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55
53. 베타 테스트
힘이 쭉 빠져나가고 있었다.
파편을 뽑아냈지만 쇳독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충분히 피를 빼내야만 한다. 지금 당장 병원에 갈 수는 없었으니 항생제를 맞을 때까지는 그렇게 버티는 것이 좋았다. 그 때문에 바닥이 피로 흥건했다.
유나는 지금 한창 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이었다.
고음을 내지를 때에는 이 와중에도 몸이 떨릴 정도였다. 하성이 알고 있는 전생의 유나보다도 더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와아아아아!”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유나가 무대 뒤쪽을 바라보았다.
하성은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것으로 유나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회장님! 괜찮으세요?”
윤다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하성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다. 피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갔으니 그리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괜찮습니다.”
“도대체 안색이……. 이건!”
그녀는 소리를 지르려 했다.
하성은 그대로 윤다희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하마터면 낭패를 볼 뻔했다.
“후욱!”
“이렇게 다쳤으면 병원에 가셔야죠.”
“그럴 수는 없죠. 유나의 집중력이 흐트러져서는 안 됩니다. 저 상태로 콘서트를 계속해야 하죠. 잘못하면 회사 매출이 곤두박질칠 테니까요.”
“회사 매출보다는 회장님의 건강이 더 염려돼요.”
“걱정 마세요.”
그렇게 말은 하고 있었지만, 윤다희는 걱정을 거두지 못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병원에 입원을 했었던 하성이었다. 그런데 또 다치고 들어왔으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유나에게는 비밀로 하도록 해요.”
“하아, 정말…….”
그녀는 입술을 짓씹었다.
어떻게 해서든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콘서트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유나는 점점 자신감을 얻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 10시 콘서트에는 하성이 없어도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백호가 도착했다.
“주인님!”
“오셨군요.”
“몸은 좀 어떠신가요?”
“괜찮습니다.”
하성은 괜찮다고 말을 하고 있었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이미 바닥이 피로 흥건했던 것이다.
이제 쇳독은 어느 정도 빼냈기에 제대로 지혈을 하여 피가 흐르지 않게 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쏟은 피만 해도 1리터가 넘었다.
“바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요. 유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갑자기 가면 걱정을 할 수도 있거든요. 그럼 집중력이 흐트러질 겁니다.”
“건강을 생각하셔야…….”
“상관없다니까요.”
콘서트가 끝났다.
하성은 사람들에게 입단속을 시켰다. 그가 다쳤다는 이야기를 유나가 몰랐으면 하였던 것이다.
윤다희와 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말을 맞추겠다는 의미였다.
하성은 최대한 정상으로 보이기 위하여 피를 얼굴로 펌핑시켰다. 잠시 동안이지만 멀쩡한 모습으로 유나를 맞을 수 있었다.
“하성아! 나 어땠어?”
“최고였어!”
“와아! 정말 대단했습니다.”
사람들이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이 정도라면 대성공이었다. 조금 쉰 다음에 곧바로 다음 콘서트를 해야겠지만, 에너지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유나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모두 네 덕분이야.”
“어때? 이제는 좀 나아졌어?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를 불러도 말이야.”
“응!”
“잘됐네. 그런데 다음 차 콘서트에는 가 봐야 할 것 같아. 회사 일 때문에 말이야.”
“용기를 주어서 고마워.”
유나는 다음 콘서트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미 한 번 겪어 본 일이었기에 면역이 생기는 것이다.
하성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그래!”
유나는 씻기 위하여 사라졌고 하성의 몸은 휘청거렸다.
“크윽!”
“회장님!”
“유나가 몰라야 합니다.”
“제가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윤 비서님은 콘서트가 끝나면 오도록 하세요.”
“알겠어요! 빨리 가 보도록 하세요.”
하성은 곧바로 백호의 등에 업혀 병원으로 향하였다.
유나는 노래를 부르며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수많은 관객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노래를 부른다는 건……. 그리고 관객들이 뿜어내고 있는 기운들이 몸속으로 스며들어 그것이 에너지가 되어 주고 있었다.
“와아아아!”
드디어 모든 콘서트가 끝났다.
자정이 넘어 버렸지만, 유나는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았다. 그래도 오늘은 이쯤에서 멈추어야 한다.
오늘뿐만이 아니라 내일도 2회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었고 오전에는 학교에도 나가야 한다. 2학년 막바지였으니 가능하면 빠지고 싶지가 않았다.
유나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수고하셨습니다!”
“대단했어요!”
스태프들이 박수를 쳤다.
유나는 괜히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별로 대단하지 않았는데, 세상의 평가가 과대하다 여겼던 것이다.
유나가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윤다희가 다가왔다.
“고생하셨어요.”
“윤 비서님도 고생하셨어요. 하성이는 혹시 왔나요?”
