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9
8. 추격자들
유진석은 동이 터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역시나 질긴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하였는데, 이러다가 안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임하성의 목숨만은 아니었다.
일심에서는 임가에서 가진 보물을 노리고 있었다. 정확하게 그것이 무엇인지 유진석은 잘 알지 못했지만, 그것을 찾는 것만으로도 거액의 보수가 약속되어 있었고 도시 하나를 세울 수 있는 돈이라는 것만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놈이 저 안에서 죽어버리면 곤란했다. 그러니 그들로써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불곰파의 갈치는 다음과 같은 계책을 제시했다.
그것은 바로 일부러 틈을 만들어 내는 것.
이틀 동안 그들은 물셀 틈 없이 이곳을 에워싸고 있었다. 아예 텐트를 치고 기다리고 있었으며 먹을 것이 빨리 떨어지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하책이다.
놈이 독심을 품고 죽어 버린다면 그야말로 도루묵이다. 금고를 옮겨서 박살을 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틈을 만들어 놈이 도주를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준다. 이것이 바로 갈치가 내 놓은 계책이었다.
계획이 받아들여지자 유진석은 세 명을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 조직원을 대기하라 명했다. 넓게 산개를 해 있었고 만약 놈이 금고 밖으로 나오면 곧바로 합류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먹을 것이 있다고 해도 놈은 이틀 동안 변변하게 먹은 것이 없었다. 당연히 비실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었고 그 틈을 노려 놈을 쫓아야 하는 것이다.
유진석을 시계를 바라본다.
“지독한 놈이로구나!”
“나올 겁니다.”
“확신할 수 있나?”
“놈에게는 지금이 아니면 살아 날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함정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죽는 길임을 알면서도 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군.”
“그렇습니다.”
유진석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었다.
그들의 작전은 완벽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고 자살을 할 용기라면 목숨을 걸고 강행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곳에서는 안쪽을 볼 수는 없지만 안에서는 바깥을 볼 수 있도록 창고가 설계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곧 있으면 놈이 행동을 개시할 것이었다.
달칵!
“나옵니다!”
드르르륵
창고의 문이 돌아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곳에서 빼빼마른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닭 모가지 비틀 힘조차 없게 생긴 놈이었는데, 그들은 그 모습에 안심을 하였다.
산개를 해 둔 조직원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사람들만으로도 놈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놈은 밖으로 나와 문을 닫는다.
철컥
임하성은 검집에 손을 댔다.
“진검인 모양입니다. 조심하십시오, 형님,”
“저 어린놈이 검 하나를 쥐었다고 무서워한다면 불곰파는 오늘 부로 해산을 해야겠지. 우리가 걸어온 수라장을 생각하면 말이야.”
“그도 그렇습니다.”
갈치는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불곰 유진석의 말대로 그들은 아수라장을 겪어왔다.
조직 간의 항쟁이 가장 치혈했던 90년대에 무너지지 않고 버텨 왔던 것이다. 그것만 해도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갈치가 긴장을 풀었을 때, 갑자기 소년이 튀어 나오며 발검 했다.
서걱!
“허어억!”
울컥!
갈치의 옆구리가 길게 베었다.
그는 황급하게 옆구리를 손으로 막았다.
“크으윽!”
팟!
그와 동시에 소년은 검을 들고 엄청난 속도로 이곳을 빠져 나가려 하였다.
“형님!”
“개새끼!”
유진석은 비도를 들었다.
불곰 유진석이 쌍검을 쓰는 사실은 조폭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작은 비도를 암기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80년대에 서커스단에서 활약을 했던 기예사 답게 그의 비도술은 백발백중이다.
유진석은 비도 두 발을 날렸다.
팟!
놈은 몸을 비틀어 비도를 하나 피했다.
마침, 이곳에서 난 소란을 주시를 하고 있던 조직원 하나가 앞을 막았다.
임하성은 몸을 비틀며 검으로 조직원의 다리를 베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목포 독사는 놈에게 일격을 먹였는데, 얼굴을 타격 당함과 동시에 임하성의 몸이 흔들렸다.
유진석은 비도를 하나 더 날렸다.
퍼억!
“크윽!”
짧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대로 쓰러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놈은 등에 비도를 박은 채로 질주하였다.
유진석은 일갈을 터뜨렸다.
“쫓아라!”
사륵! 사르륵!
하성은 빠른 속도로 수풀을 헤치고 있었다.
그는 천령지기를 이용하여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킴으로써 일반인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었지만, 등에 박혀 있는 비도 때문에 온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감을 느끼고 있었다.
