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87
85. 주작의 맹세
주작은 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지금까지 주작이 하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았던 것은 그의 실력이 미진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결에서 주작은 패했다.
물론 주작이 방심을 했고 어쩌다 보니 패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하성은 주작이 분명히 승복하지 않거나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주작의 얼굴은 환희에 차올랐다.
“드디어 해내셨군요!”
주작은 하성을 끌어안았다.
하성은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평소의 주작은 차가움의 극치였다. 주인인 하성에게도 반말을 찍찍 하였고 누구도 그녀를 말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의 주작은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괜찮으신가요?”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주작은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다.
털썩.
주작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 주작, 그동안 주인님이 성장하시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원래 성격이 그런 것 아니었나요?”
“그럴 리가 있겠어요?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으니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것뿐이랍니다.”
정말 얼떨떨하다.
주작에게 이런 자상한 면모가 있었던가?
그녀는 하성의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제 영혼은 당신의 것입니다.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하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된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볼 수는 없었다. 주작은 충성을 맹세하였다. 이제 사대천왕 모두가 하성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주작이 외쳤다.
“오늘 허리띠를 풀어 보자!”
“와아아아!”
주작대의 대원들도 환호성을 내질렀다.
곧바로 곳간이 열리고 여기저기서 술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하성은 주작과 대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 사대천왕들이 함께하였다면 좋겠지만, 나름대로 그들도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곧 있으면 회와 대결을 벌인다.
사대천왕 모두가 대결에 임하는 만큼이나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기 위하여 발버둥을 칠 것이다.
여기서 패한다면 회는 완전히 임가와 분리가 된다. 별개의 세력이라는 사실을 임가에서 인정을 해 버리는 것이었다.
이쪽에서 인정을 하지 않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의 차이는 컸다.
주작이 하성의 잔을 채웠다.
쪼르르륵!
“한 잔 하세요.”
“아, 예.”
하성은 단숨에 술을 넘긴다.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과연 주작이 맞는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였다.
하성이 적응을 하지 못하자 주작이 말했다.
“의외였나요?”
“솔직히요.”
“이게 원래 제 모습이에요. 선대 주인님과의 관계는 들었죠?”
“들었습니다.”
“그분을 영혼의 주인으로 모셨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셨죠. 그때의 충격이란 뭐라고 형용할 길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약하셨죠.”
“많이 약하셨죠. 그 이후에 결심했습니다. 저보다 약한 사람이라면 주인으로 모시지 않겠다고 말이에요.”
“오늘은 운이 좋았던 것 같은데요?”
하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그의 실력이 많이 발전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도 운과 실력, 주작의 방심이 없었다면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화’의 단계에 있는 그가 ‘목’의 단계에 있는 주작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주작이 패했다.
이건 주작의 실책이라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작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말씀 마세요. 주인님은 스스로의 힘으로 저를 이기신 겁니다.”
“에이, 그렇지 않은데요.”
“맞아요. 게다가 저는 방심하지 않았습니다. 무공에 있어서는 주인님의 재능이 월등하게 뛰어났기에 저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깨달음은 부족했다고 쳐도요.”
주작은 하성을 띄워 주었다.
그녀의 말에 틀린 것은 없었다. 대원들도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 세웠고 하성의 실력을 인정하였다.
치우의 4대 가문 중에서 가장 드세기로 소문난 주작대가 하성을 인정하였다면 그건 진정으로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주작대는 강함을 숭상한다.
지이이잉!
전화가 울린다.
곧바로 문자가 왔는데, 나머지 사대천왕들에게로부터 온 축전이었다.
백호가 첫 번째로 문자가 왔고 두 번째로 현무가, 마지막으로 청룡이 문자를 보냈다. 아마 그들은 아침에 찾아올 것 같았다.
“주인님께서 마지막 주자가 되시겠군요.”
“그렇죠.”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위험할 것 같다면 곧바로 기권해야 하고요. 치우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저희들로서는 주인님의 목숨이 최우선입니다. 만약 여기서 주인님이 사라지면 치우는 구심점 자체가 없어집니다.”
“조심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됐어요.”
