겁니다.”
“특별한 방해만 없다면 말이죠.”
오늘 콘서트는 무사히 넘길 것이다. 그러고 난 후에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전쟁은 놈들이 걸어왔으니 하성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오후 무렵이었다.
하성은 주치의에게 퇴원을 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고 나서 곧바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
병원을 나왔을 때가 정오였다.
윤다희가 다소 안심한 듯이 차에 올라탔다.
“그럼 저는 가 볼게요.”
“그러세요.”
“오늘 수원에 잠시 들렀다가 온다고요?”
“네, 아버지의 창고에 잠시 가 볼 생각입니다. 다섯 번째 조각의 단서가 부산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던데 정보가 부족해서요. 콘서트가 5시에 한 번, 10시에 한 번 있다면서요?”
“네, 늦기 전에 오세요. 유나의 첫 콘서트에 늦으면 안 되잖아요? 게다가 유나는 회장님이 안 계시면 불안해하니까요.”
“알겠습니다.”
하성은 걱정 없다는 듯이 말했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수원에 다녀와도 될 것이다.
윤다희가 차를 타고 사라졌고 하성 역시 리무진에 올라탔다.
“퇴원하셨군요.”
“백호도 함께 가려고 기다렸나요?”
“그게 아니라 현재 레이트 전 대표 레일 마커에게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설명을 드리려 합니다.”
“아, 그렇지.”
하성은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까지 전쟁을 치렀고 콘서트장 화재가 터지면서 그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워낙에 처리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레일 마커는 레이트의 기밀을 노리고 있었다. 그 정보를 입수한 백호가 역으로 덫을 놓았었다.
백호가 현 상황을 이야기한다.
“기밀 서류가 예상대로 도난을 당했습니다. 아마 레일 마커에게 넘어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놈……. 정말로 기밀을 훔칠 생각이었군요.”
“그렇죠. 미리 알아서 다행입니다. 잘못하면 핵심 기술이 유출될 뻔했으니까요.”
“어떤 정보를 흘렸나요?”
“한빛그룹이 어떤 회사에 사력을 다해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오호,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요즘 자동차 산업이 한창 뜨고 있죠. 자동차 자율 주행 기술을 SN테크놀로지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실제로는 유령 회사고요?”
“그렇죠.”
“자율 주행이라.”
하성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자동차 자율 주행은 2017년에 들어서야 겨우 세상 밖으로 나왔다. 물론 그 전까지 연구는 한창 진행하고 있었고 2000년 초반부터 활성화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에 기술적인 문제가 많았고 인프라가 부족하여 세상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시기가 2017년은 되어서였다.
하성 역시 그 이후의 미래는 알지 못한다. 다만 한국에서 부분 자율 주행 차가 나오면서 법적인 규제가 풀릴 것이라고 예고되었다.
백호는 그런 기술을 완성 단계에 있다는 정보를 레일 마커에게 흘려 투자를 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훌륭한 계획이지만 놈도 바보가 아니고서야 거액의 돈을 투자하려 할지 모르겠습니다.”
“가능할 겁니다.”
“어떻게요?”
“놈이 사정을 하게 만들어야지요.”
“그게 가능해요?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놈은 알거지가 되겠군요?”
“인과응보라고 하는 것이지요.”
“좋습니다. 진행하도록 하세요.”
하성은 차량을 출발시켰다.
레일 마커에게 작업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버지의 창고에서 단서를 찾아보아야 한다.
부산에 다섯 번째 조각에 대한 단서가 발견되었는데, 그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그 때문에 창고로 향하려 하였던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한적한 저택.
레일 마커는 강제로 은퇴를 당한 후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임현진과의 의리를 지키지 못한 것은 그의 탓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쫓아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임하성은 욕심이 많은 놈이었다.
감히 자신이 가꾸어 온 레이트를 꿀꺽해 버렸으니 몰락을 시켜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는 레이트 본사 기밀 보관실에서 복사한 서류를 읽고 있었다.
서류를 읽어 내려가면서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정말인가?”
“저는 잘 모릅니다.”
하기야 로잔이 이에 대해서 알 리가 만무하였다.
로잔은 레이트의 이사였는데, 함께 복수를 하기로 계획했었다. 다행히 숙청이 되지 않았기에 이번 일을 실행하게 된 것이다.
