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66
64. 면역 세포 투입
먼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온라인 게임 라티나에 접속했다.
라티나는 한국 온라인 시장에 세 번째로 진출하여 동접률 10만 이상이 꾸준히 나오는 게임이었다.
현금 거래에 대한 문제가 라티나에서 처음 제기되었고 지금은 암암리에 게임 머니를 거래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여 현금 거래 사이트가 활성화되지 않았는데, 하성은 이를 통해 4%의 수수료도 챙기고 유저들의 거래를 안전하게 중개해 주는 회사를 만들고자 했다.
라티나에 접속하여 메인 거리로 나가자 유저들이 현금거래에 대한 광고 글을 올리는 것이 모였다.
[10만 골드 3만 원에 삽니다.] [100만 골드 35만 원에 팝니다. 썹수 있음.] [30만 사요! 선입금 가능!]“꽤 위험해 보이는군요.”
“실제로 그렇게 해서 분쟁이 발생하고는 합니다.”
한재덕 홍보이사의 말이었다.
하성은 광고 글을 게재했다.
[안전한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 전격 오픈! 오픈 기념 수수료 2% 할인 이벤트. 지금 바로 접속하세요! 추첨을 통하여 경품도 드립니다. 레이트에서 아이템 트레이드를 검색하세요!]그렇게 써 놓은 후에 바로 아래 주소를 적어 두었다.
캐릭터를 몇 개 정도 메인 거리에 세워 놓고 외치기를 유료로 구입하여 쳤다.
별 의미 없는 작업인 것 같았지만, 이렇게 노출을 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한재덕이 말했다.
“차라리 광고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TV나 신문에요.”
“그건 별로 효과가 크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는 인터넷과 게임에서 직접 광고를 하는 것이 낫죠.”
“그렇군요.”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하시면 됩니다.”
“예, 회장님.”
하성은 이 정도만 지도하기로 했다.
더 이상 간섭을 하면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할 것이다. 직원들의 재량권도 보장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자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윤다희와 헤어지고 난 후에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꺼냈다.
유서화에게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하성은 곧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단순히 안부를 묻는 목적일 수도 있었지만 경영에 대한 이야기일 확률이 높았다.
-하성 씨?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내일 취임식이에요. 아침 9시에 하기로 했으니까 늦지 말고 오세요!
“벌써 취임식인가요?”
-잔금도 주었으니 망설일 필요 없죠. 내일은 부하 직원으로서 잘 부탁드릴게요!
“직원이라니요. 함께 투자를 하는 건데.”
-저는 하성 씨의 명령을 받는 것이 좋아요. 자연스럽기도 하고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네!
유서화는 전화를 끊었다.
오늘부로 CSS가 유서화와 하성의 손에 인수되었다.
아마도 CSS는 레이트처럼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하성 혼자만이 아니라 유서화와 함께 경영을 하는 것이었으므로 한빛의 이름을 달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내일도 할 일이 많아 보인다.
하성은 머리도 식힐 겸 해서 휴대폰을 열었다.
역시나 요즘에는 ‘파멸의 왕좌’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럼 오늘도 좋은 아이템을 먹어 보도록 할까?”
다음 날 아침.
하성은 일찍부터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유모는 하성의 넥타이를 고쳐 매 주었다.
“이러다가 몸 상해요. 일도 적당히 해야죠.”
“걱정 마세요.”
“학업에 회사 일까지. 올해에는 수능까지 보잖아요?”
“그렇죠.”
“수능은 어쩌시게요?”
“수능은…….”
아직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 학위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경영 능력이 중요했다.
하지만 그래도 수능은 보아야 하는 걸까.
“휴우. 준비해야죠.”
“그래요. 너무 회사 일에만 매달리지 마시고 공부도 해야죠. 공부에도 때가 있는 법이라고 했거든요.”
“네, 유모.”
별로 공감은 안 가지만 수능을 준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심안이 열린 지금은 책만 한 번 보아도 모두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수능에서 만점을 받는 것도 가능했다.
거실로 내려오자 임태식은 신문을 보고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벌써 가는 것이냐?”
“오늘 CSS 취임식이 있습니다.”
“오오! 그러하냐?”
할아버지는 약간 과장된 몸짓으로 말했다.
CSS는 유서화와 함께 경영을 하게 될 회사였다. 당연히 그들의 결혼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니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성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잘 마무리해라. 서화와 싸우지 않도록 하고.”
“그럴 리가요.”