비도에만 맞지 않았다면 이대로 무사히 숲을 빠져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100미터를 9초에도 주파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힘이 넘쳐흘렀었다. 헌데 비도가 하필이면 사혈에 박혔는지 기의 유출이 가속화 되고 있었다.
유출된 기는 다시 차올랐지만, 차오르는 속도보다 유출이 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 덕분에 하성이 달리는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저기다!”
“젠장!”
하성은 욕을 뱉어 낸다.
놈들이 수작을 부린다는 사실 정도는 몇 시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일부러 틈을 만들어 찢고 나갈 틈을 주었던 것이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적중에서 암기술의 달인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
입에서는 피가 올라왔다.
‘기흉인가?’
끔직한 일이지만 하성은 죽을 당시의 상황을 기억해 냈다.
그 당시에도 그는 숲에서 칼을 맞아 기흉이 생겼었다. 덕분에 피를 입으로 마구 토해냈지만, 지금은 그 정도까지 심각하지는 않다.
상처는 깊었지만, 그는 천령지기를 의념으로 끌어 올려 최대한 상처가 벌어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지금은 입에서 울컥거리며 가끔 피를 쏟는 정도에 불과하였다.
“그륵. 그르르륵.”
조금씩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등에 박혀 있는 비도를 뽑지 않으면 상처의 지혈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었다.
하성은 달리면서 등에 박힌 비도를 쥐었다.
“으으으윽!”
신음이 절로 새어 나온다
하성은 단숨에 비도를 뽑는다.
츄아아악!
피가 치솟았다.
그는 천령지기로 혈관들을 봉했다.
이것으로 응급처치는 된 것이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죽는다!
하성의 예감은 빗나간 적이 별로 없었다. 특히나 좋지 않은 예감들은 항상 들어맞았다.
좋은 예감을 맞힌 적은 많았지만 좋지 않은 예감은 백발백중이다.
하성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적들은 일자로 쇄도하고 있었다.
두 명의 조직원이 선두였고 드문드문 거리를 두고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성은 최후의 전략을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살아 나갈 수 있나?’
과연 몸이 성치 않은 채로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는지 점쳐본다.
이대로 달려 숲을 가로질러야 하는 걸까.
하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곳 창고 자체가 워낙에 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말이 수원이지 외곽지로, 산길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앞으로 20분은 달려야 할 텐데 그 때까지 버틸 수는 없다
‘각개격파를 해야 하나?’
이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천령지기가 모두 빠지고 나면 출혈은 심각해질 것이다. 과다출혈로 사망을 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이리저리 따져 보아도 모두 힘들다.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나아간다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때때로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상황들이 있었는데, 지금이 그런 때였다. 하성은 최악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각개격파다!’
정면을 향해 달리던 하성은 갑자기 몸을 틀었다.
180도로 회전한 그는 달려오고 있는 적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일단 둘!’
하성은 검을 꽉 틀어쥐었다.
그는 진각을 밟으며 상대의 오른쪽 허리를 향하여 수평으로 검을 베어 냈다.
정신을 집중하자 물결모양의 파동이 퍼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정면에서 달려오던 사내의 앞섬이 길게 베인다.
서걱!
“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지자 이번에는 그들의 중간 간부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짧은 나이프를 쥐었다.
서걱!
놈은 검을 상단에 휘둘렀다.
하성의 검에 비한다면 꽤 단순했다.
다만 그 속도가 전광석화 같아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머리칼이 몇 가닥 잘려 나간다.
하성은 그대로 도약하여 오른쪽으로 90도 정도 전환하여 상대를 내려 벤다.
서걱!
꽈득!
“아아아악!”
뼈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3할 정도 어깨에 검이 박혔다.
하성은 그대로 놈을 발로 차서 떨어뜨린 후에 오는 족족 태극의 원리로 적들을 베어 내었다.
서걱 서걱!
도대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죽을 위기에 처했고 몸에서는 위기신호를 보냈다. 이는 의지와는 상관없는 몸의 방어본능과 같은 것이었다.
조금씩 활력이 치솟는 것이 느껴졌다.
물결모양의 태극이 연신 퍼져 나갔고 하성의 검은 더욱 숙련되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숙련도가 높아지는 것은 천령단이 가지고 있는 공능 때문이었다. 천령지기가 머리를 트이게 하였고 그 덕분에 머릿속으로 모든 상황이 그려지고 있었다.
적들을 여섯이나 베었을 때, 꽤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자들이 그의 앞에 멈추었다.
“후욱! 후욱!”
모두 숨을 고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숨은 하성이 더 빠르게 골라졌다.
그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시를 했겠지만, 이제는 하성의 힘을 알게 되었고 신중하게 상대를 하려는 것이다.