서류에는 ‘자율 주행 차’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다.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한 자율 주행 차라! 각국에서 연구가 되고 있다지?”
“그렇습니다. 연구는 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상용화가 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SN테크놀로지에서는 연구를 거의 완성하고 있는 상태고요.”
“향후 엄청난 돈이 되겠군.”
“그 때문에 한빛그룹에서 몰빵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신화자동차와 이야기가 끝난 상태고요.”
“이 새끼들…… 엄청난 것을 준비하고 있군.”
“가히 혁명이라 말할 수 있지요.”
서류를 모두 읽은 레일 마커는 상당한 충격에 휩싸였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전 재산을 투자해서라도 지분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사실, 레이트는 지금 한창 잘나가고 있었지만 앞으로 수많은 포털 기업들이 난립하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입지는 좁아진다.
주식은 쥐고 있었지만, 언제 폭락할지 몰라 노심초사였다. 주식을 기반으로 하여 SN테크놀로지의 지분을 받을 수 있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수익이 날 것이었다.
“그곳 대표와 약속을 잡도록 해.”
“만나 줄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찾아가 보자고. 워싱턴에 있다지?”
“그렇습니다.”
레일 마커는 오랜만에 외출에 나서기로 하였다.
그는 SN테크놀로지의 지분을 쥐고 휘둘러 놈에게 복수를 할 계획을 세웠다. 결과적으로는 레일 마커가 자율 주행 차 기술을 가지게 될 것이다.
SN테크놀로지 본사.
일요일이었기에 회사는 텅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대표는 주말과 평일 할 것 없이 나와서 일을 한다고 한다.
오가는 사람들은 적었지만, 그래도 데스크에 직원이 있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라인 콘스 대표를 만나러 왔소.”
“약속은 잡으셨나요?”
“투자 건 때문에 왔으니 연결해 주시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만나실 수 없어요.”
“투자 건이라니까?”
“저희 회사는 투자를 받지 않아요.”
“일단 연결이나 해 보도록 하지? 잘못하면 SN테크놀로지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으니까.”
“안 된다니까요.”
갑갑한 일이었다.
일단 대표를 만나기만 하면 설득할 자신은 있었다.
협박을 해서라도 반드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만날 수가 없다면 어떤 거래도 할 수 없었다.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가 나온다.
“저 사람이 대표인가?”
“그렇기는 한데…….”
레일 마커는 성큼성큼 걸어가 라인 콘스 앞에 섰다.
“당신이 대표입니까?”
“그렇습니다만?”
경호원들이 앞으로 가로막았다.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 바닥에 몸을 담고 있다면 제 얼굴도 알고 있으리라고 보는데요.”
“레이트 전 대표가 아닙니까.”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럴 시간이 별로 없는데요.”
“그래요?”
레일 마커는 서류 한 장을 팔랑거렸다.
서류를 대충 살핀 라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대체……?”
“이제 이야기를 할 생각이 들었습니까?”
“후우, 할 수 없군요.”
라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레일 마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기밀 서류가 자신의 손에 있었으니 그로서도 별수가 없었을 것이다. 자율 주행 차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까지 유출이 되어 있었으니 레일 마커의 이야기를 들어 보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대표이사실에 도착하였다.
레일 마커가 서류를 전부 내려놓았다.
라인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서류를 살펴볼수록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이 크게 한 방 맞았다는 얼굴이다.
라인의 입이 열렸다.
“원하는 것이 뭡니까?”
***
“지분을 원합니다.”
“그냥 공짜로 지분을 달라고 협박을 하는 겁니까?”
“하하하! 설마요. 현금으로 드릴 수도 있고 레이트 지분으로 거래를 할 수도 있지요. 어떻습니까?”
“하지만 저에게는 그럴 권한이…….”
“별로 그쪽에서도 손해 갈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레이트 지분 20%라면 엄청난 금액이니까요.”
“이쪽 지분을 얼마나 원하나요?”
“30%입니다.”
“그럴 수는 없을 뿐더러 그쪽으로서도 손해입니다. 상장도 전인데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죠. 기술이 완성된다고 해도 상용화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제가 신경 씁니다.”
“회사가 망하면요?”
“그것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라인은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놈이 이렇게 나온다면 이쪽에서도 준비한 것이 있었다.
“기자들에게 뿌리는 수밖에요.”
