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76
74. PK 시스템
다음 날 아침.
이제 곧 있으면 월드컵 본선 2라운드가 시작된다.
월드컵 본선 2라운드에서는 미국과 자웅을 겨루게 될 것이고 1:1로 무승부를 기록하여 16강에 진출한다.
미국과의 대결에서도 그렇지만 이탈리아와 자웅을 겨루는 16강전에서는 더 많은 응원 인파가 몰릴 것이다.
그렇게 응원 인파가 몰리면 자연스럽게 응원용품 구입에 엄청난 수요가 예상된다. 사업은 승승장구하게 될 것이다.
지금 CSS에서는 엄청난 물량을 쏟아 내고 있었다. 이미 물량의 반은 완판이 되었고 앞으로 더 많은 수요가 예상되었다.
CSS 경영은 하성이 대맥을 세우고 약혼녀인 유서화가 추진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이 시간을 이용하여 하성은 한빛제약의 면역 세포를 출시하려 했다.
오늘은 오후에 회사에 출근하기로 되어 있었고 오전에는 잠시 백호를 만나 면역 세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달칵.
하성은 리무진에 올라탔다.
“주인님, 면역 세포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는 찰랑거리는 약병 몇 개를 가져왔다.
얼마 전에 여동생 임수아는 죽을 뻔했었다. 주치의조차도 여동생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했을 정도였다.
면역 세포와 추궁과혈이 없었다면 그녀는 목숨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백호는 백신이 추궁과혈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그 안에 자연지기를 주입했다. 치우 인천 본가에 위치한 진법을 사용해서 말이다.
하성은 백신을 손에 쥐어 보았다.
“확실히 자연지기가 느껴집니다.”
“밀봉을 한다고 해도 자연지기는 일주일 이상 가지 않습니다. 즉, 유통 기한은 일주일인 셈입니다.”
“충분합니다.”
이런 약품은 항공을 이용하여 운반된다.
선박을 통해 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유통 기한은 충분했다.
어차피 백신은 예약제로 생산하게 될 것이다.
“실험이 남아 있군요.”
“그건 제가 물색을 했어요.”
윤다희가 입을 열었다.
이미 윤다희는 간절하게 백신을 원하는 환자를 물색했다고 한다.
국내에도 수많은 불치병 환자들이 있었다. 그들 중에서는 오매불망 한빛제약의 백신이 출시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약은 시기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불치병 말기라는 것은 이미 약을 사용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는 뜻이었고 죽을 날만 받아 두었다는 말이나 진배가 없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하성은 서울대학교병원으로 향했다.
그곳에 임상 실험자가 있었다.
서울대학교병원 1인실.
임상 실험이라고 하지만 환자 측에서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아직 하성이 개발한 백신은 국가 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대략 백신 한 병에 2,50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가족들은 간절했다.
“회장님! 아들을 살려 주십시오!”
“진정하세요.”
위기에 처한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게 되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는 악인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이미 면역 세포는 암세포를 줄여 준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었다.
자연지기를 주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효과가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자연지기를 주입하여 얼마나 효과가 일어날지는 의문이었다.
“제 아들이 죽기 직전입니다.”
아버지의 참담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집안에 불치병 환자가 발생하면 보호자는 골병이 든다. 불치병 환자가 치료가 되어도 오히려 배우자가 먼저 죽는 경우가 많을 만큼이나 병간호는 혹독하다.
주치의와는 이미 상의가 되었다.
테이블 위에는 동의서가 한 장 있었다.
“분명히 면역 세포는 검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모든 항암제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항암제의 부작용을 모르는 암 환자 가족은 없었다.
머리가 빠지고 육체가 쇠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부작용이었다. 그에 비해 면역 세포는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사태에 대비는 해야 한다.
스스스슥!
강성태는 망설임 없이 사인을 했다.
“자세히 읽어 보셔야…….”
“괜찮습니다.”
“후우.”
하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환자 가족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럼 약을 투입하겠습니다.”
“네!”
투약은 간호사가 했다. 포도당에 약을 섞는 것이 아니라 혈관을 통해 직접 주입을 해야 했다.
약 한 병이 전부 들어갔다.
“효과를 보려면 두 병 이상은 사용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약값이 상당히 비쌉니다.”
“돈은 상관없습니다.”
“본격적으로 출시가 되면 분명히 가격은 내려갑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생산 단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죽으면 끝이니까요.”
“그건 그렇지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 가족들의 아픔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임수아도 비슷한 처지였다. 전생에서 임수아는 백혈병으로 사망을 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돌아왔다.