하성은 숨이 골라지자마자 검을 발출했다.
***
하성의 검이 왼손에 놓인 칼집이 90도로 세워졌고 오른손으로 발도하여 상대방의 허리를 베었다.
발도를 흔히 일본에서 사용하는 검법이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한국 전통무예에서는 기마견적세(騎馬見賊勢)라 하여 상고시대부터 사용되어 왔다. 상고시대 일본의 검술이 고조선에서 넘어간 것이었으니 발도의 위력은 한국식 검법이 훨씬 강력하고 빠르다.
11자 기마자세에서 발출된 발도는 조직원 한 놈의 허리를 베고 난 후에 바로 옆에서 달려오던 사내의 어깻죽지까지 길게 찢어 버렸다.
물결모양의 파동이 상처를 악화시켰고 두 사람은 피를 뿌리며 떨어져 나간다.
이들의 두목으로 보이는 자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뭔가가 번쩍거린다고 생각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휘하 조직원 두 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하성은 검을 등 뒤로 돌려 머리 중앙에서 정면으로 내리며 칼자루를 아랫배 앞으로 하여 견적세를 취했다.
눈앞의 남자가 식은땀을 흘렸다.
“대단한 실력이다. 그런 빼빼 마른 몸에서 이 정도 파워와 스피드가 나오다니. 신화가(家)의 장남은 지금까지 실력을 감추고 있었구나.”
“네놈은 분명히 일심파나 신사동의 사주를 받았을 것이다. 비밀리에 키우고 있었던 것 같군. 휘하로 들어갔거나. 어디 놈들이냐?”
“그런 것까지 알려 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군.”
“어차피 드러날 일이다.”
“불곰이라 불린다.”
“영등포 불곰이었나. 그렇다면 네놈은 유진석이겠군.”
“어린놈이 내 이름을 잘 알고 있구나.”
“그 어린놈에게 당할 새끼이기도 하지.”
“어린놈의 새끼가!”
팟!
불곰은 엄청난 속도로 쇄도를 해 들어왔다.
놈에게 어떤 특별한 기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도 없이 많은 싸움터를 전전하며 쌓은 경험은 무시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불곰의 나이프가 역십자로 찔려 들어왔는데, 분명히 어딘가에서 정식으로 배운 것이 틀림없었다.
하성은 검을 그대로 내려 그었다.
검을 머리 뒤로 넘겨 상대의 정수리에서 무릎 위까지 힘껏 내리 베는 것으로, 이는 검법의 기초적인 초식인 천(天)의 초식이다.
하지만 수박에서 말하는 태극의 묘리가 스며들어 있었고 검이 사방으로 흔들리며 놈의 눈을 어지럽혔다.
하성의 검은 매우 정직했으나 변화무쌍하였고 칼이 수평으로 들어 올려 내려 베고 있었으며 근육에서 전해지는 힘과 천령기가 더해져 푸른빛이 발해졌다.
빛과 같은 빠르기로 내려 베었고 그대로 불곰의 검을 깨뜨렸다.
콰앙!
꽈지지직!
“허억! 이런 미친!”
서거걱!
“끄아아아악!”
하성의 검은 불곰의 나이프를 깨뜨린 것으로도 모자라 그대로 앞섬을 베어 버렸는데, 쇄골 뼈가 반쯤 주저앉았고 갈빗대 몇 대가 상해 울컥 피가 치솟았다.
불곰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털썩
무릎을 꿇은 형상이 되었고 그는 급하게 앞섬을 잡고 지혈한다.
불곰은 하성을 올려다보았다.
“죽여라.”
“살인을 하라는 거냐.”
“이 바닥에서 살인은 별 일이 아니지. 나는 너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니 베어라.”
“미친 소리. 아직은 때가 아니다.”
퍼억!
하성은 칼등으로 불곰의 천추 혈을 가격하여 기절시켰다.
“허억! 허억!”
하성은 불곰이 기절한 것을 끝으로 주저앉았다.
입에서 거친 숨이 터져 나온다.
지금까지는 어찌어찌 참고 있었지만 그의 상태도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곧 피가 울컥 치솟았다.
“쿨럭! 쿨럭!”
천령기도 한계에 봉착하였고 결국 간신히 막고 있던 점혈이 풀리면서 피를 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성은 조금 더 이동을 하여 가부좌를 틀었다.
심법을 운용하였는데, 근육과 뼈, 전신 장기에 스며들어 있던 천령기가 반응을 하면서 아랫배를 채웠고 그것을 이용하여 다시 점혈했다.
스스슷!
천령기에는 치료의 권능까지 있어 빠르게 상처가 아물고 있었지만, 역시나 단순히 심법의 운용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는 없었다.