“원천 기술을 유출하겠다고요?”
“예.”
“크윽! 그런 협박이…….”
“어쩌시겠소?”
레일 마커는 강하게 그를 압박하였다.
라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레이트 지분 전부를 주시죠.”
“전부를?”
“우호지분까지 대략 3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정보가 빠르시군요. 하지만 지분 전부는 아니고 이사들의 지분을 전부 합쳐야…….”
“그렇다면 거절을 할 수밖에요.”
레일 마커는 함께 온 로잔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건수라면 올인을 해도 될 정도였다. 어쩌면 자동차 산업의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재기하여 임하성을 제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소.”
“그렇다면 곧바로 법적인 조치에 들어가도록 하죠.”
“그럽시다.”
레일 마커는 SN테크놀로지를 나왔다.
그는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겼군.”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압박할 수 있는 것입니까?”
“험험, 별로 대단한 기술도 아니야. 적절하게 협박을 하였을 뿐이지.”
“이제 걱정 끝이로군요.”
“하하하하!”
이제야 웃음이 나왔다.
10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냥 은퇴를 하고 난 후에 뒷방 늙은이 취급이나 받으며 지내야 하나 싶었는데 이제야 재기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SN테크놀로지 본사 대표이사실.
라인 콘스는 씩 웃으며 한 남자에게 말했다.
“연기가 어땠습니까?”
“대단하구나.”
그는 현무였다.
현무는 미리 지령을 받고 미국으로 날아와 있었다. 계획을 전해 들었을 때에는 과연 성공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멋지게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라인 콘스는 인피면구를 벗었다.
놀랍게도 그는 동양인이었다.
“라인이라는 이름을 쓸 필요도 없겠습니다.”
그는 현무 휘하의 이윤석이었다.
현무 가문의 무력 단체 제1조 조장이었고 연기에 능했다. 특히나 변신술에는 엄청난 조예가 있었는데,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고서는 그의 정체를 간파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현무단 내에서는 ‘얼굴 없는 남자’로 불리기도 했다.
“주인님께서 기뻐하실 거다.”
“보너스 좀 떨어지겠군요.”
“우리는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님께서는 상당히 신경을 쓰고 계십니다. 요즘 현무단은 물론이고 4대 가문 전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모르셨습니까?”
“그래도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지.”
“만약 보너스를 주시면요?”
“그것이 주인님의 뜻이라면 받아야겠지.”
“후후, 역시 단주이십니다.”
보너스에 대한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윤석이었다.
현무는 전화를 들었다.
이제 경과를 주인에게 보고해야 한다.
“주인님, 처리 끝났습니다.”
-법적인 절차는요?
“마무리되었습니다. 공증을 마치려면 몇 시간 정도 걸리겠지만 금방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한국으로 복귀하세요.
“예, 주인님.”
현무는 전화를 끊었다.
“명령이 떨어졌다. 이곳을 정리하고 돌아간다.”
“예!”
수원으로 향하는 길.
하성은 현무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것은 바로 현무가 깔끔하게 일 처리를 하였다는 것이었다.
“끝났군요.”
“현무의 일 처리는 깔끔합니다. 마무리까지 잘하고 돌아올 겁니다.”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놀랍군요. 서양인으로 변할 수가 있다니.”
“현무단의 제1조는 첩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1조장 이윤석은 변장술의 대가이지요. 대를 이어 내려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나저나 놈은 속이 좀 쓰리겠습니다.”
“아마 강가에 뛰어들지 않을까 싶군요.”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요.”
“일이 마무리되면 선물이라도 보낼까요?”
“선물이라.”
하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레일 마커는 생각하면 할수록 괘씸한 사람이었다. 이 정도 타격을 주었지만, 아직까지 분이 풀리지 않았다.
복수는 열 배로, 은혜는 두 배로 갚는다는 철칙에 의한다면 아직도 멀었다고 볼 수 있었다.
“속을 뒤집으려고요?”
“정확하십니다.”
“좋습니다. 저녁 즈음에 꽃바구니라도 보내도록 하지요.”
“생각할수록 통쾌합니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군요.”
“사람을 잘못 건든 것이지요.”
“이제 다 왔군요.”
하성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지금 시간이 1시쯤이었다. 오는 길에 간단히 점심은 해결을 하였다. 유나의 콘서트까지는 시간이 꽤 있었으므로 여유롭게 창고를 둘러보고 돌아가도 될 것 같았다.
