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68
66. 폭풍 전야
“총공세라니요?”
-지금까지 잠잠하다 싶었더니 병력을 한곳에 집중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일체의 활동을 접고 말입니다.
“으음.”
-바로 오실 수 있으십니까?
“그러지요.”
하성은 전화를 끊었다.
여자들이 하성을 바라본다.
수아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별일은 아니고 그냥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나도 함께 갈 수 있어?”
“너는 인마, 수업을 들어야지!”
가능하면 점심시간은 여기서 보내고 출발하려고 했는데 안 될 것 같다. 가능한 한 빨리 치우 본가로 들어가 보아야 할 것 같았다.
하성은 곧바로 치우 본가로 향하기로 했다.
인천에 위치하고 있는 치우 본가에 도착했다.
원래의 예정대로라면 오늘 회사에 들어가 한빛제약에 대한 문제를 의논하려 했었다. 어제 수아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 일보다는 사실, 치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급했다.
치우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 언제나 회가 말썽을 부렸다. 이번에는 총공세라고 한다.
과연 이번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치우 본가에는 4대 천왕들은 물론이고 간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적들이 총공세를 준비한다는 것은 쉽게 넘길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성은 상석에 앉았다.
백호가 곧바로 보고했다.
“적들은 대전에서 모이고 있다고 합니다.”
“대전에서요?”
“아무래도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겠군요.”
“대전에 임시 본가를 만들고 그곳으로 일천에 가까운 인원이 모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훈련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훈련에 들어갔다…….”
“대외적인 활동은 대부분 중지했습니다. 회사 일을 제외하고 그곳에 모여 쳐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시기는요?”
“대략 한 달도 남지 않았다고 봅니다.”
“한 달이라.”
“요즘 감시를 하는 자들도 없어졌고 놈들은 쓸데없는 곳에 재원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정면으로 승부를 볼 모양입니다.”
“으음.”
하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전면전에 들어가면 치우가 패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부회주의 무공이 너무 강해서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이번에 충돌하면 질 수도 있었다.
드르륵!
“주인님!”
치우의 단원 하나가 빠르게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방금 급하게 들어온 단원에게 향했다.
“무슨 일인가요?”
“적들에게 서신이 왔습니다!”
“서신이 왔다고요?”
백호가 단원에게 서신을 받아 하성에게 내밀었다.
서신은 [치우의 주인이신 임하성 님께]라고 적혀 있었고 밀봉까지 되어 있었다. 하성이 아니면 뜯을 수 없게 한 것이다.
하성은 서신을 뜯었다.
임하성 귀하.
저는 회의 부회주 제갈천이라고 합니다. 일전에도 한번 겨루어 보셨으니 제 얼굴은 아시겠지요.
우리들의 악연은 벌써 수백 년이 되었습니다. 임상옥 조사에서부터 계보가 내려와 지금에 이르렀으나 뜻이 맞지 않아 갈라졌습니다.
원래 저희들은 한 뿌리에서 시작되었지요.
임가의 후손인 당신을 받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금과 같은 시대에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제 이 기나긴 악연의 고리를 끊기를 희망합니다.
치우와 저희 회에서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벌여 끝맺음을 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대결이 아니라면 또다시 진흙탕 싸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올바른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으음!”
“뭐라고 쓰여 있습니까?”
“한 명씩 돌아가면서 보도록 하세요.”
곧바로 서신은 복사가 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치우의 간부들은 분노했다.
“이런 쳐 죽일 놈들!”
“감히 뿌리를 운운하다니!”
애초에 반임가 연합은 치우에서 분리되어 나갔다. 그리고 지금의 세력을 형성하였던 것이다.
이들이 분개하는 것도 당연했다.
“자세한 사안은 협의가 되지 않았군요?”
“아마 서신을 보내면 저쪽에서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암습이나 수를 쓸 가능성은요?”
“그러지는 못할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부회주가 직접 나온다면 저희 4대 천왕들이 모두 호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성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했다.
“사자가 밖에 있습니까?”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회주보다는 부회주가 그들을 이끄는 핵심인 것 같군요.”
“아마도 그리 판단됩니다.”
“좋습니다. 부회주를 당장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전하세요.”
“예!”
오늘 회사에서의 회의는 이번 건을 해결하고 난 후에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성은 치우 본가에서 적들의 답신을 기다렸다.
답신이 오는 데에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요즘에는 전화가 있었기에 예전처럼 파발로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다.
사자가 하성의 눈앞에 당도했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기도가 예사롭지는 않았다.