“사실 병원에 계세요.”
“뭐라고요?”
“사고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돌아가다가요?”
“그건 아니고 아까부터…….”
윤다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유나는 그녀의 표정과 몸짓에서부터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짐작하였다.
임하성은 사고를 당하고 난 후에 억지로 여기까지 왔다.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하여 참고 있었고 콘서트가 끝난 이후에 곧바로 병원에 간 것이 틀림없었다.
“많이 다쳤어요?”
“그보다는 피를 많이 흘려서요.”
“그런데 왜…….”
“유나 씨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겠죠.”
“이 바보!”
유나의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결국 자신의 나약함 때문에 임하성이 다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다희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큰 부상은 아니라고 해요. 참을 만하니까 참은 거겠죠. 지금은 다 나았다고 합니다.”
“정말인가요?”
“그럼요.”
“빨리 병원에 가 보도록 해요.”
유나는 씻는 것도 잊었다.
어서 빨리 임하성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호의 등에 업힌 것까지는 기억이 났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눈을 뜨니 자정이 지나 있었다.
“깨어나셨군요.”
“제가 얼마나 잤죠?”
“몇 시간 안 됩니다. 수혈을 받으셨고 상처도 봉합했습니다. 치료는 모두 끝났고 피를 쏟은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다행이네요.”
달칵!
하성이 일어나서 백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유나가 달려 들어왔다. 그녀는 곧바로 하성에게 안겼다.
“어이쿠!”
“이 바보야! 그렇게 아프면 말을 했어야 할 것 아니야?”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었거든.”
“그게 말이 돼? 네가 아프면 내가 콘서트를 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 맞아, 안 맞아?”
“너는 성공을 해야지. 내가 어떻게 되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 그냥 가수 때려 칠 거야!”
“하하! 알겠어.”
하성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제 정말로 멀쩡해졌다. 수혈을 받았고 치료도 모두 끝나 있었다. 다리에 파편이 박힌 것 이외에는 별다른 부상도 입지 않았다. 그 때문에 씻은 듯이 나았던 것이다. 다만 콘서트장까지 가서 유나의 공연을 보는 것이 힘겨웠던 것뿐이다.
“윤 비서, 공연은 어땠나요?”
“최고였죠. 벌써부터 내일 공연을 기다린다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어요. 게다가 공연의 동영상이 퍼지면서 상당한 이슈를 만들고 있기도 해요.”
“다행입니다.”
“다시는 그러지 마.”
유나는 하성의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나와는 같은 반이었고 그저 친구일 뿐이었는데 이렇게까지 하성에게 감정이 깊어진다면 차후 난리가 날 수도 있었다.
하성은 유나를 떼어 놓았다.
“이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 오늘은 걱정하지 않을게.”
하성은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정이 넘어서 하성은 퇴원 수속을 밟았다.
주치의는 가능하면 하루 정도는 경과를 지켜보고자 하였지만, 갑갑한 병원에서 하루라도 더 있기 싫어 곧바로 퇴원을 했다.
사실, 몇 시간 동안 다리의 상처가 거의 아물기도 하였다.
유나는 몇 번이나 하성의 상태를 확인했다.
“정말 괜찮은 거지?”
“그렇다니까.”
“내일 학교에는 나올 수 있고?”
“그래.”
유나는 하성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병원 밖이었기에 누가 볼까 겁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히 기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스캔들이 위험하기는 하니까.”
“나는 상관없어.”
“너를 바라보고 있는 직원들이 많으니까.”
“우리는 언제쯤 자유로워질까?”
뭔가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하성은 그저 웃어넘기고 말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유나는 겨우 차에 올라탔다.
오늘 콘서트를 두 탕이나 뛰느라 피곤했을 것이지만, 전혀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나름대로 하성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차량이 출발하고 난 후에 겨우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백호, 원흉은 알아보셨나요?”
“아무래도 회에서 미행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복수를 해야겠군요.”
“본가를 치겠다는 말씀입니까?”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전쟁 중에 있었다. 이런 일이 매일같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오늘이야 단순히 파편이 다리에 박히고 말았지만, 이대로 두면 검이 심장에 박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본가를 칠 계획을 세울까요?”
“반드시 그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얻어 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 조각 말이로군요.”
“맞습니다. 본가에 조각이 묻혀 있으니 놈들에게 복수를 하는 동시에 조각을 찾아오도록 해야겠죠. 놈들을 칠 계획을 세워 보도록 하세요.”
“존명!”
***
어두운 밀실.
작은 촛불 하나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고 백호와 주작, 청룡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현무는 미국으로 출장을 나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한 가지 일을 처리한 후에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이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복수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지금은 전쟁 국면이었다.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놈들이 쳐들어왔을 때, 수많은 단원들이 죽거나 다쳤다. 적들의 피해는 더 컸지만 이제부터는 전면전에 들어가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다.