환자는 간암 말기였고 얼굴은 물론이고 몸 전체가 새카맣다. 거기에 인공호흡기를 하지 않으면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간부터 시작한 암세포는 전신으로 퍼져 나간 상태였다.
“후우…….”
하지만 약을 투여한 후 짧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호흡이 안정되었다.
“혈색도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효과가 있는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며칠은 지나야 안심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성은 병원을 빠져나왔다.
역시나 환자 가족들의 인사는 부담스럽다.
병원에는 백호가 남아 있기로 했다.
“여긴 제가 지켜보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만약 이상이 생기면 추궁과혈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백호가 이 세상 모든 환자들을 치료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인연이 닿는 환자라면 마땅히 치료를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성은 백호와 헤어져 차에 올라탔다.
학교로 향하는 길.
윤다희는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저렇게 짧은 시간에 반응이 오는 것을 보면 완치가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글쎄요. 완치가 되려면 약을 더 사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생산 원가는 최대한 줄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가 지원이 들어가면 더 싸지겠죠.”
“그러기를 바라야죠.”
하성은 잠시 그곳에서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며칠이 지나면 백호가 알아서 보고를 할 것이다.
차량은 학교 앞에 도착했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기에 교문 앞은 한산하였다. 지금쯤이면 아마 수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빨리 방학이 왔으면 좋겠네요.”
“한 달 조금 넘게 남았군요.”
“그때가 되면 회사 일에 매진하실 수 있죠?”
“아마도요?”
하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회사의 규모는 확장이 되어 가고 있었는데, 하성은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녀는 방학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하성은 차에서 내렸다.
“오후에 뵙죠.”
“공부 열심히 하세요!”
“그야 뭐.”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학교에 가는 이유는 쉬기 위해서였다.
드르륵.
학교에 도착했다.
2교시 수업이 막 시작되었다.
하성은 자리에 앉았다.
“왔어?”
그레이스가 손을 흔들었다.
그에 비해서 유나는 하성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결혼을 한다는 기사가 터지고 나서 상당히 토라진 모습이었다.
‘어쩔 수가 없지. 이렇게 정리를 해 나가는 거지.’
하성이 유서화와 결혼하는 것은 확정이 된 사안이었다. 이제는 물릴 수도 없었다.
“으하하함!”
하성은 기지개를 켰다.
요즘 들어서 너무 무리하게 일을 했다.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제대로 쉴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라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성은 곧 꿈나라에 빠져들었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회사에 나가야 했고 그 동안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누군가가 하성을 깨웠다.
“하성아.”
“으음…….”
하성은 살짝 눈을 떴다.
학생들이 단체로 그를 찾아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일진들이 몰려왔다면 싸움에 관련된 이야기이겠거니 하겠지만 하성을 찾아온 학생들은 평범한 소년들이었다. 여기에 소녀들도 끼어 있었다.
십여 명이 찾아왔으니 하성이 놀랄 만도 했다.
“무슨 일이야?”
“탄원할 것이 있어서.”
“나에게 탄원을 한다고? 누가 괴롭혀?”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
“최소한 우리 학교에서는 그런 간 큰 놈이 없을 텐데?”
“게임 속에서 말이야!”
“아아.”
그들이 말하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파멸의 왕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최근 하성은 ‘파멸의 왕좌’에 PK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신화그룹과 태진그룹에 이야기를 해서 게임 접속에 필요한 데이터 비용을 절반 이하로 감해 주도록 했다.
자연스럽게 접속자들이 폭주하였고 PK도 활성화되어 있었다. 미안한 일이지만 단순한 PK라면 하성이 도와줄 수가 없었다.
“PK 때문에?”
“응, 아주 죽겠어.”
“PK는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 도입을 한 거야. 나에게 청탁을 한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어.”
“청탁이 아니라 탄원이야.”
“도대체 무슨 탄원?”
“PK가 너무 심해.”
“그건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바지.”
“그게 아니라 막피가 너무 심하다니까?”
“막피?”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었다.
막피야 어떤 게임에도 있는 일이다. 이 세상에는 여러 유형의 인간들이 있었고 심심해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유저도 있었다.
PK 시스템에서는 그런 유저도 존중을 해 주어야 한다.
이것을 문제 삼는다면 아예 PK 시스템을 도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성은 거절을 하려고 하였다.
학생들이었기에 돈이 없었고 현질을 할 수도 없다. 그러니 PK에서 밀리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막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어.”
***
“응?”
하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막피로 돈을 번다는 건 또 무슨 말일까.
“막피로 돈을 번다고?”
“그래! 이거 정말 심각한 문제야. 그래서 단체로 너에게 탄원을 넣으러 온 거고.”
