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77
75. 경지에 오르다
“현상금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현상금 시스템이라?”
웅성웅성.
주변이 술렁거렸다.
하성은 유근태에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를 원했다. 정확하게 현상금 시스템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말이다.
유근태가 추가로 설명을 했다.
“선악 시스템을 도입하면 중간을 기점으로 악한 유저에게 현상금이 걸리는 거지. 현상금은 악의 수치가 높을수록 더 높아지는 거고. 물론 악한 유저를 징벌하면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페널티는 없는 거고.”
“좋은 방법 같군.”
하성은 좌중을 둘러보았다. 특별한 의견이 없다면 이대로 진행을 해도 될 것 같았다.
윤다희가 손을 들었다.
“하실 말씀 있나요?”
“그리되면 PK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잃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우려도 있었다.
PK 시스템은 분명히 게임을 풍요롭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제재를 가해 버리면 본연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유근태가 절충안을 생각해 냈다.
“그럼 숲이 많은 지역에만 레인저를 배치하는 것이 어때? 악한 유저만 레인저가 공격할 수 있게끔 말이야.”
“그건 나쁘지 않은 제안 같군.”
조금씩 방향성이 수정되고 있었다.
그리고 최종적인 안이 상정되었다.
윤다희가 최종안을 말했다.
“막피를 막기 위해 레인저를 배치하고 최악의 수치를 가진 유저에 한해서만 현상금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또한 악인은 마을 상점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단, 개인 창고를 통한 물품 이동은 가능합니다. 따로, 세이프존을 만들어 초보존에서는 PK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제안합니다.”
일단 이 정도만 해도 막피가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전생을 돌이켜 보면 어떤 게임이든 막피가 존재했다. 막피를 완전히 없애자는 것은 PK 시스템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자는 뜻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성이 결재 서류에 사인을 했다.
“이틀 안에 패치에 들어가도록 합니다.”
“네!”
하성의 특명이 떨어졌다.
이틀 안에 패치를 준비하라는 것. 그리하여 막피를 최대한 줄여 보자는 의견에 모든 임원들이 동의하였다.
하성은 유근태와 함께 회장실에 이르렀다.
유근태는 하성의 사무실을 살펴보며 감탄했다.
“이게 사무실이야, 별천지야?”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어.”
하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헬스장과 목욕탕, 간이 골프장까지 갖추고 있는 사치스러운 공간이다. 잘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회장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가끔은 찾는다.
그들은 목욕탕으로 향했다.
이미 물은 준비되어 있었다.
찰랑.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열기가 몸속에서부터 올라온다.
유근태는 방금 전의 회의를 돌이켜 보며 말했다.
“그럼 이틀 동안은 어떻게 할 건데?”
“이틀 동안?”
“그래, 이틀 후에는 막피에 대한 대응 패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사이에 충분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으음.”
하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유근태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이틀 동안 꽤나 많은 유저들이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유저가 빠진다는 것은 매출액이 급감한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무래도 대책을 마련해야겠어.”
“운영자가 유저를 가장해서 막피를 처리하는 것이 어때?”
“운영자가?”
“그래, 강력한 장비로 무장을 하고 막피들의 뒤를 치는 거지.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면 이틀 정도는 안전하지 않을까 싶은데.”
“좋은 생각이다.”
유근태는 게임 운영에 꽤나 안목이 있었다.
워낙에 ‘파멸의 왕좌’에 푹 빠져 지내는 바람에 그런 안목이 생긴 것이겠지만 그래도 선천적으로 자질(?)이 없으면 이 정도 식견을 갖추기는 어렵다.
하성은 잠시 생각해 본다.
‘유근태에게 게임의 운영을 맡겨 보는 것은 어떨까?’
운영자는 게임을 이끌어 나간다. 운영자가 게임을 잘못 운영하면 게임 자체가 망해 버릴 수도 있었다.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
“너, 운영자 해 볼 생각 없냐?”
“뭐라고!”
유근태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목욕탕을 나와 하성은 유근태와 따듯한 차를 마시기로 했다.
하성이 상석에, 유근태가 좌측에 앉았고 우측에는 구조본부장이라 할 수 있는 윤다희가 앉아 있었다.
“이거 뜻밖의 제안인데.”
유근태는 안경을 슥 올리며 말했다.
녀석의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학교에 다니면서 오후에만 출근을 하면 된다. 여기에 토요일은 나오지 않아도 되었고 주 5일 근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은 일반 사원과 비슷한 수준에 맞춰 주는 것이었으니 구미가 당기는 것이 당연했다.
고3이 되면 대학을 가야 할지, 취업을 해야 할지 기로에 선다. 유근태는 대학 가기를 원래부터 포기한 학생이었다.