유서화와 싸울 일은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에도 유서화는 대부분 하성의 의견에 따를 것이다. 그러니 싸울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성은 차에 올라탔다.
9시까지면 아직 시간은 꽤 있었다.
CSS 본사에 도착했다.
유서화는 이미 대기실에 도착해 있다고 한다.
달칵.
“하성 씨!”
하성이 대기실로 들어오자 유서화가 반긴다.
그녀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항상 캐주얼하게 입는 유서화였지만, 이렇게 입으니 상당한 분위기가 풍긴다.
“잘 어울리네요.”
“정장은 앞으로 입지 말까 봐요.”
“왜요? 정장 입은 여자도 아름다운데요.”
“정말요?”
하성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커리어 우먼도 한때에는 하성의 스타일이었다. 너무 어려 보이는 것보다는 어른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하성이었다.
유서화는 한껏 들떠 있다.
“오늘부터 함께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네요?”
“그렇죠.”
“잘 부탁드려요.”
“저야말로.”
그들은 회사 일부터 시작하여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라 그런지 20분 정도는 후딱 지나갔다.
똑똑.
“들어와요.”
여직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유서화와 하성을 쫓아다니며 일하게 될 비서 양슬하였다.
“취임식 준비 끝났습니다.”
“그럼 가 보도록 할까요?”
“네!”
하성이 선두에 섰고 유서화와 양슬하가 그 뒤를 따랐다.
웅성웅성.
취임식장에는 직원들이 모조리 모여 있었다.
본사 직원 수백 명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기대와 동시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었다.
“한빛에서 추구하는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데, 괜찮을까?”
“경영의 천재라고 하잖아. 믿어 봐야지.”
“회사가 망하지는 않겠지?”
“그럴 가능성은 이제 없어. 우리 회사는 대기업이 되겠지.”
“험험.”
하성이 단상 위에 서자 주변이 고요해졌다.
“…….”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자 하성은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다면 타 팬시 회사에 뒤처지겠죠. 그 때문에 적극적으로 아이템 개발을 하려 합니다. 저는 직원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께서는 사력을 다해 노력해 주십시오. 이상입니다.”
짝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썩 좋은 연설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다.
아마 하성의 뒤에 한빛그룹과 신화그룹, 태진그룹이 있다는 안정감 때문에 이렇게 열렬히 환호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사급 직원들은 회의장으로 모여 주십시오. 첫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하성은 유서화와 함께 회의실에 도착했다.
이번에 CSS가 매각되면서 이사들이 대규모 퇴직했다.
새롭게 이사가 된 사람들은 기존에 부장으로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총 8명이었다.
그들은 소회의장에 모였고 하성에게 인사를 했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이것 참, 원래는 서화 씨와 공동 대표를 해야 하는 건데요.”
“저는 구조본부장으로 만족해요. 그리고 하성 씨를 보조하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유서화는 신사업에 함께 투자하자고 말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하성이 이 회사의 대표가 된 것이었다.
유서화가 그에 대해 말했다.
“회사 이름을 한빛팬시로 개칭을 해도 돼요.”
“그럴 수는 없죠.”
“한빛의 휘하 회사라고 하든지요.”
하성은 고개를 단호하게 흔들었다.
어디까지나 이 회사는 유서화와 함께 꾸려 나가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럴 계획이 없습니다.”
“뭐, 상관없지 않나요?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되면 태진그룹과 신화그룹, 한빛그룹이 통합될 텐데요.”
“……!”
유서화의 말에 사람들은 놀람을 드러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는 했다.
그들의 결혼은 대한민국 최대의 관심사였다. 결혼이 성사되면 추후 엄청난 규모의 대기업이 출현하는 것이었다.
하성이 세 개 대기업의 회장으로 취임할 것이었고 그건 전무후무한 재벌의 탄생을 예고했다.
사람들은 그런 초거대 기업에 흡수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오히려 더 반기는 분위기다.
만약 이런 대기업이 뒤에 버티지 않았다면 CSS는 공중분해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험험, 경영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용품 말인가요?”
“그렇죠.”
촤륵!
유서화는 수첩을 폈다.
오늘을 위해 그녀는 꽤나 많은 준비를 한 것 같았다.
“기존에 말했던 셔츠와 응원용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거죠. 사업들은 유지를 하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요.”
“어떤 전략인가요?”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저희 회사 마스코트를 개발하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진행을 하시고, 만약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성적이 기적과 같이 좋으면 어떤 사업을 더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그리되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죠.”
