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63
61. 신사업
유서화가 사업을 함께하자고 제안을 하다니, 의외였다.
하성으로서는 별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떤 사업인가요?”
“응원용품 사업이요!”
“오호!”
하성은 감탄을 터뜨렸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대한민국이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다. 그렇게 4강에 진출하고 난 후에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 당시에 광화문을 채운 응원 인파만 100만에 달했다. 서울 곳곳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엄청난 응원 인파가 모여 응원하였으니 응원용품 사업은 분명 대박이 난다.
물론 유서화가 단순히 월드컵만 바라보고 사업을 제안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떤가요?”
“함께 투자를 하는 건가요?”
“네! 하성 씨와 제가 공동 대표가 되어서 회사를 운영하는 거예요!”
재벌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그렇다고 경영을 장난처럼 여기지는 않겠지만 대학생이 그만한 규모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유민성 회장의 뒷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투자할게요.”
“응원용품이라고밖에는 안 했는데 바로 투자하시겠다고요?”
“이번 월드컵에 한국 팀이 대박을 낼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우리 사업도 대박이 나는 거잖아요?”
“후후. 사실, 16강까지만 가도 대박이죠.”
“더 갈 걸요?”
“설마요.”
유서화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월드컵에서는 16강까지만 가도 선방을 한 것이다. 그 이상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4강까지 올라간다고 말하면 미쳤다고 하겠지.
“어쨌든 투자할게요. 어떤 회사인가요?”
“원래는 팬시용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회사예요. 전국적으로 체인점이 200여 개 정도 되었는데, 이번에 해외 부동산에 투자를 했다가 망했다고 해요.”
“어디에 투자를 했다는데요?”
“아프가니스탄요.”
“아아.”
도대체 아프가니스탄에는 왜 투자를 했는지는 몰라도 미국과 전쟁으로 땅값이 폭락했을 것이고 부서진 건물들도 많아 완전히 망했다고 할 수 있었다.
거액의 돈이 투자되었다면 회사가 휘청거리는 것도 당연했다.
“회사 이름이 뭔가요?”
“CSS요.”
“꽤 유명한 팬시점이잖아요?”
“해외 진출까지 꾀하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돈도 없다고 하네요. 급하게 매물로 나왔는데, 제가 1순위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자금이 부족하기도 했고 하성 씨와 사업을 함께하면 어떨까 싶었던 거죠.”
“좋은 생각이네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구, 팬시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곳이었고 어떻게 보면 문방구의 발전형이라 보아도 무방하였다.
여기에 잡다한 물건들도 팔았는데, 응원용품을 비롯하여 사소하게는 액세서리까지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금 하성에게는 여유 자금이 1,500억 정도 있었다.
“얼마나 투자해야 되나요?”
“일단 감정가가 800억 정도 나왔어요.”
“꽤 비싸군요?”
“공장도 많고 취급하는 종류가 많아서 그래요. 지금도 성황리에 장사가 되고 있고요. 자금이 갑자기 부족해져서 그렇지.”
“그럼 운영비와 합산하면 500억씩은 투자를 해야겠네요.”
“그렇죠. 부담이 되시면 제가 좀 더 출자를 하고요.”
“하하하! 저도 이제 대기업을 경영하는데 그 정도 자금이 없어서야 되겠어요?”
“그럼 바로 투자하는 건가요?”
“네.”
하성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유서화는 상당히 기뻐했다. 어떻게 보면 이걸 하나의 놀이라고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태진그룹이 워낙에 탄탄하니 이런 생각도 하는 것이겠지.
그래도 역시 그녀는 허술하지 않았다.
“그럼 디자이너를 확보하러 가요.”
“디자이너요?”
“응원용품을 판매하려면 디자이너가 있어야 하잖아요? 붉은 악마가 콘셉트이니, 티셔츠와 뿔, 일회용 타투 등등. 할 일이 많네요.”
유서화는 하성의 팔목을 잡았다.
그녀는 어떤 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오늘은 데이트 아니었나요?”
“이것도 데이트의 일종 아니겠어요? 앞으로는 더욱 자주 만나서 사업을 계획하도록 해요.”
“저녁 8시인데…….”
“10시까지는 아마 가게에 있을 거예요.”
그들은 디자이너를 만나기 위해 동대문으로 향했다.
도대체 디자이너로 누구를 점찍은 걸까.
그녀가 향한 곳은 동대문이었다.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와 산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전국에서도 상인들이 몰려 항상 북적이는 곳이었다.
