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72
70. 32강 1회전
“지금 바로요?”
“사실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
“늦다니요?”
“예선이 시작되기 전에 생산을 했어야 하는데 오늘이 32강 1회전이잖아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러니 곧바로 생산을 해서 2회전에는 전국에 뿌려야 합니다.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으음!”
“머뭇거리다가는 팔지 못하게 될 테니 곧바로 생산하여 판매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죠.”
“도대체 어떻게…….”
“뿌릴 수 있는 곳은 다 뿌립니다. 인터넷을 비롯해서 오프라인까지요. 한국이 16강에만 올라도 옷과 응원용품은 없어서 못 팔게 되겠죠.”
“어떻게 보면 올인 전략이 아닌가요?”
“한국은 최소 8강까지는 갑니다. 제가 장담하죠.”
웅성웅성.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그럴 만도 할 것이다.
16강에만 올라가도 위업이라 할 만하였는데 어떻게 8강까지 간다는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하성만이 할 수 있는 예언이었다. 미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고 말을 해 버리면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 뻔하였으므로 판에 박혀 있는 말을 할 수박에 없었다.
“홈그라운드이고 훌륭한 감독과 선수들이 만났으니 8강까지는 갑니다. 여기에 응원의 힘도 무시를 할 수 없고요. 8강까지 가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생산된 셔츠가 완판되겠죠. 응원용품도요.”
“맞습니다. 그러니까 준비를 하자고요.”
“그럼 사장님만 믿습니다!”
“네, 믿으세요.”
직원들도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는 것 같았다.
회사의 오너가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데 직원들이 가타부타 할 말은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지금 이 회사는 풍전등화다. 하성이 하려는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었다.
하성과 유서화는 사장실에 올라와 있었다.
그들은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다.
“하성 씨 말대로 8강에 올라갔으면 좋겠네요.”
“올라가요.”
“저도 믿고 있어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먼저 오늘 경기에서 이기면 16강에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하성이 그녀에게 제안했다.
“예선전 경기를 같이 볼까요?”
“좋죠!”
유서화는 기분 좋게 웃었다.
이제 그녀는 하성과 뭔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을 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건 하성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끝나고 우리 집 마당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보도록 해요.”
“네!”
유서화는 힘차게 대답했다.
하성은 이번 경기에서 한국이 이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아마 이번 월드컵에서 도박을 한다면 떼돈을 만지겠지. 물론 사업도 이렇게 번창하고 있는데 도박으로 돈을 벌어들일 이유는 없었다.
그날 저녁.
하성과 유서화는 회사에서 조금 늦게 퇴근했다.
막상 티셔츠와 응원용품들을 초대량으로 생산을 하려고 하니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갔다. 모자라는 부분은 외주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최소 티셔츠만 500만 장이 팔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니 600만 장은 생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생산이 된 티셔츠는 곧바로 판매에 들어간다. 오늘부터라도 바로 말이다. 하지만 역시 화룡점정은 한국이 8강에 진출했을 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한국이 4강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할까.
모르긴 몰라도 한바탕 센세이션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생산된 모든 용품은 완판되는 기적이 일어날 거다.
하성은 그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다.
생산이 안 되는 것을 걱정해야지, 남아도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차를 타고 하성의 집으로 향했다.
“약혼자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네요.”
“그런가요?”
“사실, 이전에는 실감을 잘 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결혼식 날짜까지 받아 두니 점점 실감이 나는 거 있죠.”
“앞으로는 더 실감이 날 거예요.”
하성은 그녀의 손을 꼭 쥐어 주었다.
유서화는 하성의 어깨에 기대 왔다.
“우리 다음에 또 여행을 가도록 해요.”
“그래요. 언제 갈까요?”
“하성 씨 방학하면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학을 하고 나면 시간이 꽤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된다면 유서화와 어디를 가더라도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후우우웅!
어느덧 차량은 저택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입구에서 누군가가 차량을 가로막는다.
“이제 오면 어떻게 해?”
“음?”
하성은 차에서 내렸다.
그곳에서는 주작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서화도 함께 차에서 내렸다.
“뭐야 이 여자는?”