적들의 피해가 큰 지금이 복수를 하기에는 적기였다.
백호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의 허락이 떨어졌다.”
“전면전인가?”
“본가를 치기로 하였다.”
“본가를 친다니……. 괴물이 득실거리는 곳 아닌가? 우리들만의 힘으로 본가를 칠 수 있을까 모르겠군.”
청룡의 말이었다.
그는 본가를 쓸어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것은 무리라고 보았던 것이다.
주작도 마찬가지였다.
“본가는 무리지. 엄청난 사상자가 날 거야.”
“그곳에 다섯 번째 조각이 묻혀 있다고 한다.”
“……!”
주작과 청룡은 눈을 부릅떴다.
이미 네 개의 조각이 임하성에게 있었다. 이제 몇 개 남지도 않았는데, 또 하나의 조각이 그곳에 있다고 하는 것이다.
주작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히 부산에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거짓 정보다.”
“하! 정말 그곳에 조각이 있다고?”
“그렇지.”
“환장할 노릇이겠군.”
“하지만 만약에 지도 조각을 모두 찾아 창고의 문을 열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세가 역전되겠지.”
“전쟁은 끝날 거다.”
주작과 청룡이 동시에 대답했다.
임상옥은 엄청난 양의 금괴를 묻었지만, 그곳에 온갖 진귀한 영약들과 무구들을 모아 두었다. 그것만 차지할 수 있다면 회를 쓸어버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본가를 직접 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한 것이 사실이었다.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게 만들어야겠지.”
“계획은 있고?”
“그러니까…….”
다음 날 아침.
하성은 일찍부터 일어나 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전쟁은 본격화되고 있었다. 전면전으로 번졌다고 보아도 무방하였고 언제 어디서 테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하성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실력뿐이었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버지와 같은 절차를 밟을 것이다.
스아아아!
연무장 한가운데에서 하성은 정좌를 하고 있었다.
자연지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금’의 초입 단계에 들어갔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소한 ‘지’의 단계에는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만 적들과 대등한 싸움이라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그 단계까지는 스승님도 오르지 못한 것 같던데.’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을 뜨자 오달수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저를 뛰어넘으셨군요.”
“아닙니다. 아직 실전도 부족하고 갈 길이 멉니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초인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빠르게 무예를 익혔던 사람은 없습니다.”
“과찬이십니다.”
하성은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금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오달수와 싸운다면 패할 것이다. 그만큼이나 실전 경험도 중요하였기 때문이다.
“스승님, ‘지’의 단계로 접어들어 가려면 어떤 깨달음이 필요할까요?”
“사실, ‘지’의 단계에 접어들어 가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금의 단계를 밟은 사람은 많지만, 워낙에 깨달음이 심오하고 복잡하기 때문이지요.”
“왜 그런가요?”
“도련님께서도 짐작을 하셨겠지만, 임상옥 조사께서는 행성의 이름을 따서 단계를 세분화시켰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겠습니까?”
“지구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건가요?”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것에 대한 깨달음을 집약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그 단계에 오를 수 있는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이후부터는 깨달음의 영역입니다. 틈날 때마다 참선을 하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하성은 오늘의 수련을 마치기로 하였다.
등교를 하는 길이다.
엘리뇨 현상 때문인지 겨울도 예전 같지가 않다. 날씨는 화창했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그리 춥지는 않았다.
좋은 날이었지만, 하성은 걱정을 하고 있는 중이다.
‘회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사업이고 나발이고 펼칠 수가 없지. 뭔가가 꽉 막힌 듯한 기분이로구나.’
사업은 승승장구다.
뭔가 막히는 것 없이 쭉쭉 뻗어 나가고 있었는데, 반임가 연합이 방해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패하면 아마 신화그룹은 무너질 것이다.
‘지구에 대한 깨달음이라. 지구에는 인간도 살아가고 동물도 살아가며 식물도 있다. 그것이 대자연이지.’
하성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한 가지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바로 대자연에 대한 진리였다.
‘대자연의 진리를 깨닫게 되면 ‘지’의 단계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성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였다.
차량은 윤다희의 집 앞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윤다희가 서류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도 고생이 많습니다.”
“좋은 소식이 있어요.”
“어떤 소식인가요?”
“오늘부터 베타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사람은 모집을 했나요?”
“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해 주었어요. 역시 인터넷 광고의 힘은 무시를 못 하는 것 같아요.”
레이트를 인수한 이후로 하성은 한빛그룹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무엇보다 모바일 게임에 대한 홍보는 상당히 잘되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을 순식간에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 때문이었다.
“잘되었군요.”
“승인 부탁드립니다.”
하성은 망설임 없이 승인하였다.