동대문의 한 귀퉁이에 위치하고 있는 도매 옷집.
유서화는 옷들을 보며 감탄했다.
“보이죠? 여기서는 특이한 옷들을 판매하는데, 직접 디자인을 했다고 해요.”
“확실히.”
특이하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옷이 튀어서 판매는 잘되지 않을 것 같았다. 재고가 이렇게 쌓여 있는 것을 보니 꽤나 경영을 힘들게 이어 나가고 있지 않을까.
“어서 오세요.”
화장실을 갔던 가게 주인이 달려 나왔다.
가게 주인은 20대 중반의 비교적 젊어 보이는 여자다.
“혹시 임하성 회장님 아니세요?”
“맞습니다.”
“정말 팬이에요!”
여자는 갑자기 하성의 손을 잡았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유서화는 오히려 잘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 어디 가서 이야기 좀 잠깐 할 수 있을까요?”
“좋죠! 장사도 별로 안 되는데요.”
상당히 쾌활한 여자다.
이 정도로 장사가 안 되면 곧 망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으니 쿨하다고 할 수밖에.
그들은 가까운 커피 가게로 향했다.
커피 가게라고는 하지만 커피숍처럼 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노점 앞에 의자 몇 개를 가져다 놓은 것이 전부였다.
하성이 자리에 앉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았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알아보았기에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그리고 유서화와는 공인된 관계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은 냉커피 세 잔을 시켜 놓고는 대화를 나누었다.
유서화가 그녀에게 말했다.
“저는 유서화라고 하고요…….”
“알아요! 임하성 회장님 약혼자이시잖아요? 곧 결혼을 할 것이기도 하고요.”
“험험.”
아직 결혼은 계획에 없었지만, 일반인들의 눈에는 그리 보이는 것이 정상 아닐까.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안소영이라고 해요. 보시다시피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곧 망할 것 같네요.”
“별로 아쉽지 않으신 것 같네요.”
“너무 좁은 곳에서 장사하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때려치우려고 했어요.”
오히려 안소영은 속이 시원해 보였다.
이번에는 하성이 그녀에게 물었다.
“디자인이 특이하던데 전부 사장님이 디자인한 건가요?”
“네, 어려서부터 디자이너가 꿈이었거든요. 제 장사를 시작하면 바로 부자가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뭐, 아직 젊으니까 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겠죠.”
“그럼요. 다시 시작하실 수 있죠.”
“그런데 저에게 하실 말씀이……. 설마 대량으로 옷을 구매하시려고요?”
“그건 아니고요.”
“헤헤, 어쩐지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 싶었죠. 그럼 저를 왜 찾아오셨나요?”
“혹시 저희 회사의 디자이너가 되어 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디자이너요?”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부터는 하성이 설명하는 것이 좋았다.
“팬시점 CSS를 아시죠?”
“그럼요.”
“거기서는 간단한 의류들도 판매를 하죠. 이번에는 응원용품을 만들어서 팔려고 하는데 디자이너가 없어서 말입니다. 혹시 소영 씨가 디자이너가 되어 주시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찾아왔습니다.”
“완전 좋죠!”
“좋다고요?”
“여긴 바로 정리할게요.”
그녀는 싱글벙글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사업을 펼쳐 왔던 것인데 다소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그렇게 떠나도 괜찮겠어요?”
“어차피 사업은 제 체질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바로 계약하나요?”
“아직 CSS를 인수하기 전이거든요. 인수되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언제쯤이요?”
“일주일 정도 걸리겠네요.”
“좋아요! 저도 정리하는데 일주일 정도면 충분해요.”
하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일이 너무 쉽게 풀리고 있었다.
“저는 그럼 들어가 볼게요!”
“아, 예. 때가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기대할게요!”
안소영은 일터로 돌아갔다.
하성은 남아 있던 냉커피를 쭉 들이켰다.
“뭔가 얼떨떨한데요.”
“보통 사람이 이런 제의를 받으면 당연히 저렇지 않을까요?”
“그런가요?”
“하성 씨는 유명한 사람들만 상대를 하셨잖아요. 한 번 망했다고 해도 확실히 검증된 사람만 뽑으셨죠.”
“그런 경우도 있었고, 아닌 경우도 있었고요.”
“하지만 저 여자분은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기회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것 참.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곧바로 회사를 인수해야겠는데요?”
“그럼 같이 만나 보실래요?”
“지금 말인가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잖아요.”
“다 퇴근을 했을 것 같은데.”