“후생 복리도 좋고 급여도 좋지. 대기업이고. 어떻게 할래?”
“내가 정말 취직을 해도 될까?”
“물론이지.”
회사에는 유근태와 같은 인재가 필요했다.
회사는 급격하게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인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유근태와 같은 인재들을 스카우트해야 한다.
“할게.”
“좋아. 계약서 쓰자.”
하성은 유근태를 계약서로 옭아매기로 하였다.
일단 계약서를 쓰고 인재를 데려온다.
유근태가 팀을 꾸려서 운영자가 되면 팀원들도 유근태가 내놓는 여러 가지 시스템들을 습득하고 회사의 시스템으로 등록할 것이다.
이건 곧 회사가 발전하는 길이다.
혹시 나중에 유근태가 퇴사를 한다고 해도 운영 노하우는 남아 있을 것이니 무조건 인재를 영입하는 편이 좋았다.
스스스슥.
유근태는 사인을 한다.
“세부 조항은 읽지 않아도 돼?”
“괜찮아.”
하성도 사인을 마친다.
윤다희가 말했다.
“이제 당신은 우리 회사 사원이에요.”
“아, 예.”
“그럼 일하러 가 볼까요?”
“지금부터요?”
“유저로 위장한 운영자 역할이요. 유근태 씨가 팀을 꾸려서 지휘해 주세요.”
“제가 그런…….”
“기왕 회사에 들어왔으니 공을 세워 승진해야지?”
그야말로 악마의 유혹이 따로 없었다.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자 저녁 무렵이 되었다.
하성은 유서화와 데이트를 하려 했지만, 유서화는 그보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해 왔다.
-오늘은 바빠서 못 만날 것 같아요. 대신, 주말에는 결혼 준비를 하러 가요.
“결혼 준비요?”
하성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결혼 준비라니. 분명히 1월 1일이 되면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벌써부터 준비를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아직 6개월이나 남아 있는데…….’
유서화가 말했다.
-6개월이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에요.
“긴 시간이 아니라고요?”
-그럼요. 보통 지금부터 준비를 하더라고요. 예식장도 예약해야 하고 아파트도 알아보고, 혼수도 알아보죠.
“한 3개월 전에 하지 않나요?”
-천만에요.
하성은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예비 신부가 그렇게 하자고 하면 당연히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알겠어요.”
-바쁘시면 다음 주에 만나도 되고요.
“이번 주에 보도록 해요.”
-네! 그럼 토요일에 만나요!
유서화와 통화를 마친다.
하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이유필은 서류를 가지고 올라와 하성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는 하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뭔가 문제 있으신가요?”
“약혼녀가 결혼 준비를 하자고 주말에 부르네요.”
“그렇군요.”
이유필은 하성의 심정을 격하게 공감하였다.
“장례 용품을 고르는 심정이겠습니다.”
“오오! 맞습니다.”
“무덤도 고르고 장례식에 필요한 관도 있어야죠. 그에 수반되는 제사 용품이나 염에 필요한 천도 골라야 하니 바쁘죠.”
“맞습니다.”
하성도 심각하게 공감했다.
무덤은 아파트고 침대는 관이나 다름이 없었다. 거기에 여러 가지 가구들은 제사 용품이라고 보아야 했다.
화룡점정은 턱시도를 고르는 일이었다.
염을 위해 검은 턱시도를 고른다.
“20살도 되지 않아 벌써부터…….”
“그냥 귀신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하하하! 먼저 귀신이 되어 본 입장에서 보면 최대한 늦게 죽는 것이 낫습니다.”
“그건 그렇지만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하성도 전생에서 결혼을 해 보아서 잘 알고 있었다. 그때에는 결혼 준비가 무덤으로 들어갈 준비라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였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알았다.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결혼이라는 제도는 왜 있는 건지.”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다만 회의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퇴근하는 길에 윤다희와 만났다.
“유근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유근태 씨요? 열심히 하고 있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에요.”
“아주 신이 났겠군요?”
“네.”
파멸의 왕좌 유저이자 열혈 팬인 유근태였다.
처음이야 게임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며 꿀의 직장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뭐든지 일이 되면 고단한 법이었다.
지금은 퇴근도 하지 않고 일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열정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좋아하는 일이었으니 억지로 출근하는 수많은 회사원들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 이사님께 말은 전해 들었어요.”
“뭘요?”
“혼수 준비하신다고요.”
“그렇게 됐습니다.”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어째서요?”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거잖아요? 저도 빨리 결혼을 해야 할 텐데요.”
‘여자와 남자의 생각은 이처럼 천양지차로군.’
하성은 혀를 끌끌 찼다.
저택에 도착하자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점점 더 해가 지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좀 쉬어 볼까.”