아버지의 창고는 예전에도 샅샅이 뒤져 보았다.
하성의 행보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모조리 바깥으로 가지고 나갔는데, 이곳을 온 이유는 혹시나 숨겨진 장소가 있을까 해서였다.
그 때문에 백호를 데려온 것이다.
백호는 이런 일에는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자랑하고 있었다. 만약 창고 안에 무언가가 더 있다면 틀림없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백호는 한 번 창고를 슥 훑어보더니 말했다.
“이곳이로군요.”
“뭔가 있다는 건가요?”
달칵.
백호는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장치를 열었다.
하성은 그의 눈썰미에 감탄하고 있었다. 하성이 하루 종일 뒤졌을 때에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는데, 백호는 단 한 번 주변을 둘러보고 발견한 것이다.
그곳에서 작은 편지가 나왔다.
“아버지의 편지…….”
“저는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하성의 심경은 꽤나 복잡했다.
이제는 아버지가 남긴 편지가 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후우.”
하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사랑하는 아들, 하성아.
이 아비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까지 네가 찾았다면 치우를 온전히 지배하게 되었다는 뜻이로구나.
그중에서도 백호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백호만큼이나 기관 장치에 능한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치우의 신뢰를 받고 있고, 너 역시 내가 남긴 비밀 창고에 백호를 데려올 만큼이나 그들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기쁘다.
아마 지금쯤 다섯 번째 단서가 부산에서 발견되었겠지.
결과적으로, 다섯 번째 단서는 부산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반임가 연합, 즉 회의 본가 땅에 묻혀 있다.
“……!”
하성은 놀람을 드러냈다.
얼마 전 전투에서 부회주의 괴물과 같은 실력을 보았던 그였다. 그러니 본가에 얼마나 엄청난 것이 있을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본가라니…….”
하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다섯 번째 조각을 찾는다면 그것들을 모아 이어 붙인 후에 여섯 번째 조각의 행방을 찾도록 해라.
나 역시 마지막 조각의 행방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흔적조차 없었으나 그것이 없으면 온전한 지도라 말할 수는 없지.
이것으로 나의 역할은 모두 끝난 것 같구나. 내가 알아낸 회의 본가 지도를 첨부한다. 표기된 곳에 묻혀 있을 것이다.
건투를 빈다.
“아버지…….”
하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이것으로 아버지의 편지는 끝났다.
하성이 정신을 차렸을 때를 대비한 분이었고 치우와의 관계가 어찌 되는지에 따라서까지 안배를 했다.
어차피 치우가 없었다면 적들의 본가를 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치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성이 밖으로 나왔다.
“끝나셨습니까?”
“읽어 보시죠.”
“하지만 제가 어찌…….”
백호는 거절을 하려 하였다. 선대 주인이 아들에게 남긴 편지를 함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성이 강권을 하자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
“으음!”
그리고 이어지는 탄성.
백호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설마하니 다섯 번째 조각이 적진 한복판에 있을 줄이야.
“이건 좀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선조의 뜻이었기도 하고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아무래도 회의 본가를 직접 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놈들의 본가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기관진식이 있을 수도 있었고 얼마 전에 치우가 펼쳤던 환영미로진과 같은 진법이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환영미로진을 깨 버린 부회주까지 있을 것이니 걱정이 되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도록 하죠.”
“그러시죠.”
서둘러 돌아갈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제시간에 맞춰 가려면 지금 움직여야 한다.
백호를 이곳에 데려가지 않았다면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는 영영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곧 지도 조각을 모두 모을 수 없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성은 차에 올라탔다.
서울로 향하는 길에 하성은 문득 아버지의 편지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무엇이든 신뢰가 기초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인 것 같습니다.”
“그것을 깨달으셨습니까?”
“예.”
“더욱 발전하실 겁니다.”
백호가 흐뭇한 얼굴로 하성을 바라보았다.
의심 많았던 하성이었지만, 신뢰라는 것을 알게 되어 한 단계 발전하게 되었다. 이것은 큰 성과였다.
이제 콘서트에 참석을 하고 내일부터는 또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꽤나 순조로운 나날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쿠아아앙!
“주인님! 피하셔야 합니다!”
갑자기 사방에 굉음이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