평소에 그렇게 까칠하던 주작이 맞나 싶을 정도다.
주작은 끝까지 하성에게 술을 따라 주었고 술자리는 밤이 깊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성이 집에 들어가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다음 날 아침.
하성은 화려한 침상에서 깨어났다.
“일어나셨어요?”
“허억!”
주작이 하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그러고 계셨던 건가요?”
“대충 한 시간 정도?”
하성은 어색하게 웃었다.
주작의 태도가 너무 달라져서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호가 들어왔다.
“쯧쯧, 주작의 본성이 드러났군요.”
“주작의 본성이라니요?”
“거의 강아지나 다름이 없습니다. 앞으로 주인님께서 고생 좀 하실 거라고 봅니다.”
“하하…….”
주작을 강아지에 비유를 하다니.
곧바로 싸움이 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주작은 무언으로 긍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무와 청룡도 들어왔다.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감축드립니다.”
그들이 인사를 건넸다.
하성은 손사래를 쳤다. 이번에 운 좋게 승리를 했다고 해도 진정한 승리라고 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운이었습니다.”
“운이라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님께서는 천재이십니다. 이 짧은 기간에 경지에 접어든 것도 그렇고, 무예에 타고난 재능이 있으십니다. 앞으로 얼마나 발전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경지에 오를 수도 있겠지요.”
백호가 한껏 기대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하성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수박이라는 무예가 깊게 파고들어 가면 갈수록 어려웠다.
오랫동안 수련을 하면 모르겠지만, 더 높은 경지를 짧은 시간 안에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기침하셨으니 식사하셔야죠?”
주작이 사근사근하게 말한다.
그녀는 하성의 손을 잡고 일으켜 주었다.
“아, 예. 먹어야죠.”
“그럼 함께 가도록 해요.”
그들은 마루로 나왔다.
마루에는 한 상 거하게 차려져 있었다.
아침부터 이 많은 음식들을 어떻게 먹으라는 건지.
주작이 하성에게 수저를 쥐어 주었다.
이제 수발까지 들려는 걸까.
“많이 드세요.”
“주작도 좀 드세요.”
“저는 주인님이 드시는 모습만 봐도 행복해요.”
“하하, 이것 참.”
하성이 수저를 들자 나머지 사대천왕들도 수저를 들었다.
백호가 말했다.
“이제 곧 있으면 대결이겠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네요.”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만약 그 대결에서 치우가 승리하게 된다면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가져올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로 패하면 그들은 완전히 독립한다.
하지만 백호는 이번 대결이 박빙이 될 것을 짐작했다. 치우에 불리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잘하면 이길 수도 있습니다.”
“패할 수도 있고요.”
“부회주 제갈천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약속은 지키는 남자입니다. 사실, 제갈천은 수박의 최고수로 전 세계에서 어떤 사람도 당해 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갈천에게 패한다고 해도 나머지 사람들이 이기면 됩니다. 게다가 저희 치우가 져도 손해는 아닙니다.”
“실질적으로는 그렇지요.”
“네, 그들은 명분을 원하는 겁니다.”
주작이 백호를 타박했다.
“쯧쯧, 주인님께서 직접 나서시는데 패하겠어?”
“최선을 다하자는 거지.”
“걱정하지 말라고.”
주작은 하성의 밥 위에 반찬을 올려 주었다.
‘역시 적응이 되지 않아.’
가만히 앉아 있던 현무가 입을 열었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수련에 들어가려 합니다. 며칠 남지는 않았지만, 주인님께서도 참여하시는 것이 어떤가요?”
“으음.”
하성은 생각에 잠긴다.
지금 여러 가지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었고 결혼 준비도 해야 한다.
바쁜 것은 맞았지만, 그래도 이건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일단 회가 치우의 산하에 들어오면 분열되어 있던 신화파는 온전히 하나로 뭉칠 것이다. 그 밖에 회가 가지고 있던 사업도 하나로 통합되면서 어마어마한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 틀림없었다.
이것은 기회였다.
“좋습니다. 수련에 동참하겠습니다.”
***
하성은 인천 치우 본가의 수련동으로 들어가기 전에 유서화를 만났다.