오늘도 회사 일에 치여 상당히 고단한 하루를 보냈다.
씻고 나서 뒹굴거리며 게임이나 하다가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성의 앞에 주작이 나타났다.
“이제 퇴근했군.”
“주작, 편하게 지내고 계시죠?”
“뭘 하다 이제 들어오는 거야? 빨리 옷 갈아입고 내려와!”
“도대체 왜……?”
“수련이다!”
***
하성은 반강제로 끌려 내려왔다. 그리고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연무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주작은 검 한 자루를 들고 있었는데, 다짜고짜 하성을 공격하였다.
팟!
“어엇?”
서걱! 서걱!
하성은 간신히 주작의 검을 피해 냈다.
그녀의 검은 수십 개로 늘어났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하였는데, 엄청난 쾌검술이다.
하성은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주작의 칼등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퍼억!
“크으으윽!”
칼등이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힘이 실려 있었다.
하성이 주저앉자 주작이 혀를 찼다.
“쯧쯧, 그래서 어떻게 이번 대결에 참가를 하겠다고?”
“으음.”
하성은 침음을 삼켰다.
치우 내에서 진행하는 자체 대결에 하성도 출사표를 던졌다. 어떻게 해서든 자체 대결에서 승리하여 그 자신도 최후의 5인에 선정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치우의 주인이기에 그 어떤 사람들보다 강해지고 싶었다. 목표는 주적인 회의 부회주 제갈천과 동수를 이루는 것이었지만, 거기까지는 현실적으로 거리가 너무 멀었다.
지금은 ‘지’의 초입 단계에 걸쳐 있었다. 완전히 ‘지’의 단계에 접어들고 ‘화’의 단계에 입문하는 것이 목표다.
“그대로 주저앉으려고?”
하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작이 무슨 의도로 갑자기 대련을 하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어쨌거나 주작과 대련을 하면 실력이 늘 것은 확실하였기에 하성은 전의를 불태워 올렸다.
팟!
하성이 먼저 몸을 날렸다.
퍼억!
“끄아아악!”
퍼어억!
“아아아악!”
연무장에서 연신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유모가 달려와 주작을 뜯어 말릴 지경이었지만, 하성이 거절했다.
“유모, 걱정 마요.”
“저 마녀가 도련님을 죽이려 하잖아요!”
“저는 죽지 않아요.”
하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지금 하성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하도 주작에게 혹사를 당해서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작은 대련을 한다는 명목으로 거의 하성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그만하는 것이 어떤가요?”
“유모는 물러가세요. 저는 수련을 해야 합니다.”
유모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걱정하는 것뿐이었지만, 하성의 입장은 그렇지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강해져야 한다.
분명히 주작이 하성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제 정좌를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하성은 주작의 주인이었지만, 그녀는 지금 교관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쩌면 하성의 몸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다른 사천왕보다는 주작이 가르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었다.
“다음 단계로 접어들어 갈 수 있도록 명상을 하도록 하자.”
“하지만 실마리가 없습니다.”
“지구를 이루는 근원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지구를 이루는 근원?”
“나머지는 네가 답을 찾아야 한다. 사람마다 근본은 같아도 깨달음이 다르게 올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하성은 온몸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지만 주작의 말대로 천천히 생각에 잠기었다.
도대체 그녀가 말하는 지구의 근원은 무엇일까.
일전에도 한 번 생각해 보았던 적이 있었다.
우주의 원리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주작의 말을 들어 보면 그건 과한 깨달음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삼라만상의 원리보다는 지구에 대한 깨달음이 우선이었다.
‘지구의 근본은 무엇인가. 인간인가?’
인간이 지구의 근본이라는 하성의 생각도 일리가 있었다. 인류는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우주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지구 역시 티끌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그 지구를 인류가 지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의 단계는 인류에 대한 물음의 해답을 찾는 걸까.
하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생각이다. 대자연은 그런 인류를 쓸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을 확장시켜 보았다.
지구가 생명력을 얻는 근본은 도대체 무엇일까.
산소가 있을 것이고 물이 존재하기에 생명체가 살아간다. 하지만 무엇보다 빛이 없다면 모두가 말라 죽는다.
‘생명의 근본은 태양이다.’
고대의 인간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움직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다. 지구는 그저 운이 좋게 탄생한 행성일 뿐이었다.
태양계의 중심에는 당연히 태양이 존재한다.
태양은 지구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다.
‘태양이다. 지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태양이 필요하다. 자연지기 중에서 태양기를 흡수할 수 있다면…….’
“쿨럭!”
하성은 피를 토했다.
갑자기 태양기가 하성의 몸을 잠식하는 듯했다.
