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79
77. 기획서
“벌써요?”
-내일 바로 면접을 보았으면 하고 희망을 하던데요?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보도록 하겠습니다. 포트폴리오는 작성해 오라고 했나요?”
-네, 게임 운영 팀에 지원을 하는 학생도 있고 게임 기획에 지원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내일 면접을 보기로 했으니 그때 포트폴리오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일 뵙죠.”
하성은 전화를 끊었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 있어 인재의 등용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아무리 회사의 내구성이 좋아도 인재가 부실하면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이 인재를 갈구하는 것이다.
내일 면접을 보는 학생들은 이른바 ‘특채’였다.
공채 이외에 뛰어난 인재들을 선별하여 입사시킬 수 있었는데, 내일이 바로 그 날이었다.
하지만 하성은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하성은 곧바로 출근을 하여 회사로 향했다.
리무진 안에서 윤다희와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윤 비서.”
“어제 데이트는 잘하셨나요?”
윤 비서는 웃었다.
그녀의 또래 친구들은 전부 시집을 갔다. 그 때문에 결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하성이 상당히 고생을 했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엄청 시달렸겠네요.”
“아니요. 하루 만에 혼수를 전부 정했습니다.”
“하루 만에요?”
“오전에 집을 보고 나서 구입하고, 혼수도 다 들여 놓았죠.”
“정말이요?”
윤다희는 꽤나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도 여자였고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결혼을 하게 되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는 인지하고 있었다.
하루 만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업적(?)이다.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예식장 예약을 해야 하고 웨딩 사진도 찍어야 하니 완전히 끝난 일은 아니죠.”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 하잖아요? 그러니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죠.”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혼을 결심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평생 함께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 면접 인원이 몇인가요?”
“다섯 명입니다.”
“그리 많지는 않네요?”
“제 선에서 몇 추렸어요.”
“잘하셨네요.”
하성은 그녀를 치켜세웠다.
그녀는 비서실장이었지만 구조본부장을 겸하고 있었다. 그러니 회사의 인사권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성의 일을 줄여 주었으니 상당히 고마웠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인재는 없고요?”
“인재라기보다는.”
“뭔가요?”
“약간 맛이 가 보이는 인재라고 할까요.”
“예?”
하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재면 인재인 것이지 맛이 가 보이는 인재는 뭘까.
윤다희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설명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던 것이다.
“편하게 말해 보세요.”
“GT시리즈 아시죠?”
“알죠.”
유명한 명작을 모를 리가 없었다.
GT시리즈는 2000년 초반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엄청난 히트를 쳤다. 지금은 2까지 나왔는데, 높은 자유도로 유명했다.
GT1은 그래픽이 상당히 조약했지만 2로 넘어오면서 그래픽도 상당한 발전을 거쳤다.
광활한 맵을 가지고 있었고 이리저리 주인공이 분탕질을 치는 게임으로 유명했다. 악명이 다소 있었지만 평소 유저들이 가지고 있던 욕구를 적절하게 터뜨려 주었기 때문인지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유사한 기획을 한 학생이 있어서요.”
“정말입니까? 배경은요?”
“배경은 판타지인데…….”
“판타지에서 분탕질이라……. 깽판이라고 보아야 하나요?”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네요. 그 학생이 내세운 주제를 보면 ‘막장’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막장 좋죠. GT시리즈도 막장이잖아요?”
GT시리즈야말로 막장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세상에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경찰차를 빼앗아 도주하고나 은행을 털거나 폭력단의 두목도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지원자 중에서 판타지를 배경으로 막장 게임을 제안하는 학생이 있는 것이다.
한국 정서에는 분명히 맞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하성은 세계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게임을 제작하는 데 있어 재미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출시 자체를 금지할 만큼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막장 요소는 신선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꽤 기대가 되는데요?”
“실망하실 수도 있고요.”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별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막장의 진수를 제대로 살릴 수만 있다면 충분히 기획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성은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 지원한 인재 중 넷은 전부 게임 내의 운영자를 희망했다. 하지만 단 한 명은 기획에 지원을 했는데, 대충 시놉시스까지 마련을 해 왔다.
