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81
79. 제네스
다른 곳에 얽혀 있는 것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마피아일까. 마피아라고 하면 국내의 폭력 조직과는 괘를 달리한다.
국내의 마피아는 정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지는 않았지만. 해외의 마피아는 정재계는 물론이고 사회 각층의 인사들과 얽혀 있었다.
현재에 이르러 정부에서 마피아를 축출하지 못하는 이유도 워낙에 사회 전반에 마피아 세력이 침투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마피아와는 왜 얽혔다고 하나요?”
“빚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채요?”
“네.”
기가 막힌 일이었다.
브리아나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슈퍼스타였다. 지금이야 인기를 잃었지만, 과거에 낸 음반까지 망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음원 수입을 짭짤하게 벌어들일 텐데 돈이 없어서 사채를 끌어 쓴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뭔가 석연치가 않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자세한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예, 회장님.”
윤다희에게 부담을 주어 미안한 일이지만 브리아나는 가능하면 한빛 엔터테인먼트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그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은 무력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 같다는 점이다.
윤다희가 돌아가자 하성과 유서화는 리무진에 올라탔다. 그들은 아파트 근처의 마트에서 내리기로 했다. 유서화가 요리를 한다고 하니 식재료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유서화가 물었다.
“브리아나는 왜 끌어들이려 하는 건가요?”
“엔터테인먼트의 수익이 너무 악화되었습니다.”
“아!”
그녀는 탄성을 내뱉었다.
유서화 역시 한빛그룹이 하성의 선경지명으로 인하여 발전해 나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성이 없었다면 이만한 사업은 일구어 낼 수 없었다.
“그렇군요.”
“제가 볼 때, 브리아나는 다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끌어들이려는 것이고요.”
“하성 씨의 선경지명이야 유명하잖아요. 반드시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가 좀 있네요.”
“사채 때문에요?”
“네, 도대체 브리아나와 같은 왕년의 대스타가 무엇 때문에 사채 빚까지 지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하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해결할 수 있다면 반드시 그녀를 데려온다.
물론 하성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파트 근처 마트에 들렀다.
하성은 유명 인사였고 모자를 쓰지 않으면 사람들이 몰려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 되었다.
“오늘은 한식으로 준비해 볼게요.”
“한식으로요?”
“한식 자격증도 있으니까요.”
“후후, 정말 다재다능하네요.”
“하성 씨의 부인이 되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었나 봐요.”
그녀는 밝게 웃었다.
하성은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녀는 무엇 때문에 신부 수업을 그렇게 받았던 걸까. 혹시 유민성 회장에 의해 강제된 것이 아닌가 궁금했다.
“신부 수업은 서화 씨가 원해서 받은 건가요?”
“그럼요.”
“그래요?”
“어렸을 때부터 좋은 아내가 되는 것이 꿈이었거든요.”
“그런 사람이 정말 있었군요.”
“현모양처의 표본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아이들을 잘 키워 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정말 대단한 여자라 말할 수 있었다.
그 어떤 누가 이런 꿈을 가질 수 있을까.
많은 여자들이 남자를 만나면 현모양처가 꿈이었다고 말하지만 거짓말일 확률이 농후하다는 사실은 하성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안 그런 여자도 있지만 요즘 세상에 자기 자신을 버리고 헌신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유서화는 정말 그렇게 하고도 남을 여자였다.
“아내를 잘 얻었죠?”
“네.”
하성도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유서화가 좋은 아내가 될 것은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브리아나는 호텔에 투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몰락을 했어도 그녀는 스타였다. 게다가 세간의 시선도 있었으니 무리를 해서 좋은 호텔 스위트룸에 묵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투숙하고 있는 브리아나의 얼굴은 편치 않았다.
“언니, 여기 숙박비가 얼마죠?”
“1,500달러.”
“너무 비싸네요.”
“그래도 어쩔 수가 없지. 대스타가 싸구려 모텔에 묵을 수는 없잖아.”
“요즘에는 모텔도 잘되어 있어요. 깨끗하기도 하고요. 저는 상관없으니까 다음부터는 싼 곳으로 가요.”
“그럴 수는 없지. 사람들 시선을 생각해야지.”
“사람들 시선이 밥 먹여 주나요?”
“그렇지는 않지만 스타는 이미지고 먹고살아.”
“이미 이렇게 망가졌는데.”
“아니야, 너는 할 수 있어.”
