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61
59. 취임
“대략 2천 억 정도입니다.”
“2천억이라!”
하성은 엄청난 액수에 혀를 내둘렀다.
반임가 연합에서는 엄청난 돈을 쌓아 두고 있었다.
금괴와 현금, 무기명 채권들은 바로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돈세탁을 해야 하기는 하지만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 많은 돈을 쌓아 두고 살았다는 겁니까?”
“엄청난 놈들이지요.”
하성은 생각에 잠긴다.
오늘의 습격은 치우가 주도를 하였다. 사실, 하성이 한 일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면 모두 치우에서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돈은 치우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돈은 주인님의 것입니다.”
“그래도 치우가 고생을 하였으니 치우가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정 그러시면 인사치레 정도만 하시죠. 오늘 고생한 자들에게 말입니다. 죽은 자들의 유족에게 돈을 지급하시고 남는 돈은 주인님께서 쓰십시오. 주인님의 발전이 곧 저희의 발전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후우.”
하성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2천억이라면 엄청난 돈이었다.
이 돈을 사업에 투자한다면 하성은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신화그룹의 후계자라고 해도 내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어느 정도의 사업을 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미래를 대비하면 어떻게 해서든 한빛그룹이 발전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성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500억을 치우가 쓰도록 하십시오. 이 정도는 괜찮지요?”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1,500억은 세탁을 거쳐서 스위스 계좌에 넣어 두세요. 사업에 요긴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존명!”
이렇게 돈 문제는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빠르게 세탁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엄연히 돈세탁을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최소한 일주일은 걸릴 것이니 DM소프트의 잔금은 자체적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신화그룹의 융자였다.
그날 밤, 하성은 늦게 귀가했다.
임태식은 거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사내자식이 조금 늦을 수도 있지.”
하성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역시나 꽤나 피로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꽤나 피로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임태식은 하성이 오늘 융자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상심하지 마라.”
“내일은 가능할 겁니다.”
“오늘 불가능하였는데, 내일 가능하겠느냐?”
“손을 좀 써 두었습니다.”
“어떻게 말이냐?”
“놈들을 약간 박살 내 두었습니다.”
“정말이냐?”
“예, 할아버지.”
임태식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놈들은 신화그룹에서의 독립을 한다고 선포하였지만, 아직까지 조직 내에서 본격적인 항쟁은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한데 하성이 놈들에게 타격을 주었다고 하니 신화그룹의 회장인 임태식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별문제가 없을 겁니다.”
“허허허! 네가 이제 내가 할 일을 대신하는구나.”
“명색이 후계자잖아요?”
“그래, 그래.”
임태식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1년 사이에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지경이었다.
다음 날 아침.
하성은 학교로 향하지 않고 회사에 먼저 들렀다.
오늘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어쩌면 학교에 가지 못할 수도 있을 만큼이나 바쁜 날이라 할 수 있었기에 회사부터 들른 것이다.
회사에서 대충 준비를 하고 곧장 신화그룹 본사로 향했다.
어제는 실패했지만 오늘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윤다희는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늘은 성공할 수 있겠어요?”
“성공합니다.”
“그렇게 쉽게 가능할지.”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회의 본가가 어제 박살 났다. 물론 전력도 건재하였고 회주나 부회주가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성은 적들이 감히 오늘만큼은 도발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만약 도발을 한다면 아예 박살을 내 버릴 작정이었다.
전면전으로 비화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감당을 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하성이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임원들이 하성을 바라보며 술렁였다.
“또 왔군.”
“어제도 불가능했는데 오늘은 가능할까?”
“망신만 당하겠지.”
여러 가지로 하성에게 좋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하성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성은 임태식의 옆에 앉았다.
“그럼 어제의 안건에 이어서 회의를 하도록 하지.”
임태식의 말에 사람들은 차분하게 입을 다물었다.
지금부터가 진검 승부였다.
하성이 발의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안건으로 찾아왔습니다. 550억을 융자해 주십시오.”
“흥!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 봅니까?”
“맞습니다.”
웅성웅성.
내부가 술렁인다.