하성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보기로 하였다.
‘파멸의 왕좌’는 하성도 틈틈이 하는 모바일 게임이었다. 특히나 요즘에는 PK 시스템이 생겨서 더욱 재밌게 플레이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현질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성이라면 게임 머니나 아이템을 찍어 낼 수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게임 밸런스가 붕괴되고 말 것이다.
어디까지나 재미 때문에 캐릭터를 키우고 있는 중이었는데, PK 시스템은 감초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말을 들어 보면 PK가 단순히 감초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막피란 무차별적인 PK를 말한다.
고레벨 유저가 초보 유저를 죽이는 경우도 흔하게 일어났고 여러 가지 문제를 양산하고 있음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게임의 특성이었고 더욱 유저를 몰입하게 만드는 수단이기도 했다. 문제는 돈이 걸려 있음에서 발생했다.
PK를 하다 죽으면 확률적으로 아이템을 떨어뜨린다. 이것을 노리고 단체로 파티를 맺고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사냥하는 것이다.
“으음, 그렇단 말이지.”
“도와줄 수 있어? 무서워서 게임을 못 할 지경이야.”
“도와줄게.”
“고마워!”
“이 문제는 당연히 손을 봐야지. 그렇지 않으면 유저들이 모두 떨어져 나갈 테니까.”
“우리는 너만 믿고 있을게!”
학생들이 자리로 돌아갔다.
하성은 잠에서 깨어났다.
PK 시스템은 하성이 직접 고안했고 게임성을 높이기 위해 얼마 전에 업데이트를 했다.
그렇다고 PK 시스템을 없앨 수는 없었다.
PK 시스템이 도입되고 매출이 늘어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중역들과 회의를 해 보아야겠군.”
오후 1시가 넘어서야 하성은 한빛모바일에 도착하였다.
한빛게임에서는 활발하게 PC 온라인 게임이 개발되고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과는 엄연히 분야가 달랐다.
모바일 게임은 모바일 회사에서, PC 게임은 게임 회사에서 담당을 하고 있었다.
‘파멸의 왕좌’ 역시 모바일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모바일 회사의 중역들과 본사 중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람들은 하성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하고 있었다.
“오늘 탄원이 들어왔습니다.”
“탄원이라니요?”
“학생들이 PK 시스템에 대한 허점을 정확하게 짚어 주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윤다희의 말이었다.
윤다희 역시 하성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바일 회사는 알아서 잘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은 다른 곳에도 산재해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이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했다.
“PK에서 지면 아이템을 떨어뜨리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여러 사람들이 담합하여 유저들을 학살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으음!”
웅성웅성.
예상했던 대로 소란스러워졌다.
‘파멸의 왕좌’는 현거래가 가능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현거래를 하는 유저를 잡지 않았다. 게임 아이템이나 머니 역시 사유 재산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현금이 걸리고 나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막피였다.
“그것 참, 무분별하네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PK 시스템을 없애 버리는 것이 어떨까요?”
“그건 안 됩니다.”
여러 가지 말들을 경청하고 있던 하성은 PK 시스템을 없애자는 말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PK 시스템이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유저들도 떨어져 나갈 것이다. 거기에 통신 데이터 할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에 태진그룹과 신화그룹에 통신 데이터 할인을 받았는데, 이것은 다음에도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PK 시스템은 없앨 수가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걸 여러분들에게 물으려 합니다.”
“후우.”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의견들이 쏟아졌다.
PK 횟수를 제한하자는 의견부터 시작해서 파티를 맺고 PK를 하는 행위를 규제하자는 의견까지.
여러 가지로 유효한 전략들이었지만, 하성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윤다희가 손을 들었다.
“그럼 선악 시스템을 도입하시죠?”
“선악 시스템이요?”
“사람을 죽이면 점점 선악 수치가 떨어지게 되는 거죠. 몬스터를 잡으면 선악 수치가 올라가고요. 선악 수치가 풀에 달하면 아이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이하에서는 조금씩 아이템이 떨어지는 수치가 증가하다가 선악 수치가 최하로 떨어지면 몇 개의 아이템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겁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역시 윤 비서입니다.”
칭찬이 자자하게 쏟아졌다.
윤다희가 제안한 방식은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 전에 막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알아보도록 할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그럼 정보가 필요한데…….”
“정보요?”
“어디서 그런 PK가 많이 일어나는지도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대처를 정확하게 하죠. 선악 시스템뿐만이 아니라요.”
“옳은 말씀입니다.”
사람들은 고심하기 시작했다.
