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65
63. 초안
“물론입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하성은 연예계에 문외한이었고 평소에도 자신이 스타성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정말로 그리 생각하기에 스타성을 운운하는 걸까.
하성은 대기업 회장이었고 혹시나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리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냥 비행기를 태우는 것이라면…….”
“충분히 스타성이 있습니다.”
윤제문의 말이었다.
다른 사람의 말이라면 몰라도 윤제문의 말은 믿을 수 있다.
윤제문은 한빛 엔터테인먼트가 신화그룹의 모태가 되었을 그 당시에도 수많은 스타들을 영입했다.
90년대 초반, 길거리 캐스팅이 흔치 않았던 시절에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만으로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었다. 그리고 윤제문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아무리 하성이 회사의 오너라고 해도 말이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해 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회사를 살리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지요.”
“그럼 바로 회의 들어가겠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회의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복잡한 회의는 거치지 않을 것이다. 15초의 짧은 광고였기에 1분 정도의 짧은 스토리로 끝낸다.
사실, 스토리라고 해도 별건 없었다.
짧게 상품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바로 기술이었다.
안 PD를 비롯한 카메라 감독들, 총괄에 윤제문, 각 분야의 스태프가 모였다. 짧은 광고라고 해도 여러 기술자들이 참여한다.
안 PD가 짧게 설명한다.
“여기는 무인도입니다. 야자수가 한 그루 있고 코코넛이 달려 있죠. 여기 판매대가 있습니다. 시원한 반팔에 짧은 반바지를 입은 소년이 코코넛 음료를 팔고 있습니다. 코코넛 음료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코코넛 열매에 구멍을 뚫어 빨대만 꽂아 넣습니다. 그레이스는 지나가다가 음료를 사 먹고요, 마시면서 음미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곧바로 음료 전체 모습이 나오면서 광고가 마무리되죠.”
그레이스가 물었다.
“실질적으로는 제가 코코넛 음료를 들고 마시는 건 아니죠?”
“그렇죠. 코코넛 음료는 광고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이해했어요.”
“회장님의 복장은 이걸로 하죠.”
촌스러운 반팔 셔츠에 반바지다.
그의 역할은 그냥 지나가는 미인에게 코코넛을 판매하는 것뿐이었다. 매우 간단한 역할이라 할 수 있었다.
“촬영 시간은 1분입니다. 나머지는 편집을 할 테니까 연기에 집중해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보다는요.”
윤다희가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윤 비서님,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사람들은 비서라고 해서 그녀의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사람이 윤다희였다.
비서실장이었고 아직 구조본이 만들어지기 전이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윤다희가 구조본부장의 자리에 있다고 보면 되었다.
“회장님의 몸매가 상당히 좋거든요. 차라리 벗으면 어떨까요? 그레이스도 비키니를 입으니까요.”
“몸매가 좋다고요?”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 하성에게 집중되었다.
운동을 하기에 몸매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균형이 잘 잡혀 있었고 검을 사용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몸매 하나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나을 것이다.
안 PD가 말했다.
“회장님, 잠시 벗어 주실 수 있습니까?”
“여기서요?”
“바지는 입을 테니까 윗도리만 벗어 주시면 됩니다.”
“어려울 것 없죠.”
하성은 그대로 윗도리를 벗었다.
“와아!”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 나온다.
군살 하나 없는 매끈한 몸에 전부 근육이다.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해도 몸의 비율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하성은 몸의 비율도 타고났고, 한국 전통 무예를 익혀 어느 정도 경지에 접어들어 가고 있었다. 어떤 결점도 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럼 상의는 노출로 가겠습니다.”
“그래도 허전하니까 밀짚모자 하나 정도는 쓰도록 하죠?”
“좋은 생각이네요. 외모를 가리기는 하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무인도와 밀짚모자는 상당히 잘 어울리니까요.”
하성도 메이크업을 하였지만, 간단하게만 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슬기는 가볍게 메이크업을 하며 상당히 놀랐다.