“오늘은 거의 야근이라고 하던데요? 사장도 아직 있고요.”
유서화도 역시나 경영에 재능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보면 추진력은 하성보다 더 뛰어날는지도 몰랐다.
이렇게 되었으니 별로 머뭇거릴 필요도 없었다.
“그럼 가 보도록 하죠.”
“네!”
유서화는 하성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CSS 본사로 향하기로 했다.
***
강북에 위치하고 있는 CSS 본사.
한때에는 꽤나 잘나갔었고 일본과 중국에 진출하려 계획을 세웠던 회사였다.
건물도 한창 잘나갈 때에 매입한 것이었고 강북에서 한눈에 띄는 30층짜리 빌딩이다.
빌딩 아래에는 CSS 사장 안상기가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께서 직접 오셨군요?”
“귀인들이 두 분이나 오시는데 제가 직접 나와야죠.”
그들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이곳은 다른 회사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곳곳에 인형들을 비롯하여 문구, 팬시용품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각각 제작, 디자인 부서가 따로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오픈형이라 회사 전체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팅!
그들은 정상 층에 도착했다.
사장실로 바로 안내가 되었는데, 이곳도 오픈형이었고 사장실에서는 각 부서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역시 특이한 구조다.
“앉으시죠.”
방금 커피를 마셨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커피를 꽤나 많이 마셔야 할 때가 많았다.
바깥에는 어둠이 짙게 깔렸는데, CSS 본사에서는 퇴근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보였다.
“회사가 바쁜가 보네요.”
“신제품 출시가 연달아 있어서요. 하지만 계획만 되어 있을 뿐이지, 자금이 없어서 출시는 못 할 겁니다.”
그는 어두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 소개도 못 했군요. CSS 사장 안상기입니다.”
“임하성입니다.”
“유서화예요.”
“귀인들이 두 분이나 찾아오시다니……. 얼마 전에 기업 실사가 왔었습니다. 인수를 위해 오신 건가요?”
“그렇죠. 그리고 제가 1순위로 들어왔는데, 매각 의사는 있으시죠?”
“가격만 맞으면 곧바로 매각할 수도 있습니다.”
“평가금만큼은 드릴 수 있어요.”
“아이고, 800억에 팔면 대주주들은 굶어 죽습니다.”
“뭐, 안 사도 되니까 상의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유서화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성도 얼떨결에 함께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안상기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서화는 망설임 없이 엘리베이터까지 탔다.
그들은 회사 앞으로 나왔다.
“이런 식으로 나와도 되나요?”
“아마 상당한 압박이 되었을 거예요. 제가 알기로는 다른 회사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밖에는 금액을 제시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곧바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저희에게 매각하겠죠.”
짝짝짝!
하성은 손뼉을 쳤다.
“브라보!”
“뭘, 이 정도로요.”
“대단하세요.”
“하성 씨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죠.”
“아니요, 경영에 소질이 있어요.”
그녀는 하성의 팔짱을 꼈다.
“일했더니 배고프네요.”
“뭐 드시고 싶어요?”
“아무거나요. 하성 씨만 있으면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들은 거리를 걸어 다니다가 눈에 띄는 식당이 있으면 아무 데나 들어가기로 했다.
강남에 위치하고 있는 한 일식집.
이곳에는 오랜만에 임태식과 유민성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 가고 있었으니 얼큰하게 술도 한잔씩 들어갔다.
유민성이나 임태식이나 서로 사돈이라고 부르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문제는 정작 당사자들의 관계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었다.
유민성 회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르신, 아무래도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네.”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이라. 함께 여행이라도 보내면 어떻겠나?”
“여행이요?”
“함께 밤이라도 지새우면 그 핑계로 결혼까지 밀어붙이는 게지.”
“좋은 방법입니다!”
유민성은 크게 공감했다.
물론 요즘 젊은이들은 임신이 혼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방적인 연애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양가 어른들의 동의하에 약혼까지 하였으니 단순히 밤을 함께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결혼의 사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그럼 어찌해야 할까?”
“조금 고전적인 방법으로 할까요?”
“고전적인 방법?”
“섬으로 여행을 보내 놓고 배를 끊어 버리는 겁니다.”
“좋구나!”
임태식은 무릎을 탁 쳤다.
정말 노회한 어른들인지라 이런 방법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과거를 돌이켜 보면 이보다 확실한 방법도 없어 보였다.
“그럼 곧바로 부를까요?”
“티켓부터 마련을 해 보도록 하지.”