그는 하성에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치우의 주인을 뵙습니다.”
반임가 연합은 적이었기에 하성도 존대를 할 필요가 없었다.
“부회주의 대답은?”
“두 시간 후에 서울역에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좋다. 부회주에게 연락을 하여 서울역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해라.”
“이만 물러갑니다.”
사자는 급하게 돌아갔다.
물론 치우의 본가를 나서자마자 전화를 할 것이다.
주작이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암살 위협은 없겠어?”
“우리도 함께 가야겠지.”
“귀찮게 되었네.”
시간이 조금 있었으니 지금부터라도 방검복을 착용해야 한다.
적들로부터 암살의 위협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사람 일이라는 것이 알 수 없었다.
만약 이것이 전부 전략이고 회에서 하성을 암살하려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러니 충분히 대비를 해야 한다.
서울역으로 향하는 길.
백호는 하성을 세심하게 챙겼다.
“주인님, 방검복은 확인하셨습니까?”
“했습니다.”
“검은요?”
“품에 넣고 있습니다.”
“만약 부회주가 주인님을 암살하려 한다면 전력으로 도주를 하셔야 합니다. 부회주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숙지했습니다.”
백호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하성은 그들에게 있어 정통성이었고 만약 죽어 버리기라도 하면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진다.
당장 치우의 결속력이 느슨해질 것이고 사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악의 경우에는 치우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다.
그 때문이라도 백호는 하성을 철저하게 보호해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곁에 있던 주작이 혀를 찼다.
“백호, 어지간히 해라. 주인도 애는 아니니까 알아서 하겠지.”
이제 곧 서울역에 도착한다.
역시나 서울역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특히나 출퇴근 시간이 되면 더욱 붐볐는데, 부회주가 미치지 않는 이상, 여기서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최대한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간이 커피숍에는 이미 부회주 일행이 나와 있었다.
부회주는 달랑 수행원 한 명만 데리고 왔다. 그에 비해 이쪽에서는 사대천왕이 모두 나왔다.
이것만 보아도 부회주는 여기서 당장 일을 벌일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하성이 부회주 앞에 선다.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남자다. 나이는 40대 중반 정도.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엄청난 포스를 자랑했다.
“치우의 주인을 뵙소.”
“임하성이다.”
“으음.”
부회주는 침음을 삼켰다.
하지만 이것이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정통성을 따지고 들어가면 반임가 연합도 하성의 것이어야 한다.
그들이 가진 유산과 회사는 모두 장미령으로부터 왔을 것이고 분명히 임상옥의 후손이 그 주인이라는 것은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부회주는 더 이상 하성의 태도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들이 오가는 한복판에 섰다.
“그래서, 승패에 따른 조건은?”
“우리가 승리하면 독립을 승인하는 문서를 주십시오.”
“독립을 승인하는 문서를 달라?”
“당신의 손으로, 우리들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임상옥 조사가 남긴 황금 창고의 지분을 50% 갖겠습니다.”
“만약 당신들이 패하면?”
“치우의 휘하 단체가 되겠습니다.”
“……!”
부회주의 말에 사대천왕들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치우의 휘하 단체가 되겠다는 것은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뜻이었다. 도대체 저의가 무엇일까.
“그런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이유는?”
“흐흐흐, 이게 불리해 보입니까?”
“왜 불리하지 않지?”
“우리가 질 이유가 없으니까.”
“대단한 자신감이로군.”
“그래서, 결론을 말씀해 주시지요.”
하성은 생각에 잠겼다.
어쨌든 하성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었다.
‘나에게는 손해 볼 것이 없다.’
패한다고 해도 문서를 공식화시키는 것뿐이었다. 저들은 배신자라는 오명을 씻어 내려는 것뿐이었다.
도대체 명예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여기서 손해 볼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정면충돌을 하게 되면 양쪽이 멸망할 수도 있었다. 그것은 곧 공멸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성은 대결에 대한 이야기를 수정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좋다.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대결 방식은 수정하도록 하겠다.”
“말씀하시지요.”
“5명의 선수를 출전시켜 한 명씩 결투를 한다. 상대방이 죽거나 항복 의사를 표시할 때, 그리고 전투 불능이 되었을 때 승리한다. 5전 3선승제로 하자.”
“그러시죠.”
“받아들이는 건가?”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그렇다면 문서를 작성하여 나누어 갖도록 하자.”
그들은 그 자리에서 문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
사실, 문서라고 해 봤자 별건 없었다.