“피부가 정말 좋으시네요. 관리하시나요?”
“특별한 관리는 안 합니다.”
“뭐 바르시나요?”
“그냥 대용량 로션요.”
“……클렌징은 하시나요?”
“비누로 씻는데요.”
“…….”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다.
하성은 정말로 비누로만 씻었고 로션도 대충 아무거나 바른다. 샴푸도 시중에서 파는 것을 썼고 관리는 따로 하지 않았다.
그래도 피부는 매끈하고 머릿결도 좋았다.
주변의 여자들은 경탄했다.
“그냥 타고나신 건가?”
“운동을 많이 해서인 것 같네요.”
“하기야.”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보조 아티스트들은 모두 여자다. 스타일리스트도 여자였기에 이 부근에는 죄다 여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녀들이 하성의 몸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으니 피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다 끝났어요.”
“그럼 촬영 시작하죠.”
무인도 세트장은 만들어져 있었다.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고 매대가 해안가에 놓여 있다. 그 뒤로는 나무가 보였고 하성은 코코넛을 매대에서 팔고 있다.
안 PD가 메가폰을 잡고 외쳤다.
“액션!”
그레이스가 무인도에서 깨어난다.
하성은 무심결에 그레이스를 바라보았는데 하마터면 헛소리를 할 뻔했다. 우윳빛 피부에 한국인은 쫓아올 수 없을 정도로 풍만한 바스트, 화려한 금발까지. 몸매가 모두 드러났기에 주변의 스태프들은 넋이 빠져 있다.
‘나까지 그러면 안 되지.’
하성도 남자였기에 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초연하게 행동했다.
그레이스는 하성 앞에 섰다.
사실, 여기서 말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코코넛을 전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코코넛을 마셨고 지그시 눈을 감는다.
아까 코치를 받았던 대로 아버지와 놀이동산에 놀러 갔을 때를 생각하는 모양이다.
“컷!”
이것으로 끝이다.
역시나 촬영 시간은 1분으로 짧았다.
하성과 그레이스는 카메라로 이동했다.
음악을 깔아 놓았고 내레이션이 입혀진다.
그레이스는 무인도에서 일어나 매대로 향했고 거기서 곧바로 코코넛을 받아 마신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는데, 거품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코코넛 음료가 등장하였다.
“으음.”
사람들은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뭔가 2% 부족했다.
“그레이스, 혹시 음료를 마시다가 놀라는 표정을 지을 수 있나요?”
“어떻게요?”
“기분 좋은 놀람이죠.”
“기분 좋은 놀람……. 할 수 있어요!”
그레이스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하지만 그레이스의 자신감은 대개 근거가 없다. 도대체 왜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할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믿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광고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약간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뿐이다. 이대로 광고가 나가도 될 정도였다.
그래도 그레이스의 첫 데뷔작이다. 앞으로 CF 모델로만 활동한다고 해도 첫 작품이 좋아야 더 많은 의뢰가 들어올 것이다.
회사를 위해서도, 그레이스를 위해서도 이편이 좋았다.
그레이스는 5년 전속으로 계약을 하였기에 어떻게 해서든 그녀의 몸값을 올려 주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갑니다!”
하성은 다시 매대에 섰다.
안 PD가 외쳤다.
“액션!”
역시나 뇌쇄적인 미인이 다가온다.
그레이스는 입만 다물고 있으면 누구라도 흠뻑 빠질 정도의 매력을 갖추고 있기는 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하성은 말없이 코코넛을 전해 주었고 그녀는 빨대로 음료를 맛본다.
“꺄아아악!”
“…….”
“컷, 컷!”
“그레이스! 뭐 하세요?”
“맛있어서 놀라는 표정요.”
“그레이스는 뭔가 맛있어서 놀라면 그렇게 소리를 질러요?”
“네!”
그레이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안 PD를 비롯하여 수많은 스태프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성 역시 머리를 짚었다.
“역시 연기는 무리였나.”