어제도 되지 않았으니 오늘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하성은 일심파 보스인 윤도식과 신사동파 보스인 한경식을 압박했다.
“두 이사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 될 이유는 없죠.”
“……!”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심과 신사동은 분명히 독립을 선언한 상태였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하성을 반대해야 옳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꾸었다.
“보스! 왜 그러십니까?”
“맞습니다! 갑자기 왜……?”
“도련님의 뜻대로 하십시오.”
“이럴 수가.”
회와 관련되어 있지 않은 일반 조직원들은 갑작스러운 그들의 태도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였다.
이것은 하성에게 한 수 접어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임태식은 통쾌하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양대 보스가 고개를 숙였으니 전쟁은 사실상 뒤로 밀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최소한 일심과 신사동의 상부 격인 회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이런 식의 저자세를 일관할 것이다.
임태식은 그 틈을 노리고 세를 확장시킬 것이다.
“그럼 반대하는 사람이 또 있나?”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양대 보스가 고개를 숙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제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임태식은 파안대소했다.
“하하하하! 그럼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지.”
쾅!
“이런 빌어먹을 일이 있단 말인가!”
유한백은 테이블을 내리쳤다.
고진성의 표정도 썩 좋지가 않았다. 신사동과 일심의 보스들이 침묵하였고 임하성은 기세등등하게 그들을 압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침묵을 지켰던 것은 바로 어제, 회의 본가가 불타서 무너졌기 때문이다.
심대한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곧바로 전면전을 치를 수는 없는 지경이라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유한백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본가가 불탔다고 해도 이렇게 물러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사기가 뚝 떨어졌으니까.”
“부회주가 있지 않나?”
“부회주도 힘을 회복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괴물과 같은 공력을 가지고 있지만 치우의 3대 단주들과 맞서 싸웠으니 말이야.”
“멀쩡한 것 아니었나?”
“내상을 약간 입으셨다더군.”
“제길.”
적들 앞에서는 멀쩡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3대 단주들을 압도하였던 것은 엄청난 성과였다.
“그분이 멀쩡하시다면 4대 단주와 싸우는 것도 가능하겠지.”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고작 550억이야. 이렇게 열을 내지 말라고.”
그나마 고진성은 조금 침착했다.
기다리고 있으면 기회는 온다.
일단 지금은 웅크리고 있어야 할 때였다.
하성은 DM소프트에 도착하였다.
바로 오늘, DM소프트의 주인이 바뀐다.
하성은 이사들을 압박하여 신화금융으로부터 550억이나 되는 돈을 융자받았다. 그리고 신사동과 일심의 사기를 크게 꺾어 놓았다.
이것만 해도 큰 성과라 말할 수 있었다.
DM소프트 앞에는 노준식 사장이 직접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오늘 퇴사를 하시겠군요.”
“허허허! 즐거운 노후 생활이 남은 것이지요.”
노준식을 비롯한 대주주 겸 이사들은 오늘 대거 퇴사를 한다.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기로 한 것이다.
하성도 굳이 그들을 잡지 않았다.
기술자들만 온전하다면 괜히 연봉만 높은 이사들을 잡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져야 하성만의 경영을 할 수 있었다.
“들어가시죠.”
“예, 사장님.”
계약은 끝났고 이제 잔금만 입금하면 회사는 하성의 것이 된다.
노준식 사장과 이사들이 아직 퇴사하지 않은 이유는 하성에게 정식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였다.
그밖에도 회사가 잘 경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경영에 대한 팁을 주고자 했다.
하성은 소회의실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오늘 퇴사하는 이사들이 모여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다들 계셨군요.”
오늘 퇴사하는 인원은 총 다섯이었다.
그들의 연봉만 합쳐도 상당하였다.
그래도 이들은 DM소프트의 창립 인사들이었다. 아마 회사를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기는 할 것이다.
하성은 먼저 잔금부터 입금하도록 했다.
“윤 비서, 잔금을 부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윤다희는 전화 한 통을 써서 잔금을 처리하도록 하였다.
잔금의 지급은 5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노준식이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이제 진정한 주인이 되셨습니다.”