이제 유서화와는 부부나 다름이 없었다.
아직 웨딩 촬영도 해야 하고 결혼식도 해야 하겠지만, 부부와 같은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만나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유서화는 치우의 본가까지 방문했다.
“어서 오십시오, 안주인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
치우의 사대천왕들도 그녀를 인정하였다.
지금 상황에서 파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치우에서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하성의 마음이 변치 않았으니 그녀를 안주인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유서화가 가방 하나를 내밀었다.
“수련을 하신다고요.”
“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좀 쌌어요.”
“고마워요.”
“부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서화는 하성의 품에 안겼다.
역시나 그녀는 좋은 여자다.
결혼은 무덤이라고 생각을 해도 하지 않고 후회를 하는 것보다는 하고 후회를 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게다가 유서화는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었다.
“하산하면 바로 연락을 하도록 해요.”
“그럼요.”
이제 사대천왕들은 수련동으로 향하기로 했다.
사대천왕들이 모였다.
그들은 기술들을 가다듬는 데 중점을 둘 것이었다. 사실, 며칠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다음 경지를 밟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주작이나 백호도 하성이 기술을 가다듬기를 원하였지만, 거절했다. 그보다는 깨달음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사대천왕들은 하성의 결정을 지지했다.
효율로 치면 기술을 가다듬는 것이 나았지만,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는다면 폭발적인 실력의 증진이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하성의 천재성을 믿었다.
백호가 ‘목’의 단계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 단계의 실마리는 목성입니다.”
“나무가 아니고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목’의 단계는 목성에서 찾아야 합니다. 거대한 목성에 대해 고찰을 하다 보면 문득 깨달음의 순간이 있을 겁니다. 각자 깨달음이 다르고 스스로 깨달아야 자신의 것이 되기에 여기까지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성취를 기원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성은 폭포 수련에 매진하기로 하였다.
투두두두둑!
폭포가 머리 위로 떨어진다.
시끄럽게 소리가 나면 오히려 수련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폭포가 머리 위로 떨어짐으로 인하여 일정하게 리듬감이 귓가를 때린다.
그는 점점 무아지경에 접어들고 있었다.
‘목성을 생각하며 깨달아야 한다니. 목성의 특성이 무엇이지?’
목성이라면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다. 두꺼운 가스층을 형성하고 있고 엷은 고리를 가지고 있다.
유명한 위성들이 포진하고 있었고 태양계의 모든 행성을 합친 질량보다 크다.
그 밖에도 지구보다 큰 소용돌이 대적점이나 지옥의 대지를 연상케 하는 등 특징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었다.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로파에서는 엄청난 높이의 물기둥이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하성은 이런 과학적으로 증명된 특징들이 깨달음을 줄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수박은 오래전에 만들어졌지. 임 조사에 의해 가다듬어졌지만, 설마하니 임 조사도 여기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을 거야.’
지금은 목성으로 위성까지 쏘아 보내는 시대였다. 조선 시대에서 그런 생각을 했을 리가 없었다.
더욱이 폐쇄적인 조선이었으니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천문을 연구했을 리도 없었다.
‘목성이 무엇일까. 목성이…….’
하성은 무아지경에 접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쉽사리 깨달음은 오지 않는다.
과연 그가 깨달음을 얻으며 수련을 종료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팟팟!
콰과과광!
주작은 현무와, 백호는 청룡과 짝을 이루어 대련을 하고 있었다.
물론 대련이라고 해도 그들은 진검을 사용한다.
목검은 그들의 힘을 버틸 수도 없었지만, 살기만 배제를 한다면 다칠 염려도 없었다. 이미 그런 경지는 까마득하게 지났다.
주작은 현무의 검을 쳐 내고는 말했다.
“주인님을 한번 지켜볼까?”
“10분 전에 보았잖아.”
“그래도 보고 싶은데?”
“역시나.”
“그때와는 달라.”
현무는 주작의 과거를 이야기하려 하였지만, 엄연하게 따져서 과거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번 주인은 주작과 정면 대결을 하여 승리했다.
이만한 실력의 주인은 앞으로도 탄생하기 힘들었다.