하성의 상처는 봉합을 해야 한다. 치명상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았다.
암기가 조금만 더 깊게 파고들었다면 오늘 하성은 그대로 삶을 마감하였을 것이다.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지팡이 삼아 산을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후우웅!
멀리서 차량이 달려오고 있었다.
하성은 팔을 대자로 벌려 차를 막았다.
끼기기긱!
“당신 도대체!”
중년 남성은 하성의 몰골을 보고서는 꽤나 당황한 것 같았다. 옆 좌석에 타고 있던 그의 아내도 놀란 표정이었는데, 하성의 입이 열렸다.
“제발 병원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아무나 태울 수는…….”
“여보! 아직 애잖아요. 그리고 많이 다친 것 같아요.”
하성의 몸에서는 피 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피가 튀어 있었고 등에서는 피가 배어 나오는 중이었다.
“타거라.”
“감사합니다.”
하성은 뒷좌석에 탄 후에 안심했다.
그는 그대로 기절을 해 버리고 말았다.
태성물산 본부장 사무실.
유한백은 소식이 들여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쯤이라면 작업이 끝났어야 한다. 불곰이 임하성을 파묻고 어떤 단서를 찾아 가져오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질긴 놈이로군.”
“아직도 버티고 있나?”
“그런 것 같군.”
고진성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하성이 어느 정도 버틸 것이라고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범의 자식이었으니 그만한 기백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듯, 지금쯤이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던 것이다.
지이잉!
드디어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불곰이었다.
“나다.”
-접니다, 형님.
“처리하였나?”
-…죄송합니다. 놓쳤습니다.
“지금 장난하나? 설마 열 명이 애새끼 하나 놓쳤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놓쳤다는 의미는 저희가 모조리 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저 역시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뭐라고!?”
유한백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불곰은 지금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었다.
불곰파는 칼을 잘 쓰기로 유명한 조직이었다. 전원 칼잡이로 구성이 되어 있었을 것인데, 얼마 전까지 자폐증을 앓고 있던 소년 하나를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여겼던 것이다.
게다가 처리는커녕 모조리 당했다니!
만약 불곰파 정예 열 명이 기습을 한다면 유한백이라고 해도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헌데 임하성이 불곰파의 정예 열 명을 쓸어 버렸다는 이야기를 지껄이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놈의 실력도 뛰어났지만 운이 나빴습니다.
유한백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전해 듣는다.
확실히 놈을 얕잡아 보았던 것이 실패 요인이었다. 유한백이라고 해도 그와 같은 작전을 짰을 것이 틀림없었다.
거기에 임하성은 운도 좋았다.
“알겠다.”
-면목 없습니다.
“요양 잘 해라.”
유한백은 전화를 끊는다.
고진성은 의아함 표정을 지었다.
“모두 당했다고?”
“그래. 칼을 쓰는 것이 전국구 스타 수준이었다고 하더군.”
“전국구 스타라.”
전국구 스타라는 말은 전국에서 유명한 칼잡이나 싸움꾼을 이르는 말이었다.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주먹이라는 뜻이었고 그들은 가히 인간의 무예수준을 뛰어 넘어 있었다. 나름대로 한가락 하는 실력을 가진 것은 물론이고 전문적으로 무예를 연마했다.
수련은커녕 방구석 폐인이었던 임하성이 언제 그런 수련을 거친 걸까.
“혹시 지금까지 일부러 자폐증처럼 행동했던 것은?”
“자폐증인 것은 맞지만 정신을 차린 지는 시간이 더 된 것 같군. 한방 먹었어.”
“놈의 실력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건가?”
“그래.”
“이번에는 운이 좋았겠지만 다음에는 어림도 없을 거다.”
고진성의 말에 유한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지만 실력이 파악되었으니 다음에는 이렇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었다.
하성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종종 전생의 편린들을 떠올렸는데, 이런 식으로 영혼에 새겨져 있던 기억들이 뇌로 옮겨가는 것이 아닌가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그는 제 3자의 입장에서 기억을 관찰하고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곳은 별장이다.
별장 앞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어린 시절의 하성은 아버지와 함께 종종 낚시를 다녔었다.
해질녘, 붕어낚시를 하는 중이었고 오늘은 손바닥만 한 놈들을 12수정도 낚아 올렸다.
“하성아. 본가의 비밀은 알고 있느냐?”
“임상옥 가문이라는 것은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언젠가 네가 크면 장미령에 대해 자세하게 조사를 하도록 해라.”
“장미령이요?”
“장미령이 네 번째 지도조각의 열쇠다. 그에 대한 단서도 하나 있지.”
“어떤 단서인데요?”