“여러 선배님들의 말씀을 경청하겠습니다.”
“사실, 노하우라고 할 것은 없습니다. 총무이사가 그 정도 노하우는 알고 있을 테니까요.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바람의 전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서비스 노하우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운영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캐시 아이템들의 소모화가 비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캐시 아이템의 소모화요?”
“그렇습니다. 돈이 들어가는 캐시 아이템을 소모하게 만드는 선순환 고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이번에 저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 바로 그 때문입니다. 캐시 아이템이 소모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화폐 가치가 급락하였지요.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불렀습니다.”
“으음.”
하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사실, 게임의 운영은 전문가에게 맡길 작정이었다.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성은 그들의 말을 경청하였다.
게임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게임의 운영이라는 것은 말해 입 아픈 일이었다.
“어떤 식으로 소모를 시켜야 하나요?”
“가령, 외형 변화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건 캐시로 구매해야 하죠.”
“그렇겠죠.”
“외형 변화 아이템을 분해하면 그곳에 삽입할 수 있는 젬이 떨어집니다. 일정 확률로 레어 젬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일반 젬을 합성하면 일정 확률로 레어 젬이 떨어지고, 이걸 또 합성하면 낮은 확률로 유니크 젬이 등장합니다.”
“오호.”
“아직 도입되지는 않은 업데이트입니다.”
“이번에 연구를 많이 하셨나 봅니다.”
“이렇게 해서 캐시 아이템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선순환 거리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그렇군요.”
하성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소모성 캐시 아이템을 만든다. 그리고 점점 게임의 난이도를 올림과 동시에 최후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업데이트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게임의 운영이라는 것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하나 우려가 되는 일이 바로 불법 사설 서버입니다.”
“불법 사설 서버는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프리 서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프리 서버가 기승을 부리면 당연히 매출은 급감합니다. 경찰에서도 단속을 하고 있지만 뿌리는 뽑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조치도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프리 서버가 퍼지면 종국에는 파멸이니까요.”
“새겨듣겠습니다.”
게임의 운영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만약 이번에 하성이 개발하는 ‘파멸의 왕좌’에 프리 서버가 열리면 엄청난 타격을 받고 말 것이다.
애초에 프리 서버의 등장을 막는 것이 최선의 방책인 것 같았다.
“다른 조언은 없습니까?”
“PK 시스템의 변화입니다.”
“PK 시스템의 변화요?”
“원래 ‘바람의 전설’은 PK가 특화되어 있습니다. 접속을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안에 새로운 세상이 열려 있죠. 게임 캐릭터가 타인의 머리 위에 군림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겁니다. 이걸 잘 컨트롤해 주어야 하죠.”
“어려운 일이로군요.”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여 회장님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시면 됩니다. 어쨌거나 CEO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만하면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다 한 것 같군요.”
그는 홀가분한 얼굴로 일어났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강당으로 가시죠.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강당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웅성웅성.
대강당에는 직원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DM소프트는 최근 경영 악화로 인하여 휘청거리고 있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에는 한빛그룹에 매각되었고 오늘은 하성이 취임을 하는 날이었다.
사람들은 그래도 한빛그룹에 매각된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한빛그룹은 신화그룹의 후계자가 운영하는 곳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합이 되겠지. 그럼 한국 최고의 대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거야.”
“그럼 우리는 대기업에 다니게 되는 건가?”
“한빛그룹도 이만하면 대기업이지.”
직원들은 기대에 차올라 있었다.
DM소프트가 한빛소프트로 바뀌면 급여 수준이나 복지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였기 때문이다.
잡담을 뚫고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회장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웅성거림이 멎었다.
저벅저벅.
하성의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곧 강단 위에 서서 직원들을 내려다본다.
하성은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에 DM소프트를 인수한 임하성입니다. 제 포부를 밝히기에 앞서 창업주님과 대주주님들의 퇴임식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노준식 사장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짧게 말했다.