그레이스는 이런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주변에 허리를 굽혔다.
“죄송해요! 기회를 줘요!”
“좋습니다. 다시 한번 가겠습니다! 레디!”
하성은 모자를 고쳐 썼다.
“액션!”
그레이스는 이번에도 뇌쇄적으로 다가와 음료를 구입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감탄사를 터뜨렸다.
“허어억!”
“컷, 컷!”
“왜요?”
“너무 남자 같잖아요!”
안 PD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윤제문을 비롯한 전문 프로듀서들은 이 정도면 되었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레이스에게 뭔가 더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이다.
윤제문이 안 PD에게 다가갔다.
“안 PD, 그냥 이 정도로 하는 것이 어떤가? 내가 보기에는 첫 번째 촬영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럼 그렇게 할까요?”
하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잘못하면 여기서 촬영을 접어야 할 판이었다. 하성이 개입을 하지 않으면 충분이 그렇게 되고도 남을 것이다.
“잠깐만요.”
“하실 말씀이라도?”
“제가 그레이스와 말을 해 보겠습니다. 5분 후에 다시 시작을 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 정도 시간은 있으니까요.”
촬영은 잠시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초안을 그대로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하성과 그레이스는 조금 구석진 곳으로 이동했다.
찰칵!
하성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레이스, 조금 고급지게 놀랄 수는 없어?”
“고급지게 놀라는 건 또 뭔데?”
“눈을 감고 음미하다가 기분 좋게 놀라는 거야. 아니면 정말 놀랐다는 표정을 짓든가.”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럼 어떻게 해야 그 정도로 놀라겠어?”
“음…….”
그레이스는 생각에 잠긴다.
어쩌면 조금 어려운 주문일 수도 있었다.
1분 정도 생각하던 그레이스가 말했다.
“네가 데이트 신청을 하면?”
“뭐라고?”
***
“그런 말을 들으면 놀랄 것 같다고.”
하성은 볼을 긁적였다.
아무래도 그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피하고 싶었다.
“다른 건?”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그레이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대로 광고가 나가도 상관이 없다는 표정이었는데, 실제로도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임팩트가 없다.
앞으로도 수많은 수주를 받아 광고를 한다면 첫 데뷔작이 중요하였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데뷔작이 썩 좋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CF 스타도 어느 정도는 연기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레이스는 답이 없었다.
“그래, 그럼 한번 해 보자. 어차피 내 목소리는 지우면 되니까.”
“응!”
그레이스는 헤벌쭉 웃었다.
“웃지 마라. 정든다.”
“헤헤, 그럼 더 웃어야겠네.”
안 PD가 다가왔다.
“회장님! 준비 끝났습니까?”
“예, 끝났습니다. 중간에 제가 뭐라고 그레이스에게 말을 해 줄 텐데, 그 목소리는 지워 주실 수 있죠?”
“간단하죠.”
“그럼 해 봅시다.”
다시 촬영에 들어가기로 한다.
촬영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아마도 이번 촬영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았다.
이 촬영이 끝났을 때에도 그레이스의 연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1안으로 가기로 했다.
“스탠바이!”
카메라가 ON으로 바뀌었다.
“액션!”
그레이스가 무인도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곧바로 코코넛을 구입하여 마셨다.
그리고 미소가 번져 나가고 있었다.
이제 하성의 차례다.
“그레이스, 오늘 끝나고 데이트할까?”
“와아!”
그녀는 정말 기분 좋은 놀람을 선보였다.
깜작 놀랐다는 표정과 함께 탄성이 가볍게 터져 나왔고 미소가 번져 나갔다.
이 순간, 하성은 정말 그레이스가 아름답다고 느꼈다.
“컷!”
“좋습니다!”
짝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사람들이 카메라로 몰려들었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을 예상했었다. 지금은 단지 검증을 하는 것뿐이었다.
역시나 화면도 좋았다.