똑똑.
“들어와요.”
“제가 말씀드렸던 학생이 쓴 시놉시스입니다.”
“한번 볼까요?”
‘막장 영주 카르멘’
“음?”
하성의 고개가 좌로 꺾인다.
제목부터가 엄청난 포스가 느껴진다.
“읽어 보셨나요?”
“네. 읽어 봤어요. 짧은 분량이지만…… 뭐랄까.”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게임에 있어 시놉시스는 매우 중요하다. 세계관이 없으면 절대 게임을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게임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기도 했다. 수작이라고 불리는 게임의 상당수는 원작을 가지고 있었다.
윤다희는 지금까지 수많은 원작 소설들을 읽었지만 이런 유는 처음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 보세요.”
“약 빨고 쓴 것 같더라고요.”
“하하하!”
하성은 웃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그녀가 약을 빨았다고 표현을 하는 걸까.
하성은 시놉시스를 읽어 내려간다.
[고창수는 죽었다.명절날에 고향으로 내려가던 중에 폭설이 내렸는데, 커브 길에 미끄러져서 절벽으로 추락사하고 말았다.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즉사를 해 버렸으니 반드시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영혼이 빠져나온 건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다.
팟!
갑자기 눈앞에 작은 요정이 나타났다.
여성체 요정이었는데, 등에는 날개가 두 쌍 달려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중요 부위만 가리고 있었다.
꽤나 폭포수와 같이 흘러내리는 금발, 풍만한 바스트. 대충 모든 남자들의 로망의 총 집합체 같았다.
이건 웬 피규어인가 싶었다.
“안녕하세요, 여행자님?”
“너는 누구냐?”
“저는 막장의 신을 모시는 막장 요정 라이안이라고 해요.”
“막장의 신……. 광부의 신이냐?”
“그게 아니라 이번에 저희 신께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셨거든요. 그냥 유희삼아 만드셨는데 고창수 님이 실험체로 발탁이 되셔서요.”
“…….”
이건 또 무슨 개소린가 싶었다.
“이대로 소멸되실 건지, 저희 막장 신님이 창조하신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 보실 건지 제안을 드리려고요.”
“뭔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헤헤, 고창수 님이 생각하시기에 이건 정말 막장인데, 라고 하시는 행동을 하시면 강해져요. 보너스로 막장 신님이 기꺼워하시면 제가 현신을 해서 풀서비스를 해 드리고요.”
“뭣이라!?”
고창수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또라이 신이 세계를 창조했고 그곳에 실험체로 고창수를 발탁한 모양이었다.
30년 동안 제대로 연애조차 하지 못하며 살아온 고창수는 막장 요정이 농염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에 그만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내가 막장 행동을 하면 강해지고 덤으로 너와 할 수 있다는 뜻이야?”
“아주 명석하시네요. 제안을 받아들이실 건가요?”
“하하하!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지.”
“명심하실 것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막장스럽게 행동하지 않으시면 오히려 곤란해질 거예요. 그걸 꼭 명심하시고…….”
스아아아!
의식이 멀어지는 와중에 막장 요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나 저는 고창수 님을 쫓아다닐 거예요. 제가 눈에 보여도 놀라지 마세요.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번쩍!
고창수는 갑자기 눈을 떴다.]
“이거 뭐야.”
하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보면 시놉시스가 너무 허술했다.
막장 요정과 신이 출현을 하고 막장 신의 가호를 받는 주인공. 막장으로 행동하면 뭔가 힘이 생기고 그걸로 세계를 분탕질하는 것이다.
도입부만 읽어 보았는데, 이건 한마디로 ‘병맛’이다.
2017년 신조어를 여기서 사용해야 할 정도로 이상한 기획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가 궁금해지는 건 뭘까.
“희한하죠?”
“약간 19금 기획 느낌이 나기도 하고요.”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19금이라기보다는 15금 정도라고 보아야겠죠.”
“실제로 야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그냥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술책이라고 할까.”