유서화는 한 템포 쉬고는 말했다.
“선수들을 형상화한 캐릭터 개발과 월드컵 축구공 판매, 축구 보드 게임, 여기에 응원용품의 종류도 늘어날 거예요.”
“그럼 준비를 하고 생산하도록 하죠.”
“지금 곧바로 말입니까?”
사람들이 놀람을 드러냈다.
유서화도 그렇지만 이사들은 깜짝 놀랐다.
하성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
“네, 바로 생산에 들어가도록 하죠.”
“하지만 그러다가 예선에서 떨어지면…….”
오성진 이사가 우려를 나타냈다.
미리 생산을 하면 월드컵 본선에 올라가고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예선 탈락을 했을 때였다.
하지만 하성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그럴 일 없습니다.”
“어찌 그리 장담하시나요?”
“경영이란 혜안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겁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영 악화는 혜안 없이 경영을 했기 때문이지요. 단번에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으음!”
사람들은 신음했다.
하성이 하려는 일은 회사가 사력을 다해야 하는 일이었다.
만약 이번에 잘못되면 회사는 망하게 된다. 그리고 하성과 유서화가 투자를 한 돈도 공중으로 분해될 것이다.
“최소한 8강까지는 갈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도록 하세요.”
“8강이라!”
“손해가 나면 제가 책임집니다.”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하성에게는 자본력이 있었다.
경영이 이보다 더 악화되면 한빛그룹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유서화도 마찬가지였다.
유서화의 뒤에는 태진그룹이 있었고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회사가 망하는 일은 없다고 여겼다.
이사들은 하성의 말에 수긍했다.
“그리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임원 회의가 끝난 후에 하성은 회사를 나왔다.
이제 학교에 가야 할 때였다.
회사 앞에서 임원들이 인사를 했다. 하성은 교복으로 갈아입은 상태다.
회의를 진행하는 내내 유서화는 하성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박하려는 임원들을 타박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서화 씨는 왜 그러셨나요?”
“어떤 것이요?”
“제가 쓰려는 전략은 올인 경영입니다. 잘못되면 회사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도 있죠.”
“맞는 말이니까요.”
“예?”
“이대로 회사가 무너지는 것보다는 배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무엇보다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치기도 하고 국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겠죠. 그런 가운데라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렇군요.”
“무엇보다 저는 하성 씨를 믿으니까요.”
“만약 잘못되면요?”
“그럴 리가 있겠어요? 잘못되어도 할 수 없는 거지만, 그리되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면 되죠.”
“후후.”
하성은 낮게 웃었다.
유서화는 무조건 하성의 편이었다.
아마 그런 그녀의 성향은 결혼을 해서도 이어질 거라고 보았다. 유서화는 확실히 좋은 아내가 되어 줄 것이다.
그들은 각자의 차량에 올라탔다.
“그럼 일요일에 보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살펴가세요.”
“좋은 추억을 많이 쌓도록 해요.”
그녀는 차를 타고 사라졌다.
하성도 차량을 출발시켰다.
학교에 도착했다.
등교를 하는 동안 하성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요즘 들어 회에서 아무런 소식도 없단 말이야.”
반임가 연합. 즉, 회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오히려 그 때문에 더 불안하다.
얼마 전에 치우에서는 회의 본가에 들어가 그들을 다 쓸어 버렸다. 그리고 엄청난 자금을 탈취했다.
정상적인 수순대로라면 회에서 복수를 감행했어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빼앗긴 재산은 찾아갈 줄 알았다.
그 때문에 치우 본가에서는 일주일 이상 병력을 두 배로 늘렸었다. 지금은 병력의 20% 정도를 뺐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 있었다.
하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모르겠다. 지금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교실에 도착했다.
교실은 평화로웠고 평소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오늘도 숙면을 취한 후에 돌아가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레이스가 하성이 도착하자마자 호들갑을 떨었다.
“하성아!”
“왜 그래?”
“우리가 찍은 광고가 벌써 나왔어!”
“벌써?”
“봐 봐!”
그녀는 휴대폰으로 광고를 보여 주었다.
정말로 하루 만에 배포가 되었다. 아무래도 의뢰인 측에서 급했던 모양이었다.
그레이스의 입장에서는 꽤나 두근거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도 반응이 뜨겁다니 말이다.
하지만 하성은 별달리 관심이 없었다.
“으하하하함.”