직원들 중에서도 ‘파멸의 왕좌’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전문가 수준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게임을 만들기는 해도 미친 듯이 게임에 파고드는 유저는 별로 없었던 것이다.
하성이 말했다.
“오늘 제게 탄원한 학생의 대표를 회사로 불러오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럼 한 시간 후에 다시 이곳으로 모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회의는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하성은 유근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교에서 PK의 폐해에 대해 전해 들을 때, 녀석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만약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수정을 가하는 때가 오면 직접 나와 줄 수 있냐고 말이다.
유근태는 흔쾌히 수락했다.
하성의 연락을 받고 유근태가 도착했다.
“왔냐?”
“정말 내가 여기서 말을 하면 되는 거냐?”
“여기가 아니라 회의장으로 가자.”
하성은 유근태를 회의장으로 데려왔다.
녀석은 엄청나게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헛숨을 들이켰다.
“허억!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네 탄원을 해결해 줄 사람들이지.”
“험험, 괜히 일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야?”
“커져야지. 그리고 해결을 해야겠지.”
유근태는 머리를 긁적였다.
녀석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일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려면 말이다.
유근태는 핸드폰을 들었다.
핸드폰에서 나오는 영상을 빔 프로젝터와 연결하였다.
게임 화면이 뜨고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가 울려 퍼졌다.
접속 화면이 뜨고 나자 하성은 유근태에게 마이크를 가져다주었다.
“네가 이야기를 하도록 해.”
“내, 내가?”
“그래, 우리들은 도대체 막피가 어디서 그렇게 많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험험.”
유근태는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막피가 성행하는 부근은 북쪽 해안가 옆 거울의 숲입니다.”
“거울의 숲?”
한 임원이 물었다.
유근태는 처음에는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다가 이곳의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십중팔구는 막피 파티가 몬스터로 변신을 해서 숨어 있습니다.”
이곳은 거울의 숲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 만큼이나 도플갱어가 나타난다. 하지만 도플갱어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몬스터들이 산재되어 있었는데, 숲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변신 몬스터가 마법을 난사하여 PK를 하는 것이다.
유근태는 자신의 캐릭터를 이동시켰다.
동시에 숲속에 숨어 있던 막피 파티가 마법을 뿌렸다.
쉬이잉!
유근태는 이런 광경이 익숙한지 곧바로 이동 마법을 써서 마을로 귀환했다.
그의 캐릭터의 HP는 20을 가리키고 있었다.
“운 좋게 안 죽었네요.”
“이 정도라니.”
웅성웅성.
중역들은 저마다 여러 가지 목소리를 냈다.
직접 막피를 체감해 보니 실로 폐해가 심각할 것 같았다. 미리 알고 대비를 해도 죽을 뻔했는데, 일반 유저들은 아예 이곳을 지나가지도 못할 것 같았다.
유근태는 신이 나서 말했다. 그는 HP를 채우고는 다른 마을로 이동했다.
“그리고 여긴 오크 숲입니다.”
“여기도 막피가 있다고?”
“사실, 없는 곳이 없죠.”
유근태는 오크 숲을 돌아다녔다.
쿠구구구궁!
각종 마법이 쏟아졌는데, 이번에는 죽어 버리고 말았다.
-으억!
특유의 소리를 내며 캐릭터가 쓰러진다.
유근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또 죽었네.”
“경험치는 복구를 해 주도록 할게.”
“정말이냐?”
“그래.”
하성도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아침에 유근태를 비롯한 학생 유저들에게 막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막피는 게임을 잠식할 수도 있을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황급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유저들이 빠져나갈 것이다.
쾅!
중역들이 테이블을 내리치며 이를 갈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웅성웅성.
회의장이 난장판이 되기 직전이었다.
하성이 나섰다.
“심각성을 알았으니 대처를 해야겠습니다. 대대적인 패치를 하도록 하죠.”
“그럼 막피가 없어지려나?”
“최대한 줄여야지.”
유근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유근태는 회사에서 이렇게 노력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유근태가 입을 열었다. 수많은 중역들의 시선이 그에게 몰렸다. 그러자 녀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역시 이런 관심은 일반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울지 모른다.
“험험, 초보존에는 레인저를 배치하는 것이 어떨까?”
“레인저라고?”
“초보들을 죽여도 아이템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막피들을 잡는 NPC를 놓는 거야.”
“좋은 생각이다!”
하성은 무릎을 탁 쳤다.
막피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가지 제약을 걸어 두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특히나 초보존의 막피는 경계를 해야 할 대상이었다.
유입되기 시작하는 초보들이 막피에 치를 떨고 게임을 떠나면 회사의 수익은 그만큼이나 줄어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어떤?”
유근태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