“그러는 당신은 누군데요?”
“나? 이 녀석과 막역한 사이지.”
유서화는 하성을 바라보았다. 뭔가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이다.
주작은 슬쩍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조금 불안하다.
주작의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무예를 익혀서인지 노화가 더뎠고 겨우 20대 중후반으로 보일 뿐이었다.
거기에 매우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녀가 주작이고, 성격이 걸걸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런 여자는 거리에서 흔하게 찾을 수 없었다.
외모를 비교하면 유서화와 맞먹었다.
“내일부터 찐하게 함께할 생각을 하니 좋은데?”
주작이 갑자기 하성을 끌어당겼다.
유서화는 혼비백산했다.
“다, 당신 대체 뭐에요!”
“말했잖아. 이 남자와 막역한 사이라고.”
“끄응, 장난 그만 쳐요.”
“장난 아닌데 왜 그래?”
주작은 그렇게 말을 뱉어 놓고는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유서화는 다소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아.”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초조할 이유는 전혀 없었지만, 주작의 장난 때문에 유서화와의 사이에 첫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지금부터는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풀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유서화도 하성의 이야기를 들어 줄 정도의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빨리 설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 휘하에 치우라는 무력 단체가 있습니다. 서화 씨도 저와 결혼을 결심한 이상은 저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군요.”
“무력 단체를 거느리고 있다고요?”
“저희 집안이 임상옥 조사부터 내려왔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조선 시대 거상인 임상옥 조사가 선조라는 건 알고 있죠.”
“임상옥 조사께서는 엄청난 재산을 남기셨습니다. 특히나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엄청난 재산을 어딘가에 숨겨 두셨고 그 재산을 지키기 위해 ‘치우’라는 조직을 만드셨습니다. 치우에는 4대 가문이 존재하고 주작은 4대 가문 중 하나인 주작단의 단주입니다.”
“음…….”
“우리 회사 강한결 비서는 백호단의 단주고요. 치우의 본가는 인천에 있고 주작은 이번에 제 무예를 단련시키기 위해 상경했습니다. 우리 가문은 한국 전통 무예인 수박을 배우고 있습니다. 제 실력이 아직 미천해서 어쩔 수 없이 주작이 무예를 봐주기로 한 겁니다.”
“믿을 수가 없는 내용이네요.”
“주작의 나이가 30대 중후반이에요. 일찍 결혼을 했다면 저만한 나이의 아들이 있었을 겁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뭐 하지만 제 아버지를 연모했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30대 중후반이라고요?”
“정확하게는 37살이죠.”
“그런 줄은 몰랐네요. 너무 젊어 보여서요.”
“무예를 보여 드릴게요.”
하성은 근처의 바위 하나를 가리켰다.
조경을 위해 가져다 놓은 것이었는데, 유서화의 오해가 풀릴 수 있다면 이런 바위야 몇 개는 사다 놓을 수 있었다.
하성은 주먹에 내공을 실었다.
퍼어어억!
쩌저저적!
“허억!”
유서화는 경악했다.
사람이 주먹으로 바위를 쪼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바위는 산산조각이 났는데, 내가중수법으로 타격을 하였기 때문이다.
하성은 조각난 바위의 일부분을 주웠다.
“단단하죠?”
“엄청요.”
하성은 조각을 손에 넣고 힘을 주었다.
퍼썩!
“……!”
돌멩이가 힘없이 부서져 버렸다.
유서화는 충격을 받아 입조차 열지 못했다.
아마 그럴 거다. 하성 역시 수박을 처음 접하였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으니까.
“이제는 믿으시겠죠?”
“이렇게 강하신데 무예를 더 수련한다고요?”
“우리에게는 적이 있거든요.”
“그 적이라는 곳은 도대체가.”
“치우에서 갈라져 나온 단체입니다. 한 달 후에 그들과 대결이 있습니다. 승리하면 예전처럼 제 휘하에 둘 수 있는 거죠. 저도 그 대회에 참가해 볼까 합니다. 그래서 주작이 직접 온 것이고요.”
“아…….”
유서화는 이제야 이해를 했다.
무예를 직접 견식하였으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이제 오해는 풀렸나요?”