“아무래도 네가 데이트하자고 했던 것이 먹혔나 봐!”
“뭐라고?”
유나는 지금까지 잠을 자고 있었는데, 그레이스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너와 광고를 찍는 건데.”
“데이트라고?”
“이건 말이지.”
유나가 하성을 쏘아보았다.
정말 팔자에도 없는 여난이다. 별로 여난에는 시달리고 싶지 않은 하성이다. 하지만 유나의 표정을 보니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너무해!”
유나는 교실을 뛰쳐나간다.
그레이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러지?”
“나도 모르겠다.”
하성은 한숨을 내쉬며 숙면에 취할 자세를 잡았다.
유나 나름대로의 충격일 것이지만, 어차피 그녀와는 이어질 운명이 아니다. 결혼을 한다면 유서화와 하게 될 것이다.
만약 하성이 유서화와 결혼을 한다면 그녀는 도대체 무슨 표정을 짓게 될까.
하성은 숙면을 취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그를 흔들어 깨웠다.
“회장님!”
“으음…….”
하성은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떠 보니 윤다희가 교실에 찾아와 있었다.
그녀는 다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윤 비서가 교실까지는 어쩐 일이세요?”
“빨리 병원에 가야 합니다!”
“병원에는 왜요?”
“아가씨가 위독하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하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가씨라면 여동생 임수아를 말하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꽤나 호전되고 있다고 했었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빨리 가 보도록 합시다.”
“네!”
하성은 곧바로 학교를 나서기로 했다.
삑! 삑!
서울대학교병원 VIP실.
하성이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할아버지가 도착해 계셨다. 이곳에는 유민성 회장과 유서화까지 와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눈인사만 대충 했다.
“수아야!”
“건들지 말거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상태가 악화된 게지.”
할아버지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주름진 얼굴에서는 상당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주치의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갑자기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주치의는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하성도 알고 있었다. 백혈병은 아직 불치병이었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임상 실험을 하고 있는 면역 세포도 불안정성 때문에 여동생에게 투여하기를 꺼리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면 곧바로 투입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으드득!
“마음의 준비라면 빠른 시일 안에 수아가 죽는다는 소리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저희 회사에서 만든 약을 투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할아버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면역 세포를 사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잘못하면 수아에게 고통만 가중시켜 줄 뿐이었다.
할아버지가 하성의 어깨를 잡았다.
“수아의 의견도 물어보도록 하자.”
“하지만 이렇게 혼수상태가 되어서야.”
“후욱! 후욱! 오빠……?”
수아가 깨어났다.
하성은 수아의 손을 잡았다.
“그래, 오빠다.”
“나 때문에 너무 고생하지 마.”
“인마!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얼른 딛고 일어나야지!”
“미안…….”
“수아야, 마지막 치료를 해 보자. 오빠가 어떻게든 살려 볼게.”
수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혼수상태에 빠졌다. 할아버지도 이렇게 된 이상은 더 이상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네가 알아서 해 보거라.”
“예, 할아버지.”
“단, 반드시 살려 내도록 해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성은 밖으로 나와 유서화와 유민성 회장에게 짧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이해하네.”
“이해해요. 힘을 내요.”
“고마워요.”
그들 부녀는 곁에서 위로해 주었다.
하성은 곧바로 백호를 호출하였다. 호출을 할 때에는 연구되고 있는 면역 세포를 가져오라고 일렀다.
백호는 30분 안에 병원에 도착하였다.
“주인님, 찾으셨습니까.”
“여동생이 위독합니다.”
“들었습니다.”
“면역 세포를 투입할 생각입니다. 혹시 여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치료법이 없을까요?”
“양학과 추궁과혈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혹여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추궁과혈이라면……?”
“약효가 온몸 구석구석에 퍼지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탁기를 제거하고 맑은 기운을 스며들게 하는 공능이 있습니다.”
“뭐라도 좋으니 해 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성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주사기를 들었다.
아직 임상 실험 단계의 면역 세포였다. 부작용이 어떨 것이라고는 장담하기 힘들었다. 아마 부작용이 일어난다면 죽음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후우.”
하성은 숨을 들이마셨다.
주사기를 링거에 주입했다.
아마 15분 정도면 약이 모두 들어갈 것이다.
백호가 말했다.
“모두 나가 주십시오.”
“반드시 살려 주십시오!”
“최선을 다한다는 말밖에는…….”
그 이후로 피가 마르는 기다림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