적들은 어디까지나 명분과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래전에 배신을 하였던 것도 어떤 명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백호의 말에 따르면 회는 다소 과격하게 승부를 걸어오지만 약속을 어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한때에는 그들이 협력 관계를 구축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나라가 환란에 빠졌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협력하여 적들을 몰아내는데 힘을 기울였다고 하니 약속만큼은 믿어도 된다고 했다.
대결은 한 달 후다.
적들은 대전으로 돌아갔고 하성과 사대천왕들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포장마차에 들렀다.
후두두둑!
땅거미가 질 무렵이 되자 비가 쏟아졌다.
안주와 소주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잘한 거겠지요?”
“예, 우리들로서는 손해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기게 되면 이익이지요.”
“승산은 어떤가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확률적으로 보면 반반일 겁니다.”
“반반이라.”
먼저 소주가 나왔다.
쪼르르륵.
백호가 하성의 잔을 채워 주었다.
“최소한 한 달은 안전하다는 뜻입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일단 대결에는 저희 사대천왕이 모두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요?”
“찾아보아야지요.”
하성도 나서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지금의 실력으로 나가면 패하고 말 것이다.
“만약 우리가 지면 어떻게 될까요?”
“전쟁의 나날이겠지요.”
“으음.”
하성은 침음을 흘렸다.
아직 지금 정도는 전쟁이 아니라고 한다. 국지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게 전쟁으로 발전하면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칠 것이다.
그런 재앙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승리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기면요?”
“회를 흡수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잡음이 많겠지요. 주인님의 지도력이 필요해질 것이고 세계로 진출해야 할 겁니다.”
“힘의 배출을 위해서 말이로군요.”
“그렇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라 말할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치우와 회가 합쳐진 대조직을 상대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절대 없으리라 장담할 수 있었다.
지금도 서로가 너무 강해서 인식하지 못할 뿐이었지, 전 세계에서 이들을 쫓아올 수 있는 조직은 없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적들을 먼저 쓰러뜨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한 번 대결을 벌이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일부터는 대결에 참여할 마지막 인원을 뽑아야겠습니다.”
“어떤 식으로요?”
“토너먼트로 참가를 하여 최후까지 남은 인원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하성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토너먼트까지는 시간을 조금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도 싶다.
아니나 다를까, 백호가 먼저 말했다.
“보름 후에 진행하는 것으로 할까요?”
“예, 토너먼트에는 저도 참여합니다.”
“으음, 주인님께서 참여하신다면…….”
“실력이 되지 않는다면 떨어지겠지요.”
“그건 생각을 좀 해 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아무래도 주인님께서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일이 심각해지거든요.”
“어디까지나 제 실력이 여러분들을 뛰어넘는다는 가정입니다.”
“그렇다면 불만 없습니다.”
그들도 수긍했다.
앞으로는 회사 일과 더불어 수련을 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술을 한잔하고 난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에서는 수아가 TV를 보고 있었다.
“왔어?”
“할아버지는?”
“서재에 계셔.”
털썩.
하성도 소파에 주저앉았다.
수아가 코를 막으며 말했다.
“술 마셨어?”
“한잔했어.”
“벌써부터 술을 마시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러다가 뼈 삭는다.”
“남이야, 뼈가 삭든 말든.”
“하여간, 오늘 학교에 가 보니 대단하더만? 온통 오빠에 대한 이야기뿐이야. 애들이 무서워서 나를 건들지도 못하더라고.”
“그럼 좋은 것 아니야?”
“친구들을 못 만들게 생겼는데, 어떻게 좋아? 오빠 이름 때문에 말이야.”
수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본의 아니게 그리된 것뿐이다. 그다지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수련을 쌓으려고 하다 보니 유명해진 것이었다.
물론 수아의 입장에서는 꽤 불편하기도 할 것이다.
“내일도 운동해야 하니까 자도록 해.”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거든요?”
“맞거든요?”
하성은 수아를 올려 보냈다. 그러고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일단은 여행을 갔다 와서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해야겠다.”
아무래도 이번 주 일요일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공산이 컸다. 만약 이번 대결에서 패하기라도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매일 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리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결에서 승리를 해야 한다.
치우에만 맡겨 놓을 수도 있었지만, 하성은 명색이 그들의 주인이었다. 그러니 최소한 4대천왕에 버금갈 정도의 실력은 키워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9시가 넘어서 윤다희에게 전화가 왔다.
어차피 12시는 되어야 잠이 드는 하성이었기에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접니다.”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시다고 해서 연락드리지 않았어요.
“회의는 어떻게 되었나요?”