하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병맛이라는 말은 한마디로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끌린다는 것이었다.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어서 재미를 끌어내는 것이었는데, 이걸 게임으로 도입하면 어떨까 제안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건 좀.”
“뒷부분이라도 읽어 보시고 결정하는 건 어떤가요?”
하성은 기획서를 치우려 하였지만, 윤다희가 제안을 했다.
어차피 길지도 않은 기획서였다.
판타지 세계로 넘어간 주인공이 신의 가호를 받아 분탕질을 치는 것은 GT의 발전형이라 말할 수도 있었다.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번 읽어 보도록 하죠.”
“잘 생각하셨어요. 읽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을 테니까요.”
하성은 다시 기획서를 잡았다.
그는 눈살까지 찌푸리며 기획서를 읽어 내려갔다.
[콰르르릉!비가 내리고 있었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호우는 그칠 줄을 모른 채로 쏟아진다.
고창수는 얼굴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느끼며 깨어난다.
“허억!”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혹시 이건 꿈인가 싶었다.
폭설이 내리던 날에 고향으로 내려가다가 절벽으로 추락사하였고 고창수는 즉사했다. 이것이 꿈일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꿈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어나셨어요?”
“으아아악!”
꿈에서 보았던 요정이 눈앞에 떠 있었다.
날개가 움직이고 있었고 풍만한 바스트가 출렁거린다. 고창수는 얼떨결에 손바닥만 한 요정을 쓰다듬었다.
“그러시면 곤란해요!”
“꿈이 아닌가?”
“저, 절대 꿈이 아니에요. 막장 신님이 창조하신 세계에서 깨어나신 거거든요.”
“어째 이런 일이?”
고창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이 열려 있었고 그곳을 통해서 비가 세차게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꽤나 허름한 여관이었는데, 만약 환생을 하였다면 평민으로 한 걸까. 기왕이면 귀족이면 좋을 텐데.
얼굴을 붉게 물들인 요정이 말했다.
“고창수 님은 앞으로 카르멘 영주님이라고 불릴 거예요. 백작가의 영주님이죠. 필요한 정보는 전송해 드릴게요!”
스스스슷!
“으으윽!”
머릿속으로 정보들이 저장되기 시작하였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칼리어스 제국의 동부 끝에 위치하고 있는 발키아 백작 가문은 제국의 2등 공신으로 시작하였다. 원래 1등 공신으로 시작될 가문이었지만, 개국 당시 음모에 휘말려 2등 공신으로 강등되었고 몬스터 웨이브가 터져 버린 제국의 변방으로 쫓겨났다.
일단 작위는 백작이었고 이는 제국의 고위 귀족이라는 것을 뜻했다. 제국의 황실과 귀족들은 발키아 백작 가문이 1등 공신에 준하는 권위를 가짐을 인정하였지만 워낙에 척박한 땅에서 시작을 하였기에 만년 가난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제국의 수도 브란티아다.
백작 정도의 작위를 가졌다면 넓은 영지에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돈이 많아야 정상이지만 카르멘은 영지를 운영하기에도 벅찼기에 꼴랑 10골드만 들고 여행길에 나섰다.
내일은 건국 기념일이었고 오늘 저녁에는 황제가 귀족들을 불러 모아 연회를 열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황제의 명령은 지엄한지라 곧바로 준비를 하고 나가야 할 판이었다.
“영주가 매우 쓰레기였군?”
“영지민을 착취하기는 했지만 막장 인생을 살아오지는 않았어요.”
“그럼 나는 막장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건가?”
“네, 그게 어떤 것이 되었든 간에요.”
고창수, 이제는 카르멘이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정도라면 충분히 할 수 있지.”
“막장 신님의 축복으로 마나를 사용하실 수 있어요.”
스스스슷!
“으으읏!”
“이제 카르멘 님은 하급 기사로 시작하실 수 있어요. 건투를 빌게요.”
“너는 어디에 가는데?”
“아공간에 머물면서 지켜보다가 부르면 바로 나올게요.”
“흐흐흐, 그래. 나중에 약속 꼭 지키고.”