“제가 전화해서 아무렇게나 만들어 오라고 하겠습니다.”
“좋아, 좋아.”
“어르신은 서화와 사위를 부르시죠? 오늘 데이트라고 했으니 어르신이 부르시면 바로 올 겁니다.”
“허허허. 그러지.”
그들은 작당 모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계획대로 유민성은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적당하게 모양만 그럴싸하게 만든 티켓을 가져오게 했고, 임태식은 두 사람을 이 자리에 부르기로 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가게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그 자리에는 유민성 회장도 함께 있다고 하는데, 잠시 들르라고 한다.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잠깐 들러 인사를 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은 곧바로 일식집으로 향했다.
조금 불편한 자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어른들과 함께 만나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드르륵!
룸으로 안내가 되었다.
그곳에는 한 상 거하게 차려져 있었는데, 하성과 유서화가 온다는 소리를 듣고 아예 상을 갈은 모양이었다.
“어서 오거라.”
“안녕하세요, 아버님.”
“어서 오게, 사위!”
“그간 별일 없으셨지요?”
“그럴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자자, 앉게.”
하성은 임태식의 옆에, 유서화는 유민성 회장의 옆에 앉는다.
술도 들여왔다.
유민성 회장이 하성에게 술을 권했다.
“한 잔 받겠나?”
“감사히 받겠습니다.”
쪼르르륵!
하성은 그대로 술을 삼켰는데, 임태식과 유민성은 연거푸 술을 권하였다.
‘이 양반들이 도대체 왜 이러지?’
아무리 하성이라고 해도 술을 두 병이나 비우다 보면 취기가 슬슬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유서화가 말릴 지경이었다.
“아빠, 왜 이렇게 술을 먹여요?”
“그냥,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거지.”
“험험, 그보다 말이다.”
임태식이 그들에게 티켓 두 장을 내밀었다.
“다녀와라.”
“이게 뭡니까?”
“무인도 여행 패키지지.”
“여행이라니요?”
“무박 여행이다. 그냥 표가 생겨서 주는 것이니까 다녀오도록 해라. 알다시피 내가 갈 일은 없지 않느냐?”
“아, 예.”
뭔가 조금 찜찜하기는 하였지만, 어른이 표를 주는데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주더라도 여기서는 거절할 수 없었다.
유서화가 유민성 회장을 바라보았다.
“그럼 저희는 하던 데이트 계속해도 되나요?”
“물론이지.”
하성과 유서화는 인사를 하고는 일식집을 빠져나왔다.
하성은 티켓을 유심히 바라봤다.
‘급조한 것 같은 티가 나기도 하고. 아닌가?’
하성은 의심을 하였지만, 무박 여행이라고 하는데 별다른 일이 있을까 싶었다. 다음 날 날씨만 조심하면 유서화와 하루를 보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 갈까요?”
“주말에요?”
“시간 되시면요.”
“안 될 것도 없죠.”
잠깐 다녀오는 것이야 별로 어렵지 않다.
인천에 딸려 있는 부속 섬이었는데, 무인도라고 한다. 그 안에 산장을 세워 놓고 무인도 여행 패키지를 판매하는 것이다.
낚시도 할 수 있었고 바비큐도 할 수 있으니 꽤나 괜찮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하성에게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매일 일만 하다 보니 편두통이 생겼다.
“그럼 주말에 가도록 해요!”
“그래요.”
“약속!”
그들은 손가락까지 걸었다.
“이제 데이트하러 가요!”
유서화는 하성을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
하지만 별로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유서화와 함께하니 조금은 머리 아픈 것이 가시기도 했다.
탁!
임태식과 유민성은 함께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성공할 것 같습니다, 어르신!”
“자네의 공로일세.”
“무슨 말씀입니까? 어르신의 공로지요.”
원래 그들은 서로 예우를 했지만, 자주 만나다 보니 막역한 사이로 지내기로 하였다. 그 때문에 서로를 대하는 데 있어 꽤 허심탄회하게 변했다.
이런 계획을 세운다는 것도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서화의 성격으로 보면 주말에 가든지, 안 가든지 할 겁니다.”
“그럼 승부의 관건은 주말이겠군?”
“그렇지요.”
“어떤 식으로 배를 끊어 버린다…….”
“비가 오면 가장 좋지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하하하! 배가 고장 나는 경우는 여러 가지죠. 돈만 적절하게 뿌리면 여행사에서 알아서 해 줄 겁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
여전히 작당 모의는 진행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