“좋습니다. 이대로 가겠습니다. 회장님의 목소리만 지우면 되겠습니다.”
“이대로 나가면 안 되나요?”
그레이스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소리는 지워야죠. 이건 광고니까요.”
“뭔가 좀 아쉬운데요?”
“뭐가?”
“네 말이 진심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
해석에 따라서는 폭탄 발언일 수도 있었다.
파장을 잠재우기 위해 하성은 유서화를 들먹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약혼녀가 있거든? 큰일 날 소리 하네.”
“헤헤, 뭐 어때? 결혼한 것도 아닌데.”
“험험, 이대로 촬영 끝냅시다!”
하성은 급하게 촬영을 마무리했다.
오늘, 어떻게 하다 보니 CF 촬영까지 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면 얼굴이 팔릴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굳이 CF 촬영이 아니더라도 이미 유명 인사였기 때문이다.
하성은 이제 게임사로 이동하려 했다.
오늘은 PC 온라인 게임의 초안이 나오는 날이었고 가능하면 꼭 플레이를 해 보고 조언을 해 주어야 했다.
그레이스와는 회사 앞에 나와 있었다.
“오늘 재밌었어.”
“재미있었다고?”
“응, 그래도 아쉬움은 남네.”
“연기에 정진을 하도록 해.”
“아니, 너와 데이트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게 얼마나 위험한 발언인지는 알고서 하는 말이지?”
“나는 상관없는데?”
도대체 그레이스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걸까.
어쨌거나 오늘 좋은 작품을 뽑게 되어 다행이었다. 앞으로 한빛 엔터테인먼트로 CF 수주도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레이스는 택시를 잡아탔다.
“그럼 학교에서 보자!”
“그래, 잘 가라.”
하성도 대기하고 있던 리무진에 올라탔다.
“출발하죠.”
“한빛게임으로 모시겠습니다.”
한빛게임 본사.
DM소프트를 인수한 이후에 회사 이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한빛소프트로 해야 한다, 한빛미디어로 해야 한다 등등. 결국에는 한빛게임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곳에서는 오직 게임만을 만들 예정이었다.
한빛모바일에서도 게임 사업을 따로 분리할 생각도 해 보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결정된 사안이 아니었다.
회사 앞에는 안상덕이 나와 있었다.
“안 팀장님!”
“오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초안이 나왔다고요?”
“예, 나오기는 했는데 모바일 게임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더군요.”
“아무래도요.”
“전체적인 스토리와 게임의 구성은 비슷하게 했는데, 어쩐지 모바일 게임보다 못한 것 같기도 하고요.”
“한번 해 보도록 하죠.”
하성과 윤다희는 개발실로 이동했다.
개발실에서는 아직도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제 초안이 나왔다면 앞으로도 그래픽 작업을 수도 없이 해야 했기 때문이다.
“5분 정도 플레이가 가능한데 해 보시겠습니까?”
“그러지요.”
하성은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쿠구구궁!
화려한 임팩트와 함께 배경이 설명되었다.
프롤로그는 매우 화려했는데, 지금의 기술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디테일하다.
‘나쁘지 않아.’
모바일 게임이었을 때에는 대충 휙휙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PC 온라인 게임이 된다면 그렇게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프롤로그가 끝나고 조작을 해 보았다.
3D로 작업을 하였는데,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퀘스트와 동시에 몬스터를 잡아 본다.
퍽퍽퍽!
“꾸엑!”
약간 둔탁한 느낌이라고 할까.
모바일 게임에서는 매우 타격감이 좋았다. 하지만 3D 작업을 거치고 소리도 디테일해지면서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었다.
“안 팀장님의 말씀이 맞군요.”
“그래서 말입니다.”
“대안이 있나요?”
“차라리 2D로 가면 어떨까 합니다.”
“그럼 화면이 부드러워지나요?”
“지금보다 훨씬요. 원래대로라면 차세대 3D 기술을 도입해야 합니다만, 그리한다면 게임성이 줄어듭니다. 단순한 게임은 단순한 맛에 하는 거죠.”