“풀렸어요. 이렇게 두 눈으로 보았으니 풀리지 않을 도리가 없죠.”
“다행이네요.”
하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결혼을 하기 전이었으니 여자를 만난다고 해도 법적으로 걸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의 결혼 생활이 힘들어질 거다.
이렇게 넘어갔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요.”
“어떤……?”
***
“주작과는 정말 아무 사이가 아닌 거죠?”
“물론이죠! 나이 차이가 몇 살인데요. 이모뻘 되는 아줌마와 제가 무슨 사이겠어요?”
“그럼 안심할게요.”
하성은 식은땀을 뺐다.
역시 유서화는 다른 여자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영에 관해서는 설렁설렁 하성에게 맡기던 여자가 맞나 싶었다.
바꿔 말하면 그레이스가 하성에게 안기거나 유나와의 끈끈한 유대를 발견하게 되면 실로 어마어마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파혼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조심해야겠네.’
마당에는 빔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오늘은 경기를 관람하면서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8시 30분에 경기가 시작되었으므로 지금쯤 설치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테이블 위에는 치킨이 바구니에 담겨 있었고 생맥주 기계도 설치되었다.
주작도 함께 관람을 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이 아줌마의 후환이 두렵지 않은가 보네?”
“들었어요?”
“아주 혹독하게 단련을 시켜 주지!”
“하하.”
하성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훈련을 혹독하게 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유서화의 오해가 풀렸다는 사실이다.
8시 정도가 되자 임태식도 야외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새아가 왔구나. 어서 오너라.”
“오늘 신세 좀 질게요.”
“허허허! 하루 자고 가도 된다.”
“그럼 사양 않고…….”
하성은 놀란 눈으로 유서화를 바라본다.
그녀가 낮게 웃었다.
“농담이에요.”
“휴우.”
갈수록 유서화가 대담해진다는 것은 하성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야외로 집사와 가정부들도 모두 나왔다. 어느 정도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되었다.
맥주가 테이블에 놓여졌다.
유서화는 꽤나 긴장되는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마 수백억을 건 도박꾼의 심정일 거다.
“이기겠죠?”
“폴란드전은 확실히 이깁니다.”
“몇 골이나 넣을까요?”
“글쎄요. 한두 골은 넣지 않을까요?”
“이겨야 할 텐데요.”
굳이 사업이 걸려 있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이라면 모두 긴장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보기 마련이다.
야외에 나와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였다.
그에 비해 하성은 느긋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역시나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았다. 하성이 알고 있는 과거와 미래를 통틀어서 2002년 월드컵 때 선수들의 기량이 가장 좋지 않았나 싶다.
선수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움직였는데, 드디어 전반 중반에 들어와 찬스가 왔다.
이을용의 패스를 받은 황선홍이 발리슛으로 선취골을 뽑아낸 것이다.
“고오오오올!”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
“넣었다!”
“와아아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얼싸 안고 기뻐했다.
곁에 앉아 있던 유서화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넣었어요! 한국이 골을 넣었어요!”
“와아!”
하성도 놀란 표정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미 알고 있던 미래였지만, 그래도 그런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조금은 자신이 회귀를 함으로써 역사가 약간은 뒤틀리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런 큰 틀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전반전이 끝나고 광고가 나갔다.
“정말 대단했어요! 하성 씨의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제가 축구는 잘 모르지만, 저 정도면 움직임이 좋은 거죠?”
“역대급이라 할 수 있죠.”
다시 봐도 좋은 움직임이다.
조직력도 대단했고 선수들 개인의 기량도 엄청났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선수들이 대량으로 해외로 나가게 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역사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하성은 맥주를 쭉 들이켰다.
“후반전에도 골을 넣을까요?”
“이 정도 움직임이면 한 골 정도는 넣지 않을까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유서화는 기대를 드러냈다.
물론 후반전에도 한 골 넣는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지금 할 필요는 없겠지.
후반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한 골을 먹어서인지 폴란드 선수들에게서 약간의 초조함과 폭발적인 움직임이 보인다. 하지만 한국 측에서는 상당히 침착하게 방어를 했다. 그러다가 공수를 교환하기도 하였고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다.