안나는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브리아나는 안나의 말에 호응하여 힘을 내보려 하였다. 하지만 한 통의 전화 때문에 모든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 사람이에요!”
안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사람이라면 빚쟁이였다.
요즘에는 해외에서도 전화가 터졌기에 세계 어디를 가도 전화가 불통되는 경우는 없었다.
안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이런 전화는 받고 싶지가 않았지만 그랬다가는 사달이 날 것이다. 놈들은 가족들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을 했다.
“브리아나입니다.”
-이번 달 이자를 내지 않았던데?
“미안해요. 곧 낼게요.”
-3일 안에 입금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네 여동생을 팔아넘겨야겠군. 요즘에는 멕시코에서 가격을 잘 쳐 준다고 하더라고.
“제발 그러지 마세요!”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할 것 아닌가? 우리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 알라고. 다음 이자는 네년 동생이다.
달칵.
전화가 끊어진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도대체 어쩌다가 자신의 신세가 이렇게 되었을까.
눈물을 흘려 보아도 해결책은 보이지가 않았다.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브리아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글보글!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된장찌개를 꼽을 것이다.
김치찌개가 좋냐, 된장찌개가 좋냐 묻는 것은 짜장이 좋은지 짬뽕이 좋은지 묻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만큼 하성도 된장찌개를 좋아했다.
“여보! 간 좀 보세요!”
“여보?”
“후후, 이제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어요?”
“험험.”
하성은 헛기침을 했다.
물론 전생에서는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었지만 이곳에서 다시 들으려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익숙해져야 하나.’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하성은 주방에 이르렀다.
한 시간 동안 그녀는 요리를 했고 수많은 반찬들을 만들어 냈다. 화룡점정이 된장찌개였다.
후루룩!
하성은 찌개의 간을 봤다.
“음!”
“어때요?”
“요리를 왜 이렇게 잘하는 건가요?”
“정말요?”
하성은 엄지를 척 올렸다.
그녀를 띄워 주려는 것이 아니라 유서화는 정말로 요리를 잘했다. 경연 대회가 있다면 나가서 입상을 할 정도의 실력이다.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더니 정말로 그런 모양이다.
“그럼 됐어요. 식사하세요.”
“네!”
이런 생활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다.
물론 결혼을 해도 고독한 날이 온다는 사실을 하성은 잘 알고 있었다. 외로움과 고독함은 조금 다르다.
외로움은 말 그대로 외톨이처럼 자신이 느껴진다는 것이지만 고독감은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느껴지는 그런 감정이었다.
하지만 고독감을 느끼더라도 결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성은 한 상 차려진 식탁을 바라보며 웃었다.
“저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저와 결혼을 결심해 주어서 고마워요.”
“하성 씨…….”
이 정도 립서비스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성은 본격적으로 밥을 퍼 먹기 시작했다.
반찬 하나하나가 꽤나 맛있다. 유모와 비교를 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실력이다. 오히려 일부 반찬들은 유모보다 나았다.
아무래도 집밥의 기준이 바뀔 것 같았다.
하성은 두 공기를 뚝딱 비웠다.
“잘 드시니까 기뻐요.”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르겠네요.”
“후후후.”
그녀는 낮게 웃었다.
하성도 따라 웃는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요.”
“그럴까요?”
하성은 흔쾌히 허락했다.
양가 어른들에게는 전화 한 통만 하면 된다.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럼 목욕물 준비할게요.”
“아, 그래요.”
“그리고 앞으로 반말을 고려해 보도록 하세요.”
“그건 힘들 것 같은데…….”
“남편이 아내에게 존대하는 것이 썩 보기 좋지는 않더라고요.”
“험험, 노력해 볼게요.”
“뭐라고요?”
“노력해 볼게.”
“네!”
그녀는 밝게 웃었다.
유서화로 인하여 하성의 생활 전반이 바뀌어 나가고 있었다. 조금씩 유서화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런 느낌도 썩 나쁘지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하성은 일찍 일어난다고 일어났는데, 유서화는 자리에 없었다.
밖으로 나오니 버터 냄새가 진동했다.
“일어나셨어요?”
“일찍 일어났네요.”
“먼저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하려고요.”
이제 그녀의 이런 모습을 그러려니 하고 넘겨야 하는 걸까.
일일이 신경 쓰려면 피곤하니 그냥 신경 끄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여겼다.
“계란프라이만 하면 돼요.”
“네.”
하성은 소파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지이이잉!