“그럼요.”
막장 요정은 그렇게 사라졌다.
똑똑.
요정이 사라지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영주님, 곧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그럼 황궁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지.”
“예!”
기사단장 아렌은 카르멘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카르멘의 성질도 꽤나 더러운 편이라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카르멘은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황제가 직접 주관하는 연회였기에 가능하면 좋은 옷을 입고 싶었지만, 워낙에 영지가 가난하여 그런 비싼 옷은 구입할 수가 없었다.
웬만한 귀족들이 입는 무도회복이 대충 100골드 이상이었다.
1골드에 대충 한국 돈으로 10만 원 정도였기에 100골드라면 1,000만 원이라는 거금이 된다. 그런 돈을 옷이나 사는데 투자할 수는 없었다.
그가 입은 낡은 무도회복은 할아버지 대에서부터 물려져 내려왔다. 그러니 최소한 100년은 된 옷이라는 뜻이다.
“마차는?”
“구해 두었습니다.”
“그럼 출발하자!”
카르멘은 힘차게 한 발을 내디뎠다.
콰르르르릉!
솨아아아아!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는 저녁이었다.
황궁으로 속속 귀족들이 탄 마차가 나타났는데, 하나 같이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사치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영주의 마차는 그 가문의 재력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사람들에 꿀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좋은 마차를 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카르멘은 언감생심 그런 마차는 꿈도 꿀 수 없다.
두두두두!
허름한 마차가 황궁을 가로질렀다.
일단 백작가의 깃발이 걸려 있었기에 하급 귀족들은 자리를 피해 주었다.
화려한 마차들이 갈라지는 것은 장관이다.
그에 비하여 카르멘이 타고 있는 마차는 여기저기 비가 샜고 늙은 마부를 고용했을 뿐이다. 이것도 가문의 마차가 아니라 마시장에서 대충 구해 놓은 마차에 기만 달아 놓았다.
철퍽!
카르멘은 마차에서 내렸다.
바닥에서 비가 튀었다.
“영주님, 쓰십시오.”
아렌이 그에게 우산을 씌워 주었다.
웅성웅성.
귀족들이 고위 귀족인 카르멘을 바라보며 술렁거렸다.
제국에는 2공작, 3후작, 10백작이 고위 귀족으로 분류되었다. 귀족의 숫자만 해도 극히 적었는데 여기에서 15명만 추린 대귀족들의 위상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카르멘의 꼴을 보면 전혀 대귀족 같지가 않았다.
“카르멘 백작이잖아? 그런데 꼴이 왜 저러지?”
“몰랐어? 카르멘 백작가는 가난하잖아. 영주민들이 풀뿌리를 캐 먹고 영주 본인은 딱딱한 호밀빵으로 식사를 한다더군.”
“도대체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데?”
“그야,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 영지를 받았으니까.”
여기저기서 좋지 않은 소리가 터졌다.
본래의 성격대로라면 참아야 하겠지만, 카르멘은 막장 신의 주문대로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냥 다 쳐 죽어야 하나?’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거대한 8두 마차가 도착하더니 물을 튀었다.
촤악!
카르멘은 졸지에 물벼락을 얻어맞고 말았다.
“저런 쳐 죽일!”
끼이익!
마차에서 모두의 찬탄을 받을 만큼 아름다운 여자가 내렸다.
머릿속에는 그녀가 바로 제국의 1황녀인 세실리아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모든 사람들이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그중에 카르멘만 허리를 빳빳이 펴고 있었는데, 세실리아가 눈살을 꿈틀거렸다.
“네놈은 왜 예를 표하지 않는 것이냐?”
카르멘은 다짜고짜 세실리아의 뺨을 쳤다.
짜악!
“이런 썅년이!”
“……!”
철퍽!
워낙에 강하게 후려친 덕에 세실리아는 바닥에 쓰러져 몇 바퀴나 뒹군 뒤에 마차 바퀴에 처박혔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면 되나?’
카르멘이 고민하고 있을 때, 막장 요정이 나타났다.