마침내 후반으로 들어와 유상철이 중거리 슛을 쏘았다.
“고오오올!”
“또 들어갔어요!”
“와아아아!”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기쁘기는 하성도 마찬가지였다.
이로써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으니 말이다.
유서화도 기쁜지 맥주를 쭉 들이켰다.
“이걸로 끝났겠죠?”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두 골이나 먹었으니 폴란드 선수들도 상당히 움직임이 더뎌졌다. 기가 확 죽어 버린 느낌이라고 할까.
결국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정말 이겼어요!”
유서화는 만세를 불렀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할아버지도 하성이 CSS를 인수했고 응원용품을 대량으로 찍어 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다.
어떻게 보면 도박에 가까운 일이었는데, 오늘을 시작으로 티셔츠와 응원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갈 것이다.
“정말로 이겼구나.”
“예, 할아버지.”
“8강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견을 했다고?”
“저는 4강까지는 갈 것 같습니다만, 일단 8강까지 간다고 이야기를 해 놓기는 했습니다.”
“오늘 움직임을 보니 어쩌면 8강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더 가야지요.”
“그리되면 기적이지.”
‘아마 그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
4강전에 이어 3, 4위전까지 경기가 진행되면 용품들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어떤 표정들을 지을까.
기대되는 일이다.
이렇게 되었으니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고 해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미 생산과 판매가 시작되었지만 말이다.
경기가 끝나고 야외에서 잠시 술자리를 가졌다.
역시나 오늘의 주제는 축구였다.
“도련님! 도대체 어떻게 예측을 하셨나요?”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예측을 했죠.”
“그럼 8강 안에 들어간다는 그 예측도 흐름을 보고 한 일인가요?”
“네.”
“대단하시네요.”
집사들이 엄지를 척 올렸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지만, 그런 티는 최대한 내지 않아야 한다.
“이번에 한국에 좀 걸어야겠네요.”
“무리는 하지 마시고요.”
하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앞으로의 대결도 머릿속에 다 있었다.
굳이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2002년 월드컵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고 있었다.
하성 역시 그 당시에 축구 경기는 모두 챙겨 보았기에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 경기는 비기겠지만, 16강에 올라가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거다.
술판은 10시 정도가 되어서야 끝났다.
할아버지는 유서화에게 하루 자고 가라고 권했고 유민성 회장의 집에서도 그냥 자고 오라고 했지만 하성은 그녀를 집에 보내기로 했다.
여행을 가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공개적으로 한 방을 쓰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여겼던 탓이다.
하성은 유서화를 배웅했다.
그녀의 볼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럼 내일 봐요!”
“잘 가요.”
유서화는 하성에게 안겨 들었다.
이제 그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결혼식 날짜까지 잡아 둔 커플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신혼보다 더 뜨겁지 않을까.
“그럼 가거라.”
할아버지도 유서화를 마중 나와 있었다.
“네! 내일도 올게요!”
“그래, 그래.”
유서화는 차를 타고 사라졌다.
슬슬 뜨거웠던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아까 보았던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국이 이렇게 축구를 잘했던 건지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잘하면 좋을 텐데.’
과연 2002 월드컵 이후로 한국이 4강에 올라갈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가능하다고는 해도 최소한 앞으로 20년 정도는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성은 술기운을 내공으로 날려 버렸다.
집으로 들어가서 게임이나 하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잡아당겼다.
“어엇?”
“어디를 가려고?”
“아직도 있었어요?”
주작이 하성을 잡아당긴 것이었다.
그녀가 오늘 이곳에 온 것은 축구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야외에서 빔프로젝터로 경기를 보고 맥주도 마신다고 했기에 말이다.
하지만 주작은 오늘을 이대로 넘길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수련을 해야지?”
“하지만 오늘은 술도 먹었고요.”
“방금 술기운 날린 것 알고 있어.”
“그냥 내일부터…….”
“잔말 말고 따라와!”
하성은 그야말로 질질 끌려 연무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주작은 지옥의 훈련을 시키겠다고 내심 벼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찍소리 못 하고 수련을 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