이미 해는 졌지만 태양기는 분명히 지구에 남아 있었다. 그것을 흡수하자 몸이 뜨거워졌다.
지금까지 쌓여 있던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미 ‘지’의 초입에 들어와 있었던 하성이었기에 육체에 엄청난 변화는 없었지만, 그래도 몇 배는 강해진 기분이었다.
주작이 다가왔다.
“이제 겨우 ‘지’의 단계에 들어갔군.”
“주작의 덕분입니다.”
“나야 적당히 놀아 주고 방향을 제시해 준 것밖에 없다. 나머지는 네가 깨달은 거지.”
“감사합니다.”
“치우 내에서 우승을 하려면 이걸로는 부족해.”
“그렇다면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언젠가 ‘화’의 단계를 넘어 ‘목’의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면 우리 사천왕과 비슷한 힘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당연하지.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스승과 비슷한 존재가 이끌어 주니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이끌어 주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수련이다.”
“그러지요.”
수련이라면 하성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강해져야 하니까.
평소였다면 이렇게까지 얻어맞으면 삭신이 쑤시고 죽을 지경이었을 텐데 몸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것이 진정한 ‘지’의 단계인 것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수련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성은 무공 수련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고 게임에 접속을 해 보기로 하였다. 오늘 논의가 되었던 대로 여러 가지 조치를 시행 중에 있었지만 실제로 막피가 얼마나 줄었는지 직접 확인을 해 보고자 한 것이다.
게임에 접속하여 여러 사냥터를 돌아다녔다.
“그래도 많이 준 것 같네.”
막피가 곧바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숲으로 들어가 봤다.
여기저기서 유저들이 사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마법들이 날아왔다.
콰과과광!
-으어억!
캐릭터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하성은 눈살을 확 찌푸렸다.
“죽었네.”
마법이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뭔가 날아온다고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죽어 버렸다.
하성에게는 유근태와 같은 실력이 없었다. 유근태는 마법이 날아오자마자 마을로 귀환을 했지만, 하성은 그렇게 손이 빠르지 않았다.
막피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까지 성행하고 있었다.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파멸의 왕좌’는 엄청난 유저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말이다.
커뮤니티는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역시나 막피에 대한 내용도 어렵지 않게 찾았다.
-막피 개쩌네. 무기 잃었음.
-막피 때문에 못살겠다!
-오늘로 게임 접음.
-X같네! 한빛모바일에서는 패치 안 하냐?
-이대로는 게임 망한다.
막피에 대해 검색을 하자 어마어마한 양의 내용이 검색되었다.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다른 일에 매진을 하느라 한빛모바일의 운영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PK 시스템을 도입하자마자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분명 PK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유저들이 늘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유저들은 상당히 빠져나올 것이다.
시작하자마자 한 방에 죽는다면 누가 게임을 할까 싶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하성은 윤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딘가요?”
-회사에 나와 있어요.
“아까 집으로 들어간 것 아니었습니까?”
-요즘 바쁘잖아요. 집에 갈 시간이 어디 있어요?
윤다희에게는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일 때문에 매일 붙들려서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윤다희만큼이나 뛰어난 사람이 회사 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윤 비서, 당장 공지를 띄워야겠습니다.”
-공지를요? 어차피 이틀만 있으면 패치잖아요.
“막피에 대한 패치를 한다고 지금 당장 띄워야 합니다.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아주 난장판이더라고요.”
-막피 때문에 말씀이죠.
“맞습니다. 이러다가 현피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으음.
윤다희는 침음을 삼켰다.
아직 ‘파멸의 왕좌’가 그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막피를 당하다 보면 현피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현피는 현실 PK의 줄임말이다.
실제로 모 게임의 경우에는 게임에서의 다툼이 현실로까지 번져서 폭행이 일어난 사건들이 수두룩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빨리 막피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아시겠죠?”
-바로 공지 올리겠습니다.
“유근태는 뭐 하고 있나요?”
-아직 일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막피를 잡고 있겠군요.”
-네, 벌써 수십 명을 잡아 죽였다고 합니다. 안정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유근태는 우수한 인재였다.
녀석은 ‘파멸의 왕좌’에 미쳐 있는 인간이었고 그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막피가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평소에 속이 터졌을 것이고 그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소문은요?”
-막피 잡는 해결사가 떴다고 파다한데, 아직 운영자 측에서 잡고 다닌다는 소문은 없어요.
“막피들도 장비가 좋아야 하니까요.”
-맞아요. 그래서 막피가 줄고 있어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빠르게 해결을 해 나가야 한다.
하성은 그녀와 통화를 종료하려 했다.
“이만 끊습니다.”
-회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요?”
-회장님의 급우분들이 운영자에 대거 지원을 했어요.
“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