하성이 하품을 하고 나서 멍하게 있을 때, 전화가 울린다.
이른 아침부터 윤다희였다.
‘윤 비서는 잠도 안 잤나?’
하성은 내심 그렇게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접니다.”
-회장님, 알아냈어요.
“어떤 마피아던가요?”
-뉴욕에 있는 제네스라는 마피아 단체예요.
“알겠습니다.”
하성은 전화를 끊었다.
윤다희는 출근을 하며 자세한 이야기를 해 줄 것이다. 그보다 뉴욕에 있는 마피아 단체라는 곳에 신경이 쓰였다.
“뉴욕이라면 리브레가 활동하는 곳이잖아?”
어쩌면 이번 일은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
하성은 교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잠시 집에 들렀다.
아직 시간이 일렀기 때문인지 할아버지는 출근 준비를 하고 신문을 읽고 계셨다.
임수아도 함께 앉아 있었는데, 먼저 여동생이 하성을 타박했다.
“쯧쯧, 외박하는 거야?”
“그렇게 됐어.”
“왔느냐.”
“험험, 다녀왔습니다.”
“신경 쓸 것 없다. 요즘에는 아이가 혼수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 가능하면 빨리 아이를 낳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건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임수아는 혀를 찼고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신다.
역시나 유서화와의 결혼은 절대 물릴 수가 없다. 이미 대외적으로 공표까지 하였으니 말 그대로 하성은 유서화의 예비 신랑이 되었다.
요즘 시대에 결혼할 사람이 함께 밤을 지새운다고 해서 별로 죄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특히나 할아버지와 유민성 회장은 하성과 유서화를 무인도에 밀어 놓고 배편을 끊어 놓기까지 했었다.
하성은 교복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밥은?”
“서화 씨가 해 주었습니다.”
“허허허! 역시 새아기로구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하성은 저택을 나섰다.
오늘은 임수아와 함께 등교하지 않았다. 하성은 리무진에 올라타서 S호텔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녀가 수락을 할까요?”
윤다희가 말했다.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를 구렁텅이에서 구해 주겠다는데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이죠.”
“마피아를 상대해야 할 텐데요.”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죠.”
“어렵지 않은 일이라니…….”
“치우의 실력 아시잖아요?”
“아!”
윤다희는 그제야 안심했다.
하성이 직접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현무에게 일을 맡길 작정이었다.
뉴욕의 마피아 리브레는 치우에게 완전히 넘어왔다. 치우는 아예 리브레를 통하여 뉴욕에 진출을 해 버렸다.
아마 이번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S호텔에 내렸다.
“여기 스위트룸이라고요?”
“네.”
“상당히 값이 비쌀 텐데 용케도 잡았군요.”
“아무래도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였겠죠.”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왕년의 슈퍼스타라고 해도 스타는 스타였다. 스타가 허름한 곳에 머물면 평판이 떨어진다. 그것은 곧 매출과도 직결이 되는 문제였기에 브리아나도 숙소를 고르는데 고심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커다란 문 앞에 이르렀다.
똑똑.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브리아나의 매니저인 안나가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별로 그들을 반기지는 않았다.
“5분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브리아나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재계를 주름잡는 하성의 만남 제의를 완곡하게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한국에서 공연을 계속하려면 하성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그들은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얻어 내는 시간은 5분이다.
브리아나는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얼굴로 앉았다.
‘예쁘기는 하네.’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예쁜 여자가 얼마나 될까.
화장은 마술과도 같았다.
중동의 한 부자가 아내의 화장이 바닷물에 씻겨 내려간 모습을 보고 이혼을 했다는 일화는 유명했다.
하지만 브리아나는 화장 전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타고난 미인의 상이라는 뜻이었다.
브리아나의 예쁜 얼굴은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5분이에요.”
“좋습니다. 본론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브리아나는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능하면 이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성이 재빠르게 말을 꺼냈다.
“제네스의 빚을 없애 드리겠습니다.”
“뭐라고요?”
브리아나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그녀는 도대체 하성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네스의 빚을 없앤다니…….”
“말 그대로입니다. 빚의 고통에서 해방을 시켜 드린다는 뜻이죠.”
“그게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천문학적인 돈이에요.”
“해결할 수 있습니다.”
브리아나의 얼굴에 갈등의 빛이 스쳐 간다.
고뇌를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마피아를 박살 낼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하성이 돈이 많았기에 빚을 대신 갚아 줄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 자체가 그녀의 착각이었지만.