주작은 검을 내려놓고 폭포로 향한다.
콰과과과!
벌써 12시간 이상 명상을 하고 있는 주인이었다.
백호가 곁으로 다가왔다.
“대단하신 분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 짧은 시간에 ‘화’의 경지에 오르시다니……. 네가 패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정말 놀랐다.”
“후후후.”
주작은 낮게 웃었다.
그녀와 주인의 대결에는 의문점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의문점에 대해서는 시원하게 물어보지 않았다.
청룡이 물었다.
“봐준 것은 아니겠지?”
“아마 너희들도 장담할 수 없을 거다.”
“정말 그런가?”
“천재라니까. 저분이 나를 이겼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대결에 임한다면 분명히 패할 것이다.”
“천하의 주작이 그리 말을 하다니…….”
백호가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스스스슷!
“어엇?”
그때, 갑자기 얇은 빛이 주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건 작은 깨달음을 얻었을 때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 빛은 조금 강해지고 있었는데, 만약 그것이 폭사된다면 엄청난 깨달음을 얻고 다음 단계로 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작을 제외한 사대천왕들은 다음 단계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벌써 깨달음을? 어림없지.”
아무리 천재라도 그건 불가능했다.
주작도 그들의 말에 동의했다.
“그건 그렇겠지?”
“당연하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문제는 빛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이쯤 되자 누구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만약 하성이 이 자리에서 ‘목’의 단계에 접어든다면 역사상 최연소로 그 경지에 접어든 수련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수련자가 치우의 주인이라면 그 의미는 더욱 뜻깊어진다.
하성은 무아지경의 깊은 세계를 유영하고 있었다.
그는 한 가지 깨달음의 가능성을 쫓아가고 있는 중이다.
목성의 특징 중에서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태양계의 행성 중에서 가장 크고 그 안에 모든 행성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깨달음의 실마리였다.
‘담는다. 모든 것을 담는다니.’
그렇게 실마리를 쫓아가다 보니 목성이라는 행성이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보다는 태양계의 모든 행성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는 것에 놀랐다.
결국 목성은 포용의 미학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성은 목성이 가진 본질에 접근했다.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이건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인간적인 그릇이 될 수 있다면 영혼의 단계마저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츄아아악!
그 순간, 하성은 눈을 떴고 엄청난 기가 폭발했다.
사방으로 물이 퍼져 나가 폭사되었다.
“으으으으!”
우둑! 우두두둑!
하성의 몸이 3미터 정도 떠올랐고 온몸의 근육들이 뒤틀렸다. 뼈가 모두 부러져 나갔고 조금씩 이동을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환골탈태였다.
경지를 밟을 때마다 조금씩 기혈이 이동하는 것은 느껴 보았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환골탈태뿐이었다.
목의 경지에 접어든다면 하성은 검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육체적인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뜻하였다.
우둑! 우두두둑!
엄청난 고통이 시작되었지만, 하성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소리를 지른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환골탈태가 시작되면 최대한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오직 고통을 인내하는 것.
고통의 끝에 강함을 얻을 수 있다.
무려 한 시간에 이르는 인고의 시간이 끝나고 하성은 그대로 처박혔다.
풍덩!
쿠르르르!
사방이 어두워졌다.
하성은 정신을 차리려 하였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곧 그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풍덩!
환골탈태를 끝낸 주인이 물에 빠졌다.
주작은 곧바로 폭포 아래로 뛰어들었다.
쿠르르르!
그리고 주인을 안고 허공으로 치솟았다.
“주인님!”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
백호의 말이었다.
환골탈태까지 겪었다면 이미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계를 뛰어넘어 초인의 단계로 가는 것이다. 겨우 물에 빠졌다고 죽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 동안이나 숨을 찾는 것이 가능한 경지였다.
주작은 몸을 떨었다.
“드디어 주인님께서…….”
“다음 단계에 접어드셨지.”
“그게 가능한가?”
청룡이 툭 내뱉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수박이 얼마나 어려운 무예인지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렇기에 이 짧은 시간 안에 ‘목’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천재가 탄생했다는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백호가 말했다.
“수박 역사상 전무한 괴물이 탄생한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