-임상 실험이 완료되면서 확실히 불치병 환자들에게 수명 연장의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어요. 곧바로 출시를 해도 될 것 같아요.
“부작용은 없나요?”
-부작용이라면 단순한 정도예요. 열이 난다거나, 구토가 난다거나 하는 정도죠.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수아는 왜 부작용이 오지 않은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백호가 추궁과혈을 했기에 부작용이 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백호가 추궁과혈을 하지 않았다면 수아도 부작용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래도 곧바로 출시보다는 부작용을 줄인 후에 출시하기로 하죠.”
-당장 급한 환자들도 있지 않나요?
“그럼 언론에 노출을 시키도록 하세요. 수명 연장과 더불어 완치가 된 사람도 있다고 말이죠.”
-언론에서 난리가 날 텐데요?
“그때 가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말을 하고 그래도 약을 원한다면 판매할 수는 있다고 하죠. 부작용 발생에 대한 동의서에 사인을 하게 하고 말이에요.”
-좋은 생각입니다.
이렇게 테스트 물약이라도 판매하면 불치병 환자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었다.
-언론에는 바로 뿌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하성은 윤다희와의 통화를 종료했다.
아직까지도 한빛제약의 면역 세포가 수아를 살려 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이건 팩트다.
분명히 불치병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곧바로 출시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래도 부작용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든 항암 치료제에는 물론 부작용이 있다.
머리가 빠진다거나 체중이 감소한다거나 하는 등이다.
그에 비한다면 면역 세포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으로 줄여서 출시를 해야 한다.
“내일은 바쁘겠네.”
하성은 자리에 누웠다.
내일은 토요일이었고 학교나, 회사는 오전 근무를 한다. 그러니 아침에 윤다희를 만나 서류에 사인을 하고 등교해야 할 것이었다.
이른 아침이었다.
하성은 일찍부터 일어나 수아와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천천히 구보를 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엊그제만 해도 백혈병에 시달렸던 환자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체력이다.
‘완전히 정상인이 된 건가?’
놀라운 일이다.
면역 세포가 대단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만약에 면역 세포가 내공에 반응을 하여 활성화되는 것이라면 그쪽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되면 불치병을 정복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게 된다.
가만 생각해 보면 전생을 하기 전의 세계에서는 불치병이 극복되지 않았다. SL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일 테지만 그보다는 면역 세포를 완전히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서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오빠, 잠깐만!”
“어디 안 좋아?”
“힘들어 죽겠어!”
수아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3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렸다. 천천히 달렸다고 해도 평범한 여고생의 체력으로는 쫓아오기 힘들었을 거다.
“돌아가자.”
“으으으, 이렇게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는 소리지?”
“당연하지. 면역력을 증진시키려면…….”
“알아. 나도 알고 있으니까 잔소리는 그만하고.”
수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원래 운동이라는 것은 습관적으로 해야 한다. 몸에 습관에 배지 않으면 힘들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작심삼일 하는 사람들도 결국에는 습관이 배어 있지 않아서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량들이 수도 없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고 정문에는 기자들이 빼곡하게 모여들어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오빠, 뭐 잘못했어?”
“그럴 리가 있나.”
하성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별달리 잘못한 일도 없었고 기자들이 몰릴 이유는 없다. 혹시 어젯밤에 윤다희에게 지시했던 일 때문에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몰려온 걸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빠르지 않나 싶다.
“이해가 되지 않는데.”
하성과 수아가 다가가자 기자들이 외쳤다.
“임하성 회장이다!”
졸지에 하성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버리고 말았다.
한 기자가 물었다.
“회장님! 불치병이 정복되었다는 말이 사실입니까?”
“예?”
“한빛제약의 면역 세포 말입니다!”
“아아.”
예상이 맞았다.
분명히 어제 윤다희에게 지시를 했고 그녀는 곧바로 언론에 연락을 취했을 것이다. 하성이 자고 있는 동안 전 세계에 소식이 강타했을 것이고 기자들이 앞다투어 몰려온 것이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날아온 기자들도 보인다.
그밖에 한국에 체류하고 있던 외신들은 모두 이곳에 몰려온 모양이었다.
불치병이 극복된다는 것은 의료계에 엄청난 파장을 남길 것이 분명하였다.
“정복을 했다기보다는 생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암세포가 극단적으로 줄어든다는 말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웅성웅성.
기자들은 다소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이건 특종을 넘어 전 세계가 진동할 일이었다.
“그렇다면 바로 출시를 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왜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올 것이 왔다.
하성은 어제 계획을 한 대로 베타 버전을 출시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