오늘 저녁부터 다운로드가 시작된다. 그리고 곧바로 베타 테스트가 진행되고 테스트가 끝나면 맵을 넓혀 정식으로 오픈을 한다.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의 경우에는 2차 테스트까지는 거쳤지만, ‘파멸의 왕좌’는 모바일 게임이었기에 1차 테스트만 해도 충분할 것으로 보였다.
테스트는 말 그대로 테스트를 하는 것이었기에 서버가 터지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도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식 오픈은 그리되면 망하는 것이었다.
“서버가 터질 일은 없겠죠?”
“거래소에만 잠깐씩 접속하는 시스템이니 문제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종료를 할 당시에 저장이 되니 그것도 문제가 없고요.”
“관리는 수월한가요?”
“메인 서버에서는 캐릭터의 정보만 저장을 합니다. 해당 캐릭터의 레벨이나 스토리 진행 상황, 장비, 스텟창, 골드 등을 기록하죠.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그렇군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가 끝나고 나면 하성 역시 테스트에 참여를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프롤로그를 플레이하였을 때에는 상당히 좋은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 이후로 어느 정도의 흡인력을 가지고 있을지는 직접 해 보아야 아는 일이었다.
“오늘 콘서트도 문제없죠?”
“물론입니다. 유나의 컨디션만 좋다면요.”
이 정도면 되었다.
사업상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게임이 성공하면 꽤나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윤다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하성은 학교 앞에 도착하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오후에 회사에서 뵐게요.”
“그러죠.”
하성은 차에서 내려 학교로 향했다.
오늘도 편하게 쉴 수 있을 것이다.
웅성웅성.
하성은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여러 가지 소리들이 들린다. 벌써부터 아주고교를 박살 냈다는 소문이 쫙 퍼진 탓이다.
“들었어? 아주고교를 혼자서 박살 냈대.”
“아주고교를 혼자서?”
“그렇다니까. 아주 펄펄 날아다녔다고 하더라고.”
“우리에게는 잘된 일 아니야?”
“그렇지. 학교 폭력이 근절될 테니까.”
학생들은 하성의 업적(?)을 이야기하면서도 함부로 접근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괴롭히거나 부당한 일을 시키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진들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하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나야 더 편하지.’
교실에 도착하자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좌우로 갈라졌다.
모든 학생들이 그를 어려워했지만, 유나는 아니었다. 그녀는 달려와 하성을 살폈다.
“괜찮아?”
“다 나았어.”
“정말이지?”
“그렇다니까. 봐. 멀쩡하잖아?”
하성은 점프까지 뛰면서 그녀에게 치료가 끝났음을 어필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콘서트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유나는 생각보다도 하성을 더 많이 의지하였다.
“그만하길 다행이야.”
“하하하! 내 몸은 강철이잖아?”
하성은 기지개를 켰다.
창을 살짝 열자 맑은 공기가 들어온다. 당연히 잠을 자기에는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었다.
“또 자려고?”
“체력을 보충해야 하잖아? 너도 잠을 좀 자 두는 것이 어때?”
“응, 알겠어.”
유나도 함께 잠이 든다.
복도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하성은 TV에서도 많이 출연하는 기업인이었고 유나는 대스타였다. 콘서트에서는 암표가 기승을 부렸고, 공연 동영상이 유투브에 공개가 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유나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학생들이 구경을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하성의 존재 때문이었다. 아주고교를 혼자서 박살 냈다는 소문도 함께 돌았다. 유나와 하성은 꽤나 친한 사이였기에 그녀에게로의 접근이 어려웠다.
곧 낮게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딩동댕동!
1교시가 끝나가는 무렵이었다.
하성은 종이 치는 소리에 잠깐 일어났다가 다시 잠이 들려 하였다.
유나는 아예 꿈나라로 향해 있었다. 어제 그렇게 파워풀한 공연을 하였으니 피곤한 것이 당연했다.
“하성아!”
“무슨 일이야?”
하성은 겨우 눈을 떴다.
장백기가 우물쭈물하며 다가왔다.
“빨리 말해라. 잠이 좀 부족하거든.”
“아주고교에서 연락이 왔다. 구로구 애들을 포함해서 서울 일대 놈들도 꽤 모인다고 하더라.”
“그래? 잘됐네.”
“그럼 날짜는 언제…….”
“대략 모레 정도.”
“후우. 정말로 할 모양이로구나. 아무리 그래도 백 명을 한꺼번에 상대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냐?”
웅성웅성.
하성과 장백기의 대화는 교실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렇게 크게 말을 하는데 들리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아주고교를 격파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하성은 아예 그들에게 백 명을 모아 오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 백 명이 모였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듣기에는 하성이 괴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모레로 일단 잡을게.”
하성은 잠이 들었지만, 교실에서는 소란이 일었다.
단순히 수련을 위하여 싸우겠다고 말하는 하성이었지만, 학생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