브리아나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지경이다.
‘빚을 탕감시켜 준다고? 만약 빚이 없어지면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할 필요는 없어. 음악에도 전념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천문학적인 액수의 빚을…….’
하지만 브리아나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가족들이 위협을 받는 것에 그녀는 노이로제가 걸려 있었다. 브리아나의 음악이 부진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가수란 감정이 풍부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족들이 위협을 받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니 음악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는 입술을 짓씹었다.
“장난하는 것이라면 돌아가세요.”
“장난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 줄 알고…….”
“저는 대기업 총수입니다. 조사는 이미 끝났습니다.”
“그런…….”
브리아나의 동공이 떨린다.
이 정도라면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정말로…….”
“정말로요.”
“만약 빚이 해결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어요.”
“그럼 계약서를 쓰실까요?”
“어떤 계약서요?”
“빚이 탕감되었는데 나 몰라라 하면 어쩌겠어요? 그러니까 계약서를 써야죠.”
브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 빚이 해결된다는 조건이에요.”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요.”
“계약의 내용은…….”
“가져왔습니다.”
윤다희는 계약서를 꺼냈다.
브리아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예 계약서까지 작성했다는 말은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작정을 하셨군요.”
“당신의 미래를 사는 겁니다.”
“저는 굉장히 망가져 있어요.”
“제가 되살려 드리겠습니다.”
브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스슥.
그녀는 거침없이 계약을 했다.
어차피 브리아나는 어디 한 곳에 얽매인 몸이 아니었다. 컨설턴트를 스스로 하고 있었으니 자유로웠다.
그러니 이렇게 쉽게 계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성은 계약서를 윤다희에게 주었다.
“계약서는 공증이 될 것입니다.”
“일이 해결만 된다면…….”
“그건 걱정 마시고요. 내일까지 좋은 소식을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다시 한번 놀람을 드러냈다.
그 악랄한 제네스의 구렁텅이에서 하루 만에 꺼내 주겠다고 하니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임하성 회장과 그녀의 비서가 나간 후에 브리아나의 표정은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다.
연기를 하는데 익숙해진 브리아나였지만 도저히 지금은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언니, 그의 말이 사실일까요?”
“아마도 사실이 아닐까?”
“그런 천문학적인 돈을…….”
브리아나가 진 빚은 거의 1억 달러에 달했다.
2천만 달러에서 시작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지금은 목숨을 위협하는 처지에 빠진 것이다.
세계를 순회하며 공연을 하는 이유도 이자를 갚기 위해서였다.
도대체 이번 달 이자를 어떻게 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구원의 손길이 내려왔다. 임하성 회장은 별 대수롭지 않게 해결을 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를 믿어도 될지.”
“되겠지.”
그녀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임하성 회장밖에 없었다.
인간이란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지는 법이었다. 브리아나는 물에 빠지다 못해서 깊은 수렁에 잠겼고 간신히 목만 내놓고 숨을 쉬고 있는 중이었다.
도대체 언제 가라앉을지 알 수 없었다.
숨이 막히는 심정이었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그리고 그 지푸라기에 모든 것을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해결만 된다면…….”
“해결이 되면 한빛 엔터테인먼트의 소유가 되겠지.”
“상관없어요. 그놈들의 전화를 안 받을 수만 있다면.”
하성은 학교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바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리무진으로 현무가 찾아왔다.
“찾으셨습니까.”
현무는 무표정한 얼굴로 하성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우직한 하성의 충복이었다. 백호와는 다르게 감정을 표현하는 법이 없었다.
“현무, 우리가 뉴욕에 진출을 해 있죠?”
“네.”
“혹시 그곳에 제네스라고 아시나요?”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떤 집단인가요?”
“사악하기 이를 데가 없지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별로 충돌을 할 일이 없어 그냥 두고 있습니다.”
“제네스를 쳐야겠습니다.”
“어떤 이유이신지?”
하성은 현무에게 제네스를 쳐서 없애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결국 제네스를 치는 이유는 한빛 엔터테인먼트 때문이었다. 브리아나를 영입하기 위하여 치는 것이다.
현무는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주인님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내일까지입니다.”
“제가 직접 가지 않아도 그곳에 파견되어 있는 치우의 단원들이 해결을 할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현무는 고개를 숙이며 사라졌다.
하성은 기지개를 켰다.
현무에게 신신당부를 했으니 제네스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말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