“퇴임식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제 불찰로 경영 악화가 되기도 하였고 이제는 늙어 버렸기에 초심을 잃은 것도 사실입니다. 게임 회사는 젊어야 합니다. 젊은 분이 회사를 맡게 되었으니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제 말을 따라 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짝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대주주 겸 이사들도 짧게 소감을 밝혔다.
그들은 하성에 대한 덕담을 빼놓지 않았는데, 특히나 천재 경영자로 불리는 사람이 회사를 맡게 되었으니 기대를 해도 좋다고 말해 주었다.
마이크는 하성에게 돌아왔다.
“앞으로 DM소프트는 한빛소프트로 개칭됩니다. 또한 한빛그룹의 소속이 될 예정입니다. 제가 DM소프트를 인수하게 된 것은 얼마 전 모바일로 론칭한 ‘파멸의 왕좌’를 PC판으로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웅성웅성.
직원들이 술렁거렸다.
이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 치고 파멸의 왕좌를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얼마나 중독성이 있는 게임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하성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었다.
“오늘부로 한빛소프트는 파멸의 왕좌 PC판을 내기 위하여 전력투구합니다. 좋은 게임이 탄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와아아아아!”
직원들은 환호하였다.
하성은 그들에게 확실한 비전을 심어 주었다.
단순히 회사를 인수하는 것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달랐다.
악독한 경영주의 경우에는 대충 아무 회사나 인수를 하여 껍질째 벗겨 먹은 후에 매각해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속된 말로 ‘폭탄 돌리기’였다.
그렇게 벗겨진 기업은 부도가 예정되어 있었다.
“다 함께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를 만들어 가도록 합시다.”
취임식이 끝난 후에 하성은 대대적으로 임원들을 불러 모았다.
임원뿐만 아니라 과장급 인사들을 대회의실로 불렀는데, ‘파멸의 왕좌’의 개발을 본격화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성은 사람들 앞에 나섰다.
“오늘부로 DM소프트를 인수한 임하성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회장님의 능력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맞습니다. 게다가 파멸의 왕좌 정도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단순히 한국에서의 성공을 넘어 세계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원천 기술을 가지고 계시니 빠른 시일 안에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미 스토리와 소스,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니 개발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총무이사 강무진이 말했다.
“3개월 정도면 넉넉합니다.”
“그렇게 빨리 가능한가요?”
“모바일 게임에 몇 가지 시스템만 추가하여 만드는 것이라면 가능합니다.”
“초기에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3개월만 주십시오. 이미 3D 기술은 세계 최고의 수준임을 자부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개발을 하던 가락이 있고 이미 만들어진 배경을 재활용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개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렇군요.”
하성은 혀를 내둘렀다.
역시나 국내 최정상급 게임 회사의 위엄이었다.
인수를 결정할 때만 해도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이들의 역량은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소스와 시스템, 스토리 등을 오늘 안에 제공하겠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PC 게임으로 탄생시켜 주십시오.”
사람들은 일치단결하였다.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하성은 사장실로 들어왔다.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아무래도 한빛소프트의 사장을 새로 세워야 할 것 같았다.
윤다희도 서류의 양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왜 이렇게 서류가 많을까요?”
“게임 회사다 보니 그런 것 아닐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성은 빠르게 서류에 사인을 해 내려갔다.
최고 CEO로 경영을 하겠지만 사장의 자리에 직접 앉아 있는 것은 무리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총무이사를 사장으로 세워야 할까.
“누가 적당할까요?”
“강 이사가 아닐까요?”
“저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망설일 필요도 없다.
어차피 하성은 사업을 늘려 나가고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한빛소프트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조만간 회를 털어 마련한 돈이 들어올 것이다.
그 돈을 재투자하려면 새로운 사업을 또 추진해야 할 것인데, 여기에만 신경 쓸 수 없었다.
똑똑.
얼마 지나지 않아 강무진이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강 이사님.”
“어쩐 일이신가요?”
“한빛소프트 사장직을 맡아 주십시오.”
“제가요?”
“무린가요?”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워서…….”
“그럼 수락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상의할 일이 더 있습니다.”
“어떤 일인가요?”
“바람의 전설의 현금 거래를 잡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