“막장 신님께서 기꺼워하셨어요!”
“기꺼워했다? 그럼 보상이라도 떨어지나?”
“그야 당연하죠!”]
“허억!”
하성은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한마디로 미친 기획이라 말할 수 있었다.
병맛도 이런 병맛이 없었다. 막장 신의 축복을 받은 주인공. 그는 한 가문을 운영하는 영주였고, 막장 포인트 비슷한 것으로 영지를 발전시킨다.
곁에서 하성을 지켜보고 있던 윤다희가 말했다.
“어떤가요?”
“미쳤다고밖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확실히 궁금하기는 하다. 약간 부자연스럽기도 하였지만 GT의 세계관을 판타지 식으로 카피하였다는 소문이 나면 자연스럽게 악플들은 사라질 것이다.
좋은 의도로 만든 게임이 미쳤다고 평가를 받는 것보다는, 막장으로 나가겠다고 만든 게임이 막 나가는 것이라면 유저들의 공감을 오히려 이끌어 낼 수도 있었다.
노이즈 마케팅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기획서를 바탕으로 제작한 게임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의 이야기다.
“윤 비서는 어찌 생각하시나요?”
“특이하기는 하죠. 다듬으면 GT에 버금가는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도 생각을 합니다.”
“이것 참.”
“한참 다듬어야 하죠. 그런데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상식 파괴라는 말이로군요.”
“그렇죠.”
하성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상식을 파괴하는 것도 꽤나 좋은 방책일 것 같았지만, 회사 초반부터 이런 게임을 만들어 내면 욕을 먹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극악 방책인 것 같기도 하고요.”
“회장님이 내려야 할 결정이죠.”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나 회사의 오너는 그였다.
면접이 시작되었다.
3명이 대화고교의 학생들이었고, 2명은 다른 학교 학생들이다.
이번에 운영자로 유근태가 입사를 하면서 소문이 다른 학교에도 퍼진 상황이었다. 수십 명이 지원을 하였고 그 중 상당수를 윤다희가 걸러 냈다.
한 번에 3명씩이 들어왔다.
하성은 사실 이들보다는 다음 조에 관심이 더 갔다.
도대체 막장 게임을 만들어 낼 생각을 한 학생이 누구인지 대면을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면접을 보는 학생들이 긴장한 얼굴로 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면접관은 하성과 윤다희, 모바일사의 개발이사 오유진이 들어와 있었다.
윤다희가 1번에게 물었다.
“1번?”
“네!”
그는 우렁차게 대답한다.
“운영자로 지원을 하셨는데요, 게임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재미를 제외하고 말이죠?”
“그렇죠.”
“수익입니다.”
“수익이라. 어떤 식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고 보시나요?”
“끊임없는 이벤트로 유저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캐시 부분에 손을 많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윤다희의 눈동자에 이채가 흘렀다.
그러니까 지금 서비스하고 있는 ‘파멸의 왕좌’는 캐시 시스템이 잘못되어 있다고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사의 문제가 뭐라고 봅니까?”
“너무 대놓고 캐시를 파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안책은요?”
“굳이 캐시를 구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게임을 만들고 캐시는 게임을 보조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면 캐시를 많이 구매할까요?”
“외형 변환 템이나, 도박성이 강한 일회성 패키지를 판매한다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유아연 씨가 운영자라면 어떤 패키지를 판매할 생각인가요?”
“물약이나, 강화석, 행운석 등이 있겠죠. 프리미엄도 괜찮겠네요.”
“프리미엄이라면?”
“이동의 편의성을 강화하고 대략 15% 정도의 경험치 보너스를 주는 겁니다. 드랍률도 그 정도 수준의 혜택을 주고요. 나머지는 소모품으로 채웁니다. 그리하여 2만 원에서 3만 원 정도로 판매하면 잘 팔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하성을 바라본다.
하성 역시도 캐시 아이템에 대한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딜 어떻게 손대야 할지 막막했기에 가만두고 있었던 것뿐이다.
면접관들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2번이 입을 열었다.
“거기에 보충할 것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