“한마디로 중독성이로군요.”
“맞습니다.”
안상덕은 중독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떤 게임이라도 중독성이 없으면 망한다. 어느 정도는 노가다성도 부여를 해 주어야 하기도 한다.
안상덕은 수정된 구상안을 밝혔다.
“화면도 단순화시키고 동작도 단순화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PK 콘텐츠를 활성화시키고 장비 업그레이드, 레어 템 파밍에 중점을 두는 것이 낫다고 보입니다. 물론 스토리 라인은 그대로 가고요.”
“음…… 약간은 바뀌겠군요.”
“대대적인 변화를 주어야지요.”
결정권은 하성에게 있었다.
조금은 어려운 결정이다. 물론 하성의 독단대로 갈 수도 있었다. 그냥 초안대로 밀어붙인다면 직원들도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회사의 오너가 그리 결정하였다면 그대로 따르는 것이 섭리다. 하지만 그리하면 게임은 망할 공산이 컸다.
하성은 안상덕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믿었다.
“알아서 하세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따로 보고할 필요 없습니다. 안 팀장님이 하고 싶은 대로 게임을 만들어서 저에게 가져오십시오.”
“예!”
안상덕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렇지 않아도 다크서클도 짙게 내려온 그였다. 꽤나 피로해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이 한 방에 날아간 표정이었다.
이 정도면 게임 부분은 해결이 된 것 같다.
하성은 윤다희에게 다음 스케줄을 물었다.
“이 다음은요?”
“현금 거래 서비스인 ‘아이템 트레이드’에 대한 내용입니다.”
“아이템 트레이드가 왜요?”
“오늘 오픈입니다.”
“그렇군요.”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인 모양입니다.”
“가 보도록 하죠.”
하성은 회의장으로 향했다.
아이템 트레이드는 한빛게임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어디까지나 아이템 트레이드도 게임의 연장이었기 때문이다.
회의실에는 아이템 트레이드 운영 팀이 모여 있었다.
아직 규모가 크지는 않았기에 단 열 명으로 아이템 트레이드를 운영하기로 했다.
운영팀장은 프로그래머 출신인 한아름이 내정되었다.
여기에 오늘의 주제가 홍보였으므로 홍보이사 한재덕도 함께하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사람들의 표정은 썩 밝지가 않았다.
역시나 홍보가 난제인 모양이다.
“홍보가 문제라고요?”
“어떤 식으로 홍보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물론 현금 거래가 불법도 아니지만 각 게임사에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거든요. 현거래를 잡기도 하고요.”
“그렇겠죠.”
“그럼 어떤 식으로 홍보를 할까요?”
“계정이 블록 당할 각오를 하고 게임 내에서 홍보를 합시다.”
“……!”
“외치기부터 시작해서 캐릭터를 세워 둔다든지 해서 아이템 트레이드를 홍보하도록 합시다. 수수료가 4%라는 강점을 내세우고 은행 출금 수수료도 없다고 홍보를 하세요. 그러면 되죠.”
“계정이 수도 없이 블록 당하겠네요.”
“뭐, 그렇겠죠. 그래서 알바를 모집해야 하는 거죠.”
“알바요?”
“알바를 모집해서 자신의 아이디로 접속해서 홍보를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게임에 홍보를 할 수 있겠죠.”
“홍보비는요?”
“그건 걱정 마시고요.”
“감사합니다!”
“레이트 광고도 때리겠습니다.”
“그래 주신다면 일이 더 쉽겠습니다.”
레이트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인터넷 포털 기업이다. 레이트의 이름은 개칭하지 않았다. 이름을 바꾸면 사람들이 다른 포털 회사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사안은 없으신가요?”
“그럼 시범을 보여 주실 수 있나요?”
“시범이요?”
“그런 식으로는 홍보를 해 본 적이 없어서요.”
“그건 어렵지 않죠.”
하